'내정설' 검찰총장 인선 관전포인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21 15:49:09
  • 댓글 0개

시나리오대로 '착착' 청와대 복심은?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후임 임명을 위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모두 14명의 후보군을 추린 가운데 '포스트 총장'을 놓고 청와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검찰 장악을 노리는 청와대와 정치권력의 쓴 맛을 본 검찰의 엇박자는 이번에도 계속될까.




지난 8월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일식집. 곽상도(15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채동욱(14기) 당시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합작'을 했다는 이 의혹은 정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차기 검찰총장
스킨십 있었나

지난 1일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곽 전 수석이 (미리 수집한 채 총장의) 정보를 들고 강 국장을 만났다"며 "곽 전 수석이 '채 총장은 내가 날린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신 의원의 발언에 따르면 곽 전 수석은 서천호 국가정보원 제2차장에게 채 총장의 사생활 자료를 요청했다. 그리고 서 차장은 국정원이 아닌 경찰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으며, 곽 전 수석은 대구 대건고 동문이었던 강 국장에게 자료를 건넨 것으로 복수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들은 관련 발언의 진위여부를 놓고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은 없다는 것. 하지만 <조선일보> 보도 내용의 수준을 놓고 봤을 때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란 추측은 '팩트'에 가까웠다.


지난 9월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대서특필되자 배후세력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국회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미 후임 총장 후보군은 어느 정도 선에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사람'의 이름이 언로를 통해 밝혀진다면 채 전 총장(당시 총장)을 흔든 세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기 총장 이미 선택? 김기춘 배후설 제기
'채동욱 색깔' 지우기…5대 권력기관 장악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와 함께 <조선일보> 보도에 협조한 몇몇 검사들은 "청와대와 사전 스킨십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특히 황교안(13기) 법무부장관과 국민수(16기) 법무부차관 등이 지난 8월부터 채 전 총장의 자진사퇴를 유도했다는 정황을 봤을 때 '차기 총장 내정설'은 유력해보였다.

'채동욱 사태'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된 인물은 바로 김기춘(고등고시 12회)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김 실장은 박근혜정부의 '왕실장'이자 정부 각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로 불린다. 정치권 안팎에선 현 정국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김 실장이란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김 실장 부임 후 5대 권력기관(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국정원) 중 2곳의 수장이 쫓기듯 조직을 떠났다.

그러나 김 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청와대가 그 일(채 전 총장 찍어내기)에 관여하거나 개입한 일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일은) 국가 고위공무원의 사생활, 품위, 도덕성의 문제이지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덧붙였다.

왕실장 김기춘
검찰도 손보나

하지만 전두환 군사정권이 몰락한 뒤 첫 임기제 검찰총장을 역임했던 김 실장의 파워는 검찰 전반에 미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두 달 전 김 실장이 허태열 전 비서실장을 밀어내며 깜짝 발탁된 배경에도 '검찰 손보기'가 있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김 실장이 복귀할 무렵 검찰 안팎에선 "채 총장이 곧 물러날 것"이란 설이 파다했다. 정치권에선 "채 총장이 민주당 모 의원과 자주 통화하는 등 야당과 더 친해 정권 입장에서 부담"이란 말도 들렸다. 그리고 채 전 총장은 실제로 옷을 벗었고, 모두의 시선은 김 실장에게 쏠렸다.

채 전 총장의 후임으로 물망에 오른 후보는 모두 14명이다. 지난 15일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신임 총장 후보로 검찰 전직 간부 11명과 현직 간부 8명 등 모두 19명을 추천했으며, 이중 인사 검증에 동의한 14명의 후보군을 추렸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종구(3기) 위원장 등 9명으로 구성된 총추위는 오는 24일 전체 회의를 앞두고 있다. 총추위는 다가올 회의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총장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하게 된다. 3명의 후보는 다시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되고, 법무부 장관은 이들 중 1명을 총장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그런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인선된 최초의 검찰총장이 바로 채 전 총장이다. 또 채 전 총장 인선 당시 검찰총장 인선 작업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았던 인물은 다름 아닌 김 실장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채 전 총장이 이렇게 굴욕적인 퇴진을 할 것이라 예측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올 2월 초 총추위는 채 전 총장(당시 서울고검장)과 김진태(14기) 전 대검차장(당시 총장대행), 소병철(15기) 법무연수원장(당시 대구고검장) 등 3명을 총장 후보로 법무부에 추천했다. 검찰 내부에서 추천된 인사를 정부기관인 법무부가 인선하는 방식은 검찰 독립성을 위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속내는 달랐다. 어느 정도 정권과 말이 통하는 인사를 총장에 앉히고 싶어 했다. 안창호(14기)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김학의(14기) 당시 대전고검장이 총장 후보로 고려됐다. 그러나 총추위는 두 사람 모두를 탈락시켰다. 때문에 청와대에서 총추위에게 "후보를 다시 올리라"고 압박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하지만 총추위를 다시 열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이때 당시 "김기춘의 의중이 김진태에게 쏠려있다"는 첩보가 나왔다. "채동욱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첩보가 나온 시점도 이와 비슷하다. 앞서 김 실장은 황 장관과 정홍원 국무총리 등을 추천한 막후권력으로 거론됐다. 또 황 장관과 정 총리 모두 공안라인이란 점은 '김기춘 배후설'에 힘을 실었다.

김 실장이 법무부 장관을 역임할 때 김 전 차장은 법무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김 실장과 김 전 차장 모두 경남 출신이란 점도 둘의 돈독한 관계를 가늠케 했다. 하지만 세 후보 중 최종 후보가 된 건 결국 채 전 총장이었다.

지난 2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청와대는 큰 결격 사유가 없던 채 전 총장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한 법사위 관계자는 채 전 총장의 인선 배경을 놓고 "소 원장은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점, 김 전 차장은 지난 정권 때의 인물이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임명장을 주고도 채 전 총장이 못 미더웠던 청와대는 김 전 고검장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때문에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견제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김 전 고검장은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취임 6일 만에 사퇴했다. 청와대의 '검찰 접수'에 제동이 걸린 격이었다.

권력기관 장악
액션플랜 가동

그런데 '별장 성접대 의혹'은 거꾸로 경찰 조직 개편의 도화선이 됐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3월 중순 김기용 경찰청장을 전격 경질하며 권력기관 장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박 대통령은 남재준 국정원장(당시 전 육군참모총장)을 신임 국정원장으로 김덕중 국세청장(당시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신임 국세청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채 전 총장까지 포함하면 5대 권력기관 중 3개 권력기관의 장을 새로 임명한 것이다. 여기에 이성한 경찰총장까지 새로 내정되며, 청와대는 모두 4개 기구의 수장을 교체하게 됐다.


하지만 청와대와 유독 '코드'가 맞지 않았던 양건 전 감사원장과 채 전 총장은 김 실장 부임 후 쫓기듯 물러났다. 정권 초 임기를 약속받았던 양 전 원장은 감사원 인사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며, 채 전 총장 역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과정에서 현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이번 총장 인선을 앞두고 청와대와의 호흡이 우선이란 얘기가 나온다. 현 정부 입장에서 권력기관의 핵심인 검찰을 장악하지 못하면 '채동욱 체제' 때처럼 엇박자가 날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리고 권력기관 장악의 총대를 멘 김 실장이 어떤 형태로든 검찰총장 인선에 개입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총추위가 천거한 14명의 후보 중 현재 검찰총장 직무 대행을 맡고 있는 길태기(15기) 대검 차장은 인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다. 특수 수사통 출신으로 채 전 총장을 보좌했던 길 차장은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채동욱 색깔' 지우기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평이다.

때문에 길 차장의 동기이자 현직에 있는 소 원장의 인선 가능성이 특히 주목된다. 공안·기획통인 소 원장은 지난 1998년 '북풍사건'을 합동수사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대구고검장 재직 시 TK 출신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정부가 공안라인을 우대하고 있는 현 상황은 소 원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 한 관계자는 "소 원장의 고향이 전남 순천인데 VIP(대통령)께서 달가워하시겠냐"며 인선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더불어 척추 탈구로 병역면제를 받았던 소 원장의 이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소 원장과 같은 기수인 석동현(15기)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해 말 '성추문 검사' 사건이 터지자 책임을 지고 용퇴한 전력이 있다. 공안통이란 점과 검찰 내부 평가가 원만하단 점은 소 원장과 같지만 현직에 없다는 점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검찰총장 중 현직 밖의 영입은 김대중정부 때 발탁된 이명재 변호사(1기)가 최초이자 마지막이었다.


김진태·노환균·소병철·석동현 경합
10·11기 불러오고 황교안 내칠 수도

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신임 검찰총장은 연수원 13기 아랫기수에서 추천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위치기 때문에 장관보다 선배를 총장으로 기용하는 건 검찰 문화와 맞지 않는다. 때문에 복수 관계자는 14∼16기 중 검찰총장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총추위는 국 차관 등을 포함한 16기 후보 5명을 천거했다. 하지만 16기에서 총장이 나올 경우 관행상 총장을 제외한 12명의 간부급 검사가 대거 사퇴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수사 공백이 예고된다. 따라서 16기보단 15기의 인선 가능성이 높으며, 김 전 차장이 포함된 14기의 인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 전 차장에게는 나이란 장벽이 있다. 황 장관보다 기수는 1년 늦지만 나이가 다섯 살이 많아 황 장관이 컨트롤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지난 총추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만약 김 전 차장이 인선된다면 자연스레 김 실장의 역할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 명의 다크호스는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14기)이다. 노 전 원장은 지난 3월 채 전 총장이 신임 총장에 지명되자 김 전 차장과 함께 사표를 제출한 후 검찰을 떠났다. 하지만 노 전 원장은 지난 11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피고인인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의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리며 "현 정권에 코드를 맞추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비록 외부 인사지만 향후 인선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색깔과 가장 잘 부합하는 인사란 점은 반드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올드보이 귀환?
황교안은 아웃?

현재까지 상황 등을 종합했을 때 차기 검찰총장은 결국 소 원장과 석 전 지검장, 김 전 차장과 노 전 원장이 경합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 3명의 후보군 중 1명은 총장대행을 맡고 있는 길 차장의 몫이 될 확률이 높다. 만약 길 차장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면 차기 총장 인선 전의 리더십 공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 장관 경질(혹은 경질 예정)과 같은 돌발변수가 발생한다면 황 장관보다 윗기수인 김태현(10기) 전 법무연수원장과 박상옥(11기) 전 서울북부지검장도 발탁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10∼11기가 검찰총장이 되도 신임 법무부장관을 총장보다 윗기수로 인선한다면 '올드보이'의 귀환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는 설명.

더불어 황 장관의 동기인 박용석(13기) 전 대검 차장과 차동민(13기) 전 서울고검장의 존재는 경우에 따라 황 장관의 목줄을 죌 수 있을 전망이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총추위 위원은?]

<당연직 위원>
▲김주현 법무부 검찰국장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배병일 한국법학교수회장
▲신현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비당연직 위원>
▲문창극 고려대 석좌교수
▲이영란 숙명여대 교수
▲정갑영 연세대 총장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 (총추위 위원장)

 

[검찰총장 후보 14인 명단]

▲10기 김태현 전 법무연수원장(58·대구)
▲11기 박상옥 전 서울북부지검장(57·경기)
▲13기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54·경기)
▲13기 박용석 전 대검 차장(58·경북)
▲14기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56·경북)
▲14기 김진태 전 대검 차장(61·경남)
▲15기 길태기 현 대검 차장(55·서울)
▲15기 소병철 현 법무연수원장(55·전남)
▲16기 국민수 현 법무부차관(50·대전)
▲16기 임정혁 현 서울고검장(57·서울)
▲16기 조영곤 현 서울중앙지검장(55·경북)
▲16기 김현웅 현 부산고검장(54·전남)
▲16기 이득홍 현 대구고검장(51·대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