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설' 검찰총장 인선 관전포인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21 15: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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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대로 '착착' 청와대 복심은?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후임 임명을 위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모두 14명의 후보군을 추린 가운데 '포스트 총장'을 놓고 청와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검찰 장악을 노리는 청와대와 정치권력의 쓴 맛을 본 검찰의 엇박자는 이번에도 계속될까.




지난 8월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일식집. 곽상도(15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채동욱(14기) 당시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합작'을 했다는 이 의혹은 정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차기 검찰총장
스킨십 있었나

지난 1일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곽 전 수석이 (미리 수집한 채 총장의) 정보를 들고 강 국장을 만났다"며 "곽 전 수석이 '채 총장은 내가 날린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신 의원의 발언에 따르면 곽 전 수석은 서천호 국가정보원 제2차장에게 채 총장의 사생활 자료를 요청했다. 그리고 서 차장은 국정원이 아닌 경찰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으며, 곽 전 수석은 대구 대건고 동문이었던 강 국장에게 자료를 건넨 것으로 복수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들은 관련 발언의 진위여부를 놓고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은 없다는 것. 하지만 <조선일보> 보도 내용의 수준을 놓고 봤을 때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란 추측은 '팩트'에 가까웠다.


지난 9월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대서특필되자 배후세력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국회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미 후임 총장 후보군은 어느 정도 선에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사람'의 이름이 언로를 통해 밝혀진다면 채 전 총장(당시 총장)을 흔든 세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기 총장 이미 선택? 김기춘 배후설 제기
'채동욱 색깔' 지우기…5대 권력기관 장악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와 함께 <조선일보> 보도에 협조한 몇몇 검사들은 "청와대와 사전 스킨십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특히 황교안(13기) 법무부장관과 국민수(16기) 법무부차관 등이 지난 8월부터 채 전 총장의 자진사퇴를 유도했다는 정황을 봤을 때 '차기 총장 내정설'은 유력해보였다.

'채동욱 사태'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된 인물은 바로 김기춘(고등고시 12회)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김 실장은 박근혜정부의 '왕실장'이자 정부 각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로 불린다. 정치권 안팎에선 현 정국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김 실장이란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김 실장 부임 후 5대 권력기관(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국정원) 중 2곳의 수장이 쫓기듯 조직을 떠났다.

그러나 김 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청와대가 그 일(채 전 총장 찍어내기)에 관여하거나 개입한 일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일은) 국가 고위공무원의 사생활, 품위, 도덕성의 문제이지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덧붙였다.

왕실장 김기춘
검찰도 손보나

하지만 전두환 군사정권이 몰락한 뒤 첫 임기제 검찰총장을 역임했던 김 실장의 파워는 검찰 전반에 미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두 달 전 김 실장이 허태열 전 비서실장을 밀어내며 깜짝 발탁된 배경에도 '검찰 손보기'가 있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김 실장이 복귀할 무렵 검찰 안팎에선 "채 총장이 곧 물러날 것"이란 설이 파다했다. 정치권에선 "채 총장이 민주당 모 의원과 자주 통화하는 등 야당과 더 친해 정권 입장에서 부담"이란 말도 들렸다. 그리고 채 전 총장은 실제로 옷을 벗었고, 모두의 시선은 김 실장에게 쏠렸다.

채 전 총장의 후임으로 물망에 오른 후보는 모두 14명이다. 지난 15일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신임 총장 후보로 검찰 전직 간부 11명과 현직 간부 8명 등 모두 19명을 추천했으며, 이중 인사 검증에 동의한 14명의 후보군을 추렸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종구(3기) 위원장 등 9명으로 구성된 총추위는 오는 24일 전체 회의를 앞두고 있다. 총추위는 다가올 회의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총장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하게 된다. 3명의 후보는 다시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되고, 법무부 장관은 이들 중 1명을 총장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그런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인선된 최초의 검찰총장이 바로 채 전 총장이다. 또 채 전 총장 인선 당시 검찰총장 인선 작업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았던 인물은 다름 아닌 김 실장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채 전 총장이 이렇게 굴욕적인 퇴진을 할 것이라 예측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올 2월 초 총추위는 채 전 총장(당시 서울고검장)과 김진태(14기) 전 대검차장(당시 총장대행), 소병철(15기) 법무연수원장(당시 대구고검장) 등 3명을 총장 후보로 법무부에 추천했다. 검찰 내부에서 추천된 인사를 정부기관인 법무부가 인선하는 방식은 검찰 독립성을 위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속내는 달랐다. 어느 정도 정권과 말이 통하는 인사를 총장에 앉히고 싶어 했다. 안창호(14기)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김학의(14기) 당시 대전고검장이 총장 후보로 고려됐다. 그러나 총추위는 두 사람 모두를 탈락시켰다. 때문에 청와대에서 총추위에게 "후보를 다시 올리라"고 압박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하지만 총추위를 다시 열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이때 당시 "김기춘의 의중이 김진태에게 쏠려있다"는 첩보가 나왔다. "채동욱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첩보가 나온 시점도 이와 비슷하다. 앞서 김 실장은 황 장관과 정홍원 국무총리 등을 추천한 막후권력으로 거론됐다. 또 황 장관과 정 총리 모두 공안라인이란 점은 '김기춘 배후설'에 힘을 실었다.

김 실장이 법무부 장관을 역임할 때 김 전 차장은 법무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김 실장과 김 전 차장 모두 경남 출신이란 점도 둘의 돈독한 관계를 가늠케 했다. 하지만 세 후보 중 최종 후보가 된 건 결국 채 전 총장이었다.

지난 2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청와대는 큰 결격 사유가 없던 채 전 총장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한 법사위 관계자는 채 전 총장의 인선 배경을 놓고 "소 원장은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점, 김 전 차장은 지난 정권 때의 인물이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임명장을 주고도 채 전 총장이 못 미더웠던 청와대는 김 전 고검장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때문에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견제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김 전 고검장은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취임 6일 만에 사퇴했다. 청와대의 '검찰 접수'에 제동이 걸린 격이었다.

권력기관 장악
액션플랜 가동

그런데 '별장 성접대 의혹'은 거꾸로 경찰 조직 개편의 도화선이 됐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3월 중순 김기용 경찰청장을 전격 경질하며 권력기관 장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박 대통령은 남재준 국정원장(당시 전 육군참모총장)을 신임 국정원장으로 김덕중 국세청장(당시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신임 국세청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채 전 총장까지 포함하면 5대 권력기관 중 3개 권력기관의 장을 새로 임명한 것이다. 여기에 이성한 경찰총장까지 새로 내정되며, 청와대는 모두 4개 기구의 수장을 교체하게 됐다.


하지만 청와대와 유독 '코드'가 맞지 않았던 양건 전 감사원장과 채 전 총장은 김 실장 부임 후 쫓기듯 물러났다. 정권 초 임기를 약속받았던 양 전 원장은 감사원 인사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며, 채 전 총장 역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과정에서 현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이번 총장 인선을 앞두고 청와대와의 호흡이 우선이란 얘기가 나온다. 현 정부 입장에서 권력기관의 핵심인 검찰을 장악하지 못하면 '채동욱 체제' 때처럼 엇박자가 날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리고 권력기관 장악의 총대를 멘 김 실장이 어떤 형태로든 검찰총장 인선에 개입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총추위가 천거한 14명의 후보 중 현재 검찰총장 직무 대행을 맡고 있는 길태기(15기) 대검 차장은 인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다. 특수 수사통 출신으로 채 전 총장을 보좌했던 길 차장은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채동욱 색깔' 지우기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평이다.

때문에 길 차장의 동기이자 현직에 있는 소 원장의 인선 가능성이 특히 주목된다. 공안·기획통인 소 원장은 지난 1998년 '북풍사건'을 합동수사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대구고검장 재직 시 TK 출신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정부가 공안라인을 우대하고 있는 현 상황은 소 원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 한 관계자는 "소 원장의 고향이 전남 순천인데 VIP(대통령)께서 달가워하시겠냐"며 인선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더불어 척추 탈구로 병역면제를 받았던 소 원장의 이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소 원장과 같은 기수인 석동현(15기)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해 말 '성추문 검사' 사건이 터지자 책임을 지고 용퇴한 전력이 있다. 공안통이란 점과 검찰 내부 평가가 원만하단 점은 소 원장과 같지만 현직에 없다는 점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검찰총장 중 현직 밖의 영입은 김대중정부 때 발탁된 이명재 변호사(1기)가 최초이자 마지막이었다.


김진태·노환균·소병철·석동현 경합
10·11기 불러오고 황교안 내칠 수도

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신임 검찰총장은 연수원 13기 아랫기수에서 추천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위치기 때문에 장관보다 선배를 총장으로 기용하는 건 검찰 문화와 맞지 않는다. 때문에 복수 관계자는 14∼16기 중 검찰총장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총추위는 국 차관 등을 포함한 16기 후보 5명을 천거했다. 하지만 16기에서 총장이 나올 경우 관행상 총장을 제외한 12명의 간부급 검사가 대거 사퇴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수사 공백이 예고된다. 따라서 16기보단 15기의 인선 가능성이 높으며, 김 전 차장이 포함된 14기의 인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 전 차장에게는 나이란 장벽이 있다. 황 장관보다 기수는 1년 늦지만 나이가 다섯 살이 많아 황 장관이 컨트롤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지난 총추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만약 김 전 차장이 인선된다면 자연스레 김 실장의 역할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 명의 다크호스는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14기)이다. 노 전 원장은 지난 3월 채 전 총장이 신임 총장에 지명되자 김 전 차장과 함께 사표를 제출한 후 검찰을 떠났다. 하지만 노 전 원장은 지난 11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피고인인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의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리며 "현 정권에 코드를 맞추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비록 외부 인사지만 향후 인선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색깔과 가장 잘 부합하는 인사란 점은 반드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올드보이 귀환?
황교안은 아웃?

현재까지 상황 등을 종합했을 때 차기 검찰총장은 결국 소 원장과 석 전 지검장, 김 전 차장과 노 전 원장이 경합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 3명의 후보군 중 1명은 총장대행을 맡고 있는 길 차장의 몫이 될 확률이 높다. 만약 길 차장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면 차기 총장 인선 전의 리더십 공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 장관 경질(혹은 경질 예정)과 같은 돌발변수가 발생한다면 황 장관보다 윗기수인 김태현(10기) 전 법무연수원장과 박상옥(11기) 전 서울북부지검장도 발탁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10∼11기가 검찰총장이 되도 신임 법무부장관을 총장보다 윗기수로 인선한다면 '올드보이'의 귀환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는 설명.

더불어 황 장관의 동기인 박용석(13기) 전 대검 차장과 차동민(13기) 전 서울고검장의 존재는 경우에 따라 황 장관의 목줄을 죌 수 있을 전망이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총추위 위원은?]

<당연직 위원>
▲김주현 법무부 검찰국장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배병일 한국법학교수회장
▲신현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비당연직 위원>
▲문창극 고려대 석좌교수
▲이영란 숙명여대 교수
▲정갑영 연세대 총장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 (총추위 위원장)

 

[검찰총장 후보 14인 명단]

▲10기 김태현 전 법무연수원장(58·대구)
▲11기 박상옥 전 서울북부지검장(57·경기)
▲13기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54·경기)
▲13기 박용석 전 대검 차장(58·경북)
▲14기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56·경북)
▲14기 김진태 전 대검 차장(61·경남)
▲15기 길태기 현 대검 차장(55·서울)
▲15기 소병철 현 법무연수원장(55·전남)
▲16기 국민수 현 법무부차관(50·대전)
▲16기 임정혁 현 서울고검장(57·서울)
▲16기 조영곤 현 서울중앙지검장(55·경북)
▲16기 김현웅 현 부산고검장(54·전남)
▲16기 이득홍 현 대구고검장(51·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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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