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스타 황당한 횡포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0.21 13:52:11
  • 댓글 0개

팔짱 끼고 있다 나간다니 발목

[일요시사=경제1팀]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가 '신종'횡포 논란에 휩싸였다. 매장 점주 6명을 상대로 무단으로 할인 판매를 해 본사에 손해를 끼쳤으니 손실금을 물어내라고 요구한 것. 그런데 이들 모두는 매장을 접겠다는 의사를 본사에 표현한 뒤 이 같은 통보를 받았다. 할인 판매도 본사 직원이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무단으로 할인 판매를 했으니 그간 회사에 입힌 손해를 물어내지 않으면 현금예치금과 마지막 한 달분 판매수수료를 지급할 수 없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NC백화점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 매장을 운영하던 김이중씨가 매장을 정리한 뒤 본사로부터 들은 황당한 이야기다.

지난 6월31일 후임 브랜드 매니저에게 매장에 대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현재는 바로 옆 다른 아웃도어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아직까지도 현금예치금 1500만원과 6월분 판매수수료 1100만원을 본사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다.

"억울해? 소송해!"

김씨는 "할인 판매는 본사 영업과장의 지시로 진행한 일인데 이제 와서 책임을 매장 주인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지난 25년간 여러 브랜드 매장을 운영했지만 이런 식의 터무니없는 운영 방식은 처음이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김씨는 지난해 10월6일부터 지난 6월31일까지 트렉스타 매장을 운영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가을부터 백화점 영업을 총괄하는 A과장이 각 매장으로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해 20% 할인 판매를 지시했다.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고 매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할인 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려야만 백화점 매장 운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A과장의 말을 들은 김씨는 지난 2월1일부터 6월25일까지 20% 할인 판매를 진행했다. 할인 판매 시작 이후 매출은 급상승했고 매장 영업은 순조로웠다. 2∼5월까지 판매한 물품에 대한 수수료도 꼬박꼬박 입금됐다. 문제는 김씨가 매장을 접기로 했을 때 발생했다.

김씨는 6월까지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본사 측에 통보하고 6월31일 인수인계를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7월26일 입금 됐어야 하는 영업보증금과 6월분 판매수수료가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았다. 김씨는 본사에 확인전화를 했고 "본사는 할인 판매를 지시한 사실이 없으니 손실금액을 물어내야 한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할인 판매를 지시했다는 A과장은 이미 회사를 퇴사했으니 일단 김씨가 본사 측에 손실금액을 물어내고 억울하면 별도로 A과장에게 민사소송을 하라는 것.

백화점 브랜드 매니저는 백화점 총 판매 금액에 따라 일정 수수료를 취득하는 중간관리자다. 국내 백화점 유통업체 대부분이 중간관리자 형태로 운영 중이며 본사가 제공한 제품의 재고, 판매, 브랜드 관리 의무가 있다. 이들은 매장의 재고 및 판매에 대한 보증금 형태로 현금예치금을 해당 브랜드의 본사에 예치하며, 거래 종결 후 예치금을 반환받는다. 김씨에 따르면 트렉스타 백화점 브랜드 매니저는 판매대금의 17%를 수수료로 지급받는다. 김씨는 6월분 판매수수료와 현금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할인 판매 손실금 점주에 전가
매장 철수 의사 밝히자 돌변
"누가?" 세일 지시 두고도 대립

김씨와 같은 처지에 몰린 브랜드 매니저들은 한 둘이 아니다. 김씨의 매장을 비롯해 롯데 광주월드컵아울렛점, 롯데 부산·강남·광주·대전점 등 6곳의 브랜드 매니저 모두 매장 운영을 접은 뒤 할인 판매에 대한 손실금을 물어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들이 본사로부터 요구받은 손실금과 돌려받지 못한 현금예치금을 합치면 적게는 26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에 이른다.

트렉스타는 해당 건에 대해서 본사 공식 지시로 진행된 바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트렉스타는 일괄적인 영업정책으로 판매활동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매장에서 임의적으로 진행된 영업활동으로 재고, 판매차액이 발생되었으므로 중간관리자(백화점 브랜드 매니저)의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담당 과장의 임의 지시로 할인 판매가 실시됐다면 최종 입장은 담당자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A과장은 퇴사한 상태. 트렉스타는 A과장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씨를 비롯한 브랜드 매니저들은 본사가 할인 판매를 몰랐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가격이 정해져 들어오는 제품을 매장에서 할인해서 판매하려면 본사에서 할인이 가능한 전산망을 열어줘야 하고 일일·월말 정산을 하면 각각의 매출 상황이 본사로 전송되는데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매장을 접겠다는 의사를 전하기 전에는 정상적으로 수수료가 입금됐는데 매장을 접은 뒤에 문제를 삼는 것은 본사 측의 보복성 압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매니저들은 트렉스타를 공정관리위원회에 제소하는 한편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보복성 압박?

트렉스타는 '트렉스타 공식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사태해결에 나섰다. 트렉스타 측은 "6월25일 이전에는 자체적으로 할인이 가능한 상태였으므로 트렉스타가 백화점에서 자체적으로 할인'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며 "일부 브랜드 매니저들이 거론하는 것처럼 본사가 전산망을 열어주지 않았더라면 할인 판매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잘못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트렉스타가 말하는 할인'키'는 매장 내 POS단말기에서 할인이 가능하도록 전산망을 열어주는 것을 말한다.

트렉스타 관계자는 "금번 불미스러운 사건은 최종적으로 확인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트렉스타의 가족으로써 이번 사건이 일어난 점에 대해서 사과를 드린다"며 "내부적인 개선 방향을 찾아서 문제점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하겠으며 브랜드 매니저들과도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트렉스타는?

트렉스타는 부산에 위치한 국내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로 1988년 동호실업으로 출발, 90년대 초 사명을 성호실업으로 변경하고 트렉스타 브랜드를 론칭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 천진 1공장을 설립한 트렉스타는 90년대 후반 일본,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중국 제2 공장을 설립하는 등 사세를 확장했다.

2000년대에는 대만, 홍콩, 인도, 중국 시장에 진출, 사명을 트렉스타로 전환했으며 한국군 전투 군화 납품 계약을 체결해 군 납품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 및 아시아 등산화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세계 아웃도어 브랜드 랭킹에서 16위에 진입한 세계적인 브랜드로, 국내 유일하게 아시아, 미주, 유럽 등 세계 60여개국에 아웃도어 신발을 수출하고 있다. 트렉스타 대표이사는 한국신발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권동칠씨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