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일장춘몽’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22 09: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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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 잘 갔다 했더니…쪽박 차게 생겼다

[일요시사=사회팀] ‘법조인 출신 가운데 가장 성공한 기업인’으로 꼽히던 현재현 회장이 이끄는 동양그룹이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무너졌다. 형제기업인 오리온그룹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봤지만 허사였다. 이제 동양시멘트·동양네트웍스 등 주력 계열사들은 줄줄이 법정 관리 체제에 들어갈 전망이다. 현 회장은 지금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인 엘리트 CEO로 꼽혔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회사의 쇠락과 함께 무대 뒤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동양그룹의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의 ‘사위’로 유명한 현 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을 패스해 검사로 일하다 기업인으로 변신했지만 현재 그의 표정은 어둡다. 특히 현 회장은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신이 데리고 있던 임직원들한테까지 공격을 받고 있는 상태다.

엘리트CEO
한순간에 훅

올해 4월 기준 재계 순위 38위인 동양그룹은 한때 국내 5대 그룹 안에 들던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룹이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현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그룹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지 못하고 상황이 어려워졌음에도 ‘모호한 거래’를 통해 욕심을 부리며 ‘부활’할 수 있는 시기를 계속 놓쳤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CP(기업어음) 돌려막기로 그룹을 겨우 지탱해왔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계열사의 부실 채권 판매를 금지한다’는 규정이 동양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규정은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유예기간 동안 금감원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부실 채권 판매를 적극적으로 제재했다면 동양그룹 사태는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동양그룹은 시한부 선고나 다름없는 이 규정이 시작되는 10월 전까지 CP를 발행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규정이 시행되면서 더 이상 부실 계열사의 채권을 팔지 못해 돌려막기식 자금조달의 비참한 최후를 맛보게 된 것이다. 부채가 늘어가던 동양그룹의 5개 계열사가 동시에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갔다.


문제가 된 것은 이 계열사들이 위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를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또 각 계열사들의 개인투자자 비율이 99% 이상이었기 때문에 그 피해를 서민들이 감당해야 했던 것이다.

튼튼했던 동양그룹이 이렇게 무너지면서 현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만기를 앞둔 CP와 회사채를 상환하려고 동서인 담철곤(58)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지원을 부탁했지만 끝내 거절당하면서 우려했던 위기가 몰아닥쳤다. 유동성 위기를 막지 못하고 9월30일과 10월1일,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등 동양 계열사 다섯 곳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양 CP 투자자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고, 그룹의 공중분해는 시간문제다.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CP 불완전판매 의혹이 확산되면서 현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성난 투자자들은 현 회장 일가가 직접 책임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현 회장은 지난 17일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입혀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현 회장은 또 “전 재산은 회사 경영하는 데 사용해 통장잔고가 얼마 있는지 알지도 못한다며 얼마 전 개인금고에서 돈과 금괴를 빼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60년 동양그룹 순식간에 공중분해 위기
한때 재계 5위권 호령…이대로 무너지나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현 회장은 “이번 동양사태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남은 생애 지상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투자자들의 피해규모를 최소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무위원회 안덕수(새누리당) 의원은 현 회장에게 “동양증권은 그룹과 계열사가 유동성 자금난으로 허덕이고 있을 때 가정주부나 노인들을 상대로 전화를 걸어 동양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 CP에 투자하라고 권유하지 않았냐”며 “왜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도 직원들한테 ‘법정관리 들어갈 일 절대 없다’고 독려해 상품 판매를 부추겼냐”고 질문했다.


이에 현 회장은 “법정관리 직전, 회사채 CP 등을 발행한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임원들이 어떤 지시를 했는지, 창구에서 직원들이 어떻게 판매했는지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안 의원은 또 “이번 동양사태로 4만 명에 이르는 피해자가 생겨났는데, 기존 경영 일선에 있던 임원들을 모두 내보낼 수 있겠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현 회장은 “법정관리 신청할 때 이미 모든 경영권을 포기했고, 기존 경영진들 문제는 내가 지시할 사항이 아니라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현 회장은 최근 이혜경 부회장의 개인금고 인출 건으로 논란이 됐던 사건에 대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돈이나 금괴를 뺀 것이 아니라 수십년 된 결혼예물만 챙겼을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아내가 법정관리 소식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신변 정리 차원에서 개인 사물을 찾아와야 한다는 생각에 대여금고를 찾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은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에게 “왜 법정관리 직전 직원들에게 회사채 CP 등 사기성 판매를 독려했냐”고 추궁했다. 이에 정 사장은 “직원들을 모아놓고 했던 이야기는 현재 그룹 및 계열사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것 뿐 절대 판매를 권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동양 사태는
4만명 사기극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동양과 금감원 간의 로비 의혹에 대해 “원장 취임 직후부터 금감원과 동양그룹 제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로비나 부당행위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감 증인으로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이승국 전 동양증권 사장,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와 서진원 신한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이건호 KB국민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법원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계열 5개사에 대해 회생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당초 동양측이 관리인으로 추천했던 김철·현승담 동양네트웍스 대표 대신, 동양네트웍스 등기이사인 김형겸 상무보를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장인회사 물려받아 승승장구
잘 나가다 자금난에 ‘와르르’ 
오리온 담철곤과 엇갈린 행보

시멘트, 섬유, 가전, 증권 등 3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동양그룹은 200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부진으로 사업 적자가 발생하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그룹 모태이자 주력인 동양시멘트는 최근 3년간 18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동양도 2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렇게 자금난이 가중되자 2010년에는 알짜 계열사인 동양생명보험의 지분 46.5%를 보고펀드에 90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이 더뎠던 점도 그룹 붕괴를 앞당겼다. 지난해 12월 당초 부실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시멘트, 화력발전, 금융부문 등을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었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그룹의 캐시카우 구실을 충실히 하던 동양매직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한 에너지부문(동양파워) 지분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매각은 끝내 수포로 돌아갔다.




동양의 빈번한 매각 실패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시장의 불신이 깊었던데다, 현 회장 등 경영진이 구체적 매각 대금이나 경영권 유지 여부를 따지다 결국 자산 매각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동양은 동양매직 매각 작업이 한창이던 7월 말 협상 대상을 교원그룹에서 사모펀드인 KTB PE로 변경했지만, 9월30일 KTB PE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무산됐다. 동양 관계자는 “당시 KTB PE가 교원그룹보다 가격을 200억원 높이 부르면서 협상 대상을 바꿨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믿었던 동서회사
오리온 지원 거부

동양은 이러한 자금난을 타개하고자 동양증권의 영업력을 이용해 CP와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자금을 마련했다. CP와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CP와 회사채를 발행하는 ‘폭탄 돌리기’가 법정관리 직전까지 계속됐다. 금융권 차입보다 회사채 발행이 많았기에 개미들의 피해가 크다. 이번 사태를 두고 ‘1999년 대우 회사채 파동’ 이후 최대 피해 규모라는 얘기도 흘러나올 정도다.

위기의 동양이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었던 것은 현 회장 동서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었다. 동양은 담 회장이 개인적으로 가진 주식을 담보로 5000억∼1조원의 자사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해 CP와 회사채를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 그룹 오너 일가는 추석 성묘를 마치고 고 이양구 동양 창업주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 자택에서 만나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담 회장과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끝내 거절했다. 이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최근 동양으로부터 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불면의 밤을 보내며 고민했으나 오리온은 존속과 번영을 지속해야 한다”며 거절 이유를 밝혔다. 담 회장 부부는 지분을 담보로 내놓았다가 자칫하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담 회장이 4월 대법원에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있다. 재계에서는 ‘피보다 시장이 진했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4만 명 피해자 발생 
“무조건 엎드려 사죄”

동양은 국내 재벌가에서는 드물게 사위가 경영권을 승계한 그룹이다. 맏딸 내외는 동양을, 둘째딸 내외는 2001년 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오리온그룹을 맡고 있다. 현 회장과 이혜경 동양 부회장은 1976년 집안끼리 잘 알고 지내던 고 김옥길 전 이화여대 총장의 소개로 결혼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대학 3학년 때 사법시험(12회)에 합격했다. 고려대 초대총장인 고 현상윤 박사가 그의 조부이고 부친은 고 현인섭 이화여대 의대 교수다.


현 회장은 1975년 부산지검 검사로 재직하다 결혼 후 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입사했다. 그는 장인인 이양구 회장과 함께 직접 경영 현장을 누비며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 회장이 83년 고혈압으로 건강을 잃자 현 회장은 34세 나이에 동양시멘트 사장에 선임돼 이때부터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주도해왔다.

모두 가지려다
모두 잃었다

현 회장은 증권사를 인수하고 신규 회사를 설립하면서 회사 몸집을 키웠다. 84년 일국증권을 인수하는 것을 계기로 시멘트와 제과 일변도이던 동양을 금융업 중심으로 업종 다변화시켰다. 93년부터는 동양의 금융부문 매출이 비금융부문 매출을 앞지르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결국 동양을 지켜내는 데는 실패했다.

한편 법정관리 신청으로 현 회장의 그룹 경영권 유지는 어려워졌다. 현 회장이 지분 30%를 보유한 동양레저는 ㈜동양의 지분 36.25%를 갖고 있어 그룹 경영권의 연결고리 구실을 하는데, 이 두 회사는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개연성이 크다. 채무 변제 과정에서 현 회장의 지분 가치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등 3사에 대한 법정관리는 예견된 수순이었으나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는 논란을 남겼다. 동양시멘트는 동양의 주력 회사이고, 동양네트웍스는 현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다. 특히 동양시멘트의 경우 부채비율도 190%대로 다른 계열사보다 현저히 낮고 문제가 된 CP도 거의 발행하지 않았다. 두 계열사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등 자체적인 재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현 회장은 법정관리의 길을 선택했다.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법정관리 결정에는 그룹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핵심 관계자들조차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해체된 전략기획본부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비교적 건전한 편이고 부실 규모가 작았던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가 법정관리를 받기로 결정됐다는 사실을 공시가 나기 직전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법정관리는 자율협약보다 채권단의 간섭을 덜 받고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경우 자율협약 개시와 함께 경영권이 박탈됐는데 이 점을 고려한 선택 같다”고 분석했다. 법정관리의 경우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기존 관리인 유지(DIP)’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풍파에도 현 회장이 재기할 수 있을까.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엇보다 부실 CP 판매 책임이 크다”면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려면 현 회장의 자택을 팔아서라도 피해를 변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회장과 부인 이 부회장이 공동 소유한 서울 성북구 성북동 자택은 토지면적 1478㎡(약 447평)에 지하 2층, 지상 3층 건물로 땅값만 9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법원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해당 토지와 건물에는 어떠한 담보설정도 돼 있지 않았다.

어쨌거나 동양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4만 명에 달하는 동양그룹 회사채와 CP 투자자들이 될 것이다. 현 회장은 모든 것을 얻으려다 모든 것을 잃게 생겼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현재현 회장은?

▲서울 출생
▲경기고 졸업
▲서울대 법학 학사, 민법학 석사
▲스탠퍼드대학교경영대학원 국제금융 석사
▲동양시멘트 이사
▲동양시멘트 사장
▲동양증권 회장
▲동양그룹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회의 의장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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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