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대화록 미스터리 '키맨들'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14 13: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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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세력 대위기…노무현 사람들 '정조준'

[일요시사=사회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을 놓고 여야의 정치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최초 'NLL 포기 발언'으로 시작한 이번 논란은 사초 파기 논란으로 진화하더니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정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실종된 대화록'은 처음부터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던 것일까.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해 10월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는 발언을 했다. 당시 민주당은 정 의원을 허위사실유포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NLL 논란
타깃은 참여정부

이른바 'NLL 논란'은 대선을 앞둔 정국의 핵심 변수였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관련된 사람들이 (사실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야권에 대한 공세를 높였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비밀대화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불을 놨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NLL 논란은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도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지난 6월20일 또다시 NLL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회 정보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상기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국정원이 보유한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국정원 댓글' 수사가 현 정권을 압박하던 시기에 나온 '신의 한수'였다.


야당 입장에선 악재였다. 논란의 중심에 선 문재인 의원은 "진실 규명을 위해서 국정원에 있는 정본 혹은 원본을 열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같은 달 24일 회의록 전문 및 발췌본을 국회 정보위에 공개했다. 이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알려졌다.

여야 정치공방 가열…올가미에 걸린 참여정부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이유 '수수께끼'

이틀 뒤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이 북한과 같은 것으로 드러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여당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집요하게 참여정부를 물고 늘어졌고, 민주당은 관련한 여러 의혹들을 제기하며 역공에 나섰다. 여야 간 크고 작은 설전은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다.

평행선을 거듭하던 NLL 논란은 지난 7월2일 여야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회의록과 녹음 기록물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국가기록원에 요구하는 안건을 의결하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진실의 키를 쥐고 있는 '원본'이 없었다. 7월22일 여야 10인의 열람위원단은 "국가기록원에 대화록 원본이 없다"는 보고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논란이 또 다른 곳으로 옮겨 붙었다.  국기기록원에 '원본'이 없다는 사실은 이른바 '사초(史草) 파기' 논란으로 확산됐다.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사초 파기를 직접 지시했다"며 'NLL 포기'에서 '대화록 파기'로 쟁점을 틀었다.

NLL 묻히자
대화록 만지작

앞서 문 의원을 비롯한 참여정부 인사들은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확실히 넘겼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마땅히 있어야 할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자 일각에선 "이명박정부 때 고의로 폐기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반대로 새누리당에선 "이관하지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은 수정을 거친 '최종본'이고, 따로 '원본'이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원본에는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등이 있을 것이란 추측도 가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7월25일 새누리당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참여정부로부터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모든 자료를 압수·분석했다.

8월16일부터 48일 동안 755만건이란 엄청난 기록물이 차례로 열람됐다. 하지만 대화록은 없었고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서 빠져나간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실종'된 것이다.

지난 2일 검찰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가기록원에는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더불어 "봉하 이지원(e-知園)에선 대화록 2개가 나왔다"고 전했다. 즉 봉하 이지원에 있는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으로는 이관되지 않았던 것이다.

'봉하 이지원'은 '청와대 이지원'을 그대로 본 딴 것이며, '이지원'은 청와대로 보고되는 문서 등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혹은 라이브러리)을 뜻한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2008년 2월 이지원을 통째로 복사해서 봉하마을로 가져갔다가 기록물 유출 논란이 일자 같은 해 7월 이지원을 국가기록원으로 반납했다.




검찰에 따르면 봉하 이지원에 있던 대화록 1부는 국정원이 국회 등에 공개한 대화록과 내용이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원본으로 추정되는 대화록은 삭제된 것으로 검찰은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삭제된 원본을 복구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삭제'와 '복구'란 표현은 노무현재단에 의해 반박됐다.

지난 9일 노무현재단은 "최종본(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던 대화록)이 만들어지면 초안(원본)은 삭제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럼에도 검찰이 삭제나 복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흡사 의혹의 대상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무현재단 측의 해명에 따르면 대화록은 삭제된 것이 아니라 '발견'된 것이다. 앞서 참여정부는 원본의 일부 오기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최종본을 완성했고, 이에 따라 최종본만을 국가기록원에 넘기기로 했다. 그리고 중복된 문서(원본)를 넘기지 않기 위해 기술적으로 원본의 제목을 삭제했는데 이를 '문서의 삭제'라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 이지원을 그대로 옮긴 봉하 이지원에 대화록이 있는 것은 당연하며, 원본과 최종본, 국정원에 이관된 또 다른 최종본 역시 내용엔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원본과 최종본의 차이점은 '저'를 '나'로 바꾸고, 일부 오기된 인물의 명칭 등을 수정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의문 갈수록 확산
"이관 왜 안됐나"

하지만 이 같은 노무현재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중간 수사발표는 새누리당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삭제됐고, 또 봉하마을로 불법 유출됐고, 국가기록원에 애초부터 이관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노무현정부가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을 마음대로 지우고 마음대로 빼돌린 것"이라고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대선 유세에서 낭독한 대화록을 이제 와서 실종됐다고 말한다면 그 대화록은 도대체 무엇이었나"라고 반문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국정원으로부터 국가기밀로 분류된 대화록을 불법으로 입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전해철 의원 역시 "대화록의 최종본은 결국 있는 것"이라며 "최종본이 없어졌다면 삭제가 맞지만 현재 초안은 리스트에 없을 뿐 내용목록과 표제부, 문서관리부, 대화록 원본은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최종본만을 대화록으로 인정할 것이냐' 아니면 '초안도 대화록으로 인정할 것이냐'를 놓고 거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 대화록이 실종된 경위를 놓고도 '의도된 누락'인지 아니면 '착오'인지를 두고 다투고 있다.

대화록 실종의 비밀을 알고 있는 '키맨'들은 차례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 첫 번째 '키맨'은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자리에 배석했다. 당시 녹음된 대화 내용은 국정원으로 넘겨졌고 국정원은 녹음파일을 풀어 조 전 비서관에게 넘겼다. 이후 조 전 비서관은 국정원의 녹취록을 토대로 대화록을 작성, 이지원에 등록했다.

누구보다 대화록의 실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조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1월 기록담당 비서관 회의를 열어 대화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 이지원에 있던 '최종본'을 '삭제'한 후 봉하 이지원에만 최종본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이지원에서 국가기록원으로 넘어가야 할 '최종본'이 이관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따졌을 때 사초가 실종된 것이란 입장이다.


이는 조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거나 혹은 독자적으로 판단해 기록물을 삭제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은 "기록물 삭제를 한 적이 없다"며 "일부 표현이 부정확한 것을 바로잡은 것이 전부"란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키맨은 김경수 전 청와대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이다. 김 전 비서관은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초본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여러 번 고치고 기록관리비서관이 최종적으로 오케이 하면 최종 기록물만 '기록물'로 인정되고 나머지는 절차에 따라 이관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관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검찰이 발견한 대화록 ‘원본’은 기록물 이관의 가치가 없는 ‘미이관 문서’다. 그러나 제목이 없을 뿐 원본은 분명히 존재했고, 국정원에도 대화록이 이관된 걸 봤을 때 고의로 대화록을 폐기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본래부터 폐기 의도가 있었다면 국정원과 국가기록원 모두에서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한쪽으로만 기록물이 이관된 게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기록물이 국정원으로만 이관됐을 가능성 또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가기록원으로 보내진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최소 15년 동안 열람이 금지된다.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국가기록원으로 대화록을 보내지 않았다는 일종의 ‘선의론’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정 의원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상회담 대화록은 후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열람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지정기록물로 해놓으면 그렇게 하기 힘들다. 그런 점을 감안해 노 전 대통령은 편의상 국정원이 회의록 한 부를 관리하도록 지시한 것을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는 없었다"며 '선의론'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없을 것"이란 입장을 피력했다. 김 전 비서관은 조 전 비서관에 이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조명균·김경수·임상경·김만복 핵심 4인 
남재준 '녹취파일' 공개할까…후폭풍 예고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도 핵심증인 중 1명이다. 지난 10일 검찰은 "확보한 동영상이 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전 청와대에서 기록물 재분류 회의를 열었다"고 한 언론에 정보를 흘렸다.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삭제' 혹은 '지정물 분류'란 표현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임 전 비서관은 "이지원에선 삭제가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는 게 동영상 내용의 핵심이다. 

그러나 자체 녹화한 동영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참여정부 인사들의 주장이다. 즉 내부자 누군가가 몰래 동영상을 촬영했거나 '제3의 기관'에서 '도촬'을 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동영상의 실재 여부와는 별개로 영상 속 등장인물이 본인이 맞는지 그날 회의서 어떤 얘기가 오갔고, 대화록 처리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났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임 전 비서관이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도 핵심 키맨 4인 중 1명이다. 김 전 원장은 지난 6월 대화록 논란 과정에서 "나는 분명히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2007년 10월에 (대화록을) 작성해 청와대와 국정원에 각 1부씩 보관하도록 했고, 나머지는 전부 파기하라고 국정원 간부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복수언론이 밝힌 "2008년 1월에 대화록이 작성됐다"는 사실과 배치되는 해명이다.

김 전 원장은 조 전 비서관과 함께 정상회담에 배석했으며 조 전 비서관이 회담장에서 녹취한 음원 파일을 풀어 '원본' 녹취록을 만든 인물이다. 김 전 원장이 만든 이른바 '국정원본(혹은 최종본)'은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된 '최종본'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김 전 원장이 '원본' 폐기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삭제지시 없었다"
그럼 대체 누가…

한편 지난 8일 남 원장은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 자리에서 "여야가 녹음파일 공개를 요구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해 이번 논란의 또 다른 후폭풍을 예고했다. 하지만 수사선상에 오른 참여정부 인사들 역시 녹음파일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남 원장의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남북회담 대화록 실종 일지]

◇2007년
▲10월3일 노무현 전 대통령·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남북정상회담
▲10월4일 남북정상선언문 발표
▲10월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위원장 간의 두 차례 회의 대화록 작성
▲10월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노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청와대와 국정원에 각각 1부씩 보관하고 나머지 폐기할 것을 국정원 담당자에게 지시

◇2008년
▲1월 국정원 대변인 "국정원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새로 작성, 어느 곳에도 보고하지 않음"
▲3월 원세훈 국정원장 취임
▲4월 국정원의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검토 보고서(대외비)' 작성

◇2012년
▲10월8일 새누리 정문헌, 국회 외통위 국감에서 "노무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10월10일 남북정상회담 배석자인 참여정부 인사(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안보실장) 반박 기자회견
▲10월11일 정문헌 "(이재정) 전 장관이 말한 대화록이 (내가 말한) 대화록이다. 북한의 녹음기록 등을 토대로 작성한 것" 발언
▲10월12일 정문헌 "노 전 대통령, '남측은 앞으로 NLL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 재차 강조
▲10월12일 문재인 "정문헌 의원 발언이 사실이라면 제가 책임질 것"
▲10월12일 박근혜 "관련된 사람들이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
▲10월17일 민주당,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위반으로 정문헌·이철우 의원, 박선규 전 새누리당 대선캠프 대변인 고발
▲11월1일 새누리, 민주당 이해찬 대표 무고 혐의로 맞고소
▲11월15일 새누리, NLL 발언 관련 자료 등 제출 촉구 요구안 국회 제출
▲11월19일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원세훈 국정원장 직권남용 고발
▲12월4일 검찰, 정문헌 의원 '이해찬 무고죄 고소' 관련 고소인 조사
▲12월17일 국정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 서울중앙지검에 제출

◇2013년
▲1월16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 열람·분석
▲1월25일 정문헌 의원, 검찰 출석
▲1월31일 이철우 의원, 박선규 전 대변인 검찰 출석
▲2월21일 검찰, 정문헌 등 전원 무혐의 처리
▲6월16일 민주당 박영선 "NLL 포기 논란이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짜놓은 시나리오에 의한 것" 발언
▲6월18일 새누리 정문헌, "박영선, 허위사실 유포" 수사 촉구
▲6월20일 정보위 여당, 국정원 보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 열람. '노 전 대통령, NLL 포기했다' 주장과 전문 공개 추진 발표
▲6월21일 민주당 김한길,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국정조사 전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 입장 발표
▲6월21일 새누리, 발언록 전문공개 및 'NLL 포기발언' 논란 관련 실체규명 위한 국정조사 요구
▲6월21일 민주당 문재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제안
▲6월21일 민주당, 열람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남재준 국정원장, 한기범 국정원 1차장 등 7명 고발
▲6월24일 국정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록?전문 공개
▲6월25일 민주당, 정문헌·서상기 의원 사퇴 촉구
▲6월26일 새누리, "NLL 포기발언 책임" 문재인 의원 사퇴 촉구
▲6월26일 새누리 김무성 의원 NLL 대화록 사전 입수 논란
▲6월28일 새누리 황우여, 민주당에 NLL 수호 공동선언문 작성 제안
▲6월30일 민주당 문재인, "NLL 포기발언 사실이면 정계은퇴" 발언
▲7월2일  'NLL 대화록 원본 자료제출요구안' 국회 본회의 통과
▲7월8일  문재인 "NLL 약화시키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 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 NLL 수호의지 확고" 발언
▲7월15일 여야 열람위원 10명, NLL 대화록 예비열람
▲7월17일 여야 열람위원 10명, NLL 대화록 2차 예비열람
▲7월18일 여야, '대화록 실종' 발표
▲7월19일 여야 열람위원 전문가 동원 추가검색
▲7월22일 여야 열람위원, 운영위 보고 "대화록 없어"
▲10월2일 서울 중앙지검 공안 2부, 중간수사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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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