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창공원 국립묘지화 공방전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15 15: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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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안장된 효창공원…국립묘지 승격 난항

[일요시사=사회팀] 편의시설의 이용도가 높은 효창공원은 지역주민들이 애용하는 근린공원이다. 그리고 동시에 사적지이도 하다. 알고 보면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곳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에 자리 잡은 효창공원에는 백범 김구 선생 등 애국선열들의 묘소가 있다. 이곳은 현재 근린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국가가 아닌 구청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이에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지난 7월, 효창공원을 국립묘지로 추가 지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며 논란이 일고 있다.

뜨거운 찬반논쟁

지난 7월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효창공원 국립묘지 승격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특히 효창공원 인근 주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효창공원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를 비롯해 안중근 의사의 가묘,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 등 애국선열들의 묘소가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이곳은 현재 ‘근린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효창공원을 자주 찾는 지역 주민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효창동 주민 A씨는 “공원을 파헤쳐 완전 묘지로 바꾸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며 “애국선열들의 묘소를 국가에서 관리하는 건 당연한 예우다”라고 말했다.

반면 주민 B씨는 “시간날 때마다 효창공원을 한 바퀴 돈다”며 “국립묘지로 지정되면 야간 이용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하며 국립묘지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효창공원 독립묘지 논란은 어떠한 이념이나 정치공학과는 별건”이라며 “애국선열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묘역과 공원은 분리돼 있다”며 “추가안장은 계획된 바 없고 체육시설은 전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이 공원을 이용함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광진 의원 개정안 발의

지역서 갑론을박

현재 백범 김구 선생의 묘역을 지키는 건 CCTV 한 대 뿐이다. 이마저도 야간에는 가동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리의 주체가 지자체가 아닌 국가가 된다면 24시간 관리의 여력이 생긴다는 것. 또한 추모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즉 관리하는 주체만 구청에서 국가로 달라질 뿐 실질적으로 변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용산구의회는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반기를 들고 지난 8월 ‘효창공원 국립묘지화 입법추진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을 발의한 김정재 의원(새누리당)은 “주민들은 현재 근린공원이 좋다는 입장”이라며 “국립묘지가 되면 공원 이용에 제약이 있어 참배밖에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지역의 부동산 가격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새누리당 소속 용산구 구의원 등은 효창공원 앞에서 ‘국립묘지 결사반대, 서울 한복판에 국립묘지 웬 말이냐’라는 현수막을 걸고 주민들을 상대로 반대 서명에 돌입하기도 했다.

편의시설의 이용도가 높은 근린활동의 공원과 사적지라는 두 가지 특성을 갖고 있는 효창공원. 겉보기엔 근린공원이지만 주변 안내판을 보면 사적지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경건한 참배 공간에 대한 인식의 혼재를 보인다. 효창공원에 대한 다양한 인식만큼, 관리하는 관련단체도 꽤나 복잡하다. 사적 330호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사적지 주변관리는 문화재청에서 담당, 백범기념관은 국가보훈처, 일부 지역은 서울시 소유지만 실질적 관리는 용산구청이 맡고 있다.




효창묘로 시작된 효창공원은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왕실과 관련된 신성한 묘역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효창원-효창원 공원-효창원 골프장이 공존했다. 백범 김구 선생은 효창공원의 순국선열 묘역 조성과정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었다. 김구 선생도 서거 후 삼의사 묘역 좌측에 안장되어 효창공원이 순국선열들의 장소로 변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변화는 공원에 대한 이용자의 행동에도 영향을 끼쳤다. 기존 휴식과 위락의 장소였던 공원에 추모객들이 증가하였으며, 순국선열에 대한 상징 이미지는 효창공원의 새로운 시설물 도입 시 상반된 의견으로 갈등 요인이 됐다.


[찬]“국가가 관리해야”
[반]“공원 이용에 제약”

당시 국민체육관 건립계획은 선열묘역의 이장을 동반하여 유족의 반발로 연기됐지만, 국제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효창운동장의 건립에도 갈등은 내재돼 있었다.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효창운동장은 완공됐다. 그리고 효창공원의 면적 축소와 함께 연못과 소나무가 멸실되어 효창원의 기억과 흔적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공간의 외형적 변화는 이해집단 간 역학관계가 포함돼, 이들의 결정에 따라 물리적 변형이 발생했다. 묘역과 공원, 선열묘역과 운동장 조성에서 갈등이 크게 표출된 것이다. 또한 과거 백범 김구의 정치적 숙적관계였던 이승만 대통령은 김구묘역에 대한 정치적 의도로 효창운동장 건립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독립운동가 후손과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결국 효창운동장은 그들의 의해 조성됐다.

이처럼 효창공원은 조선시대 왕족의 묘역이었지만, 일제강점기에는 공원으로, 해방 이후에는 선열묘역으로  1980년대 이후에는 문화재와 생태 터로 다양한 장소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효창공원에 진행되어 온 계획들은 특정권력이나 이해관계가 속한 집단의 요구로 변모했다.

혼재된 장소성

최근에는 공원이용자의 일상적인 경험이 중요시되어 공원 기능을 부각시키는 요구도가 높아졌고, 관할 관공서는 이를 수용해 공간에 반영했다. 이러한 시기별 다양한 이해관계와 요구 반영은 현재의 혼재된 장소성을 지닌 효창공원의 사회적 배경이 됐다.

효창공원에서 진행된 계획은 과거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이 아니라, 기억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효창공원의 과거 기억은 계속 망각됐다. 조선시대 주어진 ‘효창’이란 명칭만 남았을 뿐이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효창공원의 변화>

▲조선시대-효창묘와 효창원
▲일제강점기-효창원, 효창공원과 효창원 골프장
▲해방 이후-효창공원의 선열묘역화
▲1961∼1981년-효창공원의 근린공원화
▲1982∼1989년-문화재로서의 효창공원
▲1990∼현재-혼재된 정체성의 효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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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