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돌아온 홍사덕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07 16:11:51
  • 댓글 0개

올드보이의 귀환… ‘박근혜 호위’ 삼각편대 완성

[일요시사=사회팀] 과거 박근혜 경선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자타가 공인하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홍사덕. 대선 이후 잠잠했던 그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의장에 선출되면서 ‘올드보이’의 귀환이 완성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친박계 좌장으로 꼽혔던 홍사덕 전 의원이 지난 2일 민간통일기구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새 대표상임의장에 선임됐다. 이 자리를 통해 정치권에 복귀한 것이다. 홍사덕의 복귀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10·30 경기도 화성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이 유력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친박 원로들의 정치 귀환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올드보이 호위무사’ 삼각편대의 진용이 완성된 셈이다.

올드보이 복귀는
박 대통령의 뜻

박 대통령의 최측근 원로그룹으로 꼽히는 홍 의장이 민화협의 새 대표 상임의장으로 내정되면서 향후 국정에 박 대통령의 최측근 원로그룹이 국정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화협은 지난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언론회관에서 공동의장단회의를 열어 홍 의장에 대한 공동의장 선임 안건을 의결한 뒤 상임의장에 임명, 상임의장단 회의에서 대표상임의장으로 추대할 계획이다.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변경은 임기가 1년 남은 현 김덕룡 대표상임의장의 사퇴 결단과 후임자 지목에 홍 의장으로 결정됐다.

민화협은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 합의를 이끌어내고, 민족 화해 협력과 평화를 실현하고, 민족 공동변영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1998년 9월 3일 진보, 보수, 중도가 함께 모여 결성한 시민 단체다. 국내 200여개 정당 및 종교·사회단체의 통일운동 상설협의체다. 격월간지로 《민족화해》도 발행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지난 1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상임의장이 최근 사임 의사를 밝혔다. 공동의장단에 ‘홍 의장이 새 대표상임의장을 맡는 것이 좋겠다’고 추천 의사도 전했다”며 추대 과정을 설명했다. 지난 4월 1차 대표상임의장직 제안이 있었으나 “정권 초반 ‘친박일색’은 부담스럽다”며 홍 의장이 사의를 표했지만 이번엔 성사됐다.


추대는 정부와 청와대 간 물밑 작업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민화협 소속 한 시민단체 사무총장은 “김 대표상임의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며 배경을 자세히 소개했지만 청와대의 의중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민화협 의장이 무슨 권력기관장도 아니고, 오랜 기간 사회갈등 해소에 기여했던 분이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하기에 적절한 분이라는 판단이 있었다”며 홍 의장의 민화협 의장 내정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밖의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홍 의장은 개인사 측면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한 명예회복 문제가 걸려 있다. 지난해 불법정치자금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올해 1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 의원으로 경륜이 풍부하긴 하지만, 이런 비리 전력 때문에 박 대통령의 민화협 의장 낙점은 ‘보은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홍 의장은 2007년과 2012년 ‘박근혜 경선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는 점에서 최근 논란을 빚었던 서청원 전 의원의 공천논란과 닮아 있다. 벌써부터 내년 7월 재보선 등판 가능성도 거론된다.

뼛속까지
친박의 복귀

홍 의장이 민화협 의장에 선출된 소식에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불법선거자금 유죄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친박의 좌장격인 홍사덕 전 의원이 화려한 귀환을 앞두고 있다”며 “(홍 의장이)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새 대표 상임의장으로 내정됐다는데 민화협이 국민적 합의는 커녕 저항과 반복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화협 의장으로 선출…청와대 의중 작용?
김기춘·서청원…박의 남자들 줄줄이 복귀

김 대변인은 이어 “유죄 판결을 받은 지 9개월 밖에 되지 않는 홍 의장의 화려한 복귀를 진두지휘했을 청와대의 무례함과 국민에 대한 무도함을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며 “더구나 10월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는 비례대표 공천 헌금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서청원 전 의원의 공천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의 올드보이 귀환 작전,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정치와 사회를 후퇴시키고 있다”며 “이 정부가 진정으로 잘 되기를 원한다면 홍사덕·서청원 전 의원은 솔직하게 자신들의 과거를 고백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원조 친박들을 불러들이는 이유는 박 대통령이 편안한 사람을 쓰겠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박 대통령이 본인의 생각을 받들고 이해하고 뒷말 안 해도 알아서 해주고 그런 사람을 찾다보니 원조 친박들이 중용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편하니까 나이든 사람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친위체제 강화”라면서 “박 대통령이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마음이 통했던 사람을 가까이 두려 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올드보이 귀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원조 친박들을 챙기는 것은 단순한 보은이라기보다는 피눈물 나는 대권 5년 재수를 지켜준 사람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홍 의장은 작년 5월 “5.16에 관한 평가를 박근혜 전 대표에게 묻는 것은 세종대왕에게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운 게 역성혁명이냐 군사쿠데타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철저히 박근혜 친위부대임을 자임했었다.
한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화성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정부가 성공하도록 돕겠다”며 화성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홍 의장의 ‘귀환’을 계기로 이른바 ‘친박 원로’의 정국 장악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서청원 전 의원과 홍 전 의원까지 속속 정계에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서 전 대표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회에 다시 진출한다면, 이들 원로들이 청와대(김기춘)와 새누리당(서청원), 외곽조직(홍사덕)에서 각각 박 대통령을 대리하며 국정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계에 입문해 ‘친박 VS 친이’ 대결에서 박 대통령 편에 섰던 정치이력으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서 전 대표는 YS정부 정무장관을 역임했고, 1998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때는 박 대통령 공천에 관여했다. 홍 전 의원은 2000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 박 대통령의 부총재 시절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16대 총선을 지휘했다. 김 실장 역시 YS정부 정무장관을 거쳐 박 대통령 원로그룹 ‘7인회’의 핵심 멤버다.

이들은 각기 청와대(김기춘)와 새누리당(서청원), 외곽(홍사덕)에서 박 대통령을 방어하는 ‘호위무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내 일각에서는 “친박이 견고하게 노령화, 보수화 기조로 접어들었으며 여권의 ‘정치 시계’가 13년 뒤로 돌아갔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권력노인 3인방
정국 휘어잡나

홍사덕은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 입학했다. 1968년 졸업 후 중앙일보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했다. 이후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그 뒤 신민당 대변인으로 ‘촌철살인’의 즉석 논평으로 이름을 높이며 방송에도 출연하고 정치평론가로 활동했다. 그리고 81년 1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민한당 국회의원이 됐다. 그뒤 신민당 대변인, 민주당 부총재, 민주당 대변인 등을 지냈다.

85년 12대 총선 이후 사실상의 관제 야당이었던 민한당을 흡수한 신한민주당(신민당)은 100여석의 거대야당으로 탈바꿈해 직선제 개헌을 모토로 내걸고 제5공화국에 대한 선명투쟁을 선언했다. 당시 김영삼 김대중 양김씨가 정치규제에 묶여있었기 때문에 신민당의 총재는 이민우가 맡고 있었지만, 실권은 거의 없었다. 홍사덕은 이런 이민우 총재 밑에서 당대변인을 맡아 소장파 재선 의원이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88년 13대 대선 이후에는 반(反) 양김 노선을 주장했다가 14대 대선을 앞두고는 민주당에 입당해 김대중 후보 진영의 대변인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직선제 개헌 이후 양김이 분열하자, 홍사덕은 무소속의원으로 있다가 13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구 을에 출마해 이태섭에게 패하고 원외로 밀려났다. 그러던 중 1990년 삼당합당을 거부한 이기택이 주도하는 민주당(소위 꼬마민주당)에 노무현, 박찬종 등과 함께 참여했고, 91년 민주당과 김대중이 이끄는 신민당과 합당하여 통합 민주당을 창당하자 이에 합류하여 제14대 국회의원(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됐다.

‘자타공인’대통령 최측근
‘올드친박’전성시대 열리나

그는 국군보안사령부의 사찰대상 중 한 사람이 되어 노태우정부로부터 감시당하였는데, 90년 10월4일 오후 6시40분쯤 외국어대 재학 중 민학투련 출신이었던, 탈영병 윤석양 이병의 폭로에 의해 밝혀졌다. 윤석양은 탈영 후 서울시 연지동 기독교회관 7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양심선언」을 통해 탈영 당시 보안사에서 갖고 나온 동향파악대상자 개인색인표 신상철, 이들 내용이 입력된 컴퓨터디스킷을 공개했다.

그러나 95년 지방선거 이후 김대중이 정계에 복귀하면서 통합민주당에서 소속의원들을 탈당시켜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자, 홍사덕은 이에 반발하여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았다. 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강남구 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됐다.

그는 97년 무소속 의원 신분으로 문민정부의 마지막 정무장관으로 입각하기도 했으나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에 입당하지는 않았으며, 98년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2000년 초까지 무소속으로 의정활동을 했다.

거꾸로 가는
시계태엽


2000년 1월19일 장기표와 함께 ‘1인 보스정치와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가칭 ‘무지개연합’ 창당을 선언했으나, 8일 만에 연합이 해체되면서 무지개연합을 망하게 했다는 말이 있다. 1월27일 돌연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를 놓고 그가 주장해온 1인 보스정치 청산의 종착역이 한나라당이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입당 직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와 함께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 한나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되었으며, 2000년 6월5일 국회 부의장이 됐다.

2004년, 한나라당 원내총무로서 민주당 유용태 원내총무와 함께 노무현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갑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열린우리당 한명숙 후보에게 근소한 표차로 패배했다.

2005년, 경기도 광주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한나라당이 탄핵의 역풍이 가라앉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진섭을 전략공천하자, 이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여전히 탈당한 상태라 선거 운동 당시 자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7월에 복당 신청을 했으나 이명박 후보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2007년 7월30일 대통령 후보자 이명박은 반드시 진다는 ‘이명박 필패론’을 주장했다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에게 “망당(亡黨)전문가 홍사덕, 정권 교체를 또 가로막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2008년 3월, ‘친박연대’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고,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 서구에 출마하자, 한나라당과 진보신당 대구지부로부터  ‘정치도의를 모른다, 철새다’ 등의 맹비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종현 후보를 6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후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2012년 4월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서울 종로구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민주당 정세균 후보에게 꺾여 낙선했다. 그해 10월2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매우 유명한 <지금, 잠이 옵니까?> 등이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홍사덕은?>

▲경북 영주 출생
▲중앙일보 기자
▲제11대 민한당 국회의원
▲제12대 신민당 국회의원
▲민주당 부총재
▲제14대 민주당 국회의원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대표
▲제15대 국회의원
▲정무제1장관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제16대 국회 부의장
▲한나라당 원내대표
▲친박연대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제18대 국회의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