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데렐라 활극' 동양-오리온 동상이몽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0.01 13: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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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냐 회사냐…담철곤은 실리를 택했다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 서열 38위 동양그룹을 이끄는 현재현 회장이 벼랑 끝에 섰다. 자금확보를 위해 여기저기 손을 벌리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기업어음 등은 하루하루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믿었던 동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등을 돌렸다. '물'보다 진한 '피'는 '돈'보다는 연했다.




동양그룹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그룹 주력이었던 동양종금을 비롯한 금융계열사들의 부실악화로 퇴출직전 상태에 몰렸던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이를 외면했고 동양그룹은 금융계열사에 자체 자금을 쏟아부어 가까스로 위기탈출에 성공했다.

15년 만의 위기
현 회장 선택은?

15년이 지난 지금 동양그룹은 또 다시 벼랑 끝에 섰다.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최대 원인은 고질적인 재무구조 부실을 꼽을 수 있다. 외환위기 때 악화됐던 그룹 재무구조는 동양증권 등에서 고금리를 약속하고 발행한 동양 관련 CP(기업어음) 등으로 돌려막으면서 간신히 유지해왔다. 그런데 최근 증권사가 계열사 CP를 발행하지 못하게 금융투자업 규정이 바뀌면서 자금 조달의 길이 막혔고 미뤄둔 계산서가 한꺼번에 날아든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동양그룹의 CP 규모는 1조1000억원대다. CP외에 채권단 보유 여신도 9000억원 정도에 달한다. 동양그룹은 채권단 보유 여신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만기를 연장해놓은 상태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동양증권에서 CP 매각도 10월부터는 금지되기 때문에 자금조달 방법이 없고 그렇게 되면 동양은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궁지에 몰린 동양그룹은 계열사 보유 자산들을 기초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최대 1조원 가량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낮은 신용등급을 보강하기 위한 신용 제공처를 백방으로 찾아왔다.

그러나 선뜻 신용보강에 나서는 기업은 없었고 결국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동서지간인 담철곤 오리온 회장에게 SOS를 쳤다. 담 회장과 그의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각각 12.91%, 14.49%)을 담보로 신용을 보강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을 하고 이후 동양매직 등 계열사 매각을 성사시키면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담 회장 부부의 지분율은 28.81%로 시장 가치로 보면 1조6000여억원에 해당한다.

현 회장과 담 회장은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사위들이다. 이 창업주의 장녀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현 회장의 부인이고, 둘째 딸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이 담 회장의 부인이다. 부인들로 보면 '자매 그룹'이고 사위들로 보면 '동서 그룹'이다. 두 부부는 서울 성북동에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사촌이기도 하다.

좌초위기 현 회장 'SOS'…담 회장 'NO'
심사숙고 끝에 "동양에 지원없다" 결론

동양그룹의 '사위 경영'은 지난 2001년 9월 시작됐다. 북한에서 홀로 월남한 이 창업주는 슬하에 딸만 둘을 뒀다. 장녀 이혜경 부회장은 1976년 현 회장을 만나 결혼했다. 당시 부산지검의 검사였던 현 회장은 고려대 초대 총장을 지낸 현상윤씨의 친손자이며 이화여대 의대 교수를 역임한 현인섭씨의 3남2녀 중 셋째다.

이듬해인 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법조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을 한 현 회장은 이 창업주 아래에서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81년엔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땄고 83년 동양시멘트 사장, 88년 동양증권 회장을 거쳐 89년 동양그룹 회장에 올랐다.

둘째 딸 이화경 부회장은 10년 이상 열애 끝에 80년 담 회장과 결혼에 골인했다. 담 회장의 선친은 화교 출신으로 대구에서 한의원을 경영했다. 이화경 부회장과는 담 회장이 서울로 유학 오면서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만났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던 담 회장은 결혼 직후 동양시멘트에 입사했다가 1년 뒤 동양제과로 회사를 옮겼고 89년 사장에 올랐다.


이 창업주가 타계한 89년부터 2001년까지는 '한 지붕 두 사위'시대가 지속됐다.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현 회장은 시멘트와 금융 부문을, 담 회장은 제과와 엔터테인먼트 쪽을 맡아 자연스럽게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분리 후 두 회장은 부부 경영을 앞세워 신사업 확장, 내실 다지기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독자행보를 걸어왔다.
지난 9월10일 이혜경 부회장은 어머니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을 통해 이화경 부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도 담 회장 부부에게 동양그룹을 지원해줄 것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오리온의 재무상태다. 양호한 편이지만 넉넉하지만은 않다. 올 상반기 말 계열사를 포함한 오리온의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2조8129억원이고, 이 가운데 유동자산은 1조168억원으로 분석됐다. 이 중 보유현금과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만 놓고 본다면 4000억원 수준이다.

담 회장 지원 거부
경영권이 우선

게다가 오리온은 돈쓸 곳도 많다. 중국시장 판매 확대를 위한 선양공장 신축에 내년까지 총 1억달러가 소요된다. 또한 담 회장이 지난 4월 대법원에서 횡령·배임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던 터라 회사 차원에서의 지원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담 회장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추석연휴 전 담 회장은 '지원 불가'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입장이 금융감독원에 전해졌고 금감원은 발표를 미룰 것을 요구했다. 추석 연휴에 동양그룹 계열사의 CP와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동양증권 특별 점검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담 회장의 심경 변화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이 이사장도 이날 담 회장에게 발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장모의 사위사랑
지분 무상 증여

그러나 담 회장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23일 동양그룹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격 발표했다. 담 회장 부부는 이어 지원 불가 심경을 토로하는 내용의 '사랑하는 오리온 가족 여러분께 전하는 글'을 사내 인터넷망에 올렸다. 이 글은 이화경 부회장이 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동양그룹에서 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불면의 밤을 보내며 어떤 결정이 최선일지 고민했다"며 "추석 내내 아버지의 체취가 담긴 책 <동양보다 큰 사람>을 읽으며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식으로서, 동생으로서, 경영자로서 모두를 충족시키는 완벽한 답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슴에 평생 안고 갈 빚이 될 테지만 저희와 오리온그룹은 독립경영을 할 것이며 동양그룹이 요청한 자금 지원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부부는 또 "혈연 앞에서조차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경영자'라는 이름의 자리가 이번만큼 힘든 적은 정말 없었다"며 "오리온의 대주주로서, 경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이번 저희의 결정으로 인한 어떤 비난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업계는 담 회장 부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담 회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40% 육박하는 상황에서 잘못되면 오리온이 외국인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담 회장 부부의 지분은 개인 지분이지만 따지고 보면 개인 지분이라고 할 수 없다. 오리온이 동양을 지원한 후 행여 동양그룹이 발행한 ABS를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에 당면할 경우 결국 담 회장 부부의 오리온 지분을 매각해 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오너 주식의 담보 제공이 경영권 문제로 퍼지고 결국 회사 가치 하락으로 동반부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이사장이 동양그룹 지원에 나서고 동양네트웍스 측이 오리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9월24일 이 이사장은 동양네트웍스에 무상대여한 오리온 주식 2.66%(15만9000주)를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동양네트웍스 측은 "이 이사장의 증여 결정은 오리온 그룹의 동양그룹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결정됐다"며 "이번 오리온의 발표로 친족기업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

동양네트웍스 측은 이어 "오리온그룹은 이 이사장의 의지와 달리 동양그룹 지원을 공식 거절했다"며 "친족기업이면서 계열분리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이유를 들어 동양그룹의 지원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한 오리온그룹과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팔 수 있는 건 다 팔겠다"
10월 CP 못막으면 법정관리

담 회장만 바라보던 현 회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이사장이 사재 출연에 나섰다고 하지만 이는 동양네트웍스의 부채비율(723.8%)을 120%로 낮춰 자금조달에 작은 숨통이 뚫린 정도. 10월 말 돌아오는 회사채와 CP 등 4200억원을 막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재계는 동양그룹이 이를 갚지 못하면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계열사는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다. 두 계열사는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인데다 10월 중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CP 등이 그룹 내에서 가장 많기 때문이다. 동양레저의 경우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CP가 1329억, 동양인터내셔널은 1898억원이다. 또한 두 계열사 모두 10월까지 갚아야하는 회사채가 모두 800억원에 이른다.


동양그룹의 지배구조는 현 회장→(주)동양→동양인터내셔널→동양시멘트→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와 현 회장→동양레저→동양증권 순으로 지분을 보유한 구조로 돼 있다.

이중 동양레저는 ㈜동양 지분 36.25%, 동양증권 지분 14.8%, 동양파워 지분 24.99%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증권 19%, 동양시멘트 1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두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그룹 전체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그룹 지주회사격인 ㈜동양의 대주주가 동양레저이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단 동양그룹은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는 입장이다.

동양그룹은 동양매직과 ㈜동양의 섬유사업 부문을 매각해 각각 2500억원, 800억원을 확보하고 당장 1000억여원을 현금화할 수 있는 레미콘사업장 20곳 등도 팔 계획이다.

특히 일부 지분만을 매각하려고 했던 동양파워는 전량 매각 방침으로 돌아섰다. 동양파워는 동양시멘트와 함께 그룹의 차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발전사업을 담당하기로 한 기업이다.

동양파워 지분 100%의 가치는 2020년부터 나올 매출액에 대한 미래 가치를 추산해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파느냐다. 동양파워 매각은 매수인 우위로 진행되는 인수·합병(M&A)이다. 통상 M&A는 매각 공고 후 빠르게 매각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4~5개월은 족히 소요된다. 연말까지 돌아오는 채권과 CP 규모가 1조원을 웃도는 지라 동양그룹은 매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사방팔방이 '벽'
타개책 있나?

매각이 빨리 진행되더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는가도 문제다. 매도인이 급하면 매수인은 가격을 깎으려고 한다. 삼척에서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 건설이 2019년에나 마무리 된다는 점도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올 하반기 대형 매물인 STX에너지도 걸림돌이다. 에너지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들은 STX에너지의 가치가 동양파워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STX에너지 인수에 실패할 경우 차순위로 동양파워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STX에너지 인수 과정을 기다리다보면 마음이 더 급해지는 건 동양그룹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동양이 계열사 법정관리를 감수하고 핵심 계열사도 매각하는 초강수를 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양파워에 동양시멘트를 함께 묶어 매각하는 방법으로 가치를 높이거나 동양증권을 매각하는 방법 등을 동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 회장은 벼랑 끝에 서있다. 싸늘한 시장반응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사방팔방이 벽으로 막혀버린 상황에서 15년 전의 그 날처럼 다시 일어설지 재계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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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