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데렐라 활극' 동양-오리온 동상이몽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0.01 13: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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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냐 회사냐…담철곤은 실리를 택했다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 서열 38위 동양그룹을 이끄는 현재현 회장이 벼랑 끝에 섰다. 자금확보를 위해 여기저기 손을 벌리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기업어음 등은 하루하루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믿었던 동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등을 돌렸다. '물'보다 진한 '피'는 '돈'보다는 연했다.




동양그룹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그룹 주력이었던 동양종금을 비롯한 금융계열사들의 부실악화로 퇴출직전 상태에 몰렸던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이를 외면했고 동양그룹은 금융계열사에 자체 자금을 쏟아부어 가까스로 위기탈출에 성공했다.

15년 만의 위기
현 회장 선택은?

15년이 지난 지금 동양그룹은 또 다시 벼랑 끝에 섰다.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최대 원인은 고질적인 재무구조 부실을 꼽을 수 있다. 외환위기 때 악화됐던 그룹 재무구조는 동양증권 등에서 고금리를 약속하고 발행한 동양 관련 CP(기업어음) 등으로 돌려막으면서 간신히 유지해왔다. 그런데 최근 증권사가 계열사 CP를 발행하지 못하게 금융투자업 규정이 바뀌면서 자금 조달의 길이 막혔고 미뤄둔 계산서가 한꺼번에 날아든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동양그룹의 CP 규모는 1조1000억원대다. CP외에 채권단 보유 여신도 9000억원 정도에 달한다. 동양그룹은 채권단 보유 여신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만기를 연장해놓은 상태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동양증권에서 CP 매각도 10월부터는 금지되기 때문에 자금조달 방법이 없고 그렇게 되면 동양은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궁지에 몰린 동양그룹은 계열사 보유 자산들을 기초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최대 1조원 가량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낮은 신용등급을 보강하기 위한 신용 제공처를 백방으로 찾아왔다.

그러나 선뜻 신용보강에 나서는 기업은 없었고 결국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동서지간인 담철곤 오리온 회장에게 SOS를 쳤다. 담 회장과 그의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각각 12.91%, 14.49%)을 담보로 신용을 보강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을 하고 이후 동양매직 등 계열사 매각을 성사시키면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담 회장 부부의 지분율은 28.81%로 시장 가치로 보면 1조6000여억원에 해당한다.

현 회장과 담 회장은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사위들이다. 이 창업주의 장녀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현 회장의 부인이고, 둘째 딸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이 담 회장의 부인이다. 부인들로 보면 '자매 그룹'이고 사위들로 보면 '동서 그룹'이다. 두 부부는 서울 성북동에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사촌이기도 하다.

좌초위기 현 회장 'SOS'…담 회장 'NO'
심사숙고 끝에 "동양에 지원없다" 결론

동양그룹의 '사위 경영'은 지난 2001년 9월 시작됐다. 북한에서 홀로 월남한 이 창업주는 슬하에 딸만 둘을 뒀다. 장녀 이혜경 부회장은 1976년 현 회장을 만나 결혼했다. 당시 부산지검의 검사였던 현 회장은 고려대 초대 총장을 지낸 현상윤씨의 친손자이며 이화여대 의대 교수를 역임한 현인섭씨의 3남2녀 중 셋째다.

이듬해인 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법조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을 한 현 회장은 이 창업주 아래에서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81년엔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땄고 83년 동양시멘트 사장, 88년 동양증권 회장을 거쳐 89년 동양그룹 회장에 올랐다.

둘째 딸 이화경 부회장은 10년 이상 열애 끝에 80년 담 회장과 결혼에 골인했다. 담 회장의 선친은 화교 출신으로 대구에서 한의원을 경영했다. 이화경 부회장과는 담 회장이 서울로 유학 오면서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만났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던 담 회장은 결혼 직후 동양시멘트에 입사했다가 1년 뒤 동양제과로 회사를 옮겼고 89년 사장에 올랐다.


이 창업주가 타계한 89년부터 2001년까지는 '한 지붕 두 사위'시대가 지속됐다.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현 회장은 시멘트와 금융 부문을, 담 회장은 제과와 엔터테인먼트 쪽을 맡아 자연스럽게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분리 후 두 회장은 부부 경영을 앞세워 신사업 확장, 내실 다지기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독자행보를 걸어왔다.
지난 9월10일 이혜경 부회장은 어머니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을 통해 이화경 부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도 담 회장 부부에게 동양그룹을 지원해줄 것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오리온의 재무상태다. 양호한 편이지만 넉넉하지만은 않다. 올 상반기 말 계열사를 포함한 오리온의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2조8129억원이고, 이 가운데 유동자산은 1조168억원으로 분석됐다. 이 중 보유현금과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만 놓고 본다면 4000억원 수준이다.

담 회장 지원 거부
경영권이 우선

게다가 오리온은 돈쓸 곳도 많다. 중국시장 판매 확대를 위한 선양공장 신축에 내년까지 총 1억달러가 소요된다. 또한 담 회장이 지난 4월 대법원에서 횡령·배임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던 터라 회사 차원에서의 지원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담 회장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추석연휴 전 담 회장은 '지원 불가'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입장이 금융감독원에 전해졌고 금감원은 발표를 미룰 것을 요구했다. 추석 연휴에 동양그룹 계열사의 CP와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동양증권 특별 점검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담 회장의 심경 변화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이 이사장도 이날 담 회장에게 발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장모의 사위사랑
지분 무상 증여

그러나 담 회장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23일 동양그룹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격 발표했다. 담 회장 부부는 이어 지원 불가 심경을 토로하는 내용의 '사랑하는 오리온 가족 여러분께 전하는 글'을 사내 인터넷망에 올렸다. 이 글은 이화경 부회장이 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동양그룹에서 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불면의 밤을 보내며 어떤 결정이 최선일지 고민했다"며 "추석 내내 아버지의 체취가 담긴 책 <동양보다 큰 사람>을 읽으며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식으로서, 동생으로서, 경영자로서 모두를 충족시키는 완벽한 답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슴에 평생 안고 갈 빚이 될 테지만 저희와 오리온그룹은 독립경영을 할 것이며 동양그룹이 요청한 자금 지원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부부는 또 "혈연 앞에서조차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경영자'라는 이름의 자리가 이번만큼 힘든 적은 정말 없었다"며 "오리온의 대주주로서, 경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이번 저희의 결정으로 인한 어떤 비난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업계는 담 회장 부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담 회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40% 육박하는 상황에서 잘못되면 오리온이 외국인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담 회장 부부의 지분은 개인 지분이지만 따지고 보면 개인 지분이라고 할 수 없다. 오리온이 동양을 지원한 후 행여 동양그룹이 발행한 ABS를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에 당면할 경우 결국 담 회장 부부의 오리온 지분을 매각해 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오너 주식의 담보 제공이 경영권 문제로 퍼지고 결국 회사 가치 하락으로 동반부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이사장이 동양그룹 지원에 나서고 동양네트웍스 측이 오리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9월24일 이 이사장은 동양네트웍스에 무상대여한 오리온 주식 2.66%(15만9000주)를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동양네트웍스 측은 "이 이사장의 증여 결정은 오리온 그룹의 동양그룹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결정됐다"며 "이번 오리온의 발표로 친족기업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

동양네트웍스 측은 이어 "오리온그룹은 이 이사장의 의지와 달리 동양그룹 지원을 공식 거절했다"며 "친족기업이면서 계열분리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이유를 들어 동양그룹의 지원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한 오리온그룹과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팔 수 있는 건 다 팔겠다"
10월 CP 못막으면 법정관리

담 회장만 바라보던 현 회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이사장이 사재 출연에 나섰다고 하지만 이는 동양네트웍스의 부채비율(723.8%)을 120%로 낮춰 자금조달에 작은 숨통이 뚫린 정도. 10월 말 돌아오는 회사채와 CP 등 4200억원을 막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재계는 동양그룹이 이를 갚지 못하면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계열사는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다. 두 계열사는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인데다 10월 중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CP 등이 그룹 내에서 가장 많기 때문이다. 동양레저의 경우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CP가 1329억, 동양인터내셔널은 1898억원이다. 또한 두 계열사 모두 10월까지 갚아야하는 회사채가 모두 800억원에 이른다.


동양그룹의 지배구조는 현 회장→(주)동양→동양인터내셔널→동양시멘트→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와 현 회장→동양레저→동양증권 순으로 지분을 보유한 구조로 돼 있다.

이중 동양레저는 ㈜동양 지분 36.25%, 동양증권 지분 14.8%, 동양파워 지분 24.99%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증권 19%, 동양시멘트 1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두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그룹 전체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그룹 지주회사격인 ㈜동양의 대주주가 동양레저이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단 동양그룹은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는 입장이다.

동양그룹은 동양매직과 ㈜동양의 섬유사업 부문을 매각해 각각 2500억원, 800억원을 확보하고 당장 1000억여원을 현금화할 수 있는 레미콘사업장 20곳 등도 팔 계획이다.

특히 일부 지분만을 매각하려고 했던 동양파워는 전량 매각 방침으로 돌아섰다. 동양파워는 동양시멘트와 함께 그룹의 차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발전사업을 담당하기로 한 기업이다.

동양파워 지분 100%의 가치는 2020년부터 나올 매출액에 대한 미래 가치를 추산해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파느냐다. 동양파워 매각은 매수인 우위로 진행되는 인수·합병(M&A)이다. 통상 M&A는 매각 공고 후 빠르게 매각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4~5개월은 족히 소요된다. 연말까지 돌아오는 채권과 CP 규모가 1조원을 웃도는 지라 동양그룹은 매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사방팔방이 '벽'
타개책 있나?

매각이 빨리 진행되더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는가도 문제다. 매도인이 급하면 매수인은 가격을 깎으려고 한다. 삼척에서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 건설이 2019년에나 마무리 된다는 점도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올 하반기 대형 매물인 STX에너지도 걸림돌이다. 에너지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들은 STX에너지의 가치가 동양파워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STX에너지 인수에 실패할 경우 차순위로 동양파워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STX에너지 인수 과정을 기다리다보면 마음이 더 급해지는 건 동양그룹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동양이 계열사 법정관리를 감수하고 핵심 계열사도 매각하는 초강수를 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양파워에 동양시멘트를 함께 묶어 매각하는 방법으로 가치를 높이거나 동양증권을 매각하는 방법 등을 동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 회장은 벼랑 끝에 서있다. 싸늘한 시장반응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사방팔방이 벽으로 막혀버린 상황에서 15년 전의 그 날처럼 다시 일어설지 재계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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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