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친환경 자동차 열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0.01 11: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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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세' 힘 세고 오래가는 애마는?

[일요시사=경제1팀] 환경 보호가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가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개막한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친환경 자동차 시대를 예고했다. 더 이상 상상속의 '콘셉트카'가 아니다. 양산시대가 도래했다. 일본·미국 등 선도업체에 비해 출발이 늦은 한국 자동차업체도 성능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친환경차의 현주소, 어디쯤일까?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로, 가장 규모가 큰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지난 9월2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친환경차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함께 콘셉트카를 통해 미래의 자동차 디자인과 기술력을 내다볼 수 있었다.

올해로 65회를 맞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이번 주제는 '전기 이동성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자동차'였다. 전기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친환경차 모델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능성 보여준
현기차 기술력

모터쇼가 자동차 산업의 선진국인 독일에서 열린 탓에 BMW, 아우디, 폭스바겐, 벤츠 등 독일 메이커들의 강세가 돋보인 가운데 현대·기아차도 진일보된 기술력을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선사했다.

현대차는 모터쇼에서 친환경차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를,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니로'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는 투싼ix35를 현지로 공수해 행사장 내 셔틀카로 전격 투입시켰다. 투싼ix35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100kW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2탱크 수소저장시스템을 탑재, 1회 수소 충전으로 최대 594km까지 주행이 가능한 수소차다.

지난 2월 '수소연료전지차 세계 최초 양산 기념식'을 열고 양산에 들어간 투싼ix35는 가솔린 기준으로 환산하면 27.8km/ℓ(NEDC 유럽 연비 시험 기준)의 고연비를 실현했고 영하 20도 이하의 탁월한 저온 시동성 확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갖췄다.

또한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포그 램프, 슈퍼비전 클러스터, 7인치 네비게이션 등을 새롭게 개발·적용해 상품성을 높였고,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인 연료전지 스택, 운전 장치, 인버터 등 '연료전지 시스템의 모듈화'로 기존 가솔린 차량 엔진 크기와 유사한 수준의 시스템을 적용해 생산성 및 정비 편의성도 향상시켰다.

이번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계 구축은 2015년 이후 양산 예정인 벤츠, GM, 도요타 등 글로벌 업체들보다 최소 2년 빠르게 이룬 것으로 확보한 독자 기술력 및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차를 대량 생산 할 수 있게 돼 글로벌 친환경차 시대를 한발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의 성공적인 양산을 위해 울산공장 내에 신개념 운반 설비 등 새로운 생산 공법을 적용한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생산 공장을 별도로 구축했다. 또한 생산된 수소연료전지차의 수소 충전 및 기밀 검사 시설 운영 등을 통해 고품질의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가능케 했다.

현대차,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최고 수준 차세대 경쟁력·기술력 확보

투싼ix 양산에 들어간 현대차는 4월 덴마크 코펜하겐시에 15대, 스웨덴 스코네에 2대 판매를 시작으로 수소연료전지차에 관심이 높은 유럽의 정부기관, 관공서 등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하며 2015년까지 국내·외에서 총 1000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순수한 물만 배출하는 완전 무공해 차량이기 때문에 석유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내연기관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을 넘어서는 궁극적인 미래 자동차로 인식되고 있다.

글로벌 메이커들도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연료전지 스택 개발 등 차량 독자 기술력, 양산을 위한 생산 기술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지금까지 양산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일본의 도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로 프리우스를 양산하여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하이브리드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수소연료전지차도 양산을 통한 기술 선도가 미래 시장 선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세계 최초 양산은 그 동안 축적된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친환경차 기술력을 계속 선도할 수 있고, 미래 친환경차 핵심인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998년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처음 착수한 현대차는 2000년 11월 싼타페를 모델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처음 선보인 후 14년 간 전세계 지역별 다양한 도로환경에서의 테스트와 시범운행을 통해 성능, 품질, 내구성을 검증해 왔다. 그 동안 개발된 차량들의 총 누적 주행거리만 430km를 돌파하는 등 수소연료전지차 분야에서 독자적 기술 경쟁력을 쌓아 왔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차 경주대회인 '미쉐린 챌린지 비벤덤'에서 차량개발 1년 만인 2001년 두 개 부문 금메달, 2003에는 5개 부문 금메달, 3개 부문 은메달을 획득했고, 2004년 개발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가 2007년 대회에서는 환경평가 전 부분에서 최고등급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08년 8월에는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2대와 스포티지 수소연료전지차 1대 등 자체 개발한 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한 차량으로 미국 에너지부(DOE)와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CaFCP) 주관으로 열린 '수소연료전지차 로드 투어' 행사에서 미국 동부 메인주인 포틀랜스시에서 출발하여 캘리포니아 LA에 이르는 총 7300km 구간 중 수소충전을 할 수 없는 3300km를 제외한 4000km를 모두 완주해 미국 대륙 동서 횡단에도 성공했다.

2008년 LA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기아차 모하비 수소연료전지차는 3탱크 수소저장시스템(700기압)을 적용하여 수소연료 1회 충전만으로 7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양산차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했고, 시범주행 행사에서 한 번 충전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간 633km 거리를 완주해 실용성을 증명했다.

수소연료전지차
미래 친환경 핵심

현대차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받아 수소연료전지차 30대와 수소연료전지버스 4대를 시범 운행한 바 있으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총 100대(모하비 52대, 투싼ix 48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사회복지, 환경관리, 시설관리 등의 사회적 실증을 목적으로 서울시와 울산시에서 운행하고 있다.

또한 2011년부터 올해 말까지 수소연료전지버스 2대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무료 셔틀로 운행하며 일반인에게 수소연료전지차의 우수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수소연료전지차 외에도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에도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기아차가 모터쇼에서 공개한 니로(Niro, 개발명 KED-10)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기아차 유럽디자인센터에서 10번째로 제작된 콘셉트카로 1.6 터보 GDi 감마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고용량 리튬이온
반영구 배터리

유럽 소형차 시장을 겨냥한 모델인 니로는 콤팩트한 차체에 기아차만의 타이거 노즈 그릴, 넓은 헤드램프 등으로 세련된 외관을 갖췄으며 수퍼카에 주로 탑재되어 있는 '버터플라이 도어'를 장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또 운전자에게 완벽하게 맞춘 스티어링휠과, 페달이 정확히 둘로 나눠져 탑승과 적재 모두에 유용한 2열 시트 등을 통해 편의성을 높였다. 대쉬보드와 변속레버에 블랙컬러의 가죽과 알루미늄 재질을 조화시키고, 운전석과 조수석을 연결한 1역 시트에 실버 스티치로 누빔 처리하는 등 신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기아차는 지난 2011년 12월 국내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 '레이 EV'를 출시해 국산 전기차 시대를 열기도 했다. 레이 EV는 1회 충전을 통해 91km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급속 충전 시 25분, 완속 충전 시 6시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최고 13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제로백은 15.9초로 1000cc 가솔린 모델보다 빠르다.




또한 전기 모터로만 구동되기 때문에 변속기가 필요없어 변속 충격이 전혀 없으며, 시동을 걸어도 엔진 소음이 없는 뛰어난 정숙성을 자랑한다. 16.4kwh의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는 10년 이상의 내구성을 갖춰 차량 운행기간 동안 배터리 교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차량 앞 라디에이터 그릴 모양의 커버에는 220V 전원을 이용해 충전할 수 있는 완속 충전구가 적용되어 있고, 전용 급속 충전 포트는 운전석 뒤쪽 주유구 자리에 장착됐다.


레이 EV는 현재 '카 셰어링(자동차 나눠 타기)' 서비스를 통해 실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으며 10월 중에 일반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얼마 전까지 관공서에 보급됐던 전기차 '블루온'은 현대차의 작품이다. 블루온의 기반이 된 소형 해치백 모델 i10이 인도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이 불가능해 양산은 결정되지 않고 생산이 중단됐지만 국내 전기차 시장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기아차는 2014년 상반기에, 현대차는 2015년 하반기에 각각 성능을 높인 '아반떼'급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차, 레이 EV로 전기차 시장 출사표
르노삼성·한국GM·기아차 전기차 3파전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차 개발도 진행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1년 5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를 나란히 출시해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차 시대를 열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는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에 성공한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기술력과 성능을 확보한 신개념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도요타와 GM 등이 사용하는 복합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비해 구조는 간단하면서 성능은 크게 개선된 현대·기아차만의 독자적인 시스템이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기술 경쟁력은 북미 시장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하이브리드 두 모델이 지난 5월 각각 2129대, 1206대 등 총 3335대가 팔려 2011년 출시 이후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모든 친환경차에 공통으로 탑재되는 핵심 부품인 모터, 인버터, 배터리 등의 요소 부품 단위까지의 설계 및 개발의 100% 국산화 및 기술의 자체 개발을 통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양상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활용, 기존 중형세단에 그쳤던 하이브리드를 SUV와 대형 차종으로 확대 전개해 나갈 예정이며 전기차는 정부 과제를 활용해 준중형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에도 핵심부품 국산화, 해외 시범사업 참여 확대, 사업 다각화를 통해 개별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시스템 완성도와 가격 경쟁력을 지속 보강해 다양한 시장 상황에 따라 어떠한 차량 및 지역에도 적시에 투입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현대·기아차가 레이 EV로 국내 전기차 시장에 야심찬 출사표를 내 놓은 가운데 9월 예약 판매에 들어간 르노삼성의 SM3 Z.E.와 10월 중 일반 판매를 앞두고 있는 한국GM의 스파크 EV가 국내 전기차 시장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쉐보레 스파크 EV는 급속 충전 시스템과 효율적 통합 충전 방식을 채택해 완속충전에는 6∼8시간, 급속충전에는 20분 내외가 소요된다. 비상 충전 코드셋을 활용하면 가정용 전원으로도 충전할 수 있다. 1회 충전으로 135km를 가며 최고 속도는 145km다.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수준이다.

전기차라도
크기에 민감

특히 스파크 EV는 배터리와 드라이브 유닛 등 핵심 부품을 8년 또는 16만km까지 보증하며 일반 부품에 대해 쉐비 케어를 적용할 예정이다. 한국GM이 파격적 보증 수리기간 등을 제시한 데는 경쟁사를 의식한 경향이 크다.

특히 르노삼성은 SM3 Z.E.를 앞세워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의 첫 라운드 무대였던 제주도에서 압승했다. 제주도는 정부 보조금 1500만원에 800만원을 추가로 보조하는 조건으로 160대의 구매 신청을 받았고 최종 결과 160대 중 107대를 SM3 Z.E.가 차지했다. 전기차라도 크기에 민감한 고객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였다.

SM3 Z.E.는 완속 충전 방식의 경우 가정이나 회사 등의 일반 220V를 이용해 최대 6∼9시간 이내 완충이 가능하며 급속 충전 시스템을 이용해 30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1회 충전으로 135km를 가며 최고 속도는 135km다. 국내 유일의 준중형급 전기자동차로서 여유로운 공간으로 운전자는 물론 탑승자 모두에게 안락함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30km/h 이내로 주행 시 차량 소음이 적어 보행자가 차량접근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가상의 엔진 사운드를 통해 사고를 예방함으로써 탑승객은 물론 보행자까지 배려하는 안전시스템을 제공한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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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