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소송 봇물' 물만난 로펌들 수임전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0.01 11: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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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구하라” 초호화 변호인단 총출동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가 소송대란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대기업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어지면서 재판장에 서는 총수들이 하나 둘 늘고 있어서다. 이들의 방패막인 대형 로펌은 자연스레 특수를 맞았다. 재판 결과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업계의 판세를 뒤집는 경우도 있어 로펌간 자존심 대결도 치열하다.




독주하는 김앤장, 맹추격하는 광장 그리고 이들의 뒤를 쫓는 태평양과 율촌. 여기에 언제든지 ‘사대천왕’을 위협할 저력을 가진 세종과 화우까지. 기업 총수의 구속과 1, 2심 실형 선고가 잇따르면서 로펌들이 대기업 소송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역시 마지막 재판을 준비 중이다. 상대적으로 수임료가 높은 총수 재판은 로펌 입장에선 눈이 번뜩이는 먹거리지만, 일감을 따냈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예상 밖 성적표가 나오면 가차 없이 변호인단이 물갈이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사건 봇물
너도 나도 ‘눈독’

대표적인 곳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건을 맡은 김앤장이다. 지난 5월 CJ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 회장 측은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방어에 나섰다.

김앤장은 박상길 전 대검 중수부장과 ‘칼잡이’로 유명한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위세를 과시했다. 부산지검 부부장 출신의 이병석 변호사는 이 회장의 검찰소환조사나 영장실질심사시에 항상 동행하며 이 회장을 근접 방어하기도 했다.


이 회장 사건에는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 주자들도 포진됐다. 대검 중수부장과 대검 차장 출신인 박용석 변호사와 서울중앙지검 1차장 출신의 박철준 변호사가 이 회장의 방패로 나섰다. 그러나 지난 7월 이 회장이 결국 구속 수감되면서 김앤장과 광장은 동시에 체면을 구겼다.

업계에서는 1심에서 제대로 된 성적표를 내지 못한 이들이 2심에서 교체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회장 사건에선 검찰총장을 지낸 변호사도 수임 경쟁에서 탈락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앤장·광장·율촌 등 총수사건 수임 경쟁
구속·징역 등 결과 따라 ‘물갈이’대굴욕

한화나 SK, 태광그룹 총수들 사건도 대형로펌이 맡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은 법무법인 화우와 법무법인 율촌이 공동수임하고 있다. 화우에서는 이홍훈 전 대법관과 채동헌 전 춘천지법 강릉지원 부장판사 등 8명이 변호인단으로 나섰고, 율촌에서는 신성택 전 대법관을 비롯해 10명의 변호사가 김 회장을 변호하고 있다. 화우와 율촌은 지난 26일 진행된 김 회장의 최종심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끌어내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잡게 됐다.

김 회장은 3심 재판까지 오는 동안 변호인단을 여러 번 교체했다. 당초 법무법인 바른에게 사건을 맡겼지만 지난해 8월 1심에서 김 회장이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율촌으로 바꿨다. 그러나 2심에서도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 받자 지금의 화우와 율촌으로 변경했다.

밀려나는 김앤장
“예전같지 않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 변호인단에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지평지성이 낙점됐다. 지난 1월 1심에서 예상 밖의 실형을 받은 최 회장은 이인재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필두로 한 태평양 변호사 4명을 새로 선임, 변호인단을 다시 짰다.


1심에서 ‘변호사계의 블루칩’이라는 민병훈 법무법인 공감 대표와 신필종 변호사 등 김앤장 출신 4명을 선임했으나,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징역 4년에 법정 구속으로 결론 나자 바로 로펌을 교체했다.

상고심을 진행 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의 모친인 이선애 상무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원과 서울고법부장판사를 지낸 박해성 변호사 등 법무법인 율촌변호사 8명을 변호인단으로 내세워 마지막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거액의 회사 자산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은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고, 모친 이 상무 역시 법정 구속됐다. 1심 당시 SK그룹과 마찬가지로 김앤장에게 변호를 맡겼던 태광그룹은 재판 뒤 법무법인을 율촌으로 교체했다.

당시 태광그룹 관계자는 “김앤장 수임료가 다른 로펌보다 2~3배 비쌌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변호인을 바꿨다”고 밝힌 바 있다.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자원 LIG 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의 변호인단도 김앤장이 맡고 있다.

그러나 지난 13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부자가 나란히 징역 3년과 징역 8년형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으면서, 항소심 변호인단 물갈이 가능성이 커졌다. LIG 측은 당초 중소 로펌 소속 변호사 위주로 변호인단을 짰다가 첫 공판을 앞두고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대거 교체하는 모험을 강행한 바 있다.

100억원+α
새 활로 찾기도

이같이 대형 로펌들이 총수들의 형사사건과 맞물려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착수금과 성공보수 등 수임료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수백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이 정설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구속집행정지, 보석허가 등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면 보너스까지 포함해 100억원+α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수임료…M&A나 자문으로 연결
인맥이 곧 실력…거물 전관모시기 사활

한화나 CJ, SK 사건 등 대기업의 경우 이미 계약 단계에서 억대의 착수금이 붙고 수사단계에서 구속영장 청구의 방어, 구속영장 청구 시 영장실질심사의 방어, 구속 후 구속적부심, 기소 후 보석허가 결정 등 본 재판에 들어가기 전 단계별로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거액의 성공보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본 재판에 가서도 무죄, 벌금, 집행유예 등 징역형 선고를 피할 경우 별도의 성공보수금이 지급된다.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가 확정될 경우 로펌별로 10억대의 수임료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 외에도 형사사건을 잘 마무리해주면 해당 기업의 M&A나 기업자문 등 수익이 큰 사건을 맡을 수 있는 기회로도 연결된다는 게 대형로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그룹 회장의 신변과 관련된 사건은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가 다른 사건의 몇 배나 되고 투입되는 변호사도 많기 때문에 수임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형사사건에서 일단 좋은 결과가 나오면 오너의 지정으로 기업간 M&A나 부동산 투자, 파이낸싱 사건 또는 기업자문을 따내 큰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거물급 전관
외부 책사 영입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형 로펌들은 외부 책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로펌의 명성만큼 중요한 것이 거물급 전관 영입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오작교 역할은 곧 수임과 연결된다.

로펌들은 특히 법관 출신, 특히 부장판사 이상의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들을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한 명에게 보통 3∼4곳의 로펌들이 영입을 위해 접촉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한 대형로펌의 대표변호사는 “일부 대형로펌들은 퇴임 의사를 밝히기 전부터 법관들을 상대로 영입 접촉을 벌여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로펌들은 더욱 채용에 불리한 상황”이라며 “퇴임 법관 수가 적고, 그 중에서도 로펌에 적합하다는 상대적인 평가를 받는 수는 더 적기 때문에 법관출신 변호사 영입은 마치 소리 없는 전쟁과도 같다”고 말했다.


2011년 판·검사로 퇴직한 경우 1년 동안 마지막 근무지의 법원·검찰청의 사건을 맡을 수 없도록 한 ‘전관예우금지법’이 제정됐지만,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로펌에 들어가면 개인 이름 없이 회사의 일원이 되어 활동하기 때문이다. 의뢰인은 전관 출신 변호사를 보고 찾아가지만 수임은 로펌이 하고 전관은 사건별 상여금을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관 변호사는 수임제한을 피하고 로펌은 수익을 올리는 윈-윈 관계가 형성된다. 당연히 로펌 입장에서는 전관 출신 변호사 영입은 수임에 득을 보는 외에 ‘후광효과’까지 노려볼 수 있는 카드인 것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전관의 위력은 사건 수임 외에 수사와 재판단계에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전관 파워가 세지면서 몸값도 많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로펌들이 점차 ‘득이 되는’ 전관에 자본과 노력을 집중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이러다 로펌이 본연의 기능을 잃고 ‘로비기업화’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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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