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소송 봇물' 물만난 로펌들 수임전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0.01 11: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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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구하라” 초호화 변호인단 총출동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가 소송대란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대기업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어지면서 재판장에 서는 총수들이 하나 둘 늘고 있어서다. 이들의 방패막인 대형 로펌은 자연스레 특수를 맞았다. 재판 결과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업계의 판세를 뒤집는 경우도 있어 로펌간 자존심 대결도 치열하다.




독주하는 김앤장, 맹추격하는 광장 그리고 이들의 뒤를 쫓는 태평양과 율촌. 여기에 언제든지 ‘사대천왕’을 위협할 저력을 가진 세종과 화우까지. 기업 총수의 구속과 1, 2심 실형 선고가 잇따르면서 로펌들이 대기업 소송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역시 마지막 재판을 준비 중이다. 상대적으로 수임료가 높은 총수 재판은 로펌 입장에선 눈이 번뜩이는 먹거리지만, 일감을 따냈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예상 밖 성적표가 나오면 가차 없이 변호인단이 물갈이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사건 봇물
너도 나도 ‘눈독’

대표적인 곳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건을 맡은 김앤장이다. 지난 5월 CJ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 회장 측은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방어에 나섰다.

김앤장은 박상길 전 대검 중수부장과 ‘칼잡이’로 유명한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위세를 과시했다. 부산지검 부부장 출신의 이병석 변호사는 이 회장의 검찰소환조사나 영장실질심사시에 항상 동행하며 이 회장을 근접 방어하기도 했다.


이 회장 사건에는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 주자들도 포진됐다. 대검 중수부장과 대검 차장 출신인 박용석 변호사와 서울중앙지검 1차장 출신의 박철준 변호사가 이 회장의 방패로 나섰다. 그러나 지난 7월 이 회장이 결국 구속 수감되면서 김앤장과 광장은 동시에 체면을 구겼다.

업계에서는 1심에서 제대로 된 성적표를 내지 못한 이들이 2심에서 교체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회장 사건에선 검찰총장을 지낸 변호사도 수임 경쟁에서 탈락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앤장·광장·율촌 등 총수사건 수임 경쟁
구속·징역 등 결과 따라 ‘물갈이’대굴욕

한화나 SK, 태광그룹 총수들 사건도 대형로펌이 맡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은 법무법인 화우와 법무법인 율촌이 공동수임하고 있다. 화우에서는 이홍훈 전 대법관과 채동헌 전 춘천지법 강릉지원 부장판사 등 8명이 변호인단으로 나섰고, 율촌에서는 신성택 전 대법관을 비롯해 10명의 변호사가 김 회장을 변호하고 있다. 화우와 율촌은 지난 26일 진행된 김 회장의 최종심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끌어내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잡게 됐다.

김 회장은 3심 재판까지 오는 동안 변호인단을 여러 번 교체했다. 당초 법무법인 바른에게 사건을 맡겼지만 지난해 8월 1심에서 김 회장이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율촌으로 바꿨다. 그러나 2심에서도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 받자 지금의 화우와 율촌으로 변경했다.

밀려나는 김앤장
“예전같지 않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 변호인단에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지평지성이 낙점됐다. 지난 1월 1심에서 예상 밖의 실형을 받은 최 회장은 이인재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필두로 한 태평양 변호사 4명을 새로 선임, 변호인단을 다시 짰다.


1심에서 ‘변호사계의 블루칩’이라는 민병훈 법무법인 공감 대표와 신필종 변호사 등 김앤장 출신 4명을 선임했으나,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징역 4년에 법정 구속으로 결론 나자 바로 로펌을 교체했다.

상고심을 진행 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의 모친인 이선애 상무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원과 서울고법부장판사를 지낸 박해성 변호사 등 법무법인 율촌변호사 8명을 변호인단으로 내세워 마지막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거액의 회사 자산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은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고, 모친 이 상무 역시 법정 구속됐다. 1심 당시 SK그룹과 마찬가지로 김앤장에게 변호를 맡겼던 태광그룹은 재판 뒤 법무법인을 율촌으로 교체했다.

당시 태광그룹 관계자는 “김앤장 수임료가 다른 로펌보다 2~3배 비쌌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변호인을 바꿨다”고 밝힌 바 있다.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자원 LIG 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의 변호인단도 김앤장이 맡고 있다.

그러나 지난 13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부자가 나란히 징역 3년과 징역 8년형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으면서, 항소심 변호인단 물갈이 가능성이 커졌다. LIG 측은 당초 중소 로펌 소속 변호사 위주로 변호인단을 짰다가 첫 공판을 앞두고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대거 교체하는 모험을 강행한 바 있다.

100억원+α
새 활로 찾기도

이같이 대형 로펌들이 총수들의 형사사건과 맞물려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착수금과 성공보수 등 수임료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수백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이 정설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구속집행정지, 보석허가 등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면 보너스까지 포함해 100억원+α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수임료…M&A나 자문으로 연결
인맥이 곧 실력…거물 전관모시기 사활

한화나 CJ, SK 사건 등 대기업의 경우 이미 계약 단계에서 억대의 착수금이 붙고 수사단계에서 구속영장 청구의 방어, 구속영장 청구 시 영장실질심사의 방어, 구속 후 구속적부심, 기소 후 보석허가 결정 등 본 재판에 들어가기 전 단계별로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거액의 성공보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본 재판에 가서도 무죄, 벌금, 집행유예 등 징역형 선고를 피할 경우 별도의 성공보수금이 지급된다.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가 확정될 경우 로펌별로 10억대의 수임료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 외에도 형사사건을 잘 마무리해주면 해당 기업의 M&A나 기업자문 등 수익이 큰 사건을 맡을 수 있는 기회로도 연결된다는 게 대형로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그룹 회장의 신변과 관련된 사건은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가 다른 사건의 몇 배나 되고 투입되는 변호사도 많기 때문에 수임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형사사건에서 일단 좋은 결과가 나오면 오너의 지정으로 기업간 M&A나 부동산 투자, 파이낸싱 사건 또는 기업자문을 따내 큰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거물급 전관
외부 책사 영입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형 로펌들은 외부 책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로펌의 명성만큼 중요한 것이 거물급 전관 영입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오작교 역할은 곧 수임과 연결된다.

로펌들은 특히 법관 출신, 특히 부장판사 이상의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들을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한 명에게 보통 3∼4곳의 로펌들이 영입을 위해 접촉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한 대형로펌의 대표변호사는 “일부 대형로펌들은 퇴임 의사를 밝히기 전부터 법관들을 상대로 영입 접촉을 벌여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로펌들은 더욱 채용에 불리한 상황”이라며 “퇴임 법관 수가 적고, 그 중에서도 로펌에 적합하다는 상대적인 평가를 받는 수는 더 적기 때문에 법관출신 변호사 영입은 마치 소리 없는 전쟁과도 같다”고 말했다.


2011년 판·검사로 퇴직한 경우 1년 동안 마지막 근무지의 법원·검찰청의 사건을 맡을 수 없도록 한 ‘전관예우금지법’이 제정됐지만,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로펌에 들어가면 개인 이름 없이 회사의 일원이 되어 활동하기 때문이다. 의뢰인은 전관 출신 변호사를 보고 찾아가지만 수임은 로펌이 하고 전관은 사건별 상여금을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관 변호사는 수임제한을 피하고 로펌은 수익을 올리는 윈-윈 관계가 형성된다. 당연히 로펌 입장에서는 전관 출신 변호사 영입은 수임에 득을 보는 외에 ‘후광효과’까지 노려볼 수 있는 카드인 것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전관의 위력은 사건 수임 외에 수사와 재판단계에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전관 파워가 세지면서 몸값도 많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로펌들이 점차 ‘득이 되는’ 전관에 자본과 노력을 집중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이러다 로펌이 본연의 기능을 잃고 ‘로비기업화’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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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