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마담뚜' 시대별 중매프로그램 변천사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09.30 14: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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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는 인기 ‘TV 속 사랑쟁탈전’

[일요시사=사회팀‘이 세상 사랑없이 어이 살 수 있나요∼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랑없이 난 못 살아요’라는 노랫말처럼 사랑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사랑에 목마른 청춘남녀를 위해 ‘중매쟁이’가 된 방송들. 데이트 상대부터 결혼 상대까지 소개해주는 기특한 방송들이 있다.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요즘 애들은 창피한 줄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과거에도 자신의 짝을 찾는 젊은이들은 많았다. 방송계는 이런 젊은 싱글남녀의 애정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중매쟁이’를 자처했다. 70년대부터 시작한 중매 프로그램들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하며 90년대에 이르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수많은 중매 프로그램에서 일회성으로 끝나는 ‘보여주기식 사랑’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면서도 TV 속 사랑쟁탈전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제는 중매 프로그램이 외모와 화려한 스펙만을 중요시하는 프로라는 오명에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지만, 건전한 데이트를 권장했던 과거 중매 프로그램의 첫 등장은 뜻밖의 재미와 신선함을 주었다.

처음엔 건전
갈수록 노골

중매 프로그램의 원조는 MBC <청춘만세>다.

77년 1월에 시작한 <청춘만세>는 남녀 각각 3명씩 출연해 대화하며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프로그램으로 개그계의 명콤비였던 곽규석과 구봉서가 사회를 맡으며 중매역할을 했다.


당시 <청춘만세>의 지석원PD는 “완고한 시청자들의 꾸지람이나 듣지 않을까”라고 걱정했지만 시청자들로부터 ‘이색적인 프로’라는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얻었다.

<청춘만세>는 건전한 교제의 장으로 인식되면서 1200명이 넘는 남녀가 출연신청을 해 평균 경쟁률이 22:1이 될 정도로 치열했다. 최종적으로 데이트가 결정된 커플에게는 5만원의 상금이, 결정되지 못한 출연자들에게는 각각 2만 오천원 상당의 기념품이 주어졌다.

인기에 힘입은 <청춘만세>는 지방에 거주하는 시청자들의 요청에 따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도시 및 인근 지방에서도 촬영을 했다. 한 주에 남녀 총 6명이 출연하는데 한 지방촬영에서는 남자 72명, 여자 59명이 지원해 출연자를 선정하는데 고심하기도 했다.

전국의 미혼 남녀의 관심을 모은 <청춘만세>는 대학교 축제시즌인 4월이 되면 파트너를 찾는 대학생들의 출연이 느는가 하면, 대학시절 미팅으로 만났던 남녀가 연락이 끊긴 후 <청춘만세>를 통해 재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90년대부터 우후죽순…6개월 기다려야 출연
짜고 치는 고스톱서 리얼 프로젝트로 변화

1978년 11월 <청춘만세>가 탄생시킨 한 커플이 결혼하며 “우리를 맺어준 MBC에 감사하며 우리의 행복은 MBC가 증인이 돼 지켜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프로그램 방송 후 2년여 만의 처음있는 기쁜 소식에 <청춘만세> 제작진은 축하화환을 보내고 당시 프로그램의 사회자였던 최우철 아나운서가 결혼식의 사회를 맡았다.

당시 보수적인 연애관과 맞서 ‘청춘’인 남녀를 엮어주는 <청춘남녀>가 성공하며 89년 MBC <청춘 데이트>가 뒤를 이었다. <청춘 데이트>는 1명의 여성과 4명의 남성이 출연해 상대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단순한 싱글남녀의 만남에서 시작된 <청춘 데이트>는 오락 위주의 방송이 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다. 버튼을 누르는 선택과정 또한 “남성을 상품화한다”며 비윤리적인 방송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더해 한 프로에서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농촌총각들의 어려운 상황이 방송되며 <청춘 데이트>를 향한 비판이 거세졌다.

이 같은 질타 때문인지 그 해 9월 <청춘 데이트>는 ‘농촌총각 50, 도시처녀50’이라는 특집방송을 시작으로 프로그램의 개편을 감행했다.

처음에는 도시여성의 계산적인 질문에 농촌총각들이 압도당한다며 진지하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기존의 버튼선택에서 출연자들의 가정과 직장, 생활모습을 소개하고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짝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며 인간적인 중매 프로그램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청춘 데이트>는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한 5쌍의 커플에게 예식장 비용과 2박 3일간의 제주도 신혼여행 경비를 지원하며 ‘농촌총각 구제하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도시 여성들의 저조한 참가율로 프로그램의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던 <청춘 데이트>는 1990년 10월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인기 만큼
논란도 많아

90년대부터 특정 프로그램을 일정기간동안 선보인 후 좋은 반응을 얻는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하는, 일명 파일럿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그 시작은 94년 처음 방송한 MBC <사랑의 스튜디오>다. ‘사랑의 작대기’로 유명한 <사랑의 스튜디오>는 적극적으로 데이트 상대를 찾는 젊은 남녀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처음에는 출연자 섭외에 난조를 겪었던 제작진들의 ‘괜찮은 후보 찾기’ 노력으로 수준있는 출연자들의 섭외가 많아져 <사랑의 스튜디오>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졌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쓴 출연자부터 회사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출연자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출연자들은 최종 선택을 하기 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자신을 표현했다.

이후 학력, 외모 등을 갖춘 수준높은 출연신청자가 많아지며 신청하고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출연할 수 있었다. 치열한 경쟁 탓에 출연자의 부모가 몰래 뒷돈을 건내거나 울며 제작진을 협박하는 등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오랜 기간 동안 방송한 탓인지 짝을 찾기 위한 출연자들의 꼼수(?)에 대비한 제작진의 출연진 숨기기 노하우 또한 다양했다. 당시 촬영장을 설명한 한 기사에 따르면 “상대방 출연자와 마주칠 것을 우려한 제작진의 철저한 계산 때문에 녹화 전까지는 화장실조차 제작진의 허락을 받고 가야 할 만큼 엄격히 격리되어 있다”고 했다.

2001년 10월, 7년 동안 1432쌍의 남녀가 출연하고, 총 47쌍의 결혼 커플을 만든 <사랑의 스튜디오>는 시청률이 10%의 낮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이에 MBC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장수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청춘남녀를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원조 77년 MBC <청춘만세> 
건전한 데이트 상대 선택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중매 프로그램이 많았던 90년대 초반과는 달리 90년대 후반부터는 일반인과 연예인을 함께 출연시키는 중매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99년 2월에 방송된 SBS <남희석·이휘재의 멋진 만남>이 그 중 하나다. 개그맨 이휘재와 남희석이 진행한 <멋진 만남>은 한 명의 일반인 여성이 출연하여 두 MC와의 이색 데이트를 한 후 최종적으로 한 명의 MC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잘생긴 외모와 재치있는 입담으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두 MC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출연 신청하는 여성이 매주 100명을 넘으며 시청률 30%에 육박하는 등 많은 인기를 끌었다.




<멋진 만남>의 담당 PD는 당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소개하는데 부끄러움이 없어진 세태 변화와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원초적 재미가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며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을 밝혔다.

방송 6개월 만에 MBC의 <사랑의 스튜디오>에 출연한 여성이 <멋진 만남>에 중복 출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출연자의 중복출연 경위와 사과의 글을 게재하며 제작진의 잘못을 인정한 <사랑의 스튜디오>와 달리 <멋진 만남>은 해명조차 하지 않아 시청자에게 비난을 받았다.

이후 20%로 시청률이 떨어지며 2000년 9월부터 남희석·이휘재 대신 가수 이지훈, 홍경민, 배우 이동건이 <멋진 만남>을 진행했지만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신인스타 등용문
시나리오 의혹도

이후 연예인과 일반인의 만남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은 2000년 방송한 KBS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다.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KBS <1박2일>의 나영석PD가 조연출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여성들의 로망인 남자 연예인들이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가수 이민우, 이지훈, 이성진 등이 출연해 일반인 여성과 짝을 이뤄 게임을 하고 선택을 받지 못한 출연자들은 산장을 떠나는 방식이다. 출연자들이 장미로 중간 선택을 하고 진실게임을 통해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등 이성 앞에서 솔직하고 진지한 출연자의 모습에 반전까지 더해진 최종 선택은 재미를 더했다.

하지만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외모가 걸출한 여성 출연자들이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 지망생이거나 무명연예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연예인 입문 프로그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선택받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출연자들과 탈락자 선정 시 한 사람을 지목해 탈락 이유를 말하는 방식이 왕따를 조장하는 비인간적인 방식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결국 매주 바뀌는 상대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남자 연예인들과 인위적인 방식으로 인해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1년여 만에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폐지됐다.

결혼 전제 SBS <짝>
외모와 스펙 부각

2005년 시작한 MBC <좋은 사람있으면 소개시켜줘>는 개그맨 박수홍과 박경림이 진행을 맡아 일반인 여성 1명과 남성 4명과의 만남을 주선한 프로그램이다. 게임을 통해 상대를 탐색하는 과거 프로그램들과 달리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는 출연자들의 대화로 이루어졌으며 국내 최초로 여성 출연자의 어머니가 함께 등장했다.

기존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자 어머니가 출연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방청객에서 눈빛으로만 응원하는 정도였다. 그에 반해 <좋은 사람있으면 소개시켜줘>는 사위감을 찾는 어머니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매쟁이’ 방송의 결정판이라는 평을 받은 <좋은 사람있으면 소개시켜줘>는 ‘대한민국 최고의 신랑감’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의사, 사업가 혹은 대기업에 종사하는 소위 엘리트급의 스펙을 갖춘 남성 출연자들의 등장과 어머니의 결정에 따른 소극적인 출연여성의 모습들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당시 해당 프로의 진행자였던 박경림이 한 남성 출연자와 교제 1년여 만에 결혼하며 프로그램을 통해 유일하게 결혼에 성공한 사례가 됐다.

진행자 빠지고
“알아서 해!”

지난 2011년 3월 첫 방송된 SBS <짝>은 수많은 논란에도 나름 장수하고 있는 중매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120회 방송을 거치며 총 650명이 넘는 남녀가 출연했다.

전형적인 중매 프로그램들과 달리 결혼을 전제로 하는 <짝>은 기존 프로그램들의 핵심인 유희적인 요소를 없앴다. 또한 남녀 출연자들을 엮는 역할을 사회자 없이 출연 당사자들의 몫으로 넘겼다.

10명이 넘는 일반인 싱글남녀가 6박7일동안 <애정촌>이라는 특정장소에서 함께 생활을 하며 자신의 데이트 상대를 찾는다. 도시락 선택, 데이트권 등 주어진 기회 외에 출연자들의 호감을 표현하는 방식은 자유다.

또 돌싱이나 노총각·노처녀 특집으로 출연자의 나이가 20∼30대 초반이 다수였던 중매 프로그램의 암묵적인 규칙도 무너뜨리며 많은 싱글 남녀에게 연애의 기회를 주고 있다.

<짝> 돌싱특집에 출연했던 한 남성 출연자는 “사실 이혼 후 속된 말로 ‘이번 생은 망했구나’ 싶었다”며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짝’에 출연하며 나의 인생이 아직 반이나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잊고 있던 사랑의 설렘과 희망을 되찾았다”며 <짝>의 가치를 입증했다.

허나 남자는 스펙, 여자는 외모를 중요시하는 불변의 진리를 증명하는 듯한 출연자 선정부터 출연자들의 홍보 목적의 출연이나 사생활이 드러나며 프로그램의 ‘진정성 여부’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개팅으로 뜬 스타들

지성과 결혼한 이보영, 과거에…

본문/얼마 전 지성과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은 배우 이보영은 <사랑의 스튜디오>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2002년 22살의 나이로 서울여자대학교 국문학과에 재학중이던 그는 여자 3번으로 출연하며 한 남성출연자와 커플이 성사됐다. 이후 방송에서 출연 당시를 “제일 핫 했을 때다”라고 고백했지만 네티즌은 “얼굴이 달라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2000년 미스코리아 경기 미 출신으로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를 통해 이름을 알린 배우 윤정희 또한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윤정희는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1기로 출연하며 가수 이민우와 파트너가 되어 뽀뽀를 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관심을 모았지만 4주 만에 탈락했다.

이후 한 예능프로에 출연해 “(이민우) 팬들이 어떻게 제 메일을 아셨는지 저한테 메일을 보내셨어요. 제목이 ‘언니 좋아요’, ‘언니 팬이에요’라고 적힌 메일이 와서 기쁜 맘으로 메일을 열어봤더니 ‘왜 꼬리쳐?’, ‘네가 뭔데?’라고 이민우 팬들이 보낸 비방메일이었다”며 당시 일반인이었던 그는 그마저도 신기했다고 고백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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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