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마담뚜' 시대별 중매프로그램 변천사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09.30 14: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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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는 인기 ‘TV 속 사랑쟁탈전’

[일요시사=사회팀‘이 세상 사랑없이 어이 살 수 있나요∼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랑없이 난 못 살아요’라는 노랫말처럼 사랑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사랑에 목마른 청춘남녀를 위해 ‘중매쟁이’가 된 방송들. 데이트 상대부터 결혼 상대까지 소개해주는 기특한 방송들이 있다.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요즘 애들은 창피한 줄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과거에도 자신의 짝을 찾는 젊은이들은 많았다. 방송계는 이런 젊은 싱글남녀의 애정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중매쟁이’를 자처했다. 70년대부터 시작한 중매 프로그램들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하며 90년대에 이르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수많은 중매 프로그램에서 일회성으로 끝나는 ‘보여주기식 사랑’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면서도 TV 속 사랑쟁탈전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제는 중매 프로그램이 외모와 화려한 스펙만을 중요시하는 프로라는 오명에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지만, 건전한 데이트를 권장했던 과거 중매 프로그램의 첫 등장은 뜻밖의 재미와 신선함을 주었다.

처음엔 건전
갈수록 노골

중매 프로그램의 원조는 MBC <청춘만세>다.

77년 1월에 시작한 <청춘만세>는 남녀 각각 3명씩 출연해 대화하며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프로그램으로 개그계의 명콤비였던 곽규석과 구봉서가 사회를 맡으며 중매역할을 했다.


당시 <청춘만세>의 지석원PD는 “완고한 시청자들의 꾸지람이나 듣지 않을까”라고 걱정했지만 시청자들로부터 ‘이색적인 프로’라는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얻었다.

<청춘만세>는 건전한 교제의 장으로 인식되면서 1200명이 넘는 남녀가 출연신청을 해 평균 경쟁률이 22:1이 될 정도로 치열했다. 최종적으로 데이트가 결정된 커플에게는 5만원의 상금이, 결정되지 못한 출연자들에게는 각각 2만 오천원 상당의 기념품이 주어졌다.

인기에 힘입은 <청춘만세>는 지방에 거주하는 시청자들의 요청에 따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도시 및 인근 지방에서도 촬영을 했다. 한 주에 남녀 총 6명이 출연하는데 한 지방촬영에서는 남자 72명, 여자 59명이 지원해 출연자를 선정하는데 고심하기도 했다.

전국의 미혼 남녀의 관심을 모은 <청춘만세>는 대학교 축제시즌인 4월이 되면 파트너를 찾는 대학생들의 출연이 느는가 하면, 대학시절 미팅으로 만났던 남녀가 연락이 끊긴 후 <청춘만세>를 통해 재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90년대부터 우후죽순…6개월 기다려야 출연
짜고 치는 고스톱서 리얼 프로젝트로 변화

1978년 11월 <청춘만세>가 탄생시킨 한 커플이 결혼하며 “우리를 맺어준 MBC에 감사하며 우리의 행복은 MBC가 증인이 돼 지켜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프로그램 방송 후 2년여 만의 처음있는 기쁜 소식에 <청춘만세> 제작진은 축하화환을 보내고 당시 프로그램의 사회자였던 최우철 아나운서가 결혼식의 사회를 맡았다.

당시 보수적인 연애관과 맞서 ‘청춘’인 남녀를 엮어주는 <청춘남녀>가 성공하며 89년 MBC <청춘 데이트>가 뒤를 이었다. <청춘 데이트>는 1명의 여성과 4명의 남성이 출연해 상대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단순한 싱글남녀의 만남에서 시작된 <청춘 데이트>는 오락 위주의 방송이 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다. 버튼을 누르는 선택과정 또한 “남성을 상품화한다”며 비윤리적인 방송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더해 한 프로에서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농촌총각들의 어려운 상황이 방송되며 <청춘 데이트>를 향한 비판이 거세졌다.

이 같은 질타 때문인지 그 해 9월 <청춘 데이트>는 ‘농촌총각 50, 도시처녀50’이라는 특집방송을 시작으로 프로그램의 개편을 감행했다.

처음에는 도시여성의 계산적인 질문에 농촌총각들이 압도당한다며 진지하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기존의 버튼선택에서 출연자들의 가정과 직장, 생활모습을 소개하고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짝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며 인간적인 중매 프로그램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청춘 데이트>는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한 5쌍의 커플에게 예식장 비용과 2박 3일간의 제주도 신혼여행 경비를 지원하며 ‘농촌총각 구제하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도시 여성들의 저조한 참가율로 프로그램의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던 <청춘 데이트>는 1990년 10월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인기 만큼
논란도 많아

90년대부터 특정 프로그램을 일정기간동안 선보인 후 좋은 반응을 얻는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하는, 일명 파일럿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그 시작은 94년 처음 방송한 MBC <사랑의 스튜디오>다. ‘사랑의 작대기’로 유명한 <사랑의 스튜디오>는 적극적으로 데이트 상대를 찾는 젊은 남녀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처음에는 출연자 섭외에 난조를 겪었던 제작진들의 ‘괜찮은 후보 찾기’ 노력으로 수준있는 출연자들의 섭외가 많아져 <사랑의 스튜디오>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졌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쓴 출연자부터 회사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출연자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출연자들은 최종 선택을 하기 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자신을 표현했다.

이후 학력, 외모 등을 갖춘 수준높은 출연신청자가 많아지며 신청하고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출연할 수 있었다. 치열한 경쟁 탓에 출연자의 부모가 몰래 뒷돈을 건내거나 울며 제작진을 협박하는 등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오랜 기간 동안 방송한 탓인지 짝을 찾기 위한 출연자들의 꼼수(?)에 대비한 제작진의 출연진 숨기기 노하우 또한 다양했다. 당시 촬영장을 설명한 한 기사에 따르면 “상대방 출연자와 마주칠 것을 우려한 제작진의 철저한 계산 때문에 녹화 전까지는 화장실조차 제작진의 허락을 받고 가야 할 만큼 엄격히 격리되어 있다”고 했다.

2001년 10월, 7년 동안 1432쌍의 남녀가 출연하고, 총 47쌍의 결혼 커플을 만든 <사랑의 스튜디오>는 시청률이 10%의 낮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이에 MBC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장수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청춘남녀를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원조 77년 MBC <청춘만세> 
건전한 데이트 상대 선택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중매 프로그램이 많았던 90년대 초반과는 달리 90년대 후반부터는 일반인과 연예인을 함께 출연시키는 중매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99년 2월에 방송된 SBS <남희석·이휘재의 멋진 만남>이 그 중 하나다. 개그맨 이휘재와 남희석이 진행한 <멋진 만남>은 한 명의 일반인 여성이 출연하여 두 MC와의 이색 데이트를 한 후 최종적으로 한 명의 MC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잘생긴 외모와 재치있는 입담으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두 MC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출연 신청하는 여성이 매주 100명을 넘으며 시청률 30%에 육박하는 등 많은 인기를 끌었다.




<멋진 만남>의 담당 PD는 당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소개하는데 부끄러움이 없어진 세태 변화와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원초적 재미가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며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을 밝혔다.

방송 6개월 만에 MBC의 <사랑의 스튜디오>에 출연한 여성이 <멋진 만남>에 중복 출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출연자의 중복출연 경위와 사과의 글을 게재하며 제작진의 잘못을 인정한 <사랑의 스튜디오>와 달리 <멋진 만남>은 해명조차 하지 않아 시청자에게 비난을 받았다.

이후 20%로 시청률이 떨어지며 2000년 9월부터 남희석·이휘재 대신 가수 이지훈, 홍경민, 배우 이동건이 <멋진 만남>을 진행했지만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신인스타 등용문
시나리오 의혹도

이후 연예인과 일반인의 만남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은 2000년 방송한 KBS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다.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KBS <1박2일>의 나영석PD가 조연출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여성들의 로망인 남자 연예인들이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가수 이민우, 이지훈, 이성진 등이 출연해 일반인 여성과 짝을 이뤄 게임을 하고 선택을 받지 못한 출연자들은 산장을 떠나는 방식이다. 출연자들이 장미로 중간 선택을 하고 진실게임을 통해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등 이성 앞에서 솔직하고 진지한 출연자의 모습에 반전까지 더해진 최종 선택은 재미를 더했다.

하지만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외모가 걸출한 여성 출연자들이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 지망생이거나 무명연예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연예인 입문 프로그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선택받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출연자들과 탈락자 선정 시 한 사람을 지목해 탈락 이유를 말하는 방식이 왕따를 조장하는 비인간적인 방식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결국 매주 바뀌는 상대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남자 연예인들과 인위적인 방식으로 인해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1년여 만에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폐지됐다.

결혼 전제 SBS <짝>
외모와 스펙 부각

2005년 시작한 MBC <좋은 사람있으면 소개시켜줘>는 개그맨 박수홍과 박경림이 진행을 맡아 일반인 여성 1명과 남성 4명과의 만남을 주선한 프로그램이다. 게임을 통해 상대를 탐색하는 과거 프로그램들과 달리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는 출연자들의 대화로 이루어졌으며 국내 최초로 여성 출연자의 어머니가 함께 등장했다.

기존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자 어머니가 출연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방청객에서 눈빛으로만 응원하는 정도였다. 그에 반해 <좋은 사람있으면 소개시켜줘>는 사위감을 찾는 어머니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매쟁이’ 방송의 결정판이라는 평을 받은 <좋은 사람있으면 소개시켜줘>는 ‘대한민국 최고의 신랑감’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의사, 사업가 혹은 대기업에 종사하는 소위 엘리트급의 스펙을 갖춘 남성 출연자들의 등장과 어머니의 결정에 따른 소극적인 출연여성의 모습들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당시 해당 프로의 진행자였던 박경림이 한 남성 출연자와 교제 1년여 만에 결혼하며 프로그램을 통해 유일하게 결혼에 성공한 사례가 됐다.

진행자 빠지고
“알아서 해!”

지난 2011년 3월 첫 방송된 SBS <짝>은 수많은 논란에도 나름 장수하고 있는 중매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120회 방송을 거치며 총 650명이 넘는 남녀가 출연했다.

전형적인 중매 프로그램들과 달리 결혼을 전제로 하는 <짝>은 기존 프로그램들의 핵심인 유희적인 요소를 없앴다. 또한 남녀 출연자들을 엮는 역할을 사회자 없이 출연 당사자들의 몫으로 넘겼다.

10명이 넘는 일반인 싱글남녀가 6박7일동안 <애정촌>이라는 특정장소에서 함께 생활을 하며 자신의 데이트 상대를 찾는다. 도시락 선택, 데이트권 등 주어진 기회 외에 출연자들의 호감을 표현하는 방식은 자유다.

또 돌싱이나 노총각·노처녀 특집으로 출연자의 나이가 20∼30대 초반이 다수였던 중매 프로그램의 암묵적인 규칙도 무너뜨리며 많은 싱글 남녀에게 연애의 기회를 주고 있다.

<짝> 돌싱특집에 출연했던 한 남성 출연자는 “사실 이혼 후 속된 말로 ‘이번 생은 망했구나’ 싶었다”며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짝’에 출연하며 나의 인생이 아직 반이나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잊고 있던 사랑의 설렘과 희망을 되찾았다”며 <짝>의 가치를 입증했다.

허나 남자는 스펙, 여자는 외모를 중요시하는 불변의 진리를 증명하는 듯한 출연자 선정부터 출연자들의 홍보 목적의 출연이나 사생활이 드러나며 프로그램의 ‘진정성 여부’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개팅으로 뜬 스타들

지성과 결혼한 이보영, 과거에…

본문/얼마 전 지성과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은 배우 이보영은 <사랑의 스튜디오>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2002년 22살의 나이로 서울여자대학교 국문학과에 재학중이던 그는 여자 3번으로 출연하며 한 남성출연자와 커플이 성사됐다. 이후 방송에서 출연 당시를 “제일 핫 했을 때다”라고 고백했지만 네티즌은 “얼굴이 달라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2000년 미스코리아 경기 미 출신으로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를 통해 이름을 알린 배우 윤정희 또한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윤정희는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1기로 출연하며 가수 이민우와 파트너가 되어 뽀뽀를 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관심을 모았지만 4주 만에 탈락했다.

이후 한 예능프로에 출연해 “(이민우) 팬들이 어떻게 제 메일을 아셨는지 저한테 메일을 보내셨어요. 제목이 ‘언니 좋아요’, ‘언니 팬이에요’라고 적힌 메일이 와서 기쁜 맘으로 메일을 열어봤더니 ‘왜 꼬리쳐?’, ‘네가 뭔데?’라고 이민우 팬들이 보낸 비방메일이었다”며 당시 일반인이었던 그는 그마저도 신기했다고 고백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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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