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태 배후세력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4:02:57
  • 댓글 0개

혼외자 진실게임 2라운드…'포스트 총장' 청와대와 스킨십?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청와대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사찰'을 비롯한 불법 행위에 대한 야권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 싸움 뒤편에서 조용히 검찰 장악을 준비하는 세력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채동욱 죽이기'에 어디까지 가담했던 것일까.




지난 4월 채동욱(사법연수원 14기) 전 검찰총장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서 "깨끗하지 못한 칼이 정의의 도구가 될 수 없듯 청렴하지 못한 자는 국민이 납득하는 정의로운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5개월 뒤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에 휩싸였다. 그가 강조했던 도덕적 청렴함은 땅에 떨어졌다. 많은 국민은 채 전 총장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했고, 일부는 채 전 총장의 '두 집 살림'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은 결백을 주장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사필귀정'을 언급했다. 마침내 그가 칼을 빼들었다.

곳곳에서
진검승부

지난 24일 채 전 총장은 자신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채 전 총장의 변호인인 신상규(11기) 변호사는 "오늘 오전 소장을 접수했다"며 "입증서류와 유전자 감식을 신청한다는 내용의 서류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혼외아들의 유무를 놓고 채 전 총장과 <조선일보>는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앞두게 됐다.


지나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의 정정보도 청구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배호근)에 배당됐다. 첫 변론준비기일은 10월16일. 세기의 재판을 앞두고 양측은 유전자 감식 절차와 방법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상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사안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따라서 재판부는 늦어도 올해 말까지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릴 전망이다.

앞서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황교안(13기)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가 떨어지자 사의를 표명했다. 현직 검찰총장을 향한 법무부의 공개 감찰 지시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흔들기 막후조종 '보이지 않는 손' 존재
정권 차원 광범위한 정보 수집 정황 포착

이미 3개월여 전부터 검찰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채 총장이 현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 곧 쫓겨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오갔다. 채 전 총장 스스로도 본인의 운명을 예견한 듯한 발언을 꺼낸 적이 있다.

그는 지난 6월3일 여야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속 의원들과 대검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의 상견례 자리에서 "지켜봐주십시오. 예전에도 밝혔듯이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들겠습니다. 제 임기가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당시 채 전 총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놓고 황 장관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 현 정권이 져야할 부담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국정원 수사'를 밀어붙였고 이 때문에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눈엣가시'로 여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선 "국정원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채 총장의 옷을 벗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안과 특수
검찰의 두집살림

이 같은 배경으로 혼외아들의 유무 못지않게 청와대가 실제로 채 전 총장의 사퇴를 종용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26일 한국여성단체연합·함께하는시민행동은 '청와대 외압설'의 배후로 지목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를 받아 쓴 <조선일보> 기자 2명,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한 성명불상인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두 단체는 검찰에 낸 고발장에서 "<조선일보>는 법에 규정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임모(54·여)씨와 채모(11)군의 가족관계등록부·학교기록·출입국·거주지·아파트입주자 정보를 무단 열람했다"며 "총장을 음해할 목적으로 당사자 동의 없이 제공받은 증명서를 기사작성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곽 전 수석은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의심받고 있는 임씨와 아들 채군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고발 사건이 어디로 배당될지 현재로선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굵직한 사건을 도맡아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권력기관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인 정보를 불법 취득해 언론에 흘렸다는 불법사찰 의혹인데다 검찰 수장이 직접 연루된 사건인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채 전 총장이 '특수통' 출신이란 것을 감안하면 이 사건은 특수부의 명예와도 직결된 문제다. 그러나 곽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청와대를 겨눈 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 특수부 투입이 채 총장을 위시한 현 검찰조직의 항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은 특수부 배당의 걸림돌이다. 이 지점에서 앞서 언급한 '6월 회동'은 꽤 의미심장하다.

당시 상견례에는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 13명이 참석했다. 법사위 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에선 이춘석, 박범계, 서영교 의원 등이 참석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간사직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 등이 참석했다. 불참한 의원은 3명(민주당 2명, 새누리당 1명)이었고 이들은 모두 일정상의 이유를 댔다.

대검에서는 채 전 총장과 길태기 차장이 참석했다. 또 형사부장, 강력부장 등 8명이 동석했다. 그런데 부장검사 중 유독 공안부장만이 불참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에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특수부와 공안부 간의 갈등설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특수부와 공안부는 검찰 내 오랜 앙숙으로 통한다.

복수 검찰 관계자는 "채 총장을 흔드는 세력 중 검찰 내부의 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안 출신 검사라고 꼭 집어 얘기하진 않았다. 다만 채 전 총장 퇴임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아무래도 16기 공안 검사들이 자리에 오르지 않겠냐"고 언급할 뿐이었다.

현재 검찰에는 채 전 총장의 동기가 남아있지 않다.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검찰총장과 같은 기수의 검사들은 모두 사임했다. 채 전 총장 다음 기수인 15기로는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길 차장과 지난 검찰총장 인선 때 채 전 총장과 마지막까지 경합한 소병철 법무연수원장 등 2명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최근 채 전 총장은 "검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청와대는 지난 주말 채 전 총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이에 따라 차기 총장 후보군은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만약 청와대나 법무부가 직접 나서서 검찰총장 후보군을 추린다면 '채동욱 죽이기'를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김기춘·홍경식
검찰과 통했나

이와 관련해 한 법사위 관계자는 "이미 후임 총장 후보군은 어느 정도 선에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사람'의 이름이 언론에서 밝혀진다면 채 총장을 흔든 세력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선일보> 보도에 협조한 지검장급 검사들은 외부로부터 "청와대와 사전 스킨십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황 장관과 국민수(16기) 법무부 차관 등이 혼외아들 보도 전부터 채 전 총장의 자진사퇴를 유도했다는 정황을 볼 때 '차기 총장 내정설'은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내정설'이 사실이라고 가정했을 때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A 지검장은 이른바 '공안라인'으로 분류된다.

반면 일각에선 외부 수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김진태(14기) 전 대검차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데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 그러나 변수가 있다. 바로 김기춘(고등고시 12회)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김'이다.

올 2월 초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김 전 차장과 채 전 총장(당시 서울고검장), 소 원장(당시 대구고검장) 등 3명을 총장 후보로 법무부에 추천했다. 검찰 독립성을 위해 검찰 내부에서 추천된 인사를 법무부가 인선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의 속내는 달랐다. 안창호(14기)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김학의(14기) 당시 대전고검장이 총장 후보로 고려됐다. 이들은 정권과 말이 통하는 친여 성향의 인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총추위는 두 사람 모두 탈락시켰다.

김기춘·홍경식 검찰에 외압?
특수부·공안부 갈등설 모락
후임총장 16기 공안출신 유력

세 후보 중 최종 후보가 된 건 채 전 총장이었다. 당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청와대는 큰 결격 사유가 없던 채 전 총장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채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김 전 고검장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는 파격을 감행했지만 김 전 고검장은 '성접대 의혹'으로 취임 6일 만에 사퇴했다. 이 사건은 엉뚱하게도 경찰 조직 개편의 도화선이 됐다.


박근혜정부가 경찰 조직을 '손보는' 사이 검찰은 나름의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와 검찰의 '엇박자'는 다가올 파국을 예고했다.

지난달 5일 박 대통령은 김 비서실장과 홍경식(8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임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 비서실장과 홍 비서관은 채 총장보다 훨씬 선배인데다 '공안통'이기 때문에 검찰을 손보기 위한 인사로 풀이됐다.

이 무렵 검찰 안팎에선 "채 총장이 곧 물러날 것”이란 설이 파다했다. 정치권에선 "채 총장이 민주당 모 의원과 자주 통화하는 등 야당과 더 친해 정권 입장에선 부담"이란 말도 들렸다. 그리고 채 전 총장은 한 달 뒤 옷을 벗었다.

이와 관련해 한 법무부 관계자는 "아마도 채 총장의 혼외아들 보도는 김 비서실장의 작품일 것"이란 추측을 내놨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총추위 후보 추천 과정에서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법사위 등에서 김 비서실장이 미는 인물로는 김 전 차장이 거론됐다.

여기서 중요한 건 "채 총장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정보가 처음 나온 시점이 지난 2월이란 점이다. "박 대통령의 측근인 모 오페라단 B 이사장과 채 총장이 내연관계에 있다"는 이 소문은 당시 여의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어떤 언론도 진실에 접근하지 못했다. <일요시사> 역시 B 이사장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채 총장의 내연관계를 취재했던 한 언론사 관계자는 "각 후보마다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생성되고 유포됐는데 이는 모두 검찰 내부로부터 나온 정보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검찰 내부에서 각 후보들을 견제하는 정보가 생성·유포됐음을 의미한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는 인수위를 비롯한 각 정부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짜 배후
따로 있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검란사태 때 '특수통'들은 가장 먼저 앞장서 한 전 총장을 끌어내렸다. '공안통'의 대부였던 한 전 총장은 후배들에 의해 쫓겨나듯 조직을 떠났다. 이를 지켜보는 '공안통'들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검찰 일각에선 "특수부가 작당해 한 전 총장을 불명예 퇴진시킨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당시 분위기를 잘 기억하고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은퇴한 '공안통'들이 검찰 밖에서 검찰 내부의 움직임을 우려했던 건 사실"이라며 "이번 채 총장 사건도 정치권 선배들이 힘을 쓰고, 후배들은 침묵을 통해 협조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