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태 배후세력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4:02:57
  • 댓글 0개

혼외자 진실게임 2라운드…'포스트 총장' 청와대와 스킨십?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청와대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사찰'을 비롯한 불법 행위에 대한 야권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 싸움 뒤편에서 조용히 검찰 장악을 준비하는 세력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채동욱 죽이기'에 어디까지 가담했던 것일까.




지난 4월 채동욱(사법연수원 14기) 전 검찰총장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서 "깨끗하지 못한 칼이 정의의 도구가 될 수 없듯 청렴하지 못한 자는 국민이 납득하는 정의로운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5개월 뒤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에 휩싸였다. 그가 강조했던 도덕적 청렴함은 땅에 떨어졌다. 많은 국민은 채 전 총장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했고, 일부는 채 전 총장의 '두 집 살림'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은 결백을 주장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사필귀정'을 언급했다. 마침내 그가 칼을 빼들었다.

곳곳에서
진검승부

지난 24일 채 전 총장은 자신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채 전 총장의 변호인인 신상규(11기) 변호사는 "오늘 오전 소장을 접수했다"며 "입증서류와 유전자 감식을 신청한다는 내용의 서류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혼외아들의 유무를 놓고 채 전 총장과 <조선일보>는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앞두게 됐다.


지나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의 정정보도 청구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배호근)에 배당됐다. 첫 변론준비기일은 10월16일. 세기의 재판을 앞두고 양측은 유전자 감식 절차와 방법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상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사안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따라서 재판부는 늦어도 올해 말까지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릴 전망이다.

앞서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황교안(13기)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가 떨어지자 사의를 표명했다. 현직 검찰총장을 향한 법무부의 공개 감찰 지시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흔들기 막후조종 '보이지 않는 손' 존재
정권 차원 광범위한 정보 수집 정황 포착

이미 3개월여 전부터 검찰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채 총장이 현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 곧 쫓겨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오갔다. 채 전 총장 스스로도 본인의 운명을 예견한 듯한 발언을 꺼낸 적이 있다.

그는 지난 6월3일 여야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속 의원들과 대검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의 상견례 자리에서 "지켜봐주십시오. 예전에도 밝혔듯이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들겠습니다. 제 임기가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당시 채 전 총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놓고 황 장관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 현 정권이 져야할 부담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국정원 수사'를 밀어붙였고 이 때문에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눈엣가시'로 여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선 "국정원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채 총장의 옷을 벗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안과 특수
검찰의 두집살림

이 같은 배경으로 혼외아들의 유무 못지않게 청와대가 실제로 채 전 총장의 사퇴를 종용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26일 한국여성단체연합·함께하는시민행동은 '청와대 외압설'의 배후로 지목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를 받아 쓴 <조선일보> 기자 2명,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한 성명불상인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두 단체는 검찰에 낸 고발장에서 "<조선일보>는 법에 규정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임모(54·여)씨와 채모(11)군의 가족관계등록부·학교기록·출입국·거주지·아파트입주자 정보를 무단 열람했다"며 "총장을 음해할 목적으로 당사자 동의 없이 제공받은 증명서를 기사작성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곽 전 수석은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의심받고 있는 임씨와 아들 채군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고발 사건이 어디로 배당될지 현재로선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굵직한 사건을 도맡아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권력기관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인 정보를 불법 취득해 언론에 흘렸다는 불법사찰 의혹인데다 검찰 수장이 직접 연루된 사건인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채 전 총장이 '특수통' 출신이란 것을 감안하면 이 사건은 특수부의 명예와도 직결된 문제다. 그러나 곽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청와대를 겨눈 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 특수부 투입이 채 총장을 위시한 현 검찰조직의 항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은 특수부 배당의 걸림돌이다. 이 지점에서 앞서 언급한 '6월 회동'은 꽤 의미심장하다.

당시 상견례에는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 13명이 참석했다. 법사위 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에선 이춘석, 박범계, 서영교 의원 등이 참석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간사직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 등이 참석했다. 불참한 의원은 3명(민주당 2명, 새누리당 1명)이었고 이들은 모두 일정상의 이유를 댔다.

대검에서는 채 전 총장과 길태기 차장이 참석했다. 또 형사부장, 강력부장 등 8명이 동석했다. 그런데 부장검사 중 유독 공안부장만이 불참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에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특수부와 공안부 간의 갈등설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특수부와 공안부는 검찰 내 오랜 앙숙으로 통한다.

복수 검찰 관계자는 "채 총장을 흔드는 세력 중 검찰 내부의 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안 출신 검사라고 꼭 집어 얘기하진 않았다. 다만 채 전 총장 퇴임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아무래도 16기 공안 검사들이 자리에 오르지 않겠냐"고 언급할 뿐이었다.

현재 검찰에는 채 전 총장의 동기가 남아있지 않다.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검찰총장과 같은 기수의 검사들은 모두 사임했다. 채 전 총장 다음 기수인 15기로는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길 차장과 지난 검찰총장 인선 때 채 전 총장과 마지막까지 경합한 소병철 법무연수원장 등 2명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최근 채 전 총장은 "검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청와대는 지난 주말 채 전 총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이에 따라 차기 총장 후보군은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만약 청와대나 법무부가 직접 나서서 검찰총장 후보군을 추린다면 '채동욱 죽이기'를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김기춘·홍경식
검찰과 통했나

이와 관련해 한 법사위 관계자는 "이미 후임 총장 후보군은 어느 정도 선에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사람'의 이름이 언론에서 밝혀진다면 채 총장을 흔든 세력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선일보> 보도에 협조한 지검장급 검사들은 외부로부터 "청와대와 사전 스킨십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황 장관과 국민수(16기) 법무부 차관 등이 혼외아들 보도 전부터 채 전 총장의 자진사퇴를 유도했다는 정황을 볼 때 '차기 총장 내정설'은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내정설'이 사실이라고 가정했을 때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A 지검장은 이른바 '공안라인'으로 분류된다.

반면 일각에선 외부 수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김진태(14기) 전 대검차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데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 그러나 변수가 있다. 바로 김기춘(고등고시 12회)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김'이다.

올 2월 초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김 전 차장과 채 전 총장(당시 서울고검장), 소 원장(당시 대구고검장) 등 3명을 총장 후보로 법무부에 추천했다. 검찰 독립성을 위해 검찰 내부에서 추천된 인사를 법무부가 인선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의 속내는 달랐다. 안창호(14기)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김학의(14기) 당시 대전고검장이 총장 후보로 고려됐다. 이들은 정권과 말이 통하는 친여 성향의 인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총추위는 두 사람 모두 탈락시켰다.

김기춘·홍경식 검찰에 외압?
특수부·공안부 갈등설 모락
후임총장 16기 공안출신 유력

세 후보 중 최종 후보가 된 건 채 전 총장이었다. 당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청와대는 큰 결격 사유가 없던 채 전 총장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채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김 전 고검장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는 파격을 감행했지만 김 전 고검장은 '성접대 의혹'으로 취임 6일 만에 사퇴했다. 이 사건은 엉뚱하게도 경찰 조직 개편의 도화선이 됐다.


박근혜정부가 경찰 조직을 '손보는' 사이 검찰은 나름의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와 검찰의 '엇박자'는 다가올 파국을 예고했다.

지난달 5일 박 대통령은 김 비서실장과 홍경식(8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임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 비서실장과 홍 비서관은 채 총장보다 훨씬 선배인데다 '공안통'이기 때문에 검찰을 손보기 위한 인사로 풀이됐다.

이 무렵 검찰 안팎에선 "채 총장이 곧 물러날 것”이란 설이 파다했다. 정치권에선 "채 총장이 민주당 모 의원과 자주 통화하는 등 야당과 더 친해 정권 입장에선 부담"이란 말도 들렸다. 그리고 채 전 총장은 한 달 뒤 옷을 벗었다.

이와 관련해 한 법무부 관계자는 "아마도 채 총장의 혼외아들 보도는 김 비서실장의 작품일 것"이란 추측을 내놨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총추위 후보 추천 과정에서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법사위 등에서 김 비서실장이 미는 인물로는 김 전 차장이 거론됐다.

여기서 중요한 건 "채 총장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정보가 처음 나온 시점이 지난 2월이란 점이다. "박 대통령의 측근인 모 오페라단 B 이사장과 채 총장이 내연관계에 있다"는 이 소문은 당시 여의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어떤 언론도 진실에 접근하지 못했다. <일요시사> 역시 B 이사장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채 총장의 내연관계를 취재했던 한 언론사 관계자는 "각 후보마다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생성되고 유포됐는데 이는 모두 검찰 내부로부터 나온 정보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검찰 내부에서 각 후보들을 견제하는 정보가 생성·유포됐음을 의미한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는 인수위를 비롯한 각 정부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짜 배후
따로 있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검란사태 때 '특수통'들은 가장 먼저 앞장서 한 전 총장을 끌어내렸다. '공안통'의 대부였던 한 전 총장은 후배들에 의해 쫓겨나듯 조직을 떠났다. 이를 지켜보는 '공안통'들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검찰 일각에선 "특수부가 작당해 한 전 총장을 불명예 퇴진시킨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당시 분위기를 잘 기억하고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은퇴한 '공안통'들이 검찰 밖에서 검찰 내부의 움직임을 우려했던 건 사실"이라며 "이번 채 총장 사건도 정치권 선배들이 힘을 쓰고, 후배들은 침묵을 통해 협조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