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경제계 국감' 관전 포인트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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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은 많은데 마땅한 저격수가 없다

[일요시사=경제1팀] 국회는 10월 초부터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1년을 뜨겁게 달군 유통기업 불공정행위와 4대강 사태는 최대 국감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전후해 추석과 재·보궐선거가 있어 자칫 국감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될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올 정기국회 국정감사는 다음달 초 개최가 유력하다.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실시되는 이번 국감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쟁점들이 많아 국회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감은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통해 그간의 문제점을 밝혀 제도개선과 정책대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이뤄지는 자리다. 경제계 쪽에서는 그간 핫이슈가 되었던 4대강 사태, 유통기업 불공정행위, 화학물질 사고, 산업은행 민영화 무산, 금융권 관치인사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4대강 사태
뜨거운 감자

특히 이번 국감 중에서 가장 뜨거운 감사는 4대강 사태에 따른 진실공방이 될 전망이다. 지난 7월 감사원은 이명박정부 시절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4대강사업이 사실상 대운하사업임을 확인할 수 있는 국토부 내부문건을 확보했다.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2009년 2월13일 4대강 살리기 기획단장' 명의로 돼있는 '주요쟁점 업무협의 결과보고'에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수립 관련,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업무협의 결과를 보고드림"이라는 설명과 함께 'B·H(청와대) 박재완 정책수석, 오정규 국책비서관, 총리실 박영준 국무차장'이 협의자로 명기돼 있다.


이들은 같은날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한반도대운하안(최소수심 6.1m)'과 '국토부안(최소수심(2.5~3m)' 두 가지를 놓고 협의한 것으로 돼있다.

문건에는 협의결과를 통해 오 비서관은 "궁극적 목표는 동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국토부안이 바람직"이라는 의견을 냈고 박 수석은 "홍수소통에 문제없다면 국토부안으로 추진 바람직"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 박 차장은 "한반도 대운하안은 지금 분위기로 할 수 없음"이라는 의견을 밝히며 "1단계로 국토부안으로 추진하고, 경제가 좋아지고 경인운하 등으로 분위기가 성숙되면 대운하안으로 추진"이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기록됐다.

이를 통해 국토부와 정부가 당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의 반대여론을 의식해 일단 국토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추후 대운하로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부 차원에서 논의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초장부터 가시밭길에 들어선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가 집중 난타를 받을 전망이다. 장승필 4대강조사평가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일 선임된 뒤 중립성 논란 끝에 12일 전격 사임했다. 장 위원장은 지난 2007년부터 3년간 4대강 관련 사업의 설계를 맡았던 업체의 사외이사를 역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장 위원장은 사임에 따른 해명자료를 통해 "자격과 중립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사과드리며,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에 부담을 주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국무조정실 검증과정에서 4대강 관련 회사의 사외이사 등으로 재직해 이해관계가 있는지 확인요청이 있었으나 이 회사가 4대강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서 '없다'라고 자필 표기해 본의 아니게 정부에 누를 끼치게 됐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의 이같은 해명은 국무조정실이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참여 위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인사검증 없이 본인들의 입장과 자필서명을 바탕으로 선임한 사실을 드러낸 것이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앞뒤로 추석연휴·재보선…시간 부족
일단은 10월초 예정, 미뤄질 수도…

이에 대해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출범 6일 만에 '셀프검증 위원회'라는 것이 국민 앞에 여실이 입증됐다"며 "4대강 찬동인사로 구성된 조사평가위원회를 즉각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이번 장 위원장의 자진사퇴로 중립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앞으로 4대강사업 검증과정에서 신뢰성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유통기업의 '갑질' 역시 국감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 건은 타결을 봤다고 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아모레퍼시픽이나 국순당 등 당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위원회' 위원들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의 경우 국감장에서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순당에 '선전포고'를 했다. 국순당 대리점협의회에 따르면 국순당은 2008년 10월, 전국 74개 중 23개 대리점을 퇴출시키기 위한 'H-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또한 2009년 11월에는 공정거래분쟁조정협의회의 조정 권고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올해 2월 불이익제공금지 위반, 판매목표 강제, 구속조건부 거래금지 위반 등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원을 부과했고 국순당은 과징금을 납부하고 계약서를 고쳤다. 꼬리를 내린 것.

그런데 이번에는 수정한 계약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대리점이 막걸리 물품을 받은 날, 곧바로 반품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 것.

이에 우원식 의원 등 민주당 을지로위원 4명이 국순당에 방문, 대표이사 등과 면담을 가졌다. 이날 대표이사는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했고 이에 우 의원 등 13명의 위원들은 전체회의를 열고 국순당 대표이사를 국감 증인석에 세우기로 결의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해서는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단이 꾸려지게 될 전망이다. 우 의원은 지난 3일 오전 아모레퍼시픽 본사를 방문, 아모레 임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상호 객관성 있는 조사를 하자며 불공정거래행위 공동조사단 구성을 제안했다. 피해대리점 측 변호사 2명, 아모레퍼시픽 측 변호사 2명으로 구성, 대리점 측의 피해 주장과 아모레의 반박 주장을 상호 검토하자는 것.

아모레퍼시픽 피해대리점주협회에서 배포한 ‘불공정행위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사업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하며 벌어지는 위험을 특약점에 떠넘기기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일방적인 거래 해지 ▲상품 밀어내기와 일방적인 강매 등의 불공정행위 ▲상품공급 중지 등의 압력을 통한 특약점 강탈 및 강제분할 ▲판매 마일리지 탈세 혐의 등의 행위를 했다.

꼬리 내렸다더니
다시 '갑질' 재개


정의당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출석시켜 불공정행위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와 답변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서 회장의 증인 채택 가능성과 출석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갑·을 논란'이라는 사회적 분위기 등을 감안한다면 적지 않은 정치적 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무위는 현재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 사장들 역시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서 회장의 증인 채택 문제가 이슈화될 가능성도 있다.

원전비리도 국회는 물론 국민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다. 지난 5월 말 신고리원전 1·2호기 등에서 성능이 조작된 부품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원전비리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면직부터 전 한수원 사장 구속, 전 산업부 차관 기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렀다.

정부는 즉각 원전부품 전수조사와 원전비리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진상조사에 들어갔고, 원전비리 종합 방지대책을 발표해 사태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전수조사가 끝나가고 수사단 활동이 100일이 넘은 시점에서도 비리의 몸통을 못 밝혀냈다는 비판이 큰 상황.

특히 원전비리 방지대책은 원전 안전관리의 핵심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늑장으로 구성된 데다 아직 원전시설관리 총책임자인 한수원 사장이 임명조차 안돼 유명무실한 상태다. 따라서 국감에서는 원전시스템 전반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국감 준비
시간이 관건

산업은행 민영화 무산 책임론 역시 국감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가 정책금융기관의 효율성을 살리기 위해 분리했던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4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누군가는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정무위 간사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과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2009년 분리되고 나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재통합이 왜 필요한자를 집중적으로 따져볼 계획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산업은행만 기업공개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합병한 다음에 기업공개를 하겠다는 것은 정책금융공사 개념과 맞지 않는 거 같다"며 "정부안이 졸속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실도 "정책금융개편안의 요지는 산은 민영화를 포기하고 정책금융공사와 다시 합치겠다는 것인데, 뚜렷한 이유가 없다"며 "책임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 의원 외에 민주당 김기식·김기준·이종걸·강기정 의원도 "재통합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분할 및 재통합을 주도한 금융위에 대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부산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되면서 정책금융 개편안에 대한 반발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금융위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으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의 선박관련 부서를 해양금융종합센터를 설립해 부산으로 이전하는 대안을 내놨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선박금융공사 설립 강행과 현재 정부안보다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무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마저 "정책금융 개편안의 국회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금융권에서 빠지지 않고 논란이 되고 있는 관치금융도 국감에서 자유롭지 않을 게 분명하다. 지난 6월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이 금융 당국의 퇴진 압력에 스스로 물러났고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올 초 금융기관 인사와 관련한 발언을 해 부당한 인사 개입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최근까지도 일부 금융공기업 기관장이나 민간금융사의 최고경영자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정부 입김설'이 돌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4대강 사태 진실공방·갑을 논란
유통기업 불공정행위·관치금융 논란
원전 비리·산은 민영화 무산 책임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국민행복기금의 실적이 저조한 이유도 국감장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18조원 규모로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322만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채무를 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 하지만 금융위는 향후 5년간 32만여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국민행복기금은 지난 3월 말 출범해 8월 말까지 14만5000여명이 채무 재조정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기준 의원은 "국민행복기금은 기존에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관리하던 신용회복기금을 이름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며 "국민행복기금 예상 수혜자는 대선공약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실 관계자도 "국민행복기금 신청자가 원래 계획보다 대폭 줄었는데 왜 계획대로 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올해 잇따라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고 진상규명을 위해 삼성, LG, 대림산업 등 관련기업 대표들을 줄줄이 불러들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작년 구미 불산누출사고에 이어 올해 연이는 화학물질사고의 공통점은 모두 사고를 은폐하고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을 시도하다가 오히려 위험을 키웠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사 화성사업소 관련 삼성에서 주장했던 것들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2리터라던 누출량은 시간당 최대 7리터로 나타났고 주변지역 영향은 없다고 주장한 삼성 측의 말과는 달리 시민환경연구에서 화성공장 인근 식물 내 불소농도를 분석한 결과 식물 일부가 불화수소에 노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무려 1934건에 달하는 산업안전 보건법을 위반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LG실트론 구미2공장 화학물질 누출사고의 경우 사고발생 직후 업체 측이 119 등 관계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채 16시간 정도 숨겨 사고를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장 측은 16시간이 지난 후 제보를 받은 구미시와 소방당국이 경위를 확인하자 뒤늦게 사고를 시인했다.

이처럼 국감 현안들을 산더미 같이 쌓아두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 국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 수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정부 정책실행기관은 손을 놓고 있고, 국회는 국회대로 정쟁으로 날을 새우다가 감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상시·정기국감
병행 제안도…

국감 준비기간도 촉박하다. 국회는 도무지 정상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추석연휴까지 끼어있는 데다 곧 이어 다가올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 레이스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회 한 관계자는 "시간에 쫓겨 국감을 진행한다면 추석연휴와 국감 준비기간이 겹치면서 부실 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사일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여유를 둘 필요가 있다. 국감 일정을 조금 더 미루는 것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감 내실화를 위해 상시 국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기 제한 없이 각 상임위에서 감사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마다 국감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기국감은 주요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한정하고, 상시국감 체제를 도입해 지방 및 소속기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정기국감과 상시국감을 병행하는 것을 제안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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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