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경제계 국감' 관전 포인트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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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은 많은데 마땅한 저격수가 없다

[일요시사=경제1팀] 국회는 10월 초부터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1년을 뜨겁게 달군 유통기업 불공정행위와 4대강 사태는 최대 국감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전후해 추석과 재·보궐선거가 있어 자칫 국감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될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올 정기국회 국정감사는 다음달 초 개최가 유력하다.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실시되는 이번 국감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쟁점들이 많아 국회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감은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통해 그간의 문제점을 밝혀 제도개선과 정책대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이뤄지는 자리다. 경제계 쪽에서는 그간 핫이슈가 되었던 4대강 사태, 유통기업 불공정행위, 화학물질 사고, 산업은행 민영화 무산, 금융권 관치인사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4대강 사태
뜨거운 감자

특히 이번 국감 중에서 가장 뜨거운 감사는 4대강 사태에 따른 진실공방이 될 전망이다. 지난 7월 감사원은 이명박정부 시절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4대강사업이 사실상 대운하사업임을 확인할 수 있는 국토부 내부문건을 확보했다.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2009년 2월13일 4대강 살리기 기획단장' 명의로 돼있는 '주요쟁점 업무협의 결과보고'에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수립 관련,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업무협의 결과를 보고드림"이라는 설명과 함께 'B·H(청와대) 박재완 정책수석, 오정규 국책비서관, 총리실 박영준 국무차장'이 협의자로 명기돼 있다.


이들은 같은날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한반도대운하안(최소수심 6.1m)'과 '국토부안(최소수심(2.5~3m)' 두 가지를 놓고 협의한 것으로 돼있다.

문건에는 협의결과를 통해 오 비서관은 "궁극적 목표는 동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국토부안이 바람직"이라는 의견을 냈고 박 수석은 "홍수소통에 문제없다면 국토부안으로 추진 바람직"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 박 차장은 "한반도 대운하안은 지금 분위기로 할 수 없음"이라는 의견을 밝히며 "1단계로 국토부안으로 추진하고, 경제가 좋아지고 경인운하 등으로 분위기가 성숙되면 대운하안으로 추진"이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기록됐다.

이를 통해 국토부와 정부가 당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의 반대여론을 의식해 일단 국토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추후 대운하로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부 차원에서 논의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초장부터 가시밭길에 들어선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가 집중 난타를 받을 전망이다. 장승필 4대강조사평가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일 선임된 뒤 중립성 논란 끝에 12일 전격 사임했다. 장 위원장은 지난 2007년부터 3년간 4대강 관련 사업의 설계를 맡았던 업체의 사외이사를 역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장 위원장은 사임에 따른 해명자료를 통해 "자격과 중립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사과드리며,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에 부담을 주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국무조정실 검증과정에서 4대강 관련 회사의 사외이사 등으로 재직해 이해관계가 있는지 확인요청이 있었으나 이 회사가 4대강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서 '없다'라고 자필 표기해 본의 아니게 정부에 누를 끼치게 됐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의 이같은 해명은 국무조정실이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참여 위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인사검증 없이 본인들의 입장과 자필서명을 바탕으로 선임한 사실을 드러낸 것이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앞뒤로 추석연휴·재보선…시간 부족
일단은 10월초 예정, 미뤄질 수도…

이에 대해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출범 6일 만에 '셀프검증 위원회'라는 것이 국민 앞에 여실이 입증됐다"며 "4대강 찬동인사로 구성된 조사평가위원회를 즉각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이번 장 위원장의 자진사퇴로 중립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앞으로 4대강사업 검증과정에서 신뢰성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유통기업의 '갑질' 역시 국감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 건은 타결을 봤다고 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아모레퍼시픽이나 국순당 등 당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위원회' 위원들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의 경우 국감장에서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순당에 '선전포고'를 했다. 국순당 대리점협의회에 따르면 국순당은 2008년 10월, 전국 74개 중 23개 대리점을 퇴출시키기 위한 'H-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또한 2009년 11월에는 공정거래분쟁조정협의회의 조정 권고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올해 2월 불이익제공금지 위반, 판매목표 강제, 구속조건부 거래금지 위반 등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원을 부과했고 국순당은 과징금을 납부하고 계약서를 고쳤다. 꼬리를 내린 것.

그런데 이번에는 수정한 계약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대리점이 막걸리 물품을 받은 날, 곧바로 반품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 것.

이에 우원식 의원 등 민주당 을지로위원 4명이 국순당에 방문, 대표이사 등과 면담을 가졌다. 이날 대표이사는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했고 이에 우 의원 등 13명의 위원들은 전체회의를 열고 국순당 대표이사를 국감 증인석에 세우기로 결의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해서는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단이 꾸려지게 될 전망이다. 우 의원은 지난 3일 오전 아모레퍼시픽 본사를 방문, 아모레 임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상호 객관성 있는 조사를 하자며 불공정거래행위 공동조사단 구성을 제안했다. 피해대리점 측 변호사 2명, 아모레퍼시픽 측 변호사 2명으로 구성, 대리점 측의 피해 주장과 아모레의 반박 주장을 상호 검토하자는 것.

아모레퍼시픽 피해대리점주협회에서 배포한 ‘불공정행위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사업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하며 벌어지는 위험을 특약점에 떠넘기기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일방적인 거래 해지 ▲상품 밀어내기와 일방적인 강매 등의 불공정행위 ▲상품공급 중지 등의 압력을 통한 특약점 강탈 및 강제분할 ▲판매 마일리지 탈세 혐의 등의 행위를 했다.

꼬리 내렸다더니
다시 '갑질' 재개


정의당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출석시켜 불공정행위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와 답변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서 회장의 증인 채택 가능성과 출석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갑·을 논란'이라는 사회적 분위기 등을 감안한다면 적지 않은 정치적 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무위는 현재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 사장들 역시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서 회장의 증인 채택 문제가 이슈화될 가능성도 있다.

원전비리도 국회는 물론 국민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다. 지난 5월 말 신고리원전 1·2호기 등에서 성능이 조작된 부품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원전비리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면직부터 전 한수원 사장 구속, 전 산업부 차관 기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렀다.

정부는 즉각 원전부품 전수조사와 원전비리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진상조사에 들어갔고, 원전비리 종합 방지대책을 발표해 사태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전수조사가 끝나가고 수사단 활동이 100일이 넘은 시점에서도 비리의 몸통을 못 밝혀냈다는 비판이 큰 상황.

특히 원전비리 방지대책은 원전 안전관리의 핵심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늑장으로 구성된 데다 아직 원전시설관리 총책임자인 한수원 사장이 임명조차 안돼 유명무실한 상태다. 따라서 국감에서는 원전시스템 전반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국감 준비
시간이 관건

산업은행 민영화 무산 책임론 역시 국감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가 정책금융기관의 효율성을 살리기 위해 분리했던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4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누군가는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정무위 간사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과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2009년 분리되고 나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재통합이 왜 필요한자를 집중적으로 따져볼 계획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산업은행만 기업공개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합병한 다음에 기업공개를 하겠다는 것은 정책금융공사 개념과 맞지 않는 거 같다"며 "정부안이 졸속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실도 "정책금융개편안의 요지는 산은 민영화를 포기하고 정책금융공사와 다시 합치겠다는 것인데, 뚜렷한 이유가 없다"며 "책임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 의원 외에 민주당 김기식·김기준·이종걸·강기정 의원도 "재통합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분할 및 재통합을 주도한 금융위에 대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부산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되면서 정책금융 개편안에 대한 반발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금융위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으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의 선박관련 부서를 해양금융종합센터를 설립해 부산으로 이전하는 대안을 내놨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선박금융공사 설립 강행과 현재 정부안보다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무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마저 "정책금융 개편안의 국회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금융권에서 빠지지 않고 논란이 되고 있는 관치금융도 국감에서 자유롭지 않을 게 분명하다. 지난 6월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이 금융 당국의 퇴진 압력에 스스로 물러났고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올 초 금융기관 인사와 관련한 발언을 해 부당한 인사 개입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최근까지도 일부 금융공기업 기관장이나 민간금융사의 최고경영자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정부 입김설'이 돌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4대강 사태 진실공방·갑을 논란
유통기업 불공정행위·관치금융 논란
원전 비리·산은 민영화 무산 책임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국민행복기금의 실적이 저조한 이유도 국감장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18조원 규모로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322만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채무를 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 하지만 금융위는 향후 5년간 32만여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국민행복기금은 지난 3월 말 출범해 8월 말까지 14만5000여명이 채무 재조정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기준 의원은 "국민행복기금은 기존에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관리하던 신용회복기금을 이름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며 "국민행복기금 예상 수혜자는 대선공약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실 관계자도 "국민행복기금 신청자가 원래 계획보다 대폭 줄었는데 왜 계획대로 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올해 잇따라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고 진상규명을 위해 삼성, LG, 대림산업 등 관련기업 대표들을 줄줄이 불러들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작년 구미 불산누출사고에 이어 올해 연이는 화학물질사고의 공통점은 모두 사고를 은폐하고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을 시도하다가 오히려 위험을 키웠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사 화성사업소 관련 삼성에서 주장했던 것들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2리터라던 누출량은 시간당 최대 7리터로 나타났고 주변지역 영향은 없다고 주장한 삼성 측의 말과는 달리 시민환경연구에서 화성공장 인근 식물 내 불소농도를 분석한 결과 식물 일부가 불화수소에 노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무려 1934건에 달하는 산업안전 보건법을 위반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LG실트론 구미2공장 화학물질 누출사고의 경우 사고발생 직후 업체 측이 119 등 관계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채 16시간 정도 숨겨 사고를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장 측은 16시간이 지난 후 제보를 받은 구미시와 소방당국이 경위를 확인하자 뒤늦게 사고를 시인했다.

이처럼 국감 현안들을 산더미 같이 쌓아두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 국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 수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정부 정책실행기관은 손을 놓고 있고, 국회는 국회대로 정쟁으로 날을 새우다가 감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상시·정기국감
병행 제안도…

국감 준비기간도 촉박하다. 국회는 도무지 정상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추석연휴까지 끼어있는 데다 곧 이어 다가올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 레이스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회 한 관계자는 "시간에 쫓겨 국감을 진행한다면 추석연휴와 국감 준비기간이 겹치면서 부실 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사일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여유를 둘 필요가 있다. 국감 일정을 조금 더 미루는 것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감 내실화를 위해 상시 국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기 제한 없이 각 상임위에서 감사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마다 국감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기국감은 주요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한정하고, 상시국감 체제를 도입해 지방 및 소속기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정기국감과 상시국감을 병행하는 것을 제안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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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