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침투한 중국 '흑사회' 실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24 13: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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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무식한 조폭들이 몰려온다

[일요시사=사회팀] 중국 최대 폭력조직 '흑사회'의 부두목 뤼촨보(44)가 2년 전 국내로 입국해 자취를 감췄다는 소문이 돌았다. 뤼촨보는 국제 인터폴의 수배를 받고 있는 인물로 중국 현지에서는 거물급 조폭으로 통했다. 지난 11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뤼촨보가 검거됐다. 흑사회가 국내로 잠입했다는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뤼촨보는 왜 한국행을 선택했던 것일까. 그리고 흑사회는 언제부터 한국에 손을 뻗었던 것일까.




지난 3일 중국 최대 폭력조직인 '흑사회' 간부급 조직원이 국내에 입국한 뒤 종적을 감춰 경찰이 수배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11년 국내로 들어와 자취를 감춘 뤼촨보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알렸다. 뤼촨보는 중국 공안은 물론 인터폴 수사망에도 오른 '거물급 조폭'이었다.

흑사회 조직원들
대한민국 접수?

지난 5월 경찰은 서울에 있는 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뤼촨보가 나타났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그러나 경찰은 뤼촨보를 현장에서 검거하는데 실패했다. 평소 뤼촨보를 돕고 있던 재한 중국인 조력자들이 뤼촨보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기 때문이다. 뤼촨보는 서울 강남의 한 고급아파트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범죄자에게 영원한 도피처는 없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인터폴 적색수배자 뤼촨보를 지난 11일 검거했다. 뤼촨보에게 적용된 혐의는 출입국관리법 위반이었다. 같은 날 경찰은 뤼촨보의 신병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국제법상 적색수배자는 인터폴 190개 회원국에서 소재가 발견될 시 본국으로 강제 송환된다. 이에 따라 뤼촨보는 중국으로 추방된 뒤 중국 공안에 신병이 인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거물 잔혹 범죄 저지르고 국내 잠입
강남 등지서 호화생활하다 2년 만에 검거

경찰에 따르면 뤼촨보는 사형선고를 받은 두목 대신 2000년부터 2011년 초까지 중국 칭다오 지역 흑사회 부두목으로 활동했다. 뤼촨보는 살인·폭력을 이용한 협박·갈취 등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뤼촨보는 살인 현장 CCTV 등에 얼굴이 노출되면서 중국 공안의 추적을 받게 됐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뤼촨보는 2011년 5월 단기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으로 도피했다. 그리고 최근까지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와 인천 송도의 호화 오피스텔 등을 오가며 은신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뤼촨보는 2년여의 도피 생활 동안 체중이 10㎏ 가량 줄었으며, 검거 당시 초췌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구속된 뤼촨보는 회색 반팔 티셔츠에 흰색 바지 차림이었다.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꺼린 그는 줄곧 고개를 숙였지만 때때로 경찰을 노려보는 등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경찰은 뤼촨보의 내연녀 중국인 진모(25)씨가 살고 있는 서울 서초구에서 10일간의 탐문 수사를 벌인 끝에 10일 오후 6시께 반포동 아파트에서 은신 중이던 뤼촨보를 체포했다.

뤼촨보 조력자
국내에 더 있다

앞서 경찰은 뤼촨보의 자금줄이자 흑사회 조직원인 덩모(36)씨를 체포했다. 지난달 4일 오후 1시30분께 덩씨는 인천공항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검거됐다. 경찰은 중국 공안으로부터 덩씨가 국내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공조해 덩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덩씨는 본래 중국 상하이로 출국하려 했으나 공항 수속을 밟던 중 신분이 탄로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를 받은 덩씨는 7일 오후 중국으로 강제 추방돼 중국 공안에 신병이 넘겨졌다.

덩씨는 지난해 8월 제주 한 리조트에 5억9000만원을 투자, 관계 법령에 따라 'F-2비자'를 발급받았다. 제주도는 지난 2010년부터 개발지역 내 미화 50만달러 혹은 5억원 이상의 콘도·별장 등 휴양시설을 매입한 외국인에게 국내 거주자격을 주는 F-2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올 7월말 기준 F-2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은 모두 270여명. 이중 90%는 중국인인 것으로 한 지역매체는 보도했다. 제주도는 거주기간 동안 범죄행위 등 특별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투자자와 직계가족에게 영주자격(F-5)을 주고 있다. 현재 이 투자이민 제도는 흑사회의 합법적 국내 진출 통로로 의심받고 있다.

실제로 덩씨는 이 투자이민제도를 악용했다. 한국과 중국을 합법적으로 오가면서 부두목 뤼촨보에게 자금을 댄 것이다. 뤼촨보가 타국에서 호화로운 도피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자금줄이 끊기지 않아서"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뤼촨보가 살던 아파트 보증금은 8000만원, 월세는 250만원에 달했다. 이 아파트 안에는 골프장과 수영장 등 고급 레저시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뤼촨보의 생활수준을 가늠케 했다.

뤼촨보 입장에서 덩씨의 돈은 '마르지 않는 샘'이었다. 덩씨는 국내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에이전트로 활동하며 하루 3000만원에서 10억원 이상의 돈을 벌었던 것으로 한 매체는 보도했다.

덩씨는 중국인들을 카지노에 끌어들인 뒤 카지노가 벌어들인 수입의 10%를 수수료로 챙겼다. 이 돈의 일부는 뤼촨보의 도피자금으로 지원됐다. 뤼촨보는 검거 당시 약 2000만원의 현금을 쥐고 있었다.

일각에선 뤼촨보가 숨긴 자금이 더 많으며, 덩씨의 월수입은 수백억원에 육박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정확한 계좌 추적은 중국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히려 경찰은 뤼촨보의 도피를 도운 7명의 조력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뤼촨보의 도피생활을 도운 조력자들의 명단을 확보했다. 이들은 대부분 흑사회로 의심받고 있다.
경찰은 7명의 조력자들이 뤼촨보를 대신해 부동산 계약을 하고, 통장을 만들면서 그의 도피생활을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비호 아래 뤼촨보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등산을 하며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누렸다.

 더불어 뤼촨보는 조력자들이 타인 명의로 개설한 2∼3개의 휴대전화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중국 흑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종 조폭과
커넥션 있나

그런데 흑사회가 국내 수사기관의 포위망에 걸려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2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중국을 통해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한 혐의로 중국 흑사회 선양파 두목 정모(35)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


정씨 등은 부산 유태파, 서울 청량리파, 의정부 신세븐파, 충남 논산파 등 토종 조폭과 연계해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 등은 북한에서 제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필로폰을 중국 옌타이항에서 부산항으로 가는 소규모 냉동어선에 실어 보냈다. 부산항에 도착한 필로폰은 국내 총책을 거쳐 각 지역 운반책에게 전달됐다.

정씨 등에 의해 1년여 동안 밀반입된 필로폰은 모두 5.95kg. 시가 기준으로 따지면 198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토종 조폭이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그 공급책인 중국 흑사회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금 등 도피 도운 추종자 존재
토종 조폭과 연계 가능성 확인

그렇다면 흑사회는 과연 어떤 조직일까. 사실 흑사회는 실체가 없는 조직이다. 흑사회는 이탈리아의 마피아, 일본의 야쿠자처럼 중국의 폭력조직을 총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즉 한국의 양은이파·범서방파처럼 특정 범죄조직을 지칭하는 말이 아닌 것.

그 쓰임에 따라 다르지만 흑사회는 ‘어둠의 세계’ 정도로 의역할 수 있다. 혹자는 홍콩·마카오를 기반으로 한 폭력조직 '삼합회'와 비교하지만 '삼합회' 역시 보통명사일 뿐 그 실체는 없는 조직이다. 따라서 "삼합회가 흑사회에서 파생됐다"는 소문은 거짓이다.


통칭 흑사회로 아우를 수 있는 범죄조직은 워낙 많아 그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청홍방 등 4000여개의 조직과 80만∼100만명 규모의 조직원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각 지역에 따라 흑사회가 돈을 굴리는 방법은 다르다. 바다를 끼고 있는 '광둥성 흑사회'는 마약 등 각종 밀수가 유명하며 '홍콩 삼합회'는 도박장과 유흥시설 운영에서 강점을 보인다.

타국과의 경계를 맞대고 있는 헤이룽장성·랴오닝성·지린성 흑사회는 매춘 등 인신매매 및 장기밀수의 원천으로 불리며 상하이 등 대도시로 진출한 흑사회는 한국처럼 기업화·합법화 과정을 밟아 부동산·금융·건설업 등에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뤼촨보가 활동했던 산둥성 역시 흑사회의 역사와 뿌리가 깊은 곳으로 이름 높다. 무엇보다 산둥성 흑사회는 한국 내 마약·밀수조직과 연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산둥성에 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 등 한국행 해로와 직접 연결된 항구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검찰에 붙잡힌 정씨 등이 활동했던 무대는 산둥성이었다. 때문에 산둥성 흑사회는 국내로 반입되는 마약의 주공급원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번에 붙잡힌 뤼촨보 역시 산둥성을 근거로 한 흑사회 거물이라 국내 조직과의 커넥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까지 뤼촨보가 이끌어 온 조직은 보스의 이름을 따라 '니에레이파'라고 불렸다. 니에레이는 칭다오에서 부동산재벌로 이름을 알렸으며, 중국 공안의 중견간부 등과도 유착해 독자 세력을 형성했다.

니에레이파는 칭다오 인근의 유흥업소 등을 접수하는 한편 청부폭력과 도박장 운영 등 사업 영역을 넓히며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초 중국 공안이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두목 니에레이는 체포 후 사형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3월 니에레이가 사형을 언도받자 뤼촨보는 두목을 대신해 흑사회 보스 행세를 했다. 그는 나이트클럽에서 살인을 사주하고, 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다른 조직원의 신체를 절단하는 등 잔혹한 범죄를 잇달아 저질렀다. 결국 뤼촨보는 두목과 같은 운명을 앞두게 됐다.

연변 흑사회
국내서 성장

비록 뤼촨보는 잡혔지만 아직 국내엔 흑사회를 자처하는 무리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연변·룽징 등 조선족자치구에서 활동하던 흑사회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로 진출, 서울 구로와 경기 안산 등 조선족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마약과 불법 의약품 등을 유통하는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조직과 연계해 보이스피싱 등 신종 금융사기를 벌이고 있어 관련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은 중국에서 일부 탈북자를 빼돌려 현지 성매매업소 등에 여성을 파는 수법으로 돈을 챙기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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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