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실제 다른 '진짜사나이'의 두 얼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1: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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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보니 군생활 재밌겠다고?

[일요시사=사회팀] 화제의 예능 <진짜 사나이>에는 '진짜'가 빠져있다. 지금 이 시간도 군인들은 이틀에 1명꼴로 정신질환에 걸려 전역하며, 하루에 1명꼴로 성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사흘에 1명씩은 목숨을 잃고, 이중 절반 이상은 500만원이라는 터무니없는 보상금과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지 않았던 '진짜 사나이'의 두 얼굴이다.




8월 한 달간 평균 시청률 16.1%(TNmS 기준). 동시간대 시청률 1위. MBC 예능 <진짜 사나이>의 성적표다. <진짜 사나이>는 '군 생활을 보여주는 한국의 리얼리티쇼(Korean reality show reveals military life)'라는 제목과 함께 최근 한 호주 방송에 소개됐다.

'진짜'는 다르다

방송가 화제의 중심에 선 <진짜 사나이>. 이 프로그램의 든든한 우군은 바로 육군본부(이하 육본)다. <진짜 사나이>의 기획을 맡은 권석CP는 한 연예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육본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육본이 보증한 <진짜 사나이>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진짜'가 빠져 있다. 시청자들이 방송에 열광하는 것과는 별개로 현실에선 국방의 의무를 수행 중인 '진짜 사나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을 고민한다.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2012 군우울증 유병률 조사' 통계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군인은 전체의 9.3%로 나타났다.


또 군부대의 주요 우울장애 발생률은 4.6%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 남성의 우울증 발생률인 1.8%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실제 정신질환으로 군병원에 입원한 사례는 연간 4만건을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전역한 군인은 2012년 기준 185명이다. 신체검사를 통해 '정상'임이 인정된 군인이 입대 후 이틀에 한 명 꼴로 정신질환을 얻어 전역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얻은 정신질환은 대체로 부대 내 구타 및 가혹행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지난 11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를 통해 알려진 김모 일병의 성추행 사건은 육본의 관리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한 사례로 기록됐다.

이날 인권위는 전방의 한 보병 사단에서 복무 중인 김 일병이 전입 직후부터 지속적인 성추행과 구타에 시달려왔다고 밝혔다. 가해자는 모두 10명이었고, 이들은 김 일병의 특정 신체부위를 때리거나 만지는 등의 수법으로 성추행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 처한 김 일병을 도와줄 사람은 부대 내에 아무도 없었다. <진짜 사나이>에서 고름 짜듯 연출한 전우애는 온데간데 없었다. 김 일병은 어머니에게 "나 좀 구출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김 일병에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정신질환이 발병했다. 인권위는 "김 일병이 수차례 자살시도 끝에 병원에 입원했다"고 알렸다. 김 일병이 근무한 부대는 수년 전부터 성폭력이 악습처럼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인권위는 발표했다.

성범죄로 적발된 군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군인권센터가 민주통합당 최원식 의원을 통해 입수한 국방부 자료를 보면 성범죄로 적발된 군인은 2009년 224명, 2010년 315명, 2011년 366명으로 보고됐다. 부대 내에서 하루에 한 번씩 성범죄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틀에 1명꼴 정신질환으로 전역

하루에 1명꼴 성폭력 피해 발생

사흘에 1명꼴 사고로 목숨 잃어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던 아들은 때론 싸늘한 주검으로 부대 밖을 나선다. 민주당 김광진 의원실의 고상만 보좌관은 "사흘에 1명씩 군인이 죽고 있다"며 군 사망사고 실태를 공개했다.

김광진 의원실에서 작성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사망한 군인은 모두 519명. 이중 자살로 처리된 군인은 335명이다.

자살자 현황을 세부적으로 보면 ▲2008년 75건 ▲2009년 81건 ▲2010년 82건 ▲2011년 97건의 자살자가 발생했다. 연평균 83번의 자살이 일어나고 있는 것. 자살로 처리된 장병들의 유족에게는 사망위로 보상금 500만원이 지급된다. 이걸로 끝이다

고 보좌관은 "학교 내 따돌림이나 학원폭력으로 자살한 학생들과 불과 2∼3살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청년들"이라며 "군 병원 냉동고에 잠들어 있는 청년들에게도 <진짜 사나이>의 전우애는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육본은 구타나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자의 순직 처리를 거부함은 물론 사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은폐를 시도한다. 자신들의 책임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사망자를 덮어놓고 자살자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은 경북 모 보병사단 소대장으로 복무하다가 BOQ(군 장교숙소)에서 숨진 박모 중위의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사건번호 선고2012가합1****)에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위)가 지난 2009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박 중위는 1998년 4월12일 BOQ 내에서 질식사했으나 군 수사당국은 박 중위의 사인을 그 이름조차 생소한 '자기색정사(自己色情死)'로 예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육군은 "자위행위를 하던 박 중위가 환각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준비한 비닐봉지 입구를 손으로 오므리는 과정에서 저산소증으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족 측이 도착한 현장에는 강제로 아랫도리를 벗긴 시신과 군 관계자가 현장을 훼손하면서 남긴 발자국만이 가득했다. 유족 측이 납득할만한 현장보존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법은 진상위의 조사결과와 유족 측의 문제제기를 합리적으로 봤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군이) 사고현장을 임의로 훼손하고, 현장에서 발견된 만화책의 펼쳐진 부분을 왜곡하며, 여성모델의 사진도 선정적인 사진으로 함부로 단정한 뒤 이를 근거로 자기색정사로 추정된다고 보고함으로써 유족인 원고들로 하여금 망인의 사망원인에 대한 더이상의 진실규명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사망원인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재판부의 판결에도 육본은 사망자에 대한 순직처리를 보류하고 있다. 때문에 인수가 거부된 박 중위의 시신은 경기도 한 보급부대에서 14년째 발인만을 기다리고 있다.

사건은폐 급급

지난 10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월 강원도 최전방부대에서 근무하다 뇌출혈로 숨진 이신애(28) 중위의 순직을 인정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이 중위는 임신 중 과로로 숨졌지만 순직이 아닌 일반사망으로 처리됐다.

앞서 군은 이 중위의 사인규명을 놓고 “자기가 임신해서 자기가 아파서 죽은 것을 어떻게 순직처리 하느냐"며 유족 측의 순직 요구를 거부했다. 이 사건은 복수 매체에 보도되며 파장을 일으켰다

여론이 들끓자 육군은 "이 중위의 순직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육본은 "재심의를 거쳐 판단하겠다"며 기존 발표에서 유보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이 중위 사건과 같은 '진짜 군인들'의 죽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신애 중위 사망 사건은?

만삭 최전방 근무에 軍 "순직 아니다"

강원도 최전방부대에서 근무하다 뇌출혈로 숨진 이신애(28) 중위는 지난해 9월께 임신 사실을 부대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 중위가 근무하는 곳은 최전방 지역이어서 산부인과 진료를 위해 왕복 3시간을 오가야 했다. 또 부서장 공석으로 인한 대리 업무와 훈련 준비 등이 겹치면서 사망 한 달 전인 지난 1월에는 50시간이 넘게 초과근무를 했다. 이 중위는 결국 혹한기 훈련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새벽 뇌출혈로 사망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장교로 군 복무를 한 군인가족 출신인 이 중위의 순직 처리는 육군에 의해 기각됐다. 당초 육군본부는 "이 중위의 뇌출혈이 임신 중 고혈압으로 인해 발생했고 군 복무가 고혈압의 발생이나 악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이 중위는 숨졌지만 아이는 제왕절개를 통해 출생했으며 현재 건강한 상태로 알려졌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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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