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성능 먼지털이 풀가동 진짜 이유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3: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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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까지 탈탈…도랑 치고 가재도 잡고?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올 하반기 주요 대기업들에 대한 연이은 세무조사 때문이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가 털렸고 거리두기를 해왔던 포스코까지 건드렸다. 업계에서는 세수 부족에서 비롯된 전방위 세무조사라는 게 중론이다. 새는 세금을 막아 복지재원을 확보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맞춤형’ 조사라는 얘기다. 물론 국세청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정부의 세금징수 실적은 82조1262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원 줄어든 수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국세징수는 목표액(210조원)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실정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국세청은 그 어느 때보다 이곳저곳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첫 번째 타깃은 금융업계였다. 국세청은 올들어 가장 먼저 SC은행을 털었다. 2월22일 SC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으로 3일 뒤 국민은행을 들여다 봤으며 신한은행과 농협중앙회에 대한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이미 원천징수 관련 조사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9조 부족
현미경 조사 실시

증권업계에서는 교보증권에 이어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됐다. 국세청은 조사인력도 정기조사 때보다 2배나 많이 투입했고 기간도 4∼5개월로 길게 잡는 이른바 '현미경 조사'를 실시했다.

금융업계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는 지난 8월 재계를 뒤흔들었다. 두 번째로 세무조사를 받은 국민은행이 세금 폭탄을 맞은 것. 최대 2000억원대 중후반의 추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488억원)의 4배 이상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세청은 우선 과거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 및 500만원 이하 소액 채권의 대손상각 과정에서 국민은행이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500만원 초과 채권의 경우 대손상각 후 손비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소액 채권의 경우 금감원에 신고만 하면 손비 처리가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이 점을 이용, 만약 한 사람이 카드 채권 300만원, 대출 채권 300만원을 가졌을 경우 각각을 별도의 상품으로 보고 임의로 손비 처리해왔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국세청은 세금과 가산세를 내야 한다는 입장. 이 경우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2400억원의 추징금이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민은행이 고객 정보를 계열사에 헐값으로 제공하고 소득을 누락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덜 받은 정보사용료에 대한 세금도 모두 내야 한다. 이 금액이 더해지면 국민은행은 3000억원에 육박하는 세금 폭탄을 짊어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의 막대한 세금폭탄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금융회사들도 긴장을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보다 앞서 세무조사를 받은 SC은행은 물론 아직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보험·증권 회사 역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현대차…무차별 대기업 세무조사 
인원·기간 대폭 증가 "일단 털고 보자?"

대기업 계열사 세무조사도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LG전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올 초 10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했다. 지난 2∼7월까지는 LG디스플레이가 세무조사를 받아 3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월부터는 LG상사도 세무조사 대상이 되어 약 120일간의 일정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LG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모두 세금 탈루 혐의를 포착하고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종합상사 1위 업체인 SK네트웍스도 지난 4월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기간은 오는 10월 말까지 6개월로 국세청은 SK네트웍스가 2009년 워커힐을 합병하면서 회계처리를 정상적으로 했는지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0년 매출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줄어든 배경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CJ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CJ푸드빌이 지난 4월 중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CJ푸드빌은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와 프랜차이즈 빵집 뚜레쥬르 등 14개 브랜드를 운영하며 전국 매장 수는 2000개에 달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등 8곳에 해외 법인을 세웠다. CJ그룹의 해외 법인은 140개. 지난해에만 30여개가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국세청은 이 점을 주목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에는 주요 대기업의 '몸통'에 대한 세무조사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지난 3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와 포항 포스코 본사, 광양제철소 등 3곳에 국세청 직원들이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70여 명의 국세청 직원이 투입돼 사무실을 '이 잡듯' 뒤졌고 회계장부 등 세무 관련 자료를 챙겼다.

국민은행 세금 폭탄
금융업계 '촉각'

포스코는 2005년, 2010년 등 5년 단위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기간을 지킨다면 2015년에야 조사를 받는 게 정상이다. 이번 세무조사가 이례적이라는 얘기다. 국세청과 포스코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했지만 정기 세무조사는 통상 열흘 전에 통지한다. 심층조사를 전담하는 국세청 조사4국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일각에서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정 회장은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9년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2월 재 선임돼 2015년 3월까지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인 퇴진 압박에 시달려왔다.

실제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단을 초청한 오찬 회동에 정 회장이 제외됐으며 지난 6월 박 대통령 방중 시 국빈만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또한 새 정부 출범 때마다 포스코 회장이 바뀐 전례도 있다.

정기조사라지만…
'불똥'튈까 긴장

그렇지만 업계 대부분은 박근혜정권 출범 초부터 복지재원 마련과 경제민주화 실현 등을 위해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한 것이 포스코로 이어졌다는 분석에 힘을 싫고 있다.

포스코는 2005년 정기 세무조사에서 1800억원 가량을 추징당한 바 있다.

국세청은 조만간 현대자동차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국세청이 최근 현대차에 세무조사 계획을 전달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현대차는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등 세무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 2005년 9∼12월 진행된 정기 세무조사와 2007년 6월 진행된 특별 세무조사 이후 6년 만에 실시되는 조사다. 현대차는 2005년 진행된 정기 세무조사 결과 1962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추징액 상당부분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안고 있던 현대우주항공(현 한국항공우주산업) 보증채무 2100억여원을 해소할 목적으로 단행된 계열사 유상증자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점에 착안해 추징된 세금이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국세청이 르노삼성과 한국GM 등 최근 자동차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세무조사에서 해외 본사와의 거래 가격·로열티 과다 지급 등을 문제 삼은 점을 들어 현대차의 세무조사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쟁점은 해외 거래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말 세무조사를 받고 올 초 700억원의 추징금을 통보받았다. 당시 국세청은 부품 값을 비싸게 수입해 오고 완성차 가격을 싸게 수출한 것은 아닌지와 로열티 지급 등이 적절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닛산은 지난 2000년 르노삼성 출범 이후 로열티로만 4944억원을 받아갔다. 르노삼성은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낸 상태다. 이런 분위기를 볼 때 국세청이 현대차의 해외 법인과의 거래 내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는 것.


상반기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61.4%. 상반기 국내·외에서 만들어 판매한 238만여 대 중 국내 판매량은 13%(32만여 대)에 불과하다. 법인세의 근거가 되는 당기순이익이 해외 매출에 의해 좌우된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세무조사에 관한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으며 조사가 이뤄진다 해도 정기조사 차원일 것이라는 입장.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불똥'이 튈까봐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효성그룹의 경우에는 특별 세무조사가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됐다. 조세범칙조사는 단순 세무조사와는 달리 이중장부나 서류 위조 등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한 납세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고강도 세무조사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경영진 2명은 탈세 혐의로 아예 출국이 금지되기까지 했다.

웅크린 재계 "해도 너무 한다"
복지재원 확보용 '맞춤형 조사'

효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 5월말 시작됐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조 회장의 차명 재산과 분식회계를 통한 거액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고 세무조사의 성격을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이달 중 효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치고 조세범칙심의위원회를 열어 효성그룹에 대한 세금 추징과 검찰 고발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사상 최대의 시험대에 올라있다. 국세청은 지난 7월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통보도 없었고 인원만 150여명이 동원됐다. 앞서 2∼6월에는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됐고 당시 국세청은 호텔롯데에 20억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밖에도 국세청은 조세 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난 OCI 등 역외 탈세 혐의가 있는 23개 기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갔으며 NHN, 동아제약, CJ E&M 등 주요 대기업 및 그 계열사와 인천공항공사 등 대형 공기업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약속하면서 국세청에서 그 '행동대장' 역할을 부여했다. 복지로는 무상보육·반값등록금·기초연금 등의 사업을 약속했으며 대선 전 발표한 새누리당 계산에 따르면 이들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앞으로 5년간 총 134조5000억원, 연간 27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국세청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오랜 숙원이던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권 확대를 요구해 지난 7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11월부터는 정보 활용 범위가 확대되게 됐다.

또한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기획단'을 새로 만들었다. 국세청 차장을 단장으로 하고 총괄기획분과·탈세대응분과·세원발굴분과·체납추적분과로 구성했다. 기획단 규모는 4팀, 74명이다.

지하경제 추적 조사를 위한 조사전담팀도 만들었다. 지방청 조사 분양에는 400여명, 조사팀 70여개를 보강한 데 이어 서울청 조사2국과 4국을 각각 개인, 법인 분야 지하경제 추적조사 전담조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손발이 되기 위해 몸집을 불린 것이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 대상 기업도 늘었다. 500억원 이상 매출기업 가운데 세무조사 비율은 16%였지만 올해는 20%로 올려 잡았다. 조사대상 기업은 1170곳으로 늘었고, 조사기간도 통상 3∼4개월에서 6∼8개월로 길어졌다.

확대 해석 경계
"별도 목적 없다"

하지만 아무리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수확보 차원이라고 할지라도 다소 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가뜩이나 경제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탈세근절도 좋지만 자칫하다가는 기업의 투자위축이나 실물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경련도 국세청이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조사 강도·기간을 강화하고 있고 가능한 과세를 하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근 침체된 경제상황을 고려해 세무조사를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재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조사비율을 낮추겠다는 방향도 밝힌 상태라는 점도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 7월 말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비롯하여,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건설·조선·해운 업종에서 세무조사를 축소하고 조사건수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최근 세무조사가 세수확보 등 별도의 목적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국세청은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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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