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성능 먼지털이 풀가동 진짜 이유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3: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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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까지 탈탈…도랑 치고 가재도 잡고?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올 하반기 주요 대기업들에 대한 연이은 세무조사 때문이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가 털렸고 거리두기를 해왔던 포스코까지 건드렸다. 업계에서는 세수 부족에서 비롯된 전방위 세무조사라는 게 중론이다. 새는 세금을 막아 복지재원을 확보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맞춤형’ 조사라는 얘기다. 물론 국세청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정부의 세금징수 실적은 82조1262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원 줄어든 수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국세징수는 목표액(210조원)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실정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국세청은 그 어느 때보다 이곳저곳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첫 번째 타깃은 금융업계였다. 국세청은 올들어 가장 먼저 SC은행을 털었다. 2월22일 SC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으로 3일 뒤 국민은행을 들여다 봤으며 신한은행과 농협중앙회에 대한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이미 원천징수 관련 조사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9조 부족
현미경 조사 실시

증권업계에서는 교보증권에 이어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됐다. 국세청은 조사인력도 정기조사 때보다 2배나 많이 투입했고 기간도 4∼5개월로 길게 잡는 이른바 '현미경 조사'를 실시했다.

금융업계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는 지난 8월 재계를 뒤흔들었다. 두 번째로 세무조사를 받은 국민은행이 세금 폭탄을 맞은 것. 최대 2000억원대 중후반의 추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488억원)의 4배 이상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세청은 우선 과거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 및 500만원 이하 소액 채권의 대손상각 과정에서 국민은행이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500만원 초과 채권의 경우 대손상각 후 손비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소액 채권의 경우 금감원에 신고만 하면 손비 처리가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이 점을 이용, 만약 한 사람이 카드 채권 300만원, 대출 채권 300만원을 가졌을 경우 각각을 별도의 상품으로 보고 임의로 손비 처리해왔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국세청은 세금과 가산세를 내야 한다는 입장. 이 경우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2400억원의 추징금이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민은행이 고객 정보를 계열사에 헐값으로 제공하고 소득을 누락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덜 받은 정보사용료에 대한 세금도 모두 내야 한다. 이 금액이 더해지면 국민은행은 3000억원에 육박하는 세금 폭탄을 짊어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의 막대한 세금폭탄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금융회사들도 긴장을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보다 앞서 세무조사를 받은 SC은행은 물론 아직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보험·증권 회사 역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현대차…무차별 대기업 세무조사 
인원·기간 대폭 증가 "일단 털고 보자?"

대기업 계열사 세무조사도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LG전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올 초 10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했다. 지난 2∼7월까지는 LG디스플레이가 세무조사를 받아 3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월부터는 LG상사도 세무조사 대상이 되어 약 120일간의 일정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LG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모두 세금 탈루 혐의를 포착하고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종합상사 1위 업체인 SK네트웍스도 지난 4월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기간은 오는 10월 말까지 6개월로 국세청은 SK네트웍스가 2009년 워커힐을 합병하면서 회계처리를 정상적으로 했는지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0년 매출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줄어든 배경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CJ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CJ푸드빌이 지난 4월 중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CJ푸드빌은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와 프랜차이즈 빵집 뚜레쥬르 등 14개 브랜드를 운영하며 전국 매장 수는 2000개에 달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등 8곳에 해외 법인을 세웠다. CJ그룹의 해외 법인은 140개. 지난해에만 30여개가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국세청은 이 점을 주목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에는 주요 대기업의 '몸통'에 대한 세무조사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지난 3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와 포항 포스코 본사, 광양제철소 등 3곳에 국세청 직원들이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70여 명의 국세청 직원이 투입돼 사무실을 '이 잡듯' 뒤졌고 회계장부 등 세무 관련 자료를 챙겼다.

국민은행 세금 폭탄
금융업계 '촉각'

포스코는 2005년, 2010년 등 5년 단위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기간을 지킨다면 2015년에야 조사를 받는 게 정상이다. 이번 세무조사가 이례적이라는 얘기다. 국세청과 포스코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했지만 정기 세무조사는 통상 열흘 전에 통지한다. 심층조사를 전담하는 국세청 조사4국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일각에서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정 회장은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9년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2월 재 선임돼 2015년 3월까지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인 퇴진 압박에 시달려왔다.

실제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단을 초청한 오찬 회동에 정 회장이 제외됐으며 지난 6월 박 대통령 방중 시 국빈만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또한 새 정부 출범 때마다 포스코 회장이 바뀐 전례도 있다.

정기조사라지만…
'불똥'튈까 긴장

그렇지만 업계 대부분은 박근혜정권 출범 초부터 복지재원 마련과 경제민주화 실현 등을 위해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한 것이 포스코로 이어졌다는 분석에 힘을 싫고 있다.

포스코는 2005년 정기 세무조사에서 1800억원 가량을 추징당한 바 있다.

국세청은 조만간 현대자동차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국세청이 최근 현대차에 세무조사 계획을 전달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현대차는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등 세무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 2005년 9∼12월 진행된 정기 세무조사와 2007년 6월 진행된 특별 세무조사 이후 6년 만에 실시되는 조사다. 현대차는 2005년 진행된 정기 세무조사 결과 1962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추징액 상당부분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안고 있던 현대우주항공(현 한국항공우주산업) 보증채무 2100억여원을 해소할 목적으로 단행된 계열사 유상증자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점에 착안해 추징된 세금이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국세청이 르노삼성과 한국GM 등 최근 자동차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세무조사에서 해외 본사와의 거래 가격·로열티 과다 지급 등을 문제 삼은 점을 들어 현대차의 세무조사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쟁점은 해외 거래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말 세무조사를 받고 올 초 700억원의 추징금을 통보받았다. 당시 국세청은 부품 값을 비싸게 수입해 오고 완성차 가격을 싸게 수출한 것은 아닌지와 로열티 지급 등이 적절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닛산은 지난 2000년 르노삼성 출범 이후 로열티로만 4944억원을 받아갔다. 르노삼성은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낸 상태다. 이런 분위기를 볼 때 국세청이 현대차의 해외 법인과의 거래 내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는 것.


상반기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61.4%. 상반기 국내·외에서 만들어 판매한 238만여 대 중 국내 판매량은 13%(32만여 대)에 불과하다. 법인세의 근거가 되는 당기순이익이 해외 매출에 의해 좌우된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세무조사에 관한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으며 조사가 이뤄진다 해도 정기조사 차원일 것이라는 입장.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불똥'이 튈까봐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효성그룹의 경우에는 특별 세무조사가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됐다. 조세범칙조사는 단순 세무조사와는 달리 이중장부나 서류 위조 등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한 납세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고강도 세무조사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경영진 2명은 탈세 혐의로 아예 출국이 금지되기까지 했다.

웅크린 재계 "해도 너무 한다"
복지재원 확보용 '맞춤형 조사'

효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 5월말 시작됐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조 회장의 차명 재산과 분식회계를 통한 거액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고 세무조사의 성격을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이달 중 효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치고 조세범칙심의위원회를 열어 효성그룹에 대한 세금 추징과 검찰 고발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사상 최대의 시험대에 올라있다. 국세청은 지난 7월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통보도 없었고 인원만 150여명이 동원됐다. 앞서 2∼6월에는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됐고 당시 국세청은 호텔롯데에 20억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밖에도 국세청은 조세 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난 OCI 등 역외 탈세 혐의가 있는 23개 기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갔으며 NHN, 동아제약, CJ E&M 등 주요 대기업 및 그 계열사와 인천공항공사 등 대형 공기업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약속하면서 국세청에서 그 '행동대장' 역할을 부여했다. 복지로는 무상보육·반값등록금·기초연금 등의 사업을 약속했으며 대선 전 발표한 새누리당 계산에 따르면 이들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앞으로 5년간 총 134조5000억원, 연간 27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국세청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오랜 숙원이던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권 확대를 요구해 지난 7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11월부터는 정보 활용 범위가 확대되게 됐다.

또한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기획단'을 새로 만들었다. 국세청 차장을 단장으로 하고 총괄기획분과·탈세대응분과·세원발굴분과·체납추적분과로 구성했다. 기획단 규모는 4팀, 74명이다.

지하경제 추적 조사를 위한 조사전담팀도 만들었다. 지방청 조사 분양에는 400여명, 조사팀 70여개를 보강한 데 이어 서울청 조사2국과 4국을 각각 개인, 법인 분야 지하경제 추적조사 전담조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손발이 되기 위해 몸집을 불린 것이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 대상 기업도 늘었다. 500억원 이상 매출기업 가운데 세무조사 비율은 16%였지만 올해는 20%로 올려 잡았다. 조사대상 기업은 1170곳으로 늘었고, 조사기간도 통상 3∼4개월에서 6∼8개월로 길어졌다.

확대 해석 경계
"별도 목적 없다"

하지만 아무리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수확보 차원이라고 할지라도 다소 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가뜩이나 경제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탈세근절도 좋지만 자칫하다가는 기업의 투자위축이나 실물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경련도 국세청이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조사 강도·기간을 강화하고 있고 가능한 과세를 하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근 침체된 경제상황을 고려해 세무조사를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재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조사비율을 낮추겠다는 방향도 밝힌 상태라는 점도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 7월 말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비롯하여,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건설·조선·해운 업종에서 세무조사를 축소하고 조사건수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최근 세무조사가 세수확보 등 별도의 목적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국세청은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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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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