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성능 먼지털이 풀가동 진짜 이유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3: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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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까지 탈탈…도랑 치고 가재도 잡고?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올 하반기 주요 대기업들에 대한 연이은 세무조사 때문이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가 털렸고 거리두기를 해왔던 포스코까지 건드렸다. 업계에서는 세수 부족에서 비롯된 전방위 세무조사라는 게 중론이다. 새는 세금을 막아 복지재원을 확보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맞춤형’ 조사라는 얘기다. 물론 국세청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정부의 세금징수 실적은 82조1262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원 줄어든 수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국세징수는 목표액(210조원)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실정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국세청은 그 어느 때보다 이곳저곳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첫 번째 타깃은 금융업계였다. 국세청은 올들어 가장 먼저 SC은행을 털었다. 2월22일 SC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으로 3일 뒤 국민은행을 들여다 봤으며 신한은행과 농협중앙회에 대한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이미 원천징수 관련 조사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9조 부족
현미경 조사 실시

증권업계에서는 교보증권에 이어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됐다. 국세청은 조사인력도 정기조사 때보다 2배나 많이 투입했고 기간도 4∼5개월로 길게 잡는 이른바 '현미경 조사'를 실시했다.

금융업계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는 지난 8월 재계를 뒤흔들었다. 두 번째로 세무조사를 받은 국민은행이 세금 폭탄을 맞은 것. 최대 2000억원대 중후반의 추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488억원)의 4배 이상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세청은 우선 과거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 및 500만원 이하 소액 채권의 대손상각 과정에서 국민은행이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500만원 초과 채권의 경우 대손상각 후 손비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소액 채권의 경우 금감원에 신고만 하면 손비 처리가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이 점을 이용, 만약 한 사람이 카드 채권 300만원, 대출 채권 300만원을 가졌을 경우 각각을 별도의 상품으로 보고 임의로 손비 처리해왔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국세청은 세금과 가산세를 내야 한다는 입장. 이 경우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2400억원의 추징금이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민은행이 고객 정보를 계열사에 헐값으로 제공하고 소득을 누락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덜 받은 정보사용료에 대한 세금도 모두 내야 한다. 이 금액이 더해지면 국민은행은 3000억원에 육박하는 세금 폭탄을 짊어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의 막대한 세금폭탄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금융회사들도 긴장을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보다 앞서 세무조사를 받은 SC은행은 물론 아직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보험·증권 회사 역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현대차…무차별 대기업 세무조사 
인원·기간 대폭 증가 "일단 털고 보자?"

대기업 계열사 세무조사도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LG전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올 초 10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했다. 지난 2∼7월까지는 LG디스플레이가 세무조사를 받아 3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월부터는 LG상사도 세무조사 대상이 되어 약 120일간의 일정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LG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모두 세금 탈루 혐의를 포착하고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종합상사 1위 업체인 SK네트웍스도 지난 4월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기간은 오는 10월 말까지 6개월로 국세청은 SK네트웍스가 2009년 워커힐을 합병하면서 회계처리를 정상적으로 했는지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0년 매출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줄어든 배경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CJ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CJ푸드빌이 지난 4월 중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CJ푸드빌은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와 프랜차이즈 빵집 뚜레쥬르 등 14개 브랜드를 운영하며 전국 매장 수는 2000개에 달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등 8곳에 해외 법인을 세웠다. CJ그룹의 해외 법인은 140개. 지난해에만 30여개가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국세청은 이 점을 주목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에는 주요 대기업의 '몸통'에 대한 세무조사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지난 3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와 포항 포스코 본사, 광양제철소 등 3곳에 국세청 직원들이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70여 명의 국세청 직원이 투입돼 사무실을 '이 잡듯' 뒤졌고 회계장부 등 세무 관련 자료를 챙겼다.

국민은행 세금 폭탄
금융업계 '촉각'

포스코는 2005년, 2010년 등 5년 단위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기간을 지킨다면 2015년에야 조사를 받는 게 정상이다. 이번 세무조사가 이례적이라는 얘기다. 국세청과 포스코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했지만 정기 세무조사는 통상 열흘 전에 통지한다. 심층조사를 전담하는 국세청 조사4국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일각에서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정 회장은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9년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2월 재 선임돼 2015년 3월까지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인 퇴진 압박에 시달려왔다.

실제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단을 초청한 오찬 회동에 정 회장이 제외됐으며 지난 6월 박 대통령 방중 시 국빈만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또한 새 정부 출범 때마다 포스코 회장이 바뀐 전례도 있다.

정기조사라지만…
'불똥'튈까 긴장

그렇지만 업계 대부분은 박근혜정권 출범 초부터 복지재원 마련과 경제민주화 실현 등을 위해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한 것이 포스코로 이어졌다는 분석에 힘을 싫고 있다.

포스코는 2005년 정기 세무조사에서 1800억원 가량을 추징당한 바 있다.

국세청은 조만간 현대자동차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국세청이 최근 현대차에 세무조사 계획을 전달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현대차는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등 세무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 2005년 9∼12월 진행된 정기 세무조사와 2007년 6월 진행된 특별 세무조사 이후 6년 만에 실시되는 조사다. 현대차는 2005년 진행된 정기 세무조사 결과 1962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추징액 상당부분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안고 있던 현대우주항공(현 한국항공우주산업) 보증채무 2100억여원을 해소할 목적으로 단행된 계열사 유상증자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점에 착안해 추징된 세금이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국세청이 르노삼성과 한국GM 등 최근 자동차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세무조사에서 해외 본사와의 거래 가격·로열티 과다 지급 등을 문제 삼은 점을 들어 현대차의 세무조사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쟁점은 해외 거래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말 세무조사를 받고 올 초 700억원의 추징금을 통보받았다. 당시 국세청은 부품 값을 비싸게 수입해 오고 완성차 가격을 싸게 수출한 것은 아닌지와 로열티 지급 등이 적절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닛산은 지난 2000년 르노삼성 출범 이후 로열티로만 4944억원을 받아갔다. 르노삼성은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낸 상태다. 이런 분위기를 볼 때 국세청이 현대차의 해외 법인과의 거래 내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는 것.


상반기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61.4%. 상반기 국내·외에서 만들어 판매한 238만여 대 중 국내 판매량은 13%(32만여 대)에 불과하다. 법인세의 근거가 되는 당기순이익이 해외 매출에 의해 좌우된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세무조사에 관한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으며 조사가 이뤄진다 해도 정기조사 차원일 것이라는 입장.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불똥'이 튈까봐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효성그룹의 경우에는 특별 세무조사가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됐다. 조세범칙조사는 단순 세무조사와는 달리 이중장부나 서류 위조 등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한 납세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고강도 세무조사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경영진 2명은 탈세 혐의로 아예 출국이 금지되기까지 했다.

웅크린 재계 "해도 너무 한다"
복지재원 확보용 '맞춤형 조사'

효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 5월말 시작됐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조 회장의 차명 재산과 분식회계를 통한 거액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고 세무조사의 성격을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이달 중 효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치고 조세범칙심의위원회를 열어 효성그룹에 대한 세금 추징과 검찰 고발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사상 최대의 시험대에 올라있다. 국세청은 지난 7월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통보도 없었고 인원만 150여명이 동원됐다. 앞서 2∼6월에는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됐고 당시 국세청은 호텔롯데에 20억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밖에도 국세청은 조세 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난 OCI 등 역외 탈세 혐의가 있는 23개 기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갔으며 NHN, 동아제약, CJ E&M 등 주요 대기업 및 그 계열사와 인천공항공사 등 대형 공기업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약속하면서 국세청에서 그 '행동대장' 역할을 부여했다. 복지로는 무상보육·반값등록금·기초연금 등의 사업을 약속했으며 대선 전 발표한 새누리당 계산에 따르면 이들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앞으로 5년간 총 134조5000억원, 연간 27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국세청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오랜 숙원이던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권 확대를 요구해 지난 7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11월부터는 정보 활용 범위가 확대되게 됐다.

또한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기획단'을 새로 만들었다. 국세청 차장을 단장으로 하고 총괄기획분과·탈세대응분과·세원발굴분과·체납추적분과로 구성했다. 기획단 규모는 4팀, 74명이다.

지하경제 추적 조사를 위한 조사전담팀도 만들었다. 지방청 조사 분양에는 400여명, 조사팀 70여개를 보강한 데 이어 서울청 조사2국과 4국을 각각 개인, 법인 분야 지하경제 추적조사 전담조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손발이 되기 위해 몸집을 불린 것이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 대상 기업도 늘었다. 500억원 이상 매출기업 가운데 세무조사 비율은 16%였지만 올해는 20%로 올려 잡았다. 조사대상 기업은 1170곳으로 늘었고, 조사기간도 통상 3∼4개월에서 6∼8개월로 길어졌다.

확대 해석 경계
"별도 목적 없다"

하지만 아무리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수확보 차원이라고 할지라도 다소 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가뜩이나 경제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탈세근절도 좋지만 자칫하다가는 기업의 투자위축이나 실물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경련도 국세청이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조사 강도·기간을 강화하고 있고 가능한 과세를 하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근 침체된 경제상황을 고려해 세무조사를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재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조사비율을 낮추겠다는 방향도 밝힌 상태라는 점도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 7월 말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비롯하여,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건설·조선·해운 업종에서 세무조사를 축소하고 조사건수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최근 세무조사가 세수확보 등 별도의 목적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국세청은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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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