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이 털린 새마을금고 도난사건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4: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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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털이범 잡고 보니…'보안담당' ADT캡스 직원

[일요시사=경제1팀] 하루 만에 새마을금고 지점 2곳이 털렸다. 이틀이 지나서야 직원들이 출근해 금고 안의 돈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용의자는 사건 발생 8일 만에 붙잡혔다. 용의자는 ADT캡스 직원. ADT캡스는 털린 새마을금고 2곳의 보안을 담당하는 보안업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새마을금고 털이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달 17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새마을금고 지점 2곳에서 현금 7700만원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 강모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달 17일 오전 10시11분께 수유5지점에서 3900만원, 30분 후 700여m 거리에 있는 수유2지점에서 3800만원을 각각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사건이 알려진 때는 지난 19일 오전 경찰에 도난 사실이 접수되면서다. 사건이 발생한 17일이 은행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이라는 점은 감안하더라도 신고까지 이틀이나 걸린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은행 보안을 담당하는 경비업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수유2지점과 5지점의 보안을 담당하는 경비업체는 ADT캡스. 그러나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출동한 ADT캡스 직원들은 금고가 털린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철수했다. 출입문이 멀쩡하고 겉보기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늑장대응 논란도 일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ADT캡스 측이 처음 이상 신호를 감지한 시각은 오전 9시40분 경. ADT캡스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20분께. 40여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출동한 것이다. 그 사이 범인은 5지점을 털고 2지점으로 이동한 뒤였다.

결국 19일 오전 은행 직원들이 출근해 금고를 확인한 뒤에서야 도난 사실 인지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17일 오전 10시11분께 5지점에서 3900만원이 도난당하고 나서 30여분 후 700m 떨어진 2지점에서도 3800만원이 털렸다고 전했다.



경찰은 모자와 우산을 쓴 남성 한 명이 5지점 금고 안에서 현금을 갖고 나가는 모습을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토대로 수사에 나섰다. 2지점에서는 CCTV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경찰은 범행 수법 등을 볼 때 동일범으로 추정하고 범인 행적을 추적했다. 또한 경찰은 출입문이 파손되지 않은 등 범행 정황상 용의자가 새마을금고 내부 사항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것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새마을금고 직원의 결정적인 진술이 나왔다. CC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이 강모씨와 비슷하다는 것. 경찰은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강씨의 행적을 수사, 지난달 25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강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ADT캡스의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맑은 날씨에도 얼굴을 가리기 위해 우산과 모자를 사용했으며 훔친 돈을 가방에 넣어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 넣어두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사전에 출입해 내부망 마비…금고 열쇠 복제
경보감지 40분만에 출동 '늑장대응' 논란도

또한 경비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자주 출입하던 새마을금고 해당 지점의 보안시스템과 금고 열쇠 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을 노려, 11일과 15일 2차례에 걸쳐 근무시간 신고 출동을 핑계로 출입, 보안시스템 감지 기능을 마비시키고 금고 열쇠를 복제해 범행에 사용했다. 수유5지점에서 돈을 훔친 뒤 수유2지점으로 이동할 때는 택시를 이용하고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 ADT캡스 측이 감지한 이상 신호는 강씨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출입문에 있는 감지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범행 이유로 "돈이 필요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평소 가까이서 현금을 보면서 범행 충동을 느꼈고 틈틈이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DT캡스의 늑장대응 논란을 두고 일각에서는 공범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강씨의 단독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범행 경위 등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경찰은 해당 새마을금고 관계자 등을 불러 보안체계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새마을금고 털이범이 경비업체 직원임이 밝혀짐에 따라 ADT캡스의 배상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늑장 대응이나 사고 미인지 등 경비업체의 과실이 인정되면 고객 측에서 배상 등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면서 "설사 고객이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업계 2위인 ADT캡스의 시장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새마을금고 지점의 보안·경비업체 선정은 지점 각각의 자유에 맡기고 있다"며 "책임 여부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마을금고 수유2지점과 5지점 관계자도 "현재 은행 업무는 파견된 직원들이 대체하고 있다"면서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고 본래의 직원들이 업무에 복귀한 뒤에야 구체적인 사항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관리 허술' 노려

사실 ADT캡스가 직원 문제로 홍역을 치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에는 ADT캡스 전 직원이 또 다른 경비업체 직원과 함께 현금수송차량에 실려 있던 현금 5억300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체포됐으며 2010년에는 ADT캡스 직원이 시중에 설치된 경쟁업체 에스원의 세콤 도난방지장치를 부수다 적발되기도 했다. 앞선 2009년에는 고객 업체에 출동한 ADT직원이 고객 노트북을 훔친 협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ADT캡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담당자가 외근 중이다" "회의 중이다" "메모를 남겨두면 연락을 주겠다" 등 연락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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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