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무쌍' 중고생 섹스 보고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09: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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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고, 당겨서 하는데…"

[일요시사=사회팀] 얼마 전 청소년들의 성의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은 남자친구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손을 잡는 등 가벼운 스킨십과 가벼운 키스까지 허락하겠다는 응답이 각 98.5%와 89.5%였다. 또 성관계를 요구할 경우 "거부하겠다"는 응답은 97.1%였다. 어른들을 안심시킨 이 설문조사. 실제 현실은 어떨까.



A(15)양은 경기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만난 오빠 ㄱ(17)군은 훤칠한 외모와 서글서글한 입담으로 A양의 눈길을 끌었다. 둘은 곧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끌렸던 그들은 곧 성관계를 가졌다.

사랑하는 게
잘못인가요?

ㄱ군은 A양 전에도 이미 성관계 경험이 있었다. 그의 첫 경험 나이는 열다섯. A양보다 1년 정도 빨랐다. ㄱ군은 "자신의 친구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첫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ㄱ군은 자신이 남들보다 빠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ㄱ군은 "여자친구와 사랑을 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A양도 마찬가지. 부모와의 불화로 늘 속앓이를 하던 A양은 자신의 관심을 집 밖으로 돌렸다. 그에게 남자친구는 일종의 해방구나 다름없었다. 학교생활에 별 흥미를 못 느꼈던 A양은 ㄱ군과 함께 있는 시간에 큰 위안을 얻었다. 그러나 몸의 이상을 느껴 사용한 임신테스트기는 둘의 관계를 헝클었다. 선명한 두 줄. 첫 번째 임신이었다.

둘은 아이를 낳고 기를 형편이 안 되었다. 그렇게 첫째 아이를 지웠다. 그리고 몇 달 뒤 둘 사이에는 또 다른 아이가 생겼다. 하지만 이들은 또 다시 아이를 지웠다.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기에는 부모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


두 번의 낙태 후 A양은 겁을 먹게 됐다. 둘은 여전히 사랑했지만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 그리고 1달 뒤 그들은 무엇에 홀린 듯 다시 만났다. 각자가 느낀 외로움을 채워줄 사람은 서로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 번째 임신도 운명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세 아이는 모두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이후 ㄱ군에게는 다른 여자친구가 생겼다. ㄱ군에 의하면 A양은 그 후로 만날 수 없었다. ㄱ군과 함께 만났었던 A양은 "ㄱ군이 좋다"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러나 사랑은 끝났고, 물리적 상처만 A양에게 남았다.

청소년 성문화
어른들 뺨친다

기자가 소개한 이 사례는 10년 전만 해도 꽤 충격적인 성질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청소년들 사이의 성관계는 10년 전에도 있었으며, 지금도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청소년들이 이전보다 더 이른 나이에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들의 첫 이성교제 시기가 빨라진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지난 6월 '감춰진 10대의 이성교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중 연구 자료로 제출된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현대 청소년의 이성교제 문화'를 살펴보면 한국의 청소년들은 초·중학교 시절에 처음 이성 교제를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곽 교수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시의 고등학생들 중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남녀 청소년 341명과 그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성교제를 처음 시작한 시기에 대해 응답자의 39.5%는 초등학교라고 답했으며, 46.9%는 중학교라고 밝혔다(백욱현, 2011).


또 다른 연구에서는 광주지역에 거주하는 초·중·고등학생 4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평균 14세에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71%는 스킨십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킨십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18%는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고, 5%는 성폭력 피해경험, 1.9%는 성폭력 가해경험을 보고했다(김진숙, 조성우, 2010).

성인들 사이의 이성교제가 대개는 성관계를 동반하고, 때로는 성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청소년 사이의 이성교제가 성관계를 동반함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연구지원팀이 작성한 '이성교제 경험 청소년 개별면접 인터뷰 & 이성교제 관련 상담사례 동향 분석'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이성교제 중 호소하는 문제는 ▲이성친구와의 관계 지속의 어려움(다툼, 감정조절) ▲성관계 전후 고민 ▲부모와의 갈등 ▲친구들과의 관계 변화로 범주화된다.

이중 주목할 점은 청소년 간의 이성교제에서 성관계가 갖는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겪는 갈등으로는 ▲상대방의 지나친 성관계 요구 ▲사랑이 없는 성관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관계를 갖는 문제에 대한 호소가 많았다.

3번 임신과 3번 낙태 "요즘은 흔한 일"
사귀면 당연히 성관계…첫 경험 13.6세

또 성관계 전 상대방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확신은 없지만 관계를 발전시키고 또 유지하기 위해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성관계 이후 임신이나 성병의 문제 등 성지식 부족으로 발생되는 문제와 남자친구가 사랑이 아닌 단지 성관계만을 위해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의 관계 유지 문제 등이 부각됐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해 청소년(대체로 여중고생)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더불어 사이버 상담 내용을 살피면 "저희는 사귄 지 얼마(00일)가 지났고요. 물론 당연히 성관계를 했고요"라는 내용을 자주 볼 수 있어 청소년들이 이성간의 성관계에 대해 개방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공개한 질병관리본부의 전국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처음 성관계를 경험한 나이는 평균 13.6세로 조사됐다. 중학교 입학을 전후로 성관계를 했다고 인정한 셈.

또 2010년 기준 공식적으로 집계된 청소년 성관계 경험률은 5.3%(보건복지부)다. 전체 청소년 700만명 중 37만명 가량이 성경험이 있는 꼴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허수일 확률이 높다. 청소년 스스로가 응답에 앞서 자기 검열을 하기 때문.

앞서 온라인 조사보다 신뢰도가 높은 연구인 면접 인터뷰를 진행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관련 논문에서 개별 조사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며 "면접자와 참여자 간에 시간을 가지고 신뢰 관계를 형성한 후에야 다루기 용이한 개인정보(스킨십, 성경험 등)를 충분히 탐색하는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성경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있는 여성의 경우는 솔직한 답변이 어려운 한계를 가질 확률이 높다.

감춰진 10대의
은밀한 성경험

이러한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10대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은 수치상 이목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지점이 있다. 남학생의 경험률은 7.2%. 여학생은 3.2%였다. 고등학생의 경우 전체의 8.1%가 성관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남학생은 11.2%, 여학생은 4.6%였다.


그렇다면 왜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경험 비율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 답은 남학생들 사이에 만연한 '어떤 문화'에 있다. 일반적으로 남학생들은 자신의 또래집단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바로 여자친구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남학생들은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할 때 '찌질한 아이' 또는 '모태솔로'라는 표현을 듣는 것으로(혹은 그렇게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은 여자친구를 사귐으로써 더욱 당당해진다.

그러나 일부 여학생들의 성관계 후 고민 내용에서 보듯 남학생들은 성관계 후 자신의 성적 호기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그리고 또래집단에서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하여 자신의 여자친구를 다른 동성친구에게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돌림빵'이 일어난다.

돌림빵을 목격한 ㄴ군은 원래 B양의 남자친구였다. 그는 인천 한 고등학교에서 B양을 후배로 만났다. B양의 귀염성 있는 외모에 반한 ㄴ군은 B양에게 고백했다. B양은 준수한 얼굴과 매너까지 겸비한 ㄴ군이 싫지 않았다. B양은 ㄴ군의 고백을 받아줬고, 둘은 친구들 몰래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나 몇 달을 몰래 만나던 둘은 곧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B양의 입장에서는 애정표현이었지만 ㄴ군에 입장에서는 간섭 내지 집착이었다. 때마침 B양과의 비밀 교제에 답답함을 느끼던 ㄴ군이 자신의 친구에게 교제 사실을 털어놨다. 물론 둘만의 비밀을 전제한 '오프 더 레코드'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ㄴ군의 친구가 B양에게 ㄴ군과의 교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 이로 인해 B양과 ㄴ군은 헤어졌고, B양의 새로운 남자친구는 ㄴ군의 친구가 됐다. 그리고 그들은 곧 성관계를 가졌다.

ㄴ군의 친구는 처음부터 성관계를 목적으로 B양에게 접근했다. 목적을 달성한 그는 자신의 또 다른 친구에게 B양을 소개했다. 그 친구는 ㄴ군의 친구이기도 했다. ㄴ군은 그들이 B양과 함께 만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에게는 이미 새로운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 ㄴ군은 "옛 여자친구를 설거지(돌림빵의 또 다른 표현) 한다는 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괜히 거기에 엮이는 건 싫었다"고 해명했다. 또 ㄴ군은 "요즘 걔네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담담히 말했다. 

보통 이런 소문들은 학교 주변에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소문이 퍼지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도 변화된 성의식의 한 단면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형성된 '어떤 기류'는 청소년들의 이른 성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인근에 사는 C양(18)은 "첫경험이 굉장히 나쁜 기억으로 남았다"고 털어놨다. C양이 밝힌 첫 성관계 나이는 열일곱. C양은 "다른 아이들은 다 남자친구 만드는데 나만 없어서 내가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C양은 비슷한 시기 2명의 남자에게 고백을 받았다. 그가 선택한 ㄷ군(18)은 자신과 동갑이자 같은 반 친구였다. C양은 ㄷ군의 매력으로 유머러스함을 꼽았다.

하지만 교제 이후 ㄷ군은 C양을 무릎 위에 앉히고 얘기하는 것은 기본이고, 뽀뽀나 키스 등과 같은 스킨십을 시도 때도 없이 요구했다. 또 수업 시간 중에는 손으로 허벅지를 만지는 등 스킨십이 점차 과감해지는 성향을 띠었다.

적극적인 ㄷ군과 달리 C양은 아직 ㄷ군에게 마음을 열 준비가 안 됐었다. 하지만 이별 후 주위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 게 싫어 ㄷ군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기념일을 즈음해서 ㄷ군은 자신의 집으로 C양을 초대해 성관계를 시도했다. 술도 한 잔 마신 상태였다. C양은 자신도 모르게 ㄷ군의 의도대로 끌려가고 있었다.

[미성년 성관계 왜?]
남자는 "인정받고 싶어서"
여자는 "뒤처지기 싫어서"

서울 상위권 대학을 노릴 정도로 공부를 곧잘 했던 그들은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를 하다가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ㄷ군의 입장에서는 사랑을 확인하는 거였지만 C양은 다가올 기말고사가 더 걱정이었다. 때때로 ㄷ군은 여자친구의 손을 자신의 아랫도리로 가져가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들은 곧 헤어졌다. ㄷ군과의 이별 후 C양의 동성친구들은 C양의 스킨십 진도에 대해 물었다. C양은 있는 그대로 털어놨지만 소문이 날까봐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하지만 C양의 연애담을 들었던 친구 중 일부는 "저 어른이 된 것 같다" 호기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C양은 이후 자신에게 고백했던 또 다른 남자와 만났지만 그 친구에게 성관계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첫 경험의 안 좋은 기억은 아직도 C양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기자가 소개한 사례는 극히 일부다. 익명의 한 여중생은 자신이 스토킹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때 남중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놀이의 희생양이 됐다는 설명.

남중생들은 예쁘장한 여중생을 타깃으로 삼고, 번갈아가며 쫓아다닌다든가 밤마다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키스 등의 스킨십을 시도하는 놀이를 벌였다. 이 놀이는 여중생을 시쳇말로 '따먹을 때'까지 계속됐다.

또 이들은 관계 후 기념사진을 찍고, 이를 친구들에게 '인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을 동반하지 않은 위험한 성관계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성의식이 대담해짐에 따라 임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조숙한 성의식에 비해 피임에 대한 의식은 아직 제자리다.

키스는 기본
사귀면 한다

지난 1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서울 지역 절반 이상은 성관계시 피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남자 응답자의 48.3%, 여자 응답자의 42.1%만이 성관계시 피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피임 실천율이 낮은데 반해 가정과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에 응한 청소년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실제 이성을 만나보는 것만큼 "좋은 성교육은 없다"고. 이들에게 성교육의 의미는 '이성을 제대로 만나는 법'이었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과학용어 위주의 지금의 성교육이 반복되는 한 혹은 자녀의 이성교제를 무조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부모들이 있는 한 청소년들의 성문화는 더 자극적이고 음성화될 것이며, 자연스레 어른과의 성의식 격차는 점차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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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