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무쌍' 중고생 섹스 보고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09: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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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고, 당겨서 하는데…"

[일요시사=사회팀] 얼마 전 청소년들의 성의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은 남자친구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손을 잡는 등 가벼운 스킨십과 가벼운 키스까지 허락하겠다는 응답이 각 98.5%와 89.5%였다. 또 성관계를 요구할 경우 "거부하겠다"는 응답은 97.1%였다. 어른들을 안심시킨 이 설문조사. 실제 현실은 어떨까.



A(15)양은 경기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만난 오빠 ㄱ(17)군은 훤칠한 외모와 서글서글한 입담으로 A양의 눈길을 끌었다. 둘은 곧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끌렸던 그들은 곧 성관계를 가졌다.

사랑하는 게
잘못인가요?

ㄱ군은 A양 전에도 이미 성관계 경험이 있었다. 그의 첫 경험 나이는 열다섯. A양보다 1년 정도 빨랐다. ㄱ군은 "자신의 친구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첫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ㄱ군은 자신이 남들보다 빠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ㄱ군은 "여자친구와 사랑을 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A양도 마찬가지. 부모와의 불화로 늘 속앓이를 하던 A양은 자신의 관심을 집 밖으로 돌렸다. 그에게 남자친구는 일종의 해방구나 다름없었다. 학교생활에 별 흥미를 못 느꼈던 A양은 ㄱ군과 함께 있는 시간에 큰 위안을 얻었다. 그러나 몸의 이상을 느껴 사용한 임신테스트기는 둘의 관계를 헝클었다. 선명한 두 줄. 첫 번째 임신이었다.

둘은 아이를 낳고 기를 형편이 안 되었다. 그렇게 첫째 아이를 지웠다. 그리고 몇 달 뒤 둘 사이에는 또 다른 아이가 생겼다. 하지만 이들은 또 다시 아이를 지웠다.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기에는 부모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


두 번의 낙태 후 A양은 겁을 먹게 됐다. 둘은 여전히 사랑했지만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 그리고 1달 뒤 그들은 무엇에 홀린 듯 다시 만났다. 각자가 느낀 외로움을 채워줄 사람은 서로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 번째 임신도 운명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세 아이는 모두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이후 ㄱ군에게는 다른 여자친구가 생겼다. ㄱ군에 의하면 A양은 그 후로 만날 수 없었다. ㄱ군과 함께 만났었던 A양은 "ㄱ군이 좋다"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러나 사랑은 끝났고, 물리적 상처만 A양에게 남았다.

청소년 성문화
어른들 뺨친다

기자가 소개한 이 사례는 10년 전만 해도 꽤 충격적인 성질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청소년들 사이의 성관계는 10년 전에도 있었으며, 지금도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청소년들이 이전보다 더 이른 나이에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들의 첫 이성교제 시기가 빨라진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지난 6월 '감춰진 10대의 이성교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중 연구 자료로 제출된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현대 청소년의 이성교제 문화'를 살펴보면 한국의 청소년들은 초·중학교 시절에 처음 이성 교제를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곽 교수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시의 고등학생들 중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남녀 청소년 341명과 그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성교제를 처음 시작한 시기에 대해 응답자의 39.5%는 초등학교라고 답했으며, 46.9%는 중학교라고 밝혔다(백욱현, 2011).


또 다른 연구에서는 광주지역에 거주하는 초·중·고등학생 4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평균 14세에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71%는 스킨십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킨십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18%는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고, 5%는 성폭력 피해경험, 1.9%는 성폭력 가해경험을 보고했다(김진숙, 조성우, 2010).

성인들 사이의 이성교제가 대개는 성관계를 동반하고, 때로는 성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청소년 사이의 이성교제가 성관계를 동반함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연구지원팀이 작성한 '이성교제 경험 청소년 개별면접 인터뷰 & 이성교제 관련 상담사례 동향 분석'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이성교제 중 호소하는 문제는 ▲이성친구와의 관계 지속의 어려움(다툼, 감정조절) ▲성관계 전후 고민 ▲부모와의 갈등 ▲친구들과의 관계 변화로 범주화된다.

이중 주목할 점은 청소년 간의 이성교제에서 성관계가 갖는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겪는 갈등으로는 ▲상대방의 지나친 성관계 요구 ▲사랑이 없는 성관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관계를 갖는 문제에 대한 호소가 많았다.

3번 임신과 3번 낙태 "요즘은 흔한 일"
사귀면 당연히 성관계…첫 경험 13.6세

또 성관계 전 상대방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확신은 없지만 관계를 발전시키고 또 유지하기 위해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성관계 이후 임신이나 성병의 문제 등 성지식 부족으로 발생되는 문제와 남자친구가 사랑이 아닌 단지 성관계만을 위해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의 관계 유지 문제 등이 부각됐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해 청소년(대체로 여중고생)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더불어 사이버 상담 내용을 살피면 "저희는 사귄 지 얼마(00일)가 지났고요. 물론 당연히 성관계를 했고요"라는 내용을 자주 볼 수 있어 청소년들이 이성간의 성관계에 대해 개방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공개한 질병관리본부의 전국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처음 성관계를 경험한 나이는 평균 13.6세로 조사됐다. 중학교 입학을 전후로 성관계를 했다고 인정한 셈.

또 2010년 기준 공식적으로 집계된 청소년 성관계 경험률은 5.3%(보건복지부)다. 전체 청소년 700만명 중 37만명 가량이 성경험이 있는 꼴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허수일 확률이 높다. 청소년 스스로가 응답에 앞서 자기 검열을 하기 때문.

앞서 온라인 조사보다 신뢰도가 높은 연구인 면접 인터뷰를 진행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관련 논문에서 개별 조사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며 "면접자와 참여자 간에 시간을 가지고 신뢰 관계를 형성한 후에야 다루기 용이한 개인정보(스킨십, 성경험 등)를 충분히 탐색하는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성경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있는 여성의 경우는 솔직한 답변이 어려운 한계를 가질 확률이 높다.

감춰진 10대의
은밀한 성경험

이러한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10대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은 수치상 이목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지점이 있다. 남학생의 경험률은 7.2%. 여학생은 3.2%였다. 고등학생의 경우 전체의 8.1%가 성관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남학생은 11.2%, 여학생은 4.6%였다.


그렇다면 왜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경험 비율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 답은 남학생들 사이에 만연한 '어떤 문화'에 있다. 일반적으로 남학생들은 자신의 또래집단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바로 여자친구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남학생들은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할 때 '찌질한 아이' 또는 '모태솔로'라는 표현을 듣는 것으로(혹은 그렇게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은 여자친구를 사귐으로써 더욱 당당해진다.

그러나 일부 여학생들의 성관계 후 고민 내용에서 보듯 남학생들은 성관계 후 자신의 성적 호기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그리고 또래집단에서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하여 자신의 여자친구를 다른 동성친구에게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돌림빵'이 일어난다.

돌림빵을 목격한 ㄴ군은 원래 B양의 남자친구였다. 그는 인천 한 고등학교에서 B양을 후배로 만났다. B양의 귀염성 있는 외모에 반한 ㄴ군은 B양에게 고백했다. B양은 준수한 얼굴과 매너까지 겸비한 ㄴ군이 싫지 않았다. B양은 ㄴ군의 고백을 받아줬고, 둘은 친구들 몰래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나 몇 달을 몰래 만나던 둘은 곧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B양의 입장에서는 애정표현이었지만 ㄴ군에 입장에서는 간섭 내지 집착이었다. 때마침 B양과의 비밀 교제에 답답함을 느끼던 ㄴ군이 자신의 친구에게 교제 사실을 털어놨다. 물론 둘만의 비밀을 전제한 '오프 더 레코드'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ㄴ군의 친구가 B양에게 ㄴ군과의 교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 이로 인해 B양과 ㄴ군은 헤어졌고, B양의 새로운 남자친구는 ㄴ군의 친구가 됐다. 그리고 그들은 곧 성관계를 가졌다.

ㄴ군의 친구는 처음부터 성관계를 목적으로 B양에게 접근했다. 목적을 달성한 그는 자신의 또 다른 친구에게 B양을 소개했다. 그 친구는 ㄴ군의 친구이기도 했다. ㄴ군은 그들이 B양과 함께 만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에게는 이미 새로운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 ㄴ군은 "옛 여자친구를 설거지(돌림빵의 또 다른 표현) 한다는 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괜히 거기에 엮이는 건 싫었다"고 해명했다. 또 ㄴ군은 "요즘 걔네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담담히 말했다. 

보통 이런 소문들은 학교 주변에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소문이 퍼지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도 변화된 성의식의 한 단면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형성된 '어떤 기류'는 청소년들의 이른 성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인근에 사는 C양(18)은 "첫경험이 굉장히 나쁜 기억으로 남았다"고 털어놨다. C양이 밝힌 첫 성관계 나이는 열일곱. C양은 "다른 아이들은 다 남자친구 만드는데 나만 없어서 내가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C양은 비슷한 시기 2명의 남자에게 고백을 받았다. 그가 선택한 ㄷ군(18)은 자신과 동갑이자 같은 반 친구였다. C양은 ㄷ군의 매력으로 유머러스함을 꼽았다.

하지만 교제 이후 ㄷ군은 C양을 무릎 위에 앉히고 얘기하는 것은 기본이고, 뽀뽀나 키스 등과 같은 스킨십을 시도 때도 없이 요구했다. 또 수업 시간 중에는 손으로 허벅지를 만지는 등 스킨십이 점차 과감해지는 성향을 띠었다.

적극적인 ㄷ군과 달리 C양은 아직 ㄷ군에게 마음을 열 준비가 안 됐었다. 하지만 이별 후 주위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 게 싫어 ㄷ군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기념일을 즈음해서 ㄷ군은 자신의 집으로 C양을 초대해 성관계를 시도했다. 술도 한 잔 마신 상태였다. C양은 자신도 모르게 ㄷ군의 의도대로 끌려가고 있었다.

[미성년 성관계 왜?]
남자는 "인정받고 싶어서"
여자는 "뒤처지기 싫어서"

서울 상위권 대학을 노릴 정도로 공부를 곧잘 했던 그들은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를 하다가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ㄷ군의 입장에서는 사랑을 확인하는 거였지만 C양은 다가올 기말고사가 더 걱정이었다. 때때로 ㄷ군은 여자친구의 손을 자신의 아랫도리로 가져가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들은 곧 헤어졌다. ㄷ군과의 이별 후 C양의 동성친구들은 C양의 스킨십 진도에 대해 물었다. C양은 있는 그대로 털어놨지만 소문이 날까봐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하지만 C양의 연애담을 들었던 친구 중 일부는 "저 어른이 된 것 같다" 호기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C양은 이후 자신에게 고백했던 또 다른 남자와 만났지만 그 친구에게 성관계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첫 경험의 안 좋은 기억은 아직도 C양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기자가 소개한 사례는 극히 일부다. 익명의 한 여중생은 자신이 스토킹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때 남중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놀이의 희생양이 됐다는 설명.

남중생들은 예쁘장한 여중생을 타깃으로 삼고, 번갈아가며 쫓아다닌다든가 밤마다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키스 등의 스킨십을 시도하는 놀이를 벌였다. 이 놀이는 여중생을 시쳇말로 '따먹을 때'까지 계속됐다.

또 이들은 관계 후 기념사진을 찍고, 이를 친구들에게 '인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을 동반하지 않은 위험한 성관계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성의식이 대담해짐에 따라 임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조숙한 성의식에 비해 피임에 대한 의식은 아직 제자리다.

키스는 기본
사귀면 한다

지난 1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서울 지역 절반 이상은 성관계시 피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남자 응답자의 48.3%, 여자 응답자의 42.1%만이 성관계시 피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피임 실천율이 낮은데 반해 가정과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에 응한 청소년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실제 이성을 만나보는 것만큼 "좋은 성교육은 없다"고. 이들에게 성교육의 의미는 '이성을 제대로 만나는 법'이었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과학용어 위주의 지금의 성교육이 반복되는 한 혹은 자녀의 이성교제를 무조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부모들이 있는 한 청소년들의 성문화는 더 자극적이고 음성화될 것이며, 자연스레 어른과의 성의식 격차는 점차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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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