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해도 너무한 현대차 '황제노조'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27 09:29:04
  • 댓글 0개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

[일요시사=경제1팀] 현대차 노조가 또 다시 위험한 도박에 나섰다. 이틀간 하루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4185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856억원의 매출 손실을 빚은 것으로 추산된다.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기본급 인상, 정년 연장, 퇴직금 누진제 신설 등 노조 측의 세부적 요구사항은 180개가 넘는다.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 요구안이 '너무 지나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귀족노조'를 넘어 '황제노조'로 진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 6일 노조의 협상결렬 선언으로 중단된 올해 임단협 교섭을 지난 22일 재개했다. 그러나 양측의 요구안에 대한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노사분규가 장기화할 우려가 일고 있다.

이에 앞서 20∼21일 현대차는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4185대의 자동차 생산 차질을 빚었으며 기아차 역시 총 4시간의 부분파업으로 전 차종 1262대 생산 차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액은 현대차 856억원, 기아차 224억원으로 이틀 만에 1000억원을 돌파했다.

분규 장기화 우려
이틀간 1000억 손실

현대차 노조는 1994년과 2009∼2011년 등 4년을 제외하고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올해까지 매년 파업을 이어왔다. 기아차 노조 역시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하고는 1991년부터 20차례에 걸쳐 파업을 벌여왔다. 현재까지 파업으로 현대차가 입은 생산손실은 13조3700억원, 기아차는 4조47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간 현대차 노사는 노조가 일정한 요구를 하고 사측과 절충점을 찾아 협상을 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올해 노조 측의 요구안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협상 난항의 이유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제시한 요구안은 75개 조항 180개 항목. 주요 내용은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상여금 800%(현 750%) 지급, 퇴직금 누진제 보상, 정년 61세 연장, 완전 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을 위한 기술취득 지원금 지원, 노조 간부 면책특권 강화 등이다.


이 중 기본급 인상은 노사 간의 '밀당'을 통해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요구 사항들은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은 9조560억원. 이 점을 감안하고 노조의 요구안을 적용시켜보면 3조원을 성과급으로 지불해야 한다. 다시 말해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게 되면 현대차는 노조원 1인당 3200만원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본급 인상과 상여급 50% 인상 등 노조 요구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기존 급여 외에 노조원 1인당 1억원가량을 더 줘야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9400만원(평균 근속연수 17.7년 기준). 연봉보다 더 많은 액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여 년 동안 상여금 700%를 지급했다. 그리고 2007년 노조는 임단협에서 800%로의 인상을 요구, 750% 인상을 이끌어 냈다. 6년이 지난 지금 반드시 50%를 더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

여기에 퇴직금 누진제와 정년 연장, 완전 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을 위한 기술지원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모두 받아들이면 현대차는 연간 4조원이 넘는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8조4369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현재 생산성을 50%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현대차의 올해 생산 목표는 466만대(국내공장 185만대, 해외공장 281만대). 이 생산규모를 600만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26년간 파업으로 총 13조원 손실
87년 노조 설립후 거의 매년 파업

그러나 현대차 국내공장의 생산성은 암울한 수준이다. 현대차의 국내외공장 HPV(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총 시간)를 보면 지난해 현대차 국내 공장은 30.5, 북경 공장은 18.8, 앨라배마 공장은 15.4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동안 현대차 국내 공장이 해외 공장에 앞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편성효율(조립라인을 기준으로 적정 표준인원 대비 실제 투입된 인원수 비율)도 마찬가지다. 2011년 국내 공장의 편성효율은 53.5%. 미국 공장(92.7%), 중국 공장(90.0%), 인도 공장(89.6%), 체코 공장(91.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 국내공장이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대차의 국내 공장과 해외 공장은 HPV와 편성효율을 제쳐둔다고 하더라도 경쟁력 차이를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예가 또 있다. 바로 근무형태 변경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해 9월 기존 주야 2교대(10+10) 근무에서 24시간 생산체제인 3교대(8+8+8)로 전환했다. 근무조가 1개조 늘어남에 따라 870여명의 신규인력을 치용하고 기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하루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20% 가량 줄였다.

이 과정에서 근로시간 감소에 따라 임금이 축소됐고 기존 근로자들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이에 반해 현대차 국내 공장은 지난 3월 근무형태를 기존 주야 2교대에서 주간연속 2교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근로시간이 줄어듦에도 임금을 기존대로 보전해달라는 노조 요구에 부딪쳐야 했다. 결국 현대차 노사는 시간당 생산대수(UPH) 등 생산성을 일부 높여 기존 주야 2교대(10+10) 수준의 생산능력을 만회하는 것을 전제로 임금보전에 합의했다.

현대차 노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휴일특근 시 기존 밤샘특근 때 적용되던 심야수당, 연장수당 등 최대 350%에 달하던 가산수당 일부 보전과 평일보다 낮은 노동 강도로 운영하는 비효율 근무관행 유지를 주장하며 13주간 특근 거부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 국내 공장에서 8만3000대(1조7000억원) 가량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현대차 노조가 한가롭게 파업에 나설 형편이 아니라는 얘기다.

생산성은 낮은데
돈은 더 달라고?

수입차의 시장 잠식이 내수 판매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상황도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국내 완성차회사들의 내수와 수출을 포함한 전체 판매는 지난 7월까지 261만5392대. 전년 동기 275만9060대 대비 5.2% 감소했으며 전년도의 감소폭(-1.0%)을 크게 넘어섰다.

연봉 9400만원인데 1억을 더?
"한가롭게 파업이나 할 때인가?"

내수 판매만 보면 국내 완성차사들은 올해 80만2596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81만7254대보다 1.8% 감소했으며 이는 지난해 4.3% 감소에 이어 2년째 마이너스 성장이다.

반면 7월까지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8만9440대로 전년 동기 7만3007대보다 22.5% 증가했으며 7월 한 달에만 1만4953대를 판매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7월 기준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2.3%다. 여기에 지난 7월 한-EU FTA의 3차 관세 인하(3.2%→1.6%)에 따라 BMW, 폭스바겐 등 유럽 브랜드가 가격을 1%씩 낮추고 일본, 미국 브랜드들도 경쟁적으로 할인 판매를 하면서 수입차들이 하반기에도 판매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살인적 노동강도?
알고 보니…널널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수입차 연간 판매량인 13만858대를 훌쩍 뛰어넘은 15만대 이상을 판매하고 그만큼 국내 완성차들의 판매와 점유율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차 노조는 '장시간 저임금 구조'를 요구안의 근거로 들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미국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보다 시급이 41.6% 수준에 그치고 노동시간은 4.2개월 더 길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GM·크라이슬러·포드 등 미국 빅3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45달러에 연평균 노동시간은 1900시간이다. 특별한 경우 연장, 특근 없이 일 8시간, 주 40시간을 일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 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자동차산업 시간당 평균임금은 미국 38달러, 일본 37달러, 현대차 34.8달러(2012년 기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은 노조와 합의 아래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했지만 현대차는 2010년 4.9%, 2011년과 지난해 각각 5.4%씩 기본급을 올렸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 완성차 업체와 비교했을 때 현대차의 임금수준이 더 적다고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대차 노조는 "잔업과 특근으로 실질 생활임금을 확보하는 시급제 방식의 임금구조 탓으로 1년에 10명 이상 과로사해도 잔업과 특근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노조는 단체교섭에서 이런 모순을 바로 잡고자 전 조합원 완전 월급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국내 공장 노동강도는 생각보다 낮다"며 "그런데도 노조는 '살인적 노동강도'라 주장하면서 지속적으로 노동강도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대차 국내공장에서는 컨베이어가 움직이는 근무시간 중에도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휴대폰, 노트북을 사용해 뉴스 및 영화 시청, 게임을 하는 등 상식 밖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식사시간이나 퇴근시간 전에는 작업 종료 10여분 전에 작업공간을 벗어나 식당 앞줄에 서거나 공장 정문 앞에서 퇴근 대기하는 모습은 이미 오래된 관행이라고.

반면 앨라배마 공장의 경우에는 근무시간 중 신문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의자에 앉아 있을 경우, 징계를 받으며, 징계가 서너 번 이어지면 해고사유가 된다. 앨라배마 공장은 '하버리코프 생산성 조사'에서 북미 35개 공장 가운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차 전방위 공세에 
국내 자동차산업 휘청

이런 가운데 울산 경제계 수장인 김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이 "파산한 디트로이트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면서 현대차 노조를 강하게 공격하고 나섰다.

김 회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현대차 노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과 복지에도 한결같이 인상만 요구한다"며 "올해도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요구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하니 자동차 시장 여건과 경제현실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미국 번영의 상징이었던 디트로이트가 극심한 노사분규와 부채로 파산했듯이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떠나면 모두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인총협회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통해 "국가경제를 볼모로 집단이기주의를 충족시키는 파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현대차 노조가 지난 26년간 22차례의 파업에 이어 또 다시 해당업체와 국가경제를 볼모로 요구안 관철에 나섰다"며 "국내 완성차 생산량이 6개월째 감소하고 세계경제의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가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지역 시민단체 또한 노조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있다. 시민단체인 활빈단은 "사내 하도급·협력업체 근로자의 희생 덕분에 국내 최고 대우와 복지를 누리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 반복의 악습을 끊지 못하고 있다"며 "(파업은) 중소기업 근로자와 회사원들의 공분을 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활빈단은 또 "(노조가) 경제를 걱정하는 국민과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현대차 불매운동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재계도 시민도
곱지 않은 시선

일반 시민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 소식이 알려진 지난 20일부터 현대차 노조 관련 기사에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러니 해외로 공장을 옮긴다는 얘기가 나오지" "연봉 1억에 회사에서 시키는 것은 뭐든 할 수 있다는 노동자가 널렸다" "현대차 노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왠지 모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등 비난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이에 따라 여론이 노조에 등을 돌리니 사측에는 '강경 대응'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은 지난 2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파업에 밀려 노조 요구를 수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죽는다는 각오로 대처할 각오가 돼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대차 경영진이 이제는 파업으로 손실까지 보면서 임금은 임금대로 오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