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해도 너무한 현대차 '황제노조'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27 09: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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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

[일요시사=경제1팀] 현대차 노조가 또 다시 위험한 도박에 나섰다. 이틀간 하루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4185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856억원의 매출 손실을 빚은 것으로 추산된다.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기본급 인상, 정년 연장, 퇴직금 누진제 신설 등 노조 측의 세부적 요구사항은 180개가 넘는다.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 요구안이 '너무 지나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귀족노조'를 넘어 '황제노조'로 진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 6일 노조의 협상결렬 선언으로 중단된 올해 임단협 교섭을 지난 22일 재개했다. 그러나 양측의 요구안에 대한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노사분규가 장기화할 우려가 일고 있다.

이에 앞서 20∼21일 현대차는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4185대의 자동차 생산 차질을 빚었으며 기아차 역시 총 4시간의 부분파업으로 전 차종 1262대 생산 차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액은 현대차 856억원, 기아차 224억원으로 이틀 만에 1000억원을 돌파했다.

분규 장기화 우려
이틀간 1000억 손실

현대차 노조는 1994년과 2009∼2011년 등 4년을 제외하고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올해까지 매년 파업을 이어왔다. 기아차 노조 역시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하고는 1991년부터 20차례에 걸쳐 파업을 벌여왔다. 현재까지 파업으로 현대차가 입은 생산손실은 13조3700억원, 기아차는 4조47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간 현대차 노사는 노조가 일정한 요구를 하고 사측과 절충점을 찾아 협상을 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올해 노조 측의 요구안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협상 난항의 이유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제시한 요구안은 75개 조항 180개 항목. 주요 내용은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상여금 800%(현 750%) 지급, 퇴직금 누진제 보상, 정년 61세 연장, 완전 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을 위한 기술취득 지원금 지원, 노조 간부 면책특권 강화 등이다.


이 중 기본급 인상은 노사 간의 '밀당'을 통해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요구 사항들은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은 9조560억원. 이 점을 감안하고 노조의 요구안을 적용시켜보면 3조원을 성과급으로 지불해야 한다. 다시 말해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게 되면 현대차는 노조원 1인당 3200만원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본급 인상과 상여급 50% 인상 등 노조 요구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기존 급여 외에 노조원 1인당 1억원가량을 더 줘야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9400만원(평균 근속연수 17.7년 기준). 연봉보다 더 많은 액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여 년 동안 상여금 700%를 지급했다. 그리고 2007년 노조는 임단협에서 800%로의 인상을 요구, 750% 인상을 이끌어 냈다. 6년이 지난 지금 반드시 50%를 더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

여기에 퇴직금 누진제와 정년 연장, 완전 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을 위한 기술지원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모두 받아들이면 현대차는 연간 4조원이 넘는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8조4369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현재 생산성을 50%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현대차의 올해 생산 목표는 466만대(국내공장 185만대, 해외공장 281만대). 이 생산규모를 600만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26년간 파업으로 총 13조원 손실
87년 노조 설립후 거의 매년 파업

그러나 현대차 국내공장의 생산성은 암울한 수준이다. 현대차의 국내외공장 HPV(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총 시간)를 보면 지난해 현대차 국내 공장은 30.5, 북경 공장은 18.8, 앨라배마 공장은 15.4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동안 현대차 국내 공장이 해외 공장에 앞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편성효율(조립라인을 기준으로 적정 표준인원 대비 실제 투입된 인원수 비율)도 마찬가지다. 2011년 국내 공장의 편성효율은 53.5%. 미국 공장(92.7%), 중국 공장(90.0%), 인도 공장(89.6%), 체코 공장(91.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 국내공장이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대차의 국내 공장과 해외 공장은 HPV와 편성효율을 제쳐둔다고 하더라도 경쟁력 차이를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예가 또 있다. 바로 근무형태 변경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해 9월 기존 주야 2교대(10+10) 근무에서 24시간 생산체제인 3교대(8+8+8)로 전환했다. 근무조가 1개조 늘어남에 따라 870여명의 신규인력을 치용하고 기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하루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20% 가량 줄였다.

이 과정에서 근로시간 감소에 따라 임금이 축소됐고 기존 근로자들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이에 반해 현대차 국내 공장은 지난 3월 근무형태를 기존 주야 2교대에서 주간연속 2교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근로시간이 줄어듦에도 임금을 기존대로 보전해달라는 노조 요구에 부딪쳐야 했다. 결국 현대차 노사는 시간당 생산대수(UPH) 등 생산성을 일부 높여 기존 주야 2교대(10+10) 수준의 생산능력을 만회하는 것을 전제로 임금보전에 합의했다.

현대차 노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휴일특근 시 기존 밤샘특근 때 적용되던 심야수당, 연장수당 등 최대 350%에 달하던 가산수당 일부 보전과 평일보다 낮은 노동 강도로 운영하는 비효율 근무관행 유지를 주장하며 13주간 특근 거부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 국내 공장에서 8만3000대(1조7000억원) 가량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현대차 노조가 한가롭게 파업에 나설 형편이 아니라는 얘기다.

생산성은 낮은데
돈은 더 달라고?

수입차의 시장 잠식이 내수 판매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상황도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국내 완성차회사들의 내수와 수출을 포함한 전체 판매는 지난 7월까지 261만5392대. 전년 동기 275만9060대 대비 5.2% 감소했으며 전년도의 감소폭(-1.0%)을 크게 넘어섰다.

연봉 9400만원인데 1억을 더?
"한가롭게 파업이나 할 때인가?"

내수 판매만 보면 국내 완성차사들은 올해 80만2596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81만7254대보다 1.8% 감소했으며 이는 지난해 4.3% 감소에 이어 2년째 마이너스 성장이다.

반면 7월까지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8만9440대로 전년 동기 7만3007대보다 22.5% 증가했으며 7월 한 달에만 1만4953대를 판매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7월 기준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2.3%다. 여기에 지난 7월 한-EU FTA의 3차 관세 인하(3.2%→1.6%)에 따라 BMW, 폭스바겐 등 유럽 브랜드가 가격을 1%씩 낮추고 일본, 미국 브랜드들도 경쟁적으로 할인 판매를 하면서 수입차들이 하반기에도 판매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살인적 노동강도?
알고 보니…널널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수입차 연간 판매량인 13만858대를 훌쩍 뛰어넘은 15만대 이상을 판매하고 그만큼 국내 완성차들의 판매와 점유율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차 노조는 '장시간 저임금 구조'를 요구안의 근거로 들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미국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보다 시급이 41.6% 수준에 그치고 노동시간은 4.2개월 더 길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GM·크라이슬러·포드 등 미국 빅3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45달러에 연평균 노동시간은 1900시간이다. 특별한 경우 연장, 특근 없이 일 8시간, 주 40시간을 일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 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자동차산업 시간당 평균임금은 미국 38달러, 일본 37달러, 현대차 34.8달러(2012년 기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은 노조와 합의 아래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했지만 현대차는 2010년 4.9%, 2011년과 지난해 각각 5.4%씩 기본급을 올렸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 완성차 업체와 비교했을 때 현대차의 임금수준이 더 적다고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대차 노조는 "잔업과 특근으로 실질 생활임금을 확보하는 시급제 방식의 임금구조 탓으로 1년에 10명 이상 과로사해도 잔업과 특근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노조는 단체교섭에서 이런 모순을 바로 잡고자 전 조합원 완전 월급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국내 공장 노동강도는 생각보다 낮다"며 "그런데도 노조는 '살인적 노동강도'라 주장하면서 지속적으로 노동강도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대차 국내공장에서는 컨베이어가 움직이는 근무시간 중에도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휴대폰, 노트북을 사용해 뉴스 및 영화 시청, 게임을 하는 등 상식 밖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식사시간이나 퇴근시간 전에는 작업 종료 10여분 전에 작업공간을 벗어나 식당 앞줄에 서거나 공장 정문 앞에서 퇴근 대기하는 모습은 이미 오래된 관행이라고.

반면 앨라배마 공장의 경우에는 근무시간 중 신문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의자에 앉아 있을 경우, 징계를 받으며, 징계가 서너 번 이어지면 해고사유가 된다. 앨라배마 공장은 '하버리코프 생산성 조사'에서 북미 35개 공장 가운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차 전방위 공세에 
국내 자동차산업 휘청

이런 가운데 울산 경제계 수장인 김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이 "파산한 디트로이트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면서 현대차 노조를 강하게 공격하고 나섰다.

김 회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현대차 노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과 복지에도 한결같이 인상만 요구한다"며 "올해도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요구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하니 자동차 시장 여건과 경제현실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미국 번영의 상징이었던 디트로이트가 극심한 노사분규와 부채로 파산했듯이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떠나면 모두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인총협회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통해 "국가경제를 볼모로 집단이기주의를 충족시키는 파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현대차 노조가 지난 26년간 22차례의 파업에 이어 또 다시 해당업체와 국가경제를 볼모로 요구안 관철에 나섰다"며 "국내 완성차 생산량이 6개월째 감소하고 세계경제의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가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지역 시민단체 또한 노조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있다. 시민단체인 활빈단은 "사내 하도급·협력업체 근로자의 희생 덕분에 국내 최고 대우와 복지를 누리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 반복의 악습을 끊지 못하고 있다"며 "(파업은) 중소기업 근로자와 회사원들의 공분을 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활빈단은 또 "(노조가) 경제를 걱정하는 국민과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현대차 불매운동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재계도 시민도
곱지 않은 시선

일반 시민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 소식이 알려진 지난 20일부터 현대차 노조 관련 기사에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러니 해외로 공장을 옮긴다는 얘기가 나오지" "연봉 1억에 회사에서 시키는 것은 뭐든 할 수 있다는 노동자가 널렸다" "현대차 노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왠지 모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등 비난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이에 따라 여론이 노조에 등을 돌리니 사측에는 '강경 대응'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은 지난 2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파업에 밀려 노조 요구를 수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죽는다는 각오로 대처할 각오가 돼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대차 경영진이 이제는 파업으로 손실까지 보면서 임금은 임금대로 오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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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