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얼굴’ 목사의 이중생활 풀스토리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26 15: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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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설교 평일엔 약장사

[일요시사=사회팀] 교회 목사가 선교원 간판을 내걸고 한의사 행세를 하면서 불법 의료행위를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동안 챙긴 돈이 무려 10억원에 이른다. 선교원 간판을 걸고 있었지만 내부는 일반 병원과 다를 바 없었다.



2007년부터 목사 겸 한의사 행세를 했지만 정작 그가 목사 자격을 취득한 시점은 2012년 2월. 그는 선교원을 설치해 놓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이라며 ‘곡식환’을 팔아 이득을 챙겼다. 한의원 28년 운영, ○○대 한의학 박사, ○○대 자연치유학과 교수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실린 정보는 모두 가짜였다.

만병통치약 사기

최근 한의사를 사칭한 목사가 적발돼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목사 오씨(61세)는 면허가 없음에도 한의사, 한의학 박사, 자연치유학과 교수 등을 사칭하고, 교회 신도 및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맥 등 의료행위를 했다. 이번 사건으로 현직 목사 등 총 4명이 검거, 이 중 목사 1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선교원’을 설치한 후 허가 없이 제조한 곡식환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평경찰서가 공개한 일당은 오씨(61세), 장씨(57세·여), 장씨(51세), 강씨(52세·여) 등 4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일당은 2007년 12월부터 2013년 8월12일까지 선교원 내에서 몸이 아픈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맥·진찰 등을 시행했다.

또한 기장, 수수, 현미, 콩 등 곡식으로 제조한 곡식환(1봉지 420g, 6만원)이 위, 간, 심장병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 광고해 2800여 명을 대상으로 10억원 상당의 곡식환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압수품은 곡식환 약 7500포, 진료기록부 45권, 영업장부 1권, 경락경혈도감, 수익금 통장, 복약지도 전단지 등이다.


오씨는 이미 전력이 있는 피의자였다. 그는 2004년에도 불법 진료행위 혐의로 징역 7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일당 중 한명인 장씨(57세)와는 고향 선후배 사이로 오씨와 함께 목사 안수를 받고 현재  다른 선교원에서 목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씨는 한의사 면허가 없고, 교수나 박사가 아님에도 자신을 한의사로 속였다. 심지어 진료기록부에 진료 내역을 기록하는 등 감쪽같이 한의사 역할을 했다.

장씨는 운영 전반을 담당했다. 선교회를 총괄 관리하며 환자 안내 및 영업장부 기록, 수익금 관리, 곡식환 제조 등의 업무를 맡았다. 또 다른 장씨(51세)와 강씨(52세)부부는 진료 접수, 곡식환 판매 등을 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28년간 한의사 행세 무면허 의료행위
신도 상대 ‘곡식환’팔아 10억 챙겨

특히 오씨는 ○○대 한의학 박사, ○○대 자연치유학과 교수, 한의원 28년 운영 등 자신의 프로필을 속이는 대범함을 보였다.

그러나 오씨가 목사 자격을 취득한 것은 불과 1년 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들은 “신도와 환자들을 상대로 질병에 대한 상담을 하고 곡식환을 나누는 행위는 봉사활동으로 한 것이고, 곡식환에 대한 대금은 별도로 받지 않았지만 신도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헌금을 내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오씨와 장씨 목사는 2007년 12월경부터 선교원을 운영했다. 목사 취득은 2012년 2월이니 말이 맞지 않는다. 또한 본건과 같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통해 곡식환을 판매했음이 계좌 거래내역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들이 목사가 되기 이전부터 의료인을 사칭해 의료행위를 하고 곡식환을 판매해 왔으므로 그 대금을 헌금으로 받은 것이라는 진술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계좌이체 내역을 보면 6만원, 12만원, 24만원, 30만원 등 6만원(곡식환 2주 복용 분량) 단위로 입금돼 있어 신도들이 이를 헌금을 납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선교원 내부에 진료를 위한 공간과 침대를 별도 설치하고, 접수대까지 만들어 마치 한의원을 방불케 했다.

한의사 역할을 담당한 오 목사의 경우 환자들을 진료하며 환자별로 ‘산후풍으로 관절통’ ‘경추, 요추 디스크’ ‘쇄골과 가슴 통증’ ‘생리불순’ ‘간 기능 약화’ ‘위에 열’ ‘심장에 열’ 등 환자의 아픈 상태 및 장기의 특정 부위에 열이 있다는 내용으로 진료기록부까지 꼼꼼히 기록하며 환자들을 관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김모씨는 “처방하는 데 내 약이나 다른 사람 약이나 다 똑같았다”며 “장 나쁜 사람, 위 나쁜 사람, 간 나쁜 사람 등 증세가 다 다른 데도 같은 환을 처방해줬다”고 말했다.

식품제조업 등록 없이 곡식환을 제조하고 식품에 아무 표시 없이 판매한 것도 큰 문제가 된다. 이들은 수수, 기장, 찹쌀, 옥수수, 현미, 참깨 등으로 곡식환을 제조했으나 관할 지자체에 식품제조업 등록을 하지 않았고, 곡식환의 외부에 성분, 제조일자, 유통기한 등 아무런 표시사항이 없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돌팔이 한의사

서울은평경찰서 관계자는 “종교에 의지하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의사 등 의료인을 사칭해 의료행위를 하고, 확인되지 않은 식품 등을 판매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진료를 받을 때 의료인 면허가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피고, 식품을 구입할 경우 중요 표시사항이 기재돼 있는지를 확인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저소득수급비 떼먹은 목사

기초생활비 알선수수료 ‘꿀꺽’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1일 기초생활수급비를 부정하게 수령하도록 도와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수급비 일부를 떼먹은 A복지선교센터 관계자 등 6명을 검거하고 이 단체 회장 박모(52)씨를 구속했다. 또 박씨의 도움을 받아 기초생활수급비를 부정하게 수령한 권모(52)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 선교센터 관계자 6명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불법 수령 방법을 알려준 뒤 첫 달 지급되는 기초수급비용 전액과 두 번째 달부터 지급되는 기초수급비용의 20%를 지급받는 등 총 112명의 기초수급자로부터 1억6600여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기초수급자 선정과정에 개입해 허위서류를 제출하거나 진단서를 변조하는가 하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해 근로능력이 없다는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가 필요하자 정신과 진단서를 발급받는 방법까지 교육하기도 했다.

입건된 수급자 12명은 이같은 부정한 방법으로 기초수급자로 선정돼 2억1600여만원을 타냈다. 조사 결과 복지선교센터는 허위의 광고전단지를 뿌리며 저소득층을 유인했다. 사단법인 등록 사실이 없고, 정부승인 복지단체가 아님에도 광고전단지에 ‘사단법인 A복지선교센터, 공익단체 정부 승인번호’라고 기재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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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