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론 휩싸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19 1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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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는 ‘경제수장’ 언제까지 버틸까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원점 재검토’할 방침이라며 우선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경제라인의 문책론이 정치권으로 퍼지면서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경질론까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정부 세제개편안 ‘원점 재검토’를 천명하면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새 정부 경제정책을 이끄는 경제팀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질책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의 틀을 짠 현 부총리는 야당으로부터 ‘세금폭탄 원인 제공자’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세제개편안 역풍
여야의 화살까지

지난 8일 기획재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4일 만에 입을 연 박근혜 대통령은 중산층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소득세 추가 부담 기준선은 당초 연소득 3450만∼7000만원에서 5500만∼7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현 부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세법 개정안과 관련해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정무적 판단이 부족해 이렇게 됐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은 서민·중산층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불과 나흘 만에 수정되면서 취임한 지 불과 6개월 된 현 부총리가 경질론에 휩쌓였다.

이렇게 세제개편안이 고개를 들자 야당은 날을 세우고 현 부총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기에 보다 못한 여당 일부 의원도 가세해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를 두고 지난 13일 민주당은 정부의 세제개편안 수정안에 대해 “부자감세 철회 없이 서민·중산층 증세라는 기조가 그대로 유지됐다”며 “조삼모사식 국민 우롱 수정안”이라고 비판했다.

세제개편안 논란…결국 고개 숙인 부총리 
부정적 여론 확산되자 급수정 ‘우왕좌왕’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산층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재벌ㆍ부유층 보호 경제정책을 펴온 현 경제라인에게 ‘원점 재검토’를 맡길 게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을 살필 새로운 팀을 기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서민·중산층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재벌 보호를 주도해온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 등 현 경제라인에 원점 재검토를 맡기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중산층ㆍ서민 세금폭탄저지 특별위원회’는 이날 장병완 정책위의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지시 하루 만에 번갯불에 콩 볶듯이 마련한 수정안은 말 그대로 졸속대책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장 정책위의장은 “서민계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마땅하지만 그에 앞서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한 감세기조 철회만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새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계속되는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책위 제2정조위원장인 조원진 의원은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현오석 부총리와 조 수석은 스스로 사퇴해주길 바란다”며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조 의원은 “세계 경제가 어려운데 결국 대한민국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국민이 우리 정부와 대통령을 믿고 가는 길밖에 없다”며 “그러려면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희생을 요청해야 하는데 지금의 경제팀은 그럴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피하기 힘든 경질론

새누리당은 정부의 세제개편 수정안에 대해 “대체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대선 때 공약한 복지정책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수정안을 검토한 의원총회에서 앞으로 복지공약을 어떻게 이행할지와 함께 세제개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정부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국민과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기초연금, 무상보육, 고교 무상교육을 (현재 재원으로) 다 할 수 있겠느냐”며 “복지를 하려면 세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솔직히 얘기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실천을 위해 증세 문제를 근본적이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당론을 모으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현 부총리는 고소득 탈세자에 대한 추징 의지부터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새누리당 유기준 최고위원은 “정부 경제팀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히 ‘거위털 뽑기’라며 국민들 기분만 상하게 한 조 수석은 즉각 경질 대상”이라고 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현 경제팀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공개석상에서 사퇴를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세저항 한숨 돌렸지만…거세지는 압박
야당에 여당까지 날선 비판 “사퇴 촉구”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현 부총리와 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임명된 지 5개월로 한창 일을 해야 할 시점인데 문책론은 적절하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원안에 대해 “결과적으로 증세”라고 규정했던 황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아직 거기(경제팀 문책)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여당 내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수정안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거나 향후 경제 전망이 어두울 경우 경질론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청와대는 경제팀 문책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서 교체설이 제기된 현 부총리에 대해 “열심히 해오셨다”며 재신임 한 바 있다. 조 수석 역시 이달 5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당시 교체 명단에서 빠졌다.

그간 경제팀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며 대통령 최대 공약인 복지 확충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을 주도해 온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경제팀 교체만이 능사는 아니란 입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경제팀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평가가 좋지 않다는 사실 역시 간과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세제개편안 수정안의 향방에 따라 경제팀의 입지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경제팀이 세 부담 논란이 촉발된 중산층의 불만을 조기에 효과적으로 달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점 재검토’
청와대의 고민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현 부총리는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거친 이른바 ‘KS’ 출신이다. 대학졸업 직전인 1973년 행정고시 14회로 관가에 입문했다. 76년부터는 경제기획원(EPB)에서 일했다.

현 부총리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짜고 거시경제의 키를 쥐고 있던 핵심 부서인 경제기획국(현 경제정책국)에서 잔뼈가 굵은 정보통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부서는 수많은 장관급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 부총리는 주로 경제정책국에서 일했지만 예산실 심의관을 지내기도 했다.

현 부총리는 평소 합리적이고 온화한 스타일로 업무에 있어 매우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책을 짤 때도 기존의 틀을 넘는 창의적인 접근법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관료 생활의 끝자락은 평탄하지 않았다.

문제는 경제정책국장으로 일한 9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한국경제가 최대 위기에 처했을 때다. 그러나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국고국장으로 전보됐다. 당시 ‘윗선’과 코드가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많았다. 현 부총리의 주변에선 합리적이지만 때로는 소신을 굽히지 않은 그의 성격 때문으로 판단했다.


현 부총리는 2000년 세무대학장에 부임했으나 세무대학이 폐교하면서 면직돼 공직을 떠났다가 2001년 9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특별보좌관에 위촉됐다. 당시 현 내정자는 진 념 전 부총리에게 무보수로 경제 현안 등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02년부터 약 6년간 한국무역협회의 무역연구소장을 지냈다. 사실상 야인 생활을 하던 현 부총리는 정부 밖에 있었지만 민간-정부의 경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실제 현 부총리는 2003년에서 2006년까지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2004년 FTA 민간자문회의 위원, 2007년 관세청 FTA추진위원회 위원장, 2008년에서 2009년엔 공공기관경영평가단 단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국내 최고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되면서 관가에 한발 더 다가섰다. 그는 임기 3년을 마치고 지난해 1년 연장하면서 4년간 KDI를 최전선에서 이끌어왔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유로존의 재정 위기에 따른 글로벌 침체로 이어지는 기간을 KDI 원장으로서 보낸 만큼 정책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 많다. 관직을 10년 이상 떠나 있었지만 고차원의 정책감각을 보유하고 현안에도 밝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력 때문이다.

현 부총리 내정 당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의 마지막 공직이 고작 ‘1급 자리’였기 때문이다. 경제부총리에는 관행적으로 차관이나 다른 부처 장관을 거친 인물이 경제부총리에 임명돼 왔다.

바람 잘 날 없는
박근혜정부 내각

그럼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정부 안팎에선 현 부총리가 경제정책이나 흐름을 짚고 분석하는데 국내에서 최고로 꼽히는 전문가로 이미 정평이 나 있고, 항상 미래를 내다보는 자세와 거시경제에도 밝기 때문에 새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로 손색이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우여곡절 5년 만에 경제부총리에 오른 현 부총리는 ‘박근혜노믹스’를 주도할 컨트롤타워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첫 작품인 세제개편안이 강한 역풍을 맞으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서민·중산층 세 부담이 늘어난데 대해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고 13일 세제개편안이 나흘 만에 수정되면서 현 부총리에 대한 경질론이 확산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현오석 부총리는?

▲충북 청주(64세)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 학사, 행정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1973 제14회 행정고시 합격
▲1989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1993 대통령 비서실 경제비서관
▲1999 국민경제자문회의 기획조정실 실장
▲2000 재정경제부 세무대학 학장
▲2002 연세대, 고려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2004 FTA 민간자문회의 위원
▲2008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2009 제13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2010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민간위원
▲2012 세계은행 지식자문위원회 자문위원

 


<기사 속 기사>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거취는?

현오석과 함께 사퇴 압박

개편 세제 수정 논란으로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함께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니 세제 개편안 사태에 대해 두 사람이 함께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조원동 수석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등을 두루 거쳐 ‘경제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조 수석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ㆍ박사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등을 역임하며 부동산 정책 등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기획조정분과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기획조정 능력을 인정받아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과 사무차장도 지냈다. 2011년에는 조세연구원장으로 선출돼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는 평가다.

조 수석은 현 부총리와 개인적인 인연이 적지 않다. 현 부총리는 조 수석의 경기고 6년 선배이면서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현 부총리가 행시 14회로 23회인 조 수석자보다 9회 선배로 공직에 진출했으며 둘 다 옛 경제기획원에서 20년 이상 크고 작은 경제정책을 다뤄본 경험이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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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