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고발하는' 충격사회 실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20 09: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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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신고하는 기막힌 자녀들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자녀가 부모를 고발하는 기막힌 상황이 잇달아 발생했다. 억울함을 호소한 아이들은 "부모가 나를 때렸다"며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다. 때린 부모들은 "교육이 목적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난 2010년께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국전문매체인 <온바오닷컴>에 따르면 11살짜리 초등학생 A군은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당했다"며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놀랍게도 A군이 지목한 피고소인은 A군의 부모였다.

A군은 "부모가 자물쇠를 열고 자신의 일기장을 꺼내봤으며 일기장을 통해 자신이 같은 반 여학생과 이성교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면서 허난성 법원에 정식으로 재판을 요청했다. 그리고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미성년자지만 A군의 사생활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당돌한 아들의 예상치 못한 승리였다.

아이는 펄펄
어른은 쩔쩔

이 기막힌 사건은 A군의 부모가 A군에게 사과를 하면서 마무리됐다. 국가 권력이 어른으로부터 침해받은 아이의 권리를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가족 내의 상하질서가 뚜렷한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의 고발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해당 뉴스를 접한 네티즌들은 "아이가 어떻게 부모를 신고할 수 있냐"며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믿기 힘든 일은 비단 먼 나라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 5일 오전 8시10분께 경기 수원서부경찰서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이제 갓 9살이 된 초등학생 김모(9)군. 김군은 앳된 목소리로 "엄마가 술을 먹고 나를 때렸다"며 어머니 조모(43)씨의 폭행 사실을 알렸다.


경찰이 밝힌 내용을 토대로 종합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경기 수원 권선구에 있는 한 자택, 그곳에서 조씨는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로 아침밥상을 차렸다. 그리고 김군을 불러 "밥을 먹으라"며 식사를 권유했다. 하지만 김군은 손에 쥔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그건 김군이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

밥상 앞의 김군이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자 엄마 조씨는 "빨리 밥 먹고 어서 도서관에나 가라"며 모두 10여 차례에 걸쳐 김군을 재촉했다. 그러자 김군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XX, 짜증나네."

순간 열이 오른 조씨는 김군의 머리채를 잡고, 김군의 뺨을 두어 차례 때렸다. 엄마에게 맞은 김군의 코에서는 코피가 흘렀다.

피를 본 김군이 독해졌다.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두드려 조씨의 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것. 그리고 첫 번째 신고가 못미더웠는지 거듭 112에 전화해 "엄마가 뺨을 때렸다"며 신고 내용을 확인했다.

 아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마주한 뜻밖의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김군의 아버지가 사건 현장인 자택에 함께 있었기 때문. 김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신고를 보고도 말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초등학생 아들이 엄마를 신고한 것도 모자라 남편이 신고를 용인한 이 난감한 상황에 경찰도 잠시 당황했다는 후문. 하지만 조씨는 이내 폭력 등의 혐의로 인근 지구대에 연행됐다. 아내의 연행 전 김씨는 "법대로 해 달라"며 처벌을 호소했다.

독한 아들
술취한 엄마


경찰 조사에서 조씨는 횡설수설하며 자신이 취한 상태였음을 고백했다. 조씨는 평소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였으며 그동안 아들을 자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김군 역시 "평소에도 엄마가 나를 자주 혼냈다"며 조씨의 잦은 폭력을 시인했다.

또 조씨는 그간 술을 자주 마시면서 남편 및 이웃 등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참고인 조사를 받던 남편도 "아내를 처벌해 달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군은 "엄마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모성이 그리운 천생 아이였던 셈. 경찰은 피해자인 아들이 엄마의 처벌을 원치 않아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비록 사건은 불기소로 가닥을 잡았지만 한 번 금이 간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훈육을 빙자한 가정 내의 폭력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 9일에는 뺨을 맞은 10대 딸이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 알려져 씁쓸한 화제가 됐다.

9살 초등생 "뺨맞았다" 어머니 신고
17살 여고생 "때린다" 아버지 고발

인천 남동경찰서는 딸을 때린 아버지 박모(48)씨를 지난 7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는 같은 날 오후 8시께 딸 박모(17)양의 뺨을 1차례 때린 혐의를 받았다.

경찰이 밝힌 사건 개요를 종합하면 이렇다. 인천 남동구의 한 자택, 얼마 전 집에 가져다 놓은 휴대전화를 찾던 박양은 휴대전화가 사라져 버린 사실을 알게 됐다. 박양이 찾던 휴대전화는 친구 B양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 휴대전화를 훔친 범인은 바로 아버지 박씨였다.

이를 알게 된 박양은 "친구가 두고 간 휴대전화를 왜 허락 없이 마음대로 팔았냐"며 아버지에게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평소 권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박씨는 자신에게 대드는 딸을 보고 화를 참지 못했다. 욱하는 마음에 딸에게 손찌검을 한 박씨. 순간 그는 딸과의 말다툼을 말리던 아내(43)도 손으로 밀쳤다. 이 바람에 박양의 어머니는 벽에 머리를 찧어 상처를 입었다.

이를 본 박양은 망설임 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112로 연결됐다는 안내 문구가 나오자 박양은 아버지 박씨의 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박씨를 폭력 등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오리발을 내밀었다. 박씨는 딸의 휴대전화를 훔친 이유를 묻자 "안 쓰는 휴대전화로 알고 팔았다"고 답했다. 또 딸과의 시비다툼에 대해서는 "집안 청소를 안 해서 혼내려고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박씨가 폭행을 한 사실이 변한 건 아니었다.

박양과 그의 어머니는 박씨를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김군이 어머니의 처벌을 원치 않았던 것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경찰은 피해자인 박양이 처벌을 원하고 있음으로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만간 박씨는 딸과 함께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순간의 폭력이 부른 씁쓸한 참상이다.

뺨맞은 딸
뻔뻔한 아빠


엄마를 신고한 아들과 아버지를 고발한 딸. 이 낯선 풍경에 어떤 이들은 "천륜을 저버린 불효"라며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위계질서'가 붕괴되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산업화를 거치며 핵가족화가 심해졌고 ▲서양 문화가 보급되면서 동양 문화권 특유의 예의범절이 퇴색됐으며 ▲가정마다 자녀수가 줄다보니 아이들이 개인주의에 물들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은 가족 간의 문제는 가족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뺨 한 번 맞은 걸로 어떻게 신고까지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앞선 사건들과 폭력의 강도에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만약 가정 내 폭력이 일상적으로 반복돼왔다고 가정해보자. 실제 김군은 자신의 모친이 비교적 잦은 체벌을 가해왔다고 진술한 바 있다. 우리는 이것을 소위 '가정폭력'이라고 부른다.

박근혜 정부는 가정폭력을 '4대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실제 처벌 수준은 미미하다. 경찰청이 올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7272명이었던 가정폭력 사범은 지난해 9345명으로 1년 새 약 28%가량 증가했다. 가해자 성분은 박씨처럼 대부분 가장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자녀와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폭력을 뿌리 뽑고자 하는 사정당국의 의지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입건된 9345명 중 구속된 피의자는 겨우 73명에 불과했다. 구속률은 0.8%.


민주당 김현 의원실이 지난 4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찰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변화 및 업무수준 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조사에 참여한 경찰관(9865명)의 57.8%는 가정폭력 대응 방안에 대해 "가정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또 경찰관의 78.5%는 "가정폭력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담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 일선에서조차 사건 개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경찰에게도 이유는 있다. 가정폭력 사건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가 조사 도중 마음을 바꿔 처벌을 원치 않는 방향으로 사건이 봉합되기 때문이다. 김군의 사례에서도 아버지 김씨는 경찰 조사 말미 기존의 입장을 바꿔 아내의 선처를 바랐다는 후문이다.

사실 어린 자녀의 가정폭력 신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막상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경찰의 개입을 거부하는 등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식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사례도 허다하다.

지난 1월께 전북에서는 한 여성이 "도와달라"며 아버지를 경찰에 고발했다. 신고자는 윤모(22)양. 그는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한다는 이유로 아버지 윤모(54)씨에게서 뺨 등을 맞고 112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사건은 조용히 무마됐다. 딸 윤양이 아버지 윤씨의 처벌을 원치 않았기 때문. 그리고 이 같은 일은 지금 전국 각지의 지구대에서 반복되고 있다.

씁쓸한 자화상
해결책은 없다

최근 가정폭력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이번 사건이 유독 이슈화됐지만 비슷한 사건은 지난 2006년에도 있었다. 당시 서울 금천경찰서는 아들의 뺨을 때린 혐의로 두 아들의 아버지 김모(39)씨를 입건했다.

이 사건은 앞선 사건과 경위가 거의 비슷하다. 아버지 김씨는 일을 마치고 소주 반병을 마신 뒤 새벽 1시쯤 귀가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니 둘째 아들(16)은 휴대전화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난달 휴대전화 요금이 약 9만원가량 나왔던 것을 기억한 김씨는 그대로 둘째 아들에게 다가가 서너 차례 뺨을 때렸다. 그리고 이를 본 큰 아들(18)은 "아버지가 동생을 때린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아버지는 곧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는 "아들이 밤늦도록 잠을 자지 않고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고 있어 혼내줬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입장에선 일종의 훈육이었던 셈.

하지만 신고한 큰 아들은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둘러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교육방식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건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모는 폭력을 이용해 아이를 길들이려 하고, 아이들은 그런 부모에 반항해 부모의 잘못을 입증하고자 한다. 흔한 말이지만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어른들이 힘으로 누를수록 아이는 더 큰 힘을 찾게 된다. 힘을 갖춘 자가 만능인 시대에 아이들이 힘을 가진 공권력을 찾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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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