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20년' 덫에 걸린 총수들 잔혹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13 09: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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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꼬불치기' 예나 지금이나 판박이

[일요시사=경제1팀] 금융실명제법이 시행 20년을 맞았다. 금융실명제는 횡행하던 가명 거래를 원천 차단해 금융 질서를 단숨에 뒤집었다. 그러나 양날의 검이었다. 차명계좌를 통한 검은 돈 유통이 성행한 것. 특히 대기업 총수들이 연루된 대형 횡령·배임 사건과 탈세 사건에서 어김없이 차명계좌가 등장했다. 불법 자금 은닉에 이보다 더 좋은 수단이 없다는 인식이 기업 오너들에게 박혀 있는 셈이다.



금융실명제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때는 1982년 5월 터진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 이후다. 사채시장의 큰손이던 장영자씨는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회사와 접촉해 현금을 빌려주고 몇 배의 약속어음을 받아냈다. 남편 이철희(전 중앙정보부 차장)씨의 경력을 언급하며 "특수자금이니 비밀을 지켜라"는 말을 덧붙이곤 했다.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로 불린 이 사건으로 청와대 배후설이 등장했고 은행장 2명과 기업 간부, 전직 기관원, 대통령의 처삼촌에 이르기까지 30명이 줄줄이 구속됐다.

비자금으로
드러난 허점

장씨와 이씨 부부는 법정 최고형인 15년형을 선고받고 10년가량의 옥살이 끝에 풀려났다. 2개월 뒤인 7월 정부는 '금융실명거래와 금융자산소득에 대한 종합과세의 실시방침(7·3 조치)'를 발표했다. 금융실명제 1차 도입 시도다. 방침의 요지는 ▲1년 뒤인 1983년 7월1일부터 모든 금융거래에 대해 실명제를 실시하며 ▲금융소득을 종합과세하고 ▲실명이 아닌 3000만원 이상의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과징금으로 5%를 내야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침은 여당 등 정치권의 반발에 밀려 1982년 12월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실시를 유보하기로 했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금융실명제 실시를 공약, 당선된 후 1988년 10월 "금융실명제를 1991년 1월1일부터 전면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두 달 동안 실명전환 기간을 뒀다. 실명전환 기간 직후 재무부가 발표한 잠정 집계결과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전체 가명계좌에 들어있던 2조8623억원 가운데 96%인 2조7480억원이 실명 전환됐다. 실명전환된 차명계좌는 27만5800좌(2조9246억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금융거래 투명성은 어느 정도 높아졌다. 허구의 인물을 내세워 금융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도 사라졌다. 그러나 근본적인 한계점이 있었다.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를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금융실명제의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때는 지난 1994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단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거지면서 부터다. 이 시기 서석재 당시 총무처장관(2009년 사망), 박계동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 등의 폭로로 전·노 전 대통령이 수천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95년 10월 박계동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에 ㈜우일양행 명의로 예치된 110억원의 예금계좌 조회표 사본을 제시하며 '노태우 비자금 4000억원'이라고 발언,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4000억원이 여러 시중 은행에 차명계좌로 분산 예치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신한은행이 즉각 해명했고 이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단서가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노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금융질서 잡는다' 가명거래 원천차단
대기업 회장들 측근 차명으로 비자금

지난 2001년 7월에는 이용호 G&G 회장이 삼애인더스, 인터피온 등 자신의 계열사 전환사채 680억원을 횡령하고 보물선 발굴 사업 등을 미끼로 주가를 조작, 25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도 차명계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사건의 수사를 위해 2001년 특별검사가 임명됐으며 특검 과정에서 신승남 전 검찰총장 동생,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및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 등 권력층의 비리가 추가로 밝혀졌다. 홍업씨는 이후 검찰 수사에서 이권청탁 대가 등으로 47억여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 기소됐다. 홍업씨는 이 회장에게 받은 자금을 사채업자와 김성환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의 차명계좌 등을 통해 자금을 세탁했다.

기업 오너가 차명계좌로 인해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양심고백을 통해서다. 김 변호사는 삼성이 자기도 모르게 차명계좌를 개설해 50억원가량의 현금을 입출금했다고 밝혔다.


폭로 후 삼성 측은 차명재산에 대해 "임원들의 개인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삼성 특검'이 발족됐고 삼성 측은 이건희 회장이 선대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삼성특검은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의 1199개 차명계좌로 4조500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운영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삼성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만 이 회장을 기소하고 비자금의 조성과 사용처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회장은 여론에 밀려 사건의 책임을 지고 2008년 4월 경영퇴진을 선언하고 물러났다가 2009년 12월 '삼성 위기론'에 의해 유례없는 단독 사면을 받고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비슷한 시기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은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수사 과정서 비자금이 드러나면서 차명계좌 논란에 시달렸다. '변양균-신정아 게이트'를 수사하던 경찰은 신정아씨의 횡령 혐의를 밝히기 위해 2007년 9월 김 전 회장의 부인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괴자금을 발견했다.

시작은 찬란
과정은 암울

검찰은 자금 출처를 추적, 괴자금의 출처가 쌍용양회 임원들의 명의를 빌려 주식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현금화한 것으로 최종 결론지었고 압수한 현금과 수표 63억원, 엔화 4억원, 차명계좌 14개에 예치된 20억원 등 총 87억원 전액을 국고로 환수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중 박용성 두산그룹 명예회장도 정치권의 느닷없는 의혹 제기로 장남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사장과 함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두산 총수일가가 1973년부터 2006년까지 33년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해 60여 개의 차명계좌로 몰래 관리하고 그 과정에서 증여세 탈세, 통정매매 및 불법적 현금이동 등의 불법행위를 일삼았다는 것. 의혹은 노희찬 전 의원의 입을 통해 나왔다.

개정 논의 급물살
안철수 법안 준비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해당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산 총수일가가 60여 개의 차명계좌로 수백억원 규모의 주식과 채권, 현금을 불법·탈법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포착하고 그 자금출처를 추궁했고, 두산그룹 측으로부터 '1973년 동양맥주(현 두산) 주식을 상장할 때부터 대주주 지분 20% 가량을 차명계좌로 관리하기 시작했고 경영권 유지 등의 목적으로 운용했다'는 해명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또 "60여 개 차명계좌와 비자금을 관리한 사람은 바로 박용성 회장과 그의 장남인 박진원 상무"라며 "모 증권사 모 직원이 실무적으로 차명계좌 관리를 도왔다. 모 증권사 내부문서에 따르면 박용성 회장이 직접 비자금을 관리하다가 1999년 3월 아들 박진원에게 관리를 넘겼다"고 말했다.

수사만 시작되면
줄줄이 차명계좌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09년 3월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2007년 3월께 박연차 당시 태광실업 회장에게 건넨 50억원의 출처가 차명계좌라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불법거래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정치권에서 라 전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도 금융실명제 위반과 관련한 일부 내용만 적발하고 공개하면서 업무정지 3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이에 최근 국회차원의 감사원 감사요구가 제기됐다. 지난달 참여연대와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 전원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세청, 검찰이 신한금융지주와 라 전 회장의 불법·비리 행위를 봐주거나 비호한 의혹이 있다"며 해당기관에 대한 국회차원의 감사원 감사요구를 청원했다.

참여연대 등의 주장의 요지는 라 전 회장이 90년대 말부터 재일동포 주주, 임직원 및 그 가족, 외부 지인 등 수십명의 이름을 빌린 차명예금과 증권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운용하며 막대한 사적 이익을 취해 왔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라 전 회장의 수십여 개 불법 차명계좌 운용 사실과 관련 비리 의혹을 접수·파악하고도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조치와 처벌을 추진하지 않은 국세청과 검찰의 행위에 대해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태광그룹은 모자가 동시에 차명계좌와 임직원 명의 주식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는 2010년 10월 시작됐다. 100여 일간 이어진 수사에서 이들 모자는 임원과 사원들, 거래처 관계자 이름까지 빌려 무려 7000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3000억원대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무자료 거래, 허위회계처리 등 방법으로 회삿돈 500여억원을 횡령하고 골프장 건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로부터 담보도 없이 돈을 빌리거나 주식, 골프연습장 등을 낮은 가격에 사들여 회사에 900여억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


태광그룹 계열사로부터 225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는 징역 4년과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6월에 벌금 10억을, 이 전 상무는 징역 2년과 벌금 10억원 등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용건 삼환기업 명예회장은 지난해 11월 삼환기업 노조가 "최 명예회장이 수십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10여 년 동안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임직원과 다른 계열사를 통해 주식을 사들인 뒤 손실 처리하는 방법으로 계열사 간 부당거래를 했다"며 검찰에 고발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이 같은 혐의로 지난 4월 최 명예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명예회장은 계열사인 신민상호저축은행에 3자 배정 유상증자 명목으로 120억원을 예금하는 등 계열사 간 부당지원으로 모두 183억여원 상당의 손실을 입힌 혐의다.

다만 최 명예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횡령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자료와 주식취득자금 소명서, 차명계좌 확인서 등을 검토한 뒤 무혐의 처분했다.

"비리 차단하려면 
원주인 반환 금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차명 계좌와 차명 소유 회사 등을 통해 한화 계열사와 소액주주, 채권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돼 작년 7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심은 김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했고 현재 대법원에서 상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은 조울증과 호흡 곤란 등의 이유로 올해 1월 법원에서 구속 집행 정지 결정을 받고 3월과 5월 구속 집행 정지 기간이 연장됐다.

처조카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아 주목을 받은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도 60억원의 회사 자금을 영업자금 대여 명목으로 횡령해 차명계좌로 주가를 조작해 5억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라 회장은 지난 6월29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팔아 5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해외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굴리며 조세를 포탈해 재산을 불리고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는가 하면 개인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회사에 수백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로이스톤 등 7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CJ그룹 주식을 사고 팔아 거액의 차익을 남기거나 CJ그룹 국내외 계열사의 주식을 차명 보유해 배당소득을 받고도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 등 274억7000여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검찰 조사 결과 이 회장은 지난 98~2002년 사이 CJ그룹의 해외법인 자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2004년부터 자사 계열사 주식을 차명보유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2003년 이전의 조세포탈 혐의는 공소시효 10년이 지나 공소사실에서 제외됐다.

이 회장은 또 2003~2007년까지 CJ그룹 임직원 459명의 명의를 빌려 차명계좌 636개를 관리하면서 CJ(주) 주식을 사고 팔아 1182억원의 수익을 올리고도 238억4000여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의 금융실명제법은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 금융기관이 모든 금융거래 당사자의 차명거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유다.

금융기관은 자금출처를 조사할 실질적 권한이 없다. 따라서 거래자의 주민등록상 실명 여부만 확인할 수 있을 뿐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할 의무도 없다. 거래자가 금융기관을 속이고 차명계좌를 만들어도 업무방해에 속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법이 만들어지면서 금융회사가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하고 의심되는 거래를 FIU에 보고할 의무가 생겼지만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법 조항은 없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실명제법 시행 20주년을 맞아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최근 전 전 대통령이나 CJ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차명계좌 논란에 불이 붙으면서 차명계좌를 전면 금지하거나 차명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명제법 개정
찬반 입장 팽팽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최근 차명계좌가 적발되면 계좌 평가액 일부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실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실명이 확인된 계좌를 명의자 재산으로 간주하고 실질권리자의 반환청구를 금지하는 쪽으로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의원입법 1호로 관련 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금융권은 반대 입장이다. 금융권은 거래자의 '양심선언'이나 검찰과 국세청의 개입이 없고서는 금융기관에서 차명거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정부는 차명계좌를 금지할 경우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동창회· 동호회 등 각종 친목도모를 위한 모임의 회비 등의 계좌를 개인 명의로 하는 경우, 부부의 생활비 통장 등 당사자 간 합의된 차명거래를 하는 이들이 모두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는 것.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선의의 차명계좌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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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