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아이콘> ‘예당 몰락’ 풀스토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8.12 13: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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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형보다 돈이 먼저?

[일요시사=경제1팀] 돈은 피보다 진한가. 수렁에 빠진 예당컴퍼니가 또다시 악재를 만났다. 이번엔 고 변두섭 예당 회장의 친동생 비위다. 변 회장 자살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잇따라 추문이 터지자 개미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연예기획사 회장인 친형의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주식을 팔아치워 거액을 챙긴 혐의로 변차섭 예당미디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변 대표는 자살한 고 변두섭 전 예당컴퍼니 회장의 동생이다.

주가 떨어질라 냅다…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문찬석 부장검사)는 예당컴퍼니 회장이자 친형이 숨지자 보유한 회사 주식을 몰래 팔아 손해를 면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동생 변 대표에 대해 지난 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변 대표는 지난 6월3일 변 회장이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알고 주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 수십억원에 이르는 차명 주식을 매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예당 측은 6월4일 보도자료를 통해 “변 회장이 과로사로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검찰은 사망 발표 이전에 변 회장이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변 대표가 차명주식을 매도한 시점도 시신이 발견된 3일부터 사망사실이 발표된 4일 사이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변 회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1350원이었던 예당의 주가는 지난 12일 매매거래가 정지될 때까지 639원으로 급락하며 반토막이 났다. 변 대표는 주식을 모두 처분해 손실을 면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이 떠안게 됐다. 

검찰은 지난 5일 예당컴퍼니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주식거래와 관련한 자료와 회사 회계장부와 서류 등을 확보하고, 사무실에 있던 변 대표를 현장에서 체포해 이 같은 조사를 벌여왔다. 임원의 사망 사실은 일종의 내부 정보로 분류되는데 현행법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이 같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몰래 팔아 손해를 피해 간 행위도 처벌토록 하고 있다.

검찰은 예당컴퍼니의 주식 거래 현황을 분석해 변 대표 말고도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 판 인물이 있는지, 변 대표가 주식을 추가로 팔아 부당이득을 취한 정황이 있는지 여부를 추가로 밝힐 예정이다.

검찰은 또 변 회장이 숨지고 며칠 뒤 회사 측에서 “변 회장이 회사 보유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횡령했다”고 공시한 내용과 관련해서도 실제 범죄혐의가 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예당은 앞서 6월12일 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테라리소스의 주식 3903만7029주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변 회장이 공시를 하지 않고 보유 주식 대부분을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했던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거래소가 밝힌 변 회장의 횡령 혐의 발생금액은 총 129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48% 규모다.

이후 한 대부업자가 변 회장으로부터 주식담보 대출로 확보한 예당 주식 565만주와 테라리소스 주식 1732만8571주를 장내매도하면서 두 기업의 주가는 급락했다. 예당컴퍼니는 지난달 26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받은 상태다.

1980년대 음악다방 DJ로 활동하다 대형 연예기획사인 예당컴퍼니를 세운 변 회장은 2001년 회사를 코스닥에 등록, 사업 규모를 키우며 연예계 미다스 손이라 불렸다. 가수 양수경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변 회장은 1998년 양수경과 가수와 앨범 제작자로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


변두섭 사망 숨기고 몰래 주식 판 변차섭
당초 과로사 발표했다 뒤늦게 자살 정정

변 회장의 손을 거쳐 간 스타로는 아내 양수경을 비롯해 최성수, 조덕배, 듀스, 룰라, 소찬휘, 녹색지대, 한스밴드, 윤시내, 김흥국, 젝스키스, 양현석, 임상아, 조PD, 이승철, 이선희, 이정현, 싸이 등 무궁무진하다. 현재 예당에는 가수 임재범, 조관우, 알리, 국가스텐 등과 아이돌 그룹 씨클라운 등이 소속돼 있다.

2000년대 들어 음악시장이 침체되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변 회장은 가요 외에도 드라마, 영화, 게임 사업 등에 뛰어 들며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예당은 ‘겨울연가’, ‘아름다운 날들’, ‘천국의 계단’ 등의 OST, DVD 등을 일본에 유통시켜 규모를 키웠다. 2005년부터는 영화 사업에도 뛰어들어 ‘올드보이’, ‘댄서의 순정’, ‘가문의 위기’ 등을 제작하거나 투자했다. 게임 사업에서는 ‘프리스톤테일’, ‘오디션’ 등을 흥행시키기도 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잘 이끌어 오던 변 회장은 그러나 지난 6월초 돌연 사망했다. 당초 예당 측은 고인의 사인이 ‘과로사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뒤늦게 ‘자살’이라고 정정했다.

변 회장은 8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왔으며 수면제 없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심각한 수면 장애를 겪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업무 과중으로 인한 과로가 겹치면서 서울시 서초구 사무실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유족의 반대로 부검은 실시하지 않았으며 시신은 장례 후 화장됐다. 이후 예당컴퍼니 경영에는 아내 양수경이 경영인으로 참여해왔다.

엎친데 덮친 악재들

잇단 악재가 이어진 예당에 대해 한 연예계 관계자는 “변 회장은 사망 전 측근들에게 지금의 가요계 산업질서에 대해 자주 탄식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는 비단 변 회장과 예당만의 고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예계가 한류바람을 타고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빈익빈 부익부는 존재한다”며 “변 회장의 자살이 횡령 배임 혐의로 이어지고, 부정 거래로 이어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대형 기획사에 밀리는 엔터사업자의 예고된 악순환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변두섭 아내 양수경은?

예당컴퍼니의 ‘더블 악재’에 고 변두섭 회장의 아내인 양수경씨에게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씨은 1988년 ‘떠나는 마음’으로 가요계에 데뷔해 ‘사랑은 차가운 유혹’, ‘당신은 어디 있나요?’,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등을 히트시켰으며, 지난 1999년 9집 정규 앨범 ‘후애’를 끝으로 가수 활동을 쉬고 있다.

80∼90년대 방송국 3사 가수상을 휩쓸며 많은 사랑을 받은 그는 CF와 광고 모델로도 활동했으며, 이후 남편과 함께 연예 기획사 사업을 내조하며 능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변 회장과는 8살 나이 차이로 지난 1987년 음반 제작자와 신인가수로 만나 사랑을 키워오다 1998년 1월 결혼해 현재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양씨는 변 회장 사망 직후 예당의 경영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예당 지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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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