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벌레 고대남’ 엽색행각 파문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06 11: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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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방서 몹쓸짓 ‘캠퍼스 발바리’

[일요시사=사회팀] 고려대에서 의대생 성추행 사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성추문 사건이 터졌다. 요즘 고대는 학생과 교수 등 잇따른 성추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불명예스러운 이번 사건으로 고대는 학내 성범죄 오명이 하나 더 늘었다.



고대 남학생이 2년에 걸쳐 캠퍼스 내 여학생 19명을 성폭행·성추행하고 여학생의 치마 속을 비롯해 은밀한 신체 부위를 몰래카메라로 촬영해오다 적발됐다. 얼마 전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고대에서 다시 엽기적인 변태행위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진상조사를 벌인 학교 측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해 ‘고려대학교’명의로 직접 경찰에 고소했다.

계속되는 성추문

고려대는 2011학년도 입학생 A씨가 2011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교내 동아리방 등에서 술에 취한 여학생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등 성추행한 혐의가 있어 최근 서울 성북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학교 측은 지난달 초 A씨의 성범죄를 파악해 성북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와 경찰이 확보한 A씨의 동영상 CD에는 여학생 3명을 성폭행하는 장면 외에 다른 여학생 16명의 치마 속이나 가슴 부위를 찍은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이 들어 있었다.

고대는 지난 8일 A씨 지인으로부터 ‘A씨 성추행 사건’에 대한 제보와 증거물을 받아 양성평등센터가 조사를 벌인 결과, 고려대 여학생 중 19명의 성추행 피해자를 확인했다. A씨도 센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동기생보다 서너 살 많아 같은 학번 여학생 사이에서 ‘좋은 오빠’로 불렸다고 한다. 범행 때마다 피해 여학생에게 “함께 술을 먹자”고 제안한 뒤 술자리가 끝나면 모텔이나 교내 동아리방 등으로 데려가 ‘몹쓸 짓’을 했다. 피해 여학생들을 조사한 경찰과 학교 측은 “A씨가 술에 약물을 타 정신을 잃게 한 뒤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특수강간’ 혐의가 적용된다.


A씨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학생들의 치마 속 등을 몰래 촬영한 후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보관해 왔다. 이 동영상을 저장해 둔 CD가 유출되면서 A씨의 범행 사실도 들통 난 것이다. 피해자들은 A씨가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동영상으로 찍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고려대는 전했다.

마동훈 고려대 대외협력처장은 “피해 여학생 가운데 3명의 동영상은 다른 것보다 피해 수위가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여학생 3명은 자신의 피해상황을 직접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고려대로부터 제출받은 CD 3장과 A씨 거주지에서 압수한 CD와 하드디스크 등에는 동아리방뿐 아니라 지하철·에스컬레이터 등에서 여성의 치마 속과 가슴 부분 등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도 무더기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A씨와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A씨에 대해 ‘몰카’ 혐의뿐 아니라 피해 여학생에게 직접적인 신체 접촉 또는 성폭행을 했을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이미 A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개정된 성폭력 관련 교칙에 따라 퇴교를 포함해 단호하고 엄중한 징계 조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남학생 2년간 여학생 19명 학내 성추행
몰카 저장한 CD 유출되면서 들통 ‘발칵’

이번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엘리트로 키운 부모는 무슨 죄입니까. 이래서 자식이 잘못하면 부모가 욕먹는다” “공부만 잘하면 뭐하나 인성교육이 절실하다” “고대면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 아닌가. 완전 실망이다. 나라 망신이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저런 일들은 쉬쉬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 외에도 고대에선 지난 2011년 5월 의대생들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여론은 분노로 들끓었었다. 비슷한 시기 같은 학교에서 다른 남학생도 같은 과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폭행·성추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학교 측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A씨의 성범죄는 신입생이던 2011년부터 2년 동안 이어졌다. 같은 학교 여학생 3명을 성폭행했고, 16명에게 ‘몰카(몰래카메라)’를 들이댔다. ‘의대생 성추행 사건’으로 학교가 난리통에 빠졌을 때도 그의 범죄 행각은 계속됐던 것이다.

가해자 A씨는 지난해 학교를 휴학하고 현재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경찰은 A씨를 불러 1차 조사를 마쳤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우발적 범죄”라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마치는 대로 A씨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학가의 성범죄가 날이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과 5월 서울의 한 미술대학에서 성폭행과 성추행 사건이 잇달아 벌어졌다. 지난 5월22일에는 규율이 엄격한 육군사관학교에서까지 남생도가 술에 취한 후배 여생도를 성폭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학 280곳의 사례를 조사해 발표한 ‘2012 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각 대학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2009년 학교당 평균 0.6건에서 2010년 0.8건, 2011년 1.2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학 내 성범죄는 피해사실 입증이 쉽지 않고 학내 소문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다는 경향이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실제 성범죄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도 피해자가 19명이나 됐지만 조사 과정에서야 피해 사실이 일부 학생들에게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이미지 추락

대학 내 성폭력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를 대하는 대학가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지 활동가는 “요즘은 각 대학이 성폭력상담센터나 양성평등센터 등을 두고 피해자들의 신고를 돕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는 성범죄는 훨씬 많다”며 “대학생들의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제자 치마속 ‘찰칵’
딱걸린 고대 변태교수

영화관에서 ‘몰카’를 찍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고려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여제자들의 신체도 몰래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고려대는 “경영학과 A(51) 교수가 몰래카메라를 찍어 수사를 받고 있는 데다 제자들을 몰래 카메라로 촬영한 혐의도 드러나 학교 차원에서도 징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만간 교수 징계위원회를 열어 A 교수에 대해 어떤 처분을 내릴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관서 여성속옷 촬영

개인 PC에 몰카 3000장


A교수는 지난 5월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소형카메라가 달린 손목시계로 뒷자리에 앉은 여성의 속옷을 촬영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피해 여성은 자꾸 몸을 뒤척이는 A교수를 수상히 여겨서 항의했고, 이에 황급히 자리를 떠난 A교수가 극장 좌석에 명함을 떨어뜨리면서 범죄가 들통 났다.

검찰 조사에서 A교수의 범죄가 추가로 밝혀졌다. A교수 개인 PC에서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를 찍은 사진 3000여 장이 발견됐다. 그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USB 형태의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여제자들의 신체 특정 부위를 촬영해 보관했고, 음식점 여자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여성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수는 ‘영화관 몰카’와 관련해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바 있다. A교수는 1학기에는 정상적으로 수업을 했지만 여름 계절학기 수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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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