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로 새는 눈먼 나랏돈?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05 1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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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 축내는 '버스왕' 꼬리 잡힐까

[일요시사=사회팀] '국민의 발'인 버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 회사에는 공공성을 담보로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투입된 예산이 각 업체별로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제대로 감시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무뎌진 사이 일부 버스 회사들이 '눈먼 나랏돈'을 불법 전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당국이 국내 굴지의 운송업체 A사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A사의 모 회장은 '버스왕'으로 불리는 버스재벌로 수천대의 버스 및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한 대부호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버스왕
지원금만 꿀꺽?

경기 외곽에서 만난 A사의 옛 직원 ㄱ씨는 과거의 답답한 기억 때문인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외부로 알려진 것과 A사의 참 모습은 다르다"며 일례로 '버스 인센티브 제도'를 끄집어냈다.

버스 인센티브 제도란 경기도가 대중교통 선진화 등을 명목으로 지난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 경기도내 각 운송업체는 '경영 및 서비스 평가'에 따라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씩 인센티브를 챙겨가고 있다.

ㄱ씨는 이 인센티브 제도를 A사가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사는 모두 15개의 운송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데 이들이 챙겨가는 인센티브는 막대하지만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제대로 아는 이가 거의 없다고 했다.


ㄱ씨는 버스업체에 대한 지원이 정부의 경영 및 '서비스' 평가에 따라 이뤄지므로 이 돈을 버스 회사의 모든 구성원과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한 평가 항목에는 ▲차내 서비스 수준 ▲교통사고 발생 및 위험지수 ▲운행횟수 준수율 등 버스 기사의 직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항목들이 있었다.

경기도 내 또 다른 버스업체에서 근무 중인 ㄴ씨는 자신의 회사로부터 이 인센티브 명목으로 "별도의 상여금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ㄴ씨가 있는 회사는 경기 외곽에서 시내버스 약 40대를 운행하는 작은 업체다.

ㄴ씨는 "상여금을 돌려받을 때 도에서 (지원금을)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써야한다고 말해 현금으로 돌려준다란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지원금을 두 업체가 다르게 쓰고 있는 셈이다.

감점 피하려 사고책임 기사에
직원 길들이기로 악용 의혹

그렇다면 A사는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

ㄱ씨에 따르면 A사는 이 지원금을 '직원 길들이기'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ㄱ씨는 "나 그만 둘 때까지 일반 직원들은 인센티브를 구경도 못해봤다"면서 "말 잘 듣는 팀장급들에게만 금반지를 좀 해주고, 자체 사보에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썼다고 홍보하는 등 국가 세금을 마치 선심 쓰듯 전횡했다"고 폭로했다.

몇 년 전 ㄱ씨는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A사가 각종 위법적 근무를 강요하자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버스 회사에 만연한 저임금·중노동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A사의 유력 계열사인 모 운수업체 기사들은 회사가 정한 운행횟수를 맞추기 위해 하루 15∼18시간의 근무를 2∼8일 연속으로 했다. 이런 중노동으로 인한 과로와 수면부족은 졸음운전으로 이어져 잦은 사고의 원인이 됐다.

그러나 업체는 산재 및 공상처리를 회피함은 물론 사고의 손실보상을 기사 자부담으로 돌렸다. 운행 중 사고는 '보조금 지원'을 위한 정부의 서비스 평가 시 감점 요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즉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회사 직원들을 쥐어짜내는 야만적인 행태가 업계 관습처럼 이어져온 것이다.

회사는 웃고
기사는 울고

A사는 경기 구리, 광주, 남양주, 의정부 등 경기 서부지역 시내버스를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동두천, 양주 등 경기 외곽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노선을 독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산, 경북, 충북 등을 아우르는 시외버스 노선도 A사 손아귀에 있다.

국내 버스업계에서 A사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회사 운영에 필요한 피복·정비·식품 업체를 자회사로 갖고 있으며,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터미널사업, 의료사업 등에도 진출했다. 더불어 A사는 한 유명 지역방송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버스 업계 관계자는 "인센티브 외에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유류세 등 보조금이 버스 운영이 아닌 다른 곳에 출자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상 돈이 업체로 넘어가면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ㄷ씨는 "성과이윤(버스 인센티브 제도)은 사실상 눈먼 돈"이라며 몇 장의 문서를 내밀었다. 인천시가 작성한 '성과이윤 지급현황 표'였다.

인천시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버스 회사의 재정적자를 100% 보조하는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즉 인천시의 성과이윤은 경기도의 적자 보전과는 돈의 성격이 다른 플러스알파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인천시가 지난 2009년부터 각 업체별로 지급한 성과이윤은 모두 86억여원에 달한다. 전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 돈은 고스란히 버스 업자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매년 150억∼200억원 지급
인센티브 타내려 위장배차

인천시가 제정한 '수입금공동관리 준공영제 운영지침'에 따르면 "성과이윤은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자별 차등 지급 방식으로 운용한다"고 돼 있을 뿐 지원금의 사용목적과 사용처가 명기 돼 있지 않다. 이는 사업자가 받은 돈을 어디에 써도 법적 제제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인천 일대에서 A사와 같은 위상을 점하고 있는 버스재벌 B사의 경우는 각 계열사로 지급된 성과이윤을 취합했을 때 연간 수억원의 ‘공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인천시가 작성한 '운수회사별 성과이윤 내역'에 따르면 업체 별 지급현황은 2009년 하반기 기준 ▲S여객 3855만원 ▲S버스 3549만원 ▲S교통 4171만원 ▲I교통 3366만원 ▲J교통 3121만원 등이다. 이 업체들은 모두 B사의 계열사로 지원금의 합은 약 1억8000만원에 이른다.

2011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하면 ▲S여객 9471만원 ▲S버스 4268만원 ▲S교통 1288만원 ▲I교통 2296만원 ▲J교통 2262만원 ▲G버스 4696만원 등 2억4000여만원으로 2년 새 약 6000만원가량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묻지마 지원금
누구도 못말려

ㄷ씨는 "인천시는 준공영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시로부터 지급된 인센티브 규모가 작지만 경기도는 자율 체제기 때문에 인센티브 지급 규모가 훨신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ㄷ씨는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평가 기간 동안 배차를 늘린 뒤 보조금을 받으면 다시 유휴차를 늘린다든가 오지 노선을 헐값에 인수한 뒤 보상금은 타내면서 배차를 줄이는 눈속임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회 민경선 의원은 오래 전부터 A사의 독점적 버스 운영과 몰아주기식 보조금 책정을 비판해왔다. 그는 "A사가 교통 약자를 위한 저상버스를 도입하기로 해 놓고 기본 약속조차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A사를 향한 지원금 퍼주기가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이 제출한 '2011년 도정감사 자료'에 근거하면 A사는 경기도 전체 버스 재정지원의 3분의 1을 가져가면서도 ▲저상버스 도입율이 타 업체보다 낮고 ▲배차 가이드라인을 자주 위반했으며 ▲노후 차량 및 시설 개선 노력이 미흡했다. 그러나 A사는 어떤 페널티도 없이 매해 150억∼200억원의 재정지원금을 10년 가까이 도로부터 꼬박꼬박 가져갔다.

민 의원은 재정지원금을 부풀려 받는 수법으로 '차량 운행대수 부풀리기'를 지목했다. 실제 버스는 차고에 있지만 유류대를 허위로 작성, 운행대수를 부풀린 뒤 지원금을 실제보다 많이 타낸다는 것이다. A사 역시 이 같은 수법으로 몇 차례 배차를 줄였다가 현지 언론에 발각된 전력이 있다.

민 의원은 "여러 차례 A사와 관련한 위법 사항이 발견됐지만 지원금이 차감되거나 제대로 된 행정 조치를 취했던 적이 없었다"며 "재정지원금을 포함해 A사에 들어가는 정부돈만 600억∼700억원인데 이를 제대로 감독할 인력조차 없다"고 개탄했다.

2008년 A사로 지급된 인센티브는 59억원, 2009년은 64억원, 2010년은 42억원이다. 그리고 2011년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시내버스 인센티브 지원금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도내 버스업체 간 서비스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이에 따라 A사로 지급된 인센티브도 늘어났다. 기자가 확인한 2012년 A사 계열 한 운송업체 인센티브 지원금은 4억4000여만원. 경기도 한 관계자는 "자료 유출 및 세부 공개가 금지돼 있어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매해 40억∼60억원 정도가 A사에 지원되고 있는 건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 인센티브 제도가 준공영제를 채택하지 않은 광역단체 입장에선 합리적인 제도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 국토위 소속 한 관계자는 "이 인센티브 제도를 둘러싼 오해가 많은데 실제로 확인해보니 평가의 투명성이 높았다"면서 "오히려 경기도가 제일 먼저 도입한 뒤 다른 지자체가 이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당국 국내 굴지의 운송업체 내사
수천대 버스 보유한 '버스재벌'도마
정부 보조금 유용·횡령 여부에 초점

실제로 경기도는 투명한 평가를 위해 10여 명의 외부 전문가를 영입, '경영 및 서비스 평가' 때마다 담당 TF를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A사 외 기타 중소업체들은 급여를 제때 지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내부 반응이 좋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도의 공식적인 입장은 어떨까. 도 관계자는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일부 대형 운송업체로 나랏돈을 퍼주는 게 아니란 얘기다.

이 관계자는 "잘 아시다시피 제도 자체는 다른 지자체에서 도입할 정도로 (그 합리성을) 인정받았고, 지원금을 산정할 때도 다각도로 검증하기 때문에 특정 업체에 돈을 퍼주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앞서 언급한 여러 의혹들을 차례로 해명하면서 "경기도는 준공영제가 아니기 때문에 적자 보전율이 30% 밖에 안 돼 업체들도 경영 상태가 열악한 편이다"고 반박했다.

A사 사정에 밝은 몇몇 관계자에 따르면 A사는 최근 일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난을 타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도 관계자도 인센티브 지원금의 사적 전용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한 관계자는 "업체에 지원금을 전달할 때 '직원들을 위해 쓰시라'고 권고하지만 그 이상은 경영 문제기 때문에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업체 사정이 어려운데 인천시 업체처럼 인센티브를 주물럭할 수 있겠냐"고 의견을 전했다.

수상한 커넥션
악행은 여전해

그러나 ㄱ씨 등 A사에서 근무했거나 관계된 인사들은 A사의 자금 운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과거 A사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전달했던 전력이 있는 회사"라며 "전직 국회의장, 현직 경찰서장, 국토해양부 고위 공무원 등 A사가 로비한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A사는 최근 사고를 낸 직원에게 반성문을 쓰게하고, 이를 사내 전 직원에게 사인 받게 하는 등 인권유린적인 지침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정된 운행횟수를 지키지 않고 버스를 차고지 인근 외곽 도로에 놀리는 등 편법을 부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 발'을 볼모로 한 A사와 관련한 의혹은 오늘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라지구 버스비리 의혹

없던 '황금노선' 만들어 제공

인천경찰청 금융범죄수사팀이 지난 4월 버스업체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버스노선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뇌물수수)로 공무원 황모(52)씨를 입건한 가운데 비슷한 정황이 포착돼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인천 청라지구를 관통하는 '황금노선'을 허가해준 공무원 A씨는 현재 다른 부서로 보직을 옮겼다. 그러나 제보자는 공무원 A씨가 인천 한 대형 운송업체에 "황금노선을 무단으로 제공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기자가 입수한 인천시 공문에 따르면 공무원 A씨는 지난 4월 "청라지구 개발지역 신규아파트 입주에 따른 시내버스 이용객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버스노선의 신설 및 증차를 허가한다"고 명기했다.

하지만 준공영제가 시행 중인 인천시에서 신규 노선 허가나 증차가 '거의 없다'는 점에 주목한 제보자는 이를 특혜라고 지적한 것.

한편 인천경찰청 금융범죄수사팀은 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신모(55)씨 등 버스업체 대표 4명을 지난 4월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09년 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시로부터 받은 버스준공영제 재정보조금을 임원·관리직 급여, 차량 할부금, 가스비 등에 불법 전용해 약 23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황씨는 버스업체 직원들과 함께 유흥업소에 다니며, 모두 26차례에 걸쳐 14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고 버스노선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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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