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전방위 사정'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4: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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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 외풍' 심장 정조준…신동빈 초긴장

[일요시사=경제1팀] 국세청이 롯데그룹의 '심장' 롯데쇼핑에 칼을 겨눴다. 칼자루를 쥔 곳은 국세청의 중수부로 통하는 조사 4국. 투입된 인원만 150명에 달한다. 세무조사의 성격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규모나 시기를 봤을 때 정기 세무조사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 롯데그룹은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국세청이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16일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 4개 사업부문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서울국세청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소공동에 있는 백화점, 잠실에 있는 마트와 시네마, 왕십리에 있는 슈퍼 본사에 조사1·2·4국 직원과 국제거래조사1과 등 150명가량을 투입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 롯데마트 본사는 전산실까지 털렸다. 롯데마트가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대규모 해외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번 조사에서 해외 비자금 조성, 역외탈세까지 조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막대한 특혜
끝없는 논란

그동안 롯데는 MB정부하 막대한 특혜를 받으면서 급성장했다. 부산롯데타운은 시작부터 특혜의혹에 휩싸였고 맥주사업 진출도 MB정권 지지를 받아 별 무리 없이 진행됐다. 면세점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 독과점 논란을 빚었음에도 불구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고 경남 김해유통단지, 대전시 롯데복합테마파크, 경기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이 특혜설이 휘말리면서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롯데호텔은 '제2의 청와대'로 불리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해 '베이스캠프'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MB정부와의 밀월 관계를 통해 무섭게 성장했다. 2007년 말 46개사에 불과했던 롯데그룹의 계열사 수는 2011년 말 79개사로 크게 늘었다. 2008년 초 43조6790억원이었던 보유 자산 총액은 2012년 초 83조3050억원으로 늘었다. 5년새 2배가 불어난 셈이다.


MB 정부가 절정의 권력을 행사하던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성장폭은 더 크다. 2009년 계열사 54개, 자산총액 48조9000억원이었던 롯데그룹은 1년 뒤인 2010년 계열사 60개, 자산총액 67조2000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재계 순위는 6∼7위권에서 단숨에 5위권으로 뛰어 올랐다.

'땅따먹기'도 수준급이다. 롯데그룹의 2008년 토지 보유액은 10조3153억원. 2011년 말 기준으로는 13조6245억원으로 10대 기업 중 토지 보유액 1위를 차지했다. 3년 사이에 무려 32.1%가 증가한 것이다.

'국세청 중수부'조사 4국 롯데쇼핑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에 감사원 감사까지 겹쳐 초비상

일감몰아주기, 통행세 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계열사를 통해 간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지난해 7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통행세'에 대한 첫 번째 제재였다.

롯데피에스넷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며 롯데닷컴은 할인율 허위 표시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롯데마트가 서면계약 없이 파견인력을 사용하는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5000만원이 부과됐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당국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국세청은 지난 2월 롯데호텔을 대상으로 정기세무조사에 착수, 지난달 사측에 2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으며 롯데정보통신에는 조사4국 요원들을 보내 롯데호텔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지난 4월부터는 공정위가 롯데제과의 납품업체 단가 후려치기에 관한 조사에 들어갔고 편의점 부당행위 조사 명단에도 세븐일레븐이 포함됐다.

같은 달 감사원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배우자·자녀·손자 등이 자신들의 회사를 설립한 뒤 롯데 직영영화관 내에 수의계약을 통해 낮은 임대료로 매장을 냈다고 밝혔다. 또 총수 일가들이 수익성이 높은 영화관 매점 사업권을 따내 운영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의 현금배당과 주가상승 이익을 얻었다고 지적하면서 국세청에 법인세 추가징수를 요청했다.


이번 국세청의 롯데쇼핑 조사는 사전에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인 셈이다.

롯데쇼핑 측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대규모 세무조사가 갑자기 들어와 당혹스럽다"며 "조사의 이유와 조사 대상, 그리고 향후 조사가 지속되는지에 대한 부분을 파악 중이다"고 밝혔다.

강도 높은 조사
당혹스러운 롯데

특별 세무조사 가능성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조사4국은 특별 세무조사와 정기 세무조사 둘 다 벌이는 곳"이라며 "마지막 정기 세무조사가 2009년 9월에 있었던 만큼 이번 건도 정기 세무조사일 확률이 크다"고 전했다.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세무조사의 규모와 시기가 특별 세무조사와 유사하다는 것. 일반적으로 정기 세무조사는 조사 일시를 알리고 착수하며 4∼5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사전 통보 없이 시작됐으며 2009년 이후 약 3년 만에 시작됐다. 또한 국세청 조사4국과 국제거래조사과는 특정 혐의가 인지된 경우 조사에 착수하는 특별 세무조사 팀이다.

복잡한 순환구조
총수 일가 위험

특히 이번 조사에 투입된 인력이 150명에 이르는 등 대규모라는 점도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예상케 한다. 통상 일반적인 세무조사 인원은 10명 남짓.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100명을 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지난 2월부터 4개월 동안 진행된 롯데호텔 세무조사 직후 곧바로 롯데쇼핑 세무조사에 들어간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임원들의 사무실에까지 조사팀이 들이닥쳐 컴퓨터 하드 디스크를 모두 복사해 간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사업 전반에 걸쳐 조사가 방대하고 강도 높게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 셈이다.

국세청 안팎에서도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는 롯데그룹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하겠다는 의지"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일단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이번 조사를 통해 그룹 유통부문 실질적 지주회사격인 롯데쇼핑과 계열사 간 내부거래 과정의 탈루 혐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이 그동안 계열사 간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빚어 온 만큼 오너 일가 쪽으로 불이 옮겨 붙을 가능성도 크다.

지난 4월 감사원에서 롯데쇼핑의 초과이익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등 오너 일가와 관련 있는 기업에 부당 지원된 사실을 적발했고 국세청에 법인세 추가 징수를 요청한 직후 이번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해당 기업은 시네마통상, 유원실업, 시네마푸드 등 3개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일본롯데는 호텔롯데가, 한국롯데는 롯데쇼핑이 각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30여 개 계열사에 출자하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끄는 한국롯데의 중심이자 단순 계열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25조원으로 롯데그룹 전체 매출 82조원 가운데 30%를 차지한다.


한국롯데의 주요 순환출자고리는 '롯데쇼핑→롯데캐피탈→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삼강→롯데역사→롯데건설→롯데제과→롯데쇼핑'이다. 이러한 지배구조는 경영권 방어에 필수적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롯데쇼핑이 털리면 그룹의 모든 것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총수 일가도 위험하다. 롯데쇼핑의 사내이사 중 절반 이상이 신 총괄회장의 자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사내이사 가운데 전문경영인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과 신헌 롯데쇼핑 대표(사장) 등 2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지배주주 일가다. 신 총괄회장과 차남인 신 회장,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겸 복지재단 이사장이 모두 롯데쇼핑의 등기이사다.

비자금·역외탈세 초점 
오너일가 수사 가능성도

롯데쇼핑은 신 회장이 전체 지분의 13.46%를,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지분의 13.45%를 보유하고 있다. 둘은 각각 1·2대 주주다. 신 총괄회장은 3대 주주로, 지분율은 0.93%다.

시네마통상은 신 사장이 최대주주다. 신 사장의 지분은 28.3%로 그 뒤를 신 총괄회장의 동생 선호·경애씨 등이 각각 9.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사장의 장녀 혜선씨는 7.6%, 선윤·정안씨는 각각 5.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사실상 오너 가족 회사나 다름없다.

시네마푸드 역시 신 사장이 33.6%의 지분을 보유, 최대주주자리에 올라있다. 선호·경애씨는 각각 5.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혜선·선윤·정안씨도 5~8%대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친·인척이 보유한 지분은 모두 87.98%에 달한다.

유원실업은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가 57.8%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42.1%의 지분은 모두 신 총괄회장과 서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롯데시네마의 매점 운영권을 통해 사세를 불려왔다.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롯데시네마가 운영하는 영화관 내에서 매점사업을 수년간 전담하면서 주머니를 채워왔다. 수익은 배당금을 통해 고스란히 오너일가의 부를 축적하는데 사용됐다. 감사원 조사결과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은 280억원의 현금배당과 782억원의 주주차익을 얻은 것으로 적발됐다.

올해 초 정권이 교체되고 경제민주화 바람이 일자 롯데그룹은 지난 3월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에서 전국 직영영화관의 매점을 직접 운영키로 결정,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과 맺었던 관리 운영계약을 모두 해지했다. 하지만 계약을 해지했어도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이 오너 일가에 흘러들어간 사실은 변함이 없다.

롯데그룹의 광고계열사 대홍기획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공정위는 지난 5월부터 대홍기획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대홍기획은 지난해 매출액 2759억원 중 2040억원을 그룹 계열사에서 올려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매출거래가 가장 크게 발행한 곳은 롯데쇼핑. 대홍기획의 최대주주는 신 사장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를 통해 금융거래까지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IU에는 금융회사를 통한 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는 모두 통보되며 1000만원 이상 현금 거래 가운데 자금 세탁 의심이 가는 의심거래정보가 통보된다. 국세청에서는 세무조사 대상 기업이 탈세한 자금을 현금으로 바꾸는 자금 세탁 의심이 들 경우 FIU에 관련자들의 거래 내역을 요청하며 특별 세무조사의 경우에는 금융 흐름까지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인 조사 관행이다.

최강 내부거래
고액배당 문제

국세청은 우선 롯데쇼핑과 다른 롯데그룹 계열사의 내부거래 과정에서 매출을 누락하거나 매입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탈세했을 가능성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자금 흐름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적인 자금 거래가 있었는지도 점검하게 된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1년 14.16%에서 지난해 15.47%로 높아져 10대 그룹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롯데쇼핑이 특수관계자로부터 가져온 총 매입거래액은 3조6732억원에 이른다.

오너 일가의 고액 배당도 문제다. 지난해 기준 신 회장 형제는 비상장사인 롯데역사가 올해 주주 배당금을 늘리면서 각각 279억3000만원, 262억원의 고액 배당금을 챙겼다.

업계 관계자는 "감사원의 세무조사 요구 직후 조사가 시작된 것만 봐도 관련 문제를 집중 조명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너 일가의 검찰 고발까지 염두해 두고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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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