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압수수색' 흥미진진 관전포인트4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4: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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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돈 없는 돈 "10원까지 탈탈 턴다"

[일요시사=사회팀]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높이더니 결국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강수를 택했다. 국민의 전폭적인 호응 속에 이뤄진 압수수색 이후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29만원 할아버지'의 숨겨진 재산이 드러날까. 지난 16일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인 1672억원의 행방을 찾기 위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집행 전담팀'(팀장 김민형 검사)은 검사와 수사관, 국세청 직원 등 모두 87명을 투입해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또 장남 재국씨 등 자녀들의 주거지 5곳과 회사 12곳 등 모두 18곳을 압류 또는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같은 날 오전 9시부터 전방위에 걸친 압수수색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자료, 외환거래 내역, 금융거래 내역, 각종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또 도자기와 유명 그림 등 고가의 예술품 수백여점도 동시에 입수했다.

지난 18일까지 이어진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여러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일요시사>가 놓쳐선 안 될 관전 포인트 4가지를 짚어봤다.

포인트1 


[진짜 재산은 얼마?]

지난 1997년 대법원이 전 전 대통령에게 선고한 추징금은 2205억원.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이 지난 17년간 납부한 추징금은 533억원으로 전체 추징금의 4분의 1정도다. 남은 추징금은 1672억원.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예금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는 말로 논란을 지폈다. 물론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었다.

2004년,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를 무마한 건 그의 아내 이순자씨. 이씨는 전 전 대통령 대신 130억원을 추징금으로 납부하며 검찰의 압수수색을 막았다. 만약 당시 검토 중이었던 압수수색이 그대로 진행됐었더라면 진작 더 많은 돈이 추징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13년,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 등에서 그림과 도자기 등 모두 350여점의 미술품을 압수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안에선 시가 1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대원 화백의 작품 1점 등 10여개의 동산이 확보됐다. 또 자택 장롱에선 일부 고가의 귀금속도 발견됐다. 하지만 검찰은 귀금속의 소유 주체가 불분명한 점을 고려해 압류 대상에서 보석류를 제외했다.

압수수색 당시 가장 기대를 모았던 건 비밀 금고. 그러나 금속 탐지기까지 동원하며 찾아낸 금고 안에선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금고 안이 텅텅 비어 있었기 때문.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압류하는 과정에서 현금이나 유가증권 등 금융자산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어진 3일 간의 고강도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전 전 대통령의 현금 자산은 찾을 수 없었다. 대통령 재임시절 재벌 총수 30여명으로부터 거둬들인 통치자금만 5000억원에 육박했다는 그의 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자연스레 전 전 대통령의 진짜 재산 규모가 궁금해지는 상황. 언론은 현재 미술품을 제외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최소 2000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는 단일 휴양지 중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힌다. 임진강을 낀 금싸라기 땅에 세워진 허브빌리지는 대지 5만7000여㎡ 규모로 시세는 약 2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허브빌리지는 재국씨와 아내, 딸 이렇게 세 사람의 공동명의로 돼 있다.

서울 시공아트스페이스도 재국씨 소유다. 서울 성북동의 부촌을 마주한 곳이자 국내 유명 갤러리가 운집한 평창동에 세워진 이 건물은 대지를 포함해 추정 시세가 약 60억원에 달한다.

재국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서초구 시공사 사옥, 시공사 지분 등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공사 사옥 터인 서울 서초동 땅 200여평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기부를 약속했던 땅이다. 하지만 이 땅은 아직도 시공사 부지로 이용되고 있다.

또 재국씨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1-1번지 땅과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일대의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다. 몇몇 언론은 파주 땅과 시공사 사옥 터를 묶어서 합산 추정가액을 500억원으로 보도했다. 따라서 재국씨의 재산은 적게 잡아도 500억원은 넘을 것이라는 게 중평이다.

차남 재용씨도 40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땅과 형 소유의 서초동 땅 지분 일부를 갖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과 오산 땅을 매매하면서 남긴 300억원의 차익을 수익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재용씨는 최근 가족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건물도 수십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의 지분과 자산도 재용씨의 몫이다.

재용씨는 그의 외조부인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증여받은 1758장의 국민주택채권도 갖고 있다. 2004년 재용씨의 조세포탈 수사 당시 불법증여로 압류됐던 채권 1013장의 환산 가치가 73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758장의 채권 가치는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재용씨 역시 최소 4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3남 재만씨의 재산은 형들보다 많다. 재만씨는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8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는데 이 빌딩의 시가는 현재 1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또 재만씨의 부인인 이윤혜씨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빌라는 시가 25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와이너리(포도 농장)는 한화로 환산했을 경우 약 1000억원 정도의 가치를 갖는데 재만씨는 자신의 장인인 이희상 전 동아제분 회장과 이 와이너리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언급한 세 아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니고서는 이처럼 막대한 재산을 형성하게 된 경위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

만약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세 아들에게 흘러간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된다면 최근 통과한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이들 세 아들의 재산은 국가로 환수된다.

비밀금고 텅 비었다…통치자금 5000억 어디에?
박수근·천경자 등 작품 수백억…무슨 돈으로?

포인트2 

[압수한 미술품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나온 이대원의 작품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17일 검찰이 압류한 물품 가운데는 박수근, 천경자의 작품도 있었다. 앞서 <일요시사>는 '전두환 비자금 그림 세탁설 추적'이라는 기사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박수근, 천경자를 비롯한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보유했다"는 소식을 단독으로 전한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시공사와 허브빌리지, 비엘에셋, 한국미술연구소, 삼원코리아 등을 포함시켰다. 해당 조직들은 모두 전 전 대통령 일가가 회사를 설립했거나 대표로 있는 단체다. 또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자녀인 전재국·전재용·전효선의 자택은 물론이고, '전두환 비자금'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처남 이창석씨, 동생 전경환씨의 부인인 손춘지씨의 자택 등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리고 이들의 자택에선 하나 같이 고가로 추정되는 미술품이 나왔다.

3일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모두 30여곳을 뒤졌고, 350여점의 고급 미술품을 압수했다. 이중 세간의 화제가 된 작품은 박수근의 그림이었다.

박수근의 그림은 해외 주요 경매에서 수십억원에 거래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나무와 세 여인>(65.5×50.5㎝)이란 작품의 낙찰가는 22억4000만원이었다. 지난해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국내 유명작가 100명의 평균 호당 가격을 지수로 비교한 '2012 KS 호당가격지수'를 보면 박수근의 평균가는 2억750만원으로 국내 모든 작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재국씨는 이런 박수근의 그림을 비밀 창고에 소유했던 것이다.

특히 박수근의 그림은 위작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번에 압수된 그림도 진품일 확률이 높다. 만약 재국씨가 해당 그림을 평균 이상의 상태로 보존했다면 그 환산 가치는 최소 2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호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박수근의 작품 <빨래터>(72×37㎝)는 45억2000만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천경자의 그림도 수십억원에 육박하기는 마찬가지. 지난 2009년 9월 K옥션 경매에서 낙찰된 <초원Ⅱ>(105.5×130㎝)의 경매가는 12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천경자의 이름으로 경매된 작품의 낙찰총액은 13억2650만원. 국내 세 번째로 높은 천경자의 호당 평균가격은 4000만원 안팎이다.


아울러 이대원의 작품 또한 평균가가 1억원이 넘는데 그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작가 작품 낙찰총액에서 김환기, 박수근, 이우환 다음인 14억567만원을 기록했다. 이대원은 홍익대 교수와 총장, 예술원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검찰이 구체적인 목록은 밝히지 않아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작가의 면면을 봤을 때 그 환산 가치는 최소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현재 검찰은 전씨 일가가 미술품을 구입한 돈의 출처가 비자금으로 드러나면 경매를 거쳐 받은 돈을 국고로 환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 미술계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이 아닌) 순수하게 그림을 사고 팔았던 행위를 밝혀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가의 그림 매매에는 반드시 딜러가 연결되는데 숨겨진 딜러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국내에 고가의 미술품을 다룰 수 있는 딜러는 5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재국씨가 구입하거나 소유한 미술품 대부분이 '판화'기 때문에 "실제 가치가 언론에 의해 과장됐다"는 우려도 있었다. 검찰은 미술품 압수 직후 전문가에게 의뢰, 보존 상태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압수 과정에서 화제를 모았던 황금색 불상은 그 높이만 2m로 대형급에 속하는 라마양식 불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불상이 태국이나 미얀마에서 제작된 뒤 브로커를 거쳐 한국에 반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조가 아닐 경우 이 황금 불상의 가격은 2억원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포인트3 

[더 털 곳은 어디?]

덩치가 큰 미술품은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즉시 환수 가능한 현금과 금융 자산 등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각종 보험 가입 현황과 세부 계약내용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넓혔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보험금을 관리해왔던 것으로 전해진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신한생명이다. 이들 보험사는 최근 검찰에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보험거래 내역이 담긴 관련 자료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국세청은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삼성화재에 금융거래정보제공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세청은 관련 보험사로부터 자료를 입수하는 대로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낸 보험료의 출처를 역추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해당 보험사들은 영장 없인 계약자의 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요구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검찰이 자료 제출을 요구한 인물의 면면과 국세청이 이번 조사를 위해 지목한 관련자 명단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국세청은 전 전 대통령 일가 외의 인물을 조사 대상자로 지정, 관가에선 이미 국세청이 구체적인 단서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전 전 대통령 내외를 제외한 자녀와 친·인척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동시에 전담팀의 인력을 확충했는데 검사 6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수사관을 20여명으로 확대한 배경에 '소환조사'가 있지 않겠냐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필요할 경우 전 전 대통령을 소환, 3자 대질 심문을 통해서라도 뭉칫돈의 출처를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에서 드러났듯 그의 조력자들은 비자금 은닉 과정을 함구할 확률이 높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 남다른 까닭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자료 분석과 보험사 등을 경유한 계좌추적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혐의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공사 창립 및 운영 과정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문건을 샅샅이 검토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작업의 핵심을 '자금 출처 규명'이라고 못박았다. 예를 들어 재국씨가 제 아무리 고가의 미술품을 수천여점 넘게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미술품을 누구의 돈으로 샀는지를 밝혀내지 못하면 압수된 물품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압수한 미술품 목록을 함부로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미술품보다는 차명계좌를 밝혀내는 쪽으로 수사의 무게가 기운 모양새다. 국세청과 공조 체제를 구축한 검찰은 아직 명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해외 유령법인(페이퍼컴퍼니) 명의의 계좌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재국씨는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고, 이와 관련 아랍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 검찰은 최근 이 계좌와 관련한 자료 일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재만씨의 재산 추적은 요원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재국씨와 재용씨가 이미 미국을 수차례 오가면서 재만씨에게 비자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재만씨의 장인인 이 전 회장은 과거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특별 관리하고 있는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보험·차명·페이퍼컴퍼니 추적
미국에 있는 전재만은 웃고 있다?

포인트4 

[채동욱과의 악연]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조심스런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바로 현 검찰 수장인 채동욱 검찰총장과 전 전 대통령의 질긴 '악연' 때문.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1995년 11월로 거슬러간다.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평검사로 마약사건을 전담하던 채 총장은 '5·18 특별법'에 따라 꾸려진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했다.

채 총장은 같은 해 12월3일 안양교도소 출장 조사를 시작으로 전 전 대통령의 반란수괴 등 혐의에 대한 수사부터 공수유지를 맡았다. 채 총장은 당시 전 전 대통령을 1주일에 3∼4번씩 만나며 기싸움을 벌였다.

특히 채 총장은 1996년 3월18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12·12 사태 당시 육군 정식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출동한 것은 불법 아니냐"는 신문을 했고, 이에 전 전 대통령은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정식계통이냐"면서 "하마터면 그때 사살돼 이번 재판에 서지도 못할 뻔했다"고 호통을 치는 진풍경을 연출키도 했다.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구형이 이뤄진 1996년 8월5일에 있었다. 채 총장은 당시 전두환 피고인에게 반란수괴와 상관살해미수·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는 한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사형 구형이었고, 전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채 총장은 지난 5월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직접 챙기는 등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환수하는 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두환 추징법'이 발효된 직후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도 채 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감추려는 전 전 대통령과 찾으려는 채 총장의 끈질긴 숨바꼭질은 이제 본막이 올랐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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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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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