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압수수색' 흥미진진 관전포인트4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4: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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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돈 없는 돈 "10원까지 탈탈 턴다"

[일요시사=사회팀]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높이더니 결국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강수를 택했다. 국민의 전폭적인 호응 속에 이뤄진 압수수색 이후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29만원 할아버지'의 숨겨진 재산이 드러날까. 지난 16일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인 1672억원의 행방을 찾기 위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집행 전담팀'(팀장 김민형 검사)은 검사와 수사관, 국세청 직원 등 모두 87명을 투입해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또 장남 재국씨 등 자녀들의 주거지 5곳과 회사 12곳 등 모두 18곳을 압류 또는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같은 날 오전 9시부터 전방위에 걸친 압수수색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자료, 외환거래 내역, 금융거래 내역, 각종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또 도자기와 유명 그림 등 고가의 예술품 수백여점도 동시에 입수했다.

지난 18일까지 이어진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여러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일요시사>가 놓쳐선 안 될 관전 포인트 4가지를 짚어봤다.

포인트1 


[진짜 재산은 얼마?]

지난 1997년 대법원이 전 전 대통령에게 선고한 추징금은 2205억원.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이 지난 17년간 납부한 추징금은 533억원으로 전체 추징금의 4분의 1정도다. 남은 추징금은 1672억원.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예금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는 말로 논란을 지폈다. 물론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었다.

2004년,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를 무마한 건 그의 아내 이순자씨. 이씨는 전 전 대통령 대신 130억원을 추징금으로 납부하며 검찰의 압수수색을 막았다. 만약 당시 검토 중이었던 압수수색이 그대로 진행됐었더라면 진작 더 많은 돈이 추징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13년,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 등에서 그림과 도자기 등 모두 350여점의 미술품을 압수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안에선 시가 1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대원 화백의 작품 1점 등 10여개의 동산이 확보됐다. 또 자택 장롱에선 일부 고가의 귀금속도 발견됐다. 하지만 검찰은 귀금속의 소유 주체가 불분명한 점을 고려해 압류 대상에서 보석류를 제외했다.

압수수색 당시 가장 기대를 모았던 건 비밀 금고. 그러나 금속 탐지기까지 동원하며 찾아낸 금고 안에선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금고 안이 텅텅 비어 있었기 때문.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압류하는 과정에서 현금이나 유가증권 등 금융자산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어진 3일 간의 고강도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전 전 대통령의 현금 자산은 찾을 수 없었다. 대통령 재임시절 재벌 총수 30여명으로부터 거둬들인 통치자금만 5000억원에 육박했다는 그의 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자연스레 전 전 대통령의 진짜 재산 규모가 궁금해지는 상황. 언론은 현재 미술품을 제외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최소 2000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는 단일 휴양지 중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힌다. 임진강을 낀 금싸라기 땅에 세워진 허브빌리지는 대지 5만7000여㎡ 규모로 시세는 약 2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허브빌리지는 재국씨와 아내, 딸 이렇게 세 사람의 공동명의로 돼 있다.

서울 시공아트스페이스도 재국씨 소유다. 서울 성북동의 부촌을 마주한 곳이자 국내 유명 갤러리가 운집한 평창동에 세워진 이 건물은 대지를 포함해 추정 시세가 약 60억원에 달한다.

재국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서초구 시공사 사옥, 시공사 지분 등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공사 사옥 터인 서울 서초동 땅 200여평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기부를 약속했던 땅이다. 하지만 이 땅은 아직도 시공사 부지로 이용되고 있다.

또 재국씨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1-1번지 땅과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일대의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다. 몇몇 언론은 파주 땅과 시공사 사옥 터를 묶어서 합산 추정가액을 500억원으로 보도했다. 따라서 재국씨의 재산은 적게 잡아도 500억원은 넘을 것이라는 게 중평이다.

차남 재용씨도 40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땅과 형 소유의 서초동 땅 지분 일부를 갖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과 오산 땅을 매매하면서 남긴 300억원의 차익을 수익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재용씨는 최근 가족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건물도 수십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의 지분과 자산도 재용씨의 몫이다.

재용씨는 그의 외조부인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증여받은 1758장의 국민주택채권도 갖고 있다. 2004년 재용씨의 조세포탈 수사 당시 불법증여로 압류됐던 채권 1013장의 환산 가치가 73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758장의 채권 가치는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재용씨 역시 최소 4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3남 재만씨의 재산은 형들보다 많다. 재만씨는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8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는데 이 빌딩의 시가는 현재 1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또 재만씨의 부인인 이윤혜씨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빌라는 시가 25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와이너리(포도 농장)는 한화로 환산했을 경우 약 1000억원 정도의 가치를 갖는데 재만씨는 자신의 장인인 이희상 전 동아제분 회장과 이 와이너리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언급한 세 아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니고서는 이처럼 막대한 재산을 형성하게 된 경위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

만약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세 아들에게 흘러간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된다면 최근 통과한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이들 세 아들의 재산은 국가로 환수된다.

비밀금고 텅 비었다…통치자금 5000억 어디에?
박수근·천경자 등 작품 수백억…무슨 돈으로?

포인트2 

[압수한 미술품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나온 이대원의 작품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17일 검찰이 압류한 물품 가운데는 박수근, 천경자의 작품도 있었다. 앞서 <일요시사>는 '전두환 비자금 그림 세탁설 추적'이라는 기사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박수근, 천경자를 비롯한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보유했다"는 소식을 단독으로 전한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시공사와 허브빌리지, 비엘에셋, 한국미술연구소, 삼원코리아 등을 포함시켰다. 해당 조직들은 모두 전 전 대통령 일가가 회사를 설립했거나 대표로 있는 단체다. 또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자녀인 전재국·전재용·전효선의 자택은 물론이고, '전두환 비자금'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처남 이창석씨, 동생 전경환씨의 부인인 손춘지씨의 자택 등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리고 이들의 자택에선 하나 같이 고가로 추정되는 미술품이 나왔다.

3일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모두 30여곳을 뒤졌고, 350여점의 고급 미술품을 압수했다. 이중 세간의 화제가 된 작품은 박수근의 그림이었다.

박수근의 그림은 해외 주요 경매에서 수십억원에 거래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나무와 세 여인>(65.5×50.5㎝)이란 작품의 낙찰가는 22억4000만원이었다. 지난해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국내 유명작가 100명의 평균 호당 가격을 지수로 비교한 '2012 KS 호당가격지수'를 보면 박수근의 평균가는 2억750만원으로 국내 모든 작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재국씨는 이런 박수근의 그림을 비밀 창고에 소유했던 것이다.

특히 박수근의 그림은 위작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번에 압수된 그림도 진품일 확률이 높다. 만약 재국씨가 해당 그림을 평균 이상의 상태로 보존했다면 그 환산 가치는 최소 2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호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박수근의 작품 <빨래터>(72×37㎝)는 45억2000만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천경자의 그림도 수십억원에 육박하기는 마찬가지. 지난 2009년 9월 K옥션 경매에서 낙찰된 <초원Ⅱ>(105.5×130㎝)의 경매가는 12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천경자의 이름으로 경매된 작품의 낙찰총액은 13억2650만원. 국내 세 번째로 높은 천경자의 호당 평균가격은 4000만원 안팎이다.


아울러 이대원의 작품 또한 평균가가 1억원이 넘는데 그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작가 작품 낙찰총액에서 김환기, 박수근, 이우환 다음인 14억567만원을 기록했다. 이대원은 홍익대 교수와 총장, 예술원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검찰이 구체적인 목록은 밝히지 않아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작가의 면면을 봤을 때 그 환산 가치는 최소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현재 검찰은 전씨 일가가 미술품을 구입한 돈의 출처가 비자금으로 드러나면 경매를 거쳐 받은 돈을 국고로 환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 미술계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이 아닌) 순수하게 그림을 사고 팔았던 행위를 밝혀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가의 그림 매매에는 반드시 딜러가 연결되는데 숨겨진 딜러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국내에 고가의 미술품을 다룰 수 있는 딜러는 5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재국씨가 구입하거나 소유한 미술품 대부분이 '판화'기 때문에 "실제 가치가 언론에 의해 과장됐다"는 우려도 있었다. 검찰은 미술품 압수 직후 전문가에게 의뢰, 보존 상태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압수 과정에서 화제를 모았던 황금색 불상은 그 높이만 2m로 대형급에 속하는 라마양식 불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불상이 태국이나 미얀마에서 제작된 뒤 브로커를 거쳐 한국에 반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조가 아닐 경우 이 황금 불상의 가격은 2억원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포인트3 

[더 털 곳은 어디?]

덩치가 큰 미술품은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즉시 환수 가능한 현금과 금융 자산 등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각종 보험 가입 현황과 세부 계약내용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넓혔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보험금을 관리해왔던 것으로 전해진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신한생명이다. 이들 보험사는 최근 검찰에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보험거래 내역이 담긴 관련 자료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국세청은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삼성화재에 금융거래정보제공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세청은 관련 보험사로부터 자료를 입수하는 대로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낸 보험료의 출처를 역추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해당 보험사들은 영장 없인 계약자의 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요구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검찰이 자료 제출을 요구한 인물의 면면과 국세청이 이번 조사를 위해 지목한 관련자 명단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국세청은 전 전 대통령 일가 외의 인물을 조사 대상자로 지정, 관가에선 이미 국세청이 구체적인 단서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전 전 대통령 내외를 제외한 자녀와 친·인척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동시에 전담팀의 인력을 확충했는데 검사 6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수사관을 20여명으로 확대한 배경에 '소환조사'가 있지 않겠냐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필요할 경우 전 전 대통령을 소환, 3자 대질 심문을 통해서라도 뭉칫돈의 출처를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에서 드러났듯 그의 조력자들은 비자금 은닉 과정을 함구할 확률이 높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 남다른 까닭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자료 분석과 보험사 등을 경유한 계좌추적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혐의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공사 창립 및 운영 과정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문건을 샅샅이 검토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작업의 핵심을 '자금 출처 규명'이라고 못박았다. 예를 들어 재국씨가 제 아무리 고가의 미술품을 수천여점 넘게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미술품을 누구의 돈으로 샀는지를 밝혀내지 못하면 압수된 물품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압수한 미술품 목록을 함부로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미술품보다는 차명계좌를 밝혀내는 쪽으로 수사의 무게가 기운 모양새다. 국세청과 공조 체제를 구축한 검찰은 아직 명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해외 유령법인(페이퍼컴퍼니) 명의의 계좌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재국씨는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고, 이와 관련 아랍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 검찰은 최근 이 계좌와 관련한 자료 일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재만씨의 재산 추적은 요원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재국씨와 재용씨가 이미 미국을 수차례 오가면서 재만씨에게 비자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재만씨의 장인인 이 전 회장은 과거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특별 관리하고 있는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보험·차명·페이퍼컴퍼니 추적
미국에 있는 전재만은 웃고 있다?

포인트4 

[채동욱과의 악연]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조심스런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바로 현 검찰 수장인 채동욱 검찰총장과 전 전 대통령의 질긴 '악연' 때문.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1995년 11월로 거슬러간다.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평검사로 마약사건을 전담하던 채 총장은 '5·18 특별법'에 따라 꾸려진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했다.

채 총장은 같은 해 12월3일 안양교도소 출장 조사를 시작으로 전 전 대통령의 반란수괴 등 혐의에 대한 수사부터 공수유지를 맡았다. 채 총장은 당시 전 전 대통령을 1주일에 3∼4번씩 만나며 기싸움을 벌였다.

특히 채 총장은 1996년 3월18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12·12 사태 당시 육군 정식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출동한 것은 불법 아니냐"는 신문을 했고, 이에 전 전 대통령은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정식계통이냐"면서 "하마터면 그때 사살돼 이번 재판에 서지도 못할 뻔했다"고 호통을 치는 진풍경을 연출키도 했다.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구형이 이뤄진 1996년 8월5일에 있었다. 채 총장은 당시 전두환 피고인에게 반란수괴와 상관살해미수·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는 한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사형 구형이었고, 전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채 총장은 지난 5월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직접 챙기는 등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환수하는 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두환 추징법'이 발효된 직후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도 채 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감추려는 전 전 대통령과 찾으려는 채 총장의 끈질긴 숨바꼭질은 이제 본막이 올랐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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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