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대형참사 막은 아시아나 영웅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1: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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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속 눈물 흐르지만 ‘불길 속으로’

[일요시사=사회1팀]아시아나항공 214편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추락했다. 동체가 불탈 정도로 큰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2명의 사망자 이외에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다. 아비규환 속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한 승무원들의 노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 여객기(보잉 777)가 새벽 3시 27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에 충돌했다. 바다 쪽에서 육지로 접근하다 기체 뒷부분이 제방에 부딪혔고, 동체가 활주로에 그대로 미끄러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체 후미 부분이 아예 떨어져 나갔다. 승객들은 사고 직후 비상 탈출구로 급히 빠져나왔지만, 이번 아시아나 항공기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로 중국인 여학생 2명이 숨지고, 183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183명 중 49명이 중상이고 어린이 1명을 포함해 5명은 위독한 상태다.

아찔했던 마의 8분
블랙박스 열어봐야

아시아나항공 214편 추락 사고는 지난 6일 아시아나항공 소속 보잉 777-200ER 항공기가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는 도중 28L 활주로(RWY 28L) 앞의 방파제 부분에 언더캐리지(랜딩 기어)가 부딪혀서 발생한 사고다. 아시아나항공이 창립한 이래 사망자가 생긴 3번째 항공 사고이자 2번째 여객기 추락 사고이며, 국제선에서는 처음 발생한 추락 사고다. 해당 보잉 777 기종은 2006년에 들여온 기종으로, 이 사고는 보잉 777 기종으로 사망자가 생긴 첫 번째 사고다.

당시 기내에는 291명의 승객과 16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승객은 국적별로 한국인 77명, 중국인 141명, 미국인 64명, 인도인 3명, 캐나다인 3명, 프랑스인 1명, 일본인 1명, 베트남인 1명이었다. 미국 소방 당국은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신원은 예 멍 위엔(16), 왕 린 지아(17) 등 중국인 여고생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에 옮겨진 8명의 성인과 2명의 어린이는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승객이 많았던 이유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직항 항공편이 적고, 여객 운임도 인천국제공항 이용시보다 상대적으로 비싸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환승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중국인들 중 일부는 미국으로 탐방을 가기 위해 상하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로 환승한 승객들이었다. 

동체 불탄 대형사고 불구 사망자 적어 
승무원들 훈련대로 행동해 피해 최소화


이 사고로 인해 해당 여객기는 기체 후미 부분이 파손되었으며, 사고 발생 15분 뒤 동체 천장부 전기 전자계통 회선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기체가 전소되었다. 하지만 날개 쪽 연료탱크로 불이 옮겨 붙지는 않아 추가적인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조종사…보잉사…
섣부른 예단 자제

샌프란시스코 만에 튀어나온 방파제를 치면서 28L 활주로의 경계점에 못미쳐 착륙한 이후로 후미 압력 벌크헤드 뒤에 있는 엔진 하나와 꼬리 부분은 비행기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수직, 수평 안정장치는 경계점 이전에 활주로에 닿았으며, 반면에 동체와 날개 나머지는 방파제로부터 2000피트(600m) 정도의 활주로의 왼쪽 부분에 멈춰 있었다. 목격자는 비행기가 착륙하기 이전에 거대한 불덩이가 있었고, 충격이 일어난지 1분 후 동체로부터 나온 엄청나고 어두운 연기와 함께 두번째 거대한 폭발이 있었다고 말했다. 비상탈출 슬라이드는 비행기의 한쪽 면 앞쪽 2개문에 펼쳐졌으며 이는 승객들을 피난시키는 데에 사용됐다. 또 다른 비행기 탑승자는 비행기가 급격하게 하강했으며 해수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8L 활주로의 ILS와 항법 글라이드패스는 사고 당시에 작동하지 않았다. 착륙은 일반적인 시계 착륙이었으며 당시 날씨는 맑았다.

추락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 관계자는 테러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CNN방송 등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착륙 5분 전에 관제탑과 교신하여 응급 차량 대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 여객기가 비행 중 특이사항이나 고장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고 기종인 보잉 777에 적용되어 있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시스템의 착륙직전 오작동으로 조종 불능 상태가 되어 추락한 이후, 플라이 바이 와이어시스템 계통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며, 또한 다른 전문가들은, 지난번 발생했던 영국항공 38편 착륙 사고와 같은 이유로 항공기가 실속되지 않았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조사를 시작했고 조사원을 현장에 파견하였다. 윤영두 아시아나 항공 사장은 “현재 엔진이나 기계적 문제가 없었음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랜딩 기어가 올바르게 작동했는지 말할 수 없었다. 주된 요인은 착륙하려 시도할 때, 비행기가 너무 짧게 왔고 방파제를 쳤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사고 수습과,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와 협동으로 사고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7월 7일 오후 1시 30분경에 출발하는 아시아나 전용기를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파견했다.


기자회견이 SFO에서 열렸을 때,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장 조안 헤이즈-화이트는 2명이 사망했다고 확인하였다. 두 승객 모두 중국 여권을 가지고 있었고 10대 여성이었으며, 사체는 기체 외부에서 발견되었다. 병원 대변인에 따르면, 5명이 중태에 빠져있다. 아홉 구역의 병원들이 총 182명의 부상자들을 받아들였다. 이후 SFO 기자회견동안, SFO 대변인 도우그 야케이는 오직 한 사람만이 행방불명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이전의 60명에서 줄어든 것이다. 또 다른 기자회견 동안 헤이즈-화이트는 모든 사람들은 공항에 있는 두 개의 수용소의 중재 이후에 설명되었다고 밝혔다.

공항은 사고 이후 약 다섯 시간동안 폐쇄됐으며,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으로 오게 되어 있던 항공편들은 샌프란시스코 만 구역에 있는 다른 주요 공항이나 새크라멘토 국제공항,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으로 우회되었다. 나중에, 활주로 두 곳이 다시 개방됐다. 사고가 발생한 활주로와 인근에 있는 활주로는 페쇄됐다.

용감했던 승무원들
믿음직한 아시아나

이러한 대형사고 뒤에는 후일담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번 아시아나기 착륙사고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아비규환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승객들의 탈출을 도운 객실승무원들의 ‘영웅’적인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사고 직후 총 12명의 승무원 중 7명의 승무원은 충돌 당시 충격으로 실신했다. 정신을 차린 5명의 승무원은 평상시 훈련한 매뉴얼 대로 자리를 지켰다. 이들의 침착한 대응은 사망자 2명을 제외한 전원탈출로 이어졌다. 5명의 승무원은 주로 왼편에서 근무한, 이윤혜, 유태식, 김지연, 이진희, 한우리 승무원이었다. 이들은 사고발생 직후 일부 승객들의 도움을 받아, 부상자(다리 부상자 다수)들을 먼저 탈출시킨 후, 일반 승객들을 탈출시켰다. 승객과 승무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대참사를 가녀린 몸으로 막았던 것이다.

특히 이윤혜 최선임승무원(35기)은 1995년에 입사해 올해로 19년차 승무원으로, 평소에도 모범을 보여 14회나 ‘우수승무원’에 뽑힌 바 있다. 이번 사고에서도 이윤혜 승무원은 기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부상자들을 구하기 위해 앞장서, 탑승객과 목격자들로부터 ‘영웅’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이윤혜 승무원은 끝까지 현장에 머물다가,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마지못해 병원에 갔다. 가녀린 몸매의 김지연 선임승무원(89기)의 초인적인 힘도 화재다. 사고 당시 다리를 심하게 다친 초등학교 5학년생 어린이를, 다급한 마음에 직접 들처업고 무려 500M 이상을 뛰어 대피시켰다. 

‘일촉즉발’위기상황서 의연하게 대처
회사도 사고수습 총력 ‘발빠른 대응’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일 탑승객의 증언을 통해 “사고 직후 비행기 안에서 영웅적인 행동들을 볼 수 있었다. 한 여승무원은 정신없고 긴박한 순간에도 바닥에 쓰러진 부상 승객들을 헌신적으로 도왔다”고 전했다.
승객 라유진(앤소니 라)씨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영웅이었다. 작은 체구의 소녀같은 승무원이었지만 기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부상당한 사람들을 부축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면서도 침착했고 사람들을 도왔다”고 감동의 순간을 전했다.

라씨는 “그녀를 비롯한 모든 승무원들이 화재로 연기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비행기 구석구석을 다니며 모든 승객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힙합콘서트 프로듀서인 라유진씨는 아시아나기를 타고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간 것만 173회째라고 밝혔다. 그는 “착륙 직전 창문을 통해 보니 고도가 너무 낮다고 느꼈다. 엔진에서 회전 속도가 올라가는 듯한 비정상적인 소리도 들렸다”고 술회했다.

그는 “충돌할 때는 꼭 죽는줄만 알았다. 솔직히 지금도 살아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에드윈 리 시장은 이날 뉴스브리핑에서 사고 상황에 비해 사상자 수가 적은 것에 대해 “운도 좋았지만 이렇게 생존자가 많은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승무원들과 승객들의 침착한 대응이 추가적인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음을 시사했다.


캘리포니아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아내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아시아나 214편에 탑승한 승객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아울러 신속한 구조 활동으로 더 큰 비극을 막은 분들의 용기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평상시 훈련도
실전처럼 준비

유태식 사무장과 이진희 부사무장, 한우리, 김지연 승무원 역시 화염과 연기 속에서 구조활동을 벌였다.
사고 직후 현지 언론들을 통해 전해진 “몸집도 작은 여승무원이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채로 승객들을 등에 업고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는 탑승객의 증언과 “캐빈 매니저는 비행기에 불이 붙기 직전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키는데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까지 비행기를 지키면서 혹시 남은 승객이 있는지 살폈다”는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장의 이야기는 이번 사고로 인한 충격 이상의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사해줬다.

이번 사고로 SNS의 반응도 매우 뜨겁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광고 문구가, 정말 잘 어울리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 그들의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다. 그들은 최고로 친절하다. 가장 좋아하는 항공사인 이유도 그들이다. 사고기 승무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긴 하루를 보냈을, 아시아나 승무원들의 노고에도, 무한한 애정과 고마움을 전한다” 등 칭찬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매일 아침 가슴을 쓸어내린다. 여객기 사고 발생 이후, 하루도 빠짐 없이 오전 회의를 열고 사고 관련 구체적 내용을 보고 받기 때문이다.

사고 당일 아시아나항공 본사 상황실에서 밤 늦게까지 사고 경위를 파악하며 긴급 비상 체제에 돌입한 박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이곳을 수시로 드나든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내용 만으로 모든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가 위치한 종로구와 이곳 상황실은 너무 멀어서 그룹 본사 직원까지 파견했다.

박 회장은 수시로 현장을 챙기며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공식일정도 확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사고 수습이 최우선 과제로 탑승객과 피해자 가족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항상 대기 상태인 것이다.


이처럼 박 회장이 이번 사고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체크하며 전체적인 총괄 역할을 하고 있다면, 윤 사장은 전면에 나서 사고를 직접 챙기며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윤 사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공항에 도착해 “이번 사건으로 심심한 사의와 애도를 표한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마련해 조속히 사고를 수습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지에서 이뤄지는 모든 수습 과정을 면밀히 파악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출국 배경을 설명했다.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중국에서 급히 귀국한 박 회장과 윤 사장은 오는 11∼12일 일본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리는 한일국제관광심포지엄 일정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호 기자<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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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