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 '신격호 애타게 찾는' 부산 아지매 사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7.08 11: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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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꼭 한번 만나야 합니다"

[일요시사=경제1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애타게 찾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있다.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묻어난다. 지난 10년간 편지도 수차례 보냈다. 신 총괄회장 별장에 찾아가기도 했다. 평범한 아주머니가 재계 5위 그룹 총수를 찾는 이유는 뭘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님을 만나야 합니다. 꼭 전해야만 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부산 연제구 거제2동에 거주하는 평범한 가정주부 김명숙(62)씨의 간절한 소망이다. 김씨는 지난 10여 년간 신 총괄회장을 만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한번도 마주하지 못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들의 인연은 신 총괄회장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어져왔다. 신 총괄회장의 부친 고 신진수씨와 김씨의 부친 김진태씨가 절친한 사이였다는 것.

"신 총괄회장의 집은 매우 가난했습니다. 며느리(신 총괄회장의 첫째 부인 노순화 여사)가 많이 아팠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해 주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당시 제 부친은 동네에서 부유한 축에 속했습니다. 자가용과 함께 운전기사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제 부친은 종종 그 집의 며느리를 태워 병원 통원을 시켜줬습니다."

부인 남겨두고
나홀로 일본행

신 총괄회장은 1922년 경남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빈농 신진수·김필순씨의 5남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35년 언양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신 총괄회장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집에서 농사일을 거들었다.


1년 뒤인 36년 면장을 지낸 큰아버지 신진설씨의 도움으로 간신히 울산농업보습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학업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또래에 비해 덩치는 별로 크지 않았고 말수도 적었으며 신중한 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습학교 졸업 후 그는 백두산 밑에 있는 '명천국립종양장'의 연구생으로 1년 동안 있었다.

18세가 되던 40년 신 총괄회장은 같은 마을의 노순화 여사를 아내로 맞아 결혼하고 경남 양산에 있는 경남도립종축장의 기수보로 직장을 옮겼다. 그러나 그는 직장 부근에서 혼자 하숙을 했다. 이때 그는 일본으로 밀항할 생각을 품었다. 이듬해 신 총괄회장은 돈도 벌고 못다한 공부를 더하기 위해 단돈 83엔을 쥐고 홀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얼마 뒤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이 태어났다.

도쿄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스기나미에 있는 연립주택의 다다미방 하나를 빌려 자취생활을 하고 있던 고향친구들과 함께 기거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우유배달을 했고 대학진학을 위해 와세다 중학교 야간부에 입학했다.

원래 문학 전공을 꿈꾸던 신 총괄회장은 와세다공업고등학교(현 와세다대학 이학부) 야간부 화공과에 적을 뒀다. 문학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각에서는 징병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당시는 전쟁준비를 하던 때라 실업계 학교에 지망해야 징병을 면할 수 있었다.

신 총괄회장에게 첫 사업기회는 한때 아르바이트를 했던 전당포와 고물상 주인 일본인 하나미쓰 노인이 매사에 성실했던 신 총괄회장을 눈여겨 보면서 시작됐다. 44년 어느 날 하나미쓰는 신 총괄회장에게 자신이 전액 출자(6만엔)한다는 조건으로 군수용 커팅오일(기계를 갈고 자르는 선반용 기름) 제조공장을 차릴 것을 제의, 이를 받아들인 신 총괄회장은 도쿄 아오모리에 공장을 임차해 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공장은 미군의 폭격으로 잿더미가 됐다. 신 총괄회장은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두 집안 부친 신진수-김진태 절친 사이 인연
일본 밀항후 한국에 남은 본부인·장녀 돌봐

친구들은 신 총괄회장에게 귀국할 것은 종용했지만 46년 신 총괄회장은 도쿄 스기나미구의 낡은 창고에 '히라끼 특수연구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커팅오일을 응용해 만든 비누와 포마드 등 유지제품을 생산·판매해 1년 반 만에 차입금 6만엔을 전부 상환했다. 전쟁 직후 생필품이 귀했던 일본의 상황 덕분이었다.


기세를 몰아 신 총괄회장은 추잉껌 제조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풍선껌은 비행기의 창유리를 녹인 초산비닐수지에 송진과 도료인 가소제를 섞은 것을 가마솥에 넣어 녹인 후 여기에 사카린과 향료 등을 추가해 만들었다. 원료는 통제를 받지 않아 얼마든지 확보가 가능했고 가마솥과 칼만 있으면 껌의 제조가 가능했다.

신 총괄회장은 47년 약제사 1명을 고용하고 수동식 기계를 설치 2엔짜리 풍선껌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대박. 신 총괄회장은 48년 롯데를 설립했다. 신 총괄회장이 감명 깊게 읽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이름을 따왔다. 신 총괄회장은 훗날 "롯데라는 이름은 내 일생일대의 최대수확이자 최고의 선택"이라며 흡족해했다.

신 총괄회장은 당시 최고스타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광고모델로 사용하고 2엔짜리 껌에 1000만엔의 상금을 거는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탁월한 마케팅능력을 발휘, 롯데 껌으로 일본 껌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그러던 중 신영자 이사장을 홀로 키우던 노순화 여사가 51년 29세의 나이에 세상을 떴다.

"신 총괄회장의 첫째부인은 원래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저희 집에 부인 병간호를 부탁했고 약 3년 정도 아버지가 철도병원까지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도왔습니다."

신 총괄회장은 52년 일본인 다케모리 하쓰코씨와 재혼했다. 당시 일본 외무성 대신의 여동생으로 결혼 후 남편성을 따 시게미쓰로 바꿨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 이름은 다케오 시게미쓰다. 2년 뒤인 54년 신동주 일본 롯데그룹 부사장이, 55년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태어났다.

남편 성공 못보고
쓸쓸히 눈 감아

56년 세계 최대 껌 메이커인 미국 리글리가 일본에 상륙하면서 신 총괄회장은 위기를 맞았지만 10여 년간의 사투 끝에 껌 전쟁은 롯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신 총괄회장은 껌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59년 3월 자본금 2000만엔의 롯데상사를 설립하고 61년부터는 초콜릿 제조사업에 착수했다.

당시 일본 초콜릿 시장은 메이지제과와 모리나가제과가 석권하고 있었다. 후발업체인 롯데는 이들을 능가하기 위해 유럽에서 손꼽히는 초콜릿 제조기술자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설비를 확보했다. 64년부터는 'VIP초콜릿'이라는 상표로 시장공략에 나섰고 68년 롯데는 연매출 700억엔에 종업원 3000여 명의 일본 최대 종합과자 메이커로 성장했다.

롯데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부터였다. 이후 국내 일본 자본 진출이 늘었고 이를 계기로 신 총괄회장도 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하면서 고국에 진출했다.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로 한국에 진출한 신 총괄회장은 초기 형제 간 골육상쟁을 겪었다.

"3년간 입원
치료 도왔다"

신 총괄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철호씨는 59년에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서 ㈜롯데와 롯데화학공업을 설립하고 넷째 동생 춘호씨와 함께 껌과 캔디, 비스킷, 빵 등을 생산했다. 그러던 중 신 총괄회장이 모국 사업발판 마련을 목적으로 ㈜롯데와 롯데공업을 정리하려 하자 동생들이 크게 반발한 것. 하지만 결국 철호씨는 캔디와 비스킷 부분을 떼내어 '메론제과'를 설립하고 춘호씨는 '롯데공업'을 차려 라면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춘호씨는 신 총괄회장에 의해 '롯데'라는 상호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완전한 독립을 하고 ㈜농심을 설립했다.

신 총괄회장은 71년 껌 국내 생산을 개시하고 73년 기업공개 및 상장을 했다. 이후 한국 롯데그룹은 급속하게 성장해 현재 국내 재계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73년 당시 발행가 500원이던 주가는 2013년 현재 16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76개 계열사를 소유, 일본 롯데보다도 사업 규모가 더 커지게 됐다.


김씨는 신 총괄회장이 한국에 들어와 자신의 가족들을 찾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신 총괄회장이 우리 가족을 찾았는데 65년 제 부친이 돌아가시고 연락할 길이 없어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롯데그룹 쪽에 수차례에 걸쳐 편지를 보내고, 신 총괄회장의 별장에서 잔치가 열릴 때마다 '신격호 회장을 만나야 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만들어 찾아가기도 했지만 여태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씨가 공개한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는 "울주군 삼동면 본리 562번지 고 김진태씨 자녀입니다"로 시작, "신 회장님이 우리 가족을 찾았다는 데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다보니 만나뵙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연락처를 알려드리며 만나뵙기를 원하옵니다"라고 적혀있다. 편지와 함께 김씨의 아버지인 고 김진태씨의 흑백 사진도 첨부돼 있다.

신 총괄회장은 매년 5월 고향 울주군 둔기리의 호숫가 앞 잔디밭에서 사재를 들여 잔치를 벌이고 있다. 69년 대암댐 건설로 고향마을이 물에 잠기자 전국에 흩어진 고향사람들을 수소문해서 모았고 71년 돼지머리에 막걸리를 기울이며 시작된 잔치는 지금껏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신 회장 일본 가면서 부인 간호 부탁
신영자 홀로 어렵게 키우다 세상 떠나

모임 이름도 마을 이름을 따 '둔기회'라고 지었다. 롯데 측은 둔기회 회원들을 관리하며 매년 잔치에 모이도록 연락을 하고 있다. 수십명이던 회원수는 회원들의 자손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1000여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5월6일 열린 제43회 둔기회에도 전국 각지에서 1000여 명이 몰렸다. 장기자랑과 딱지치기, 제기차기 등 추억의 놀이 체험이 이어졌고 어린이들을 위한 비눗방울 공연도 마련됐다. 신 총괄회장은 인근 별장에서 친지들과 담소를 나눴다.

"신 회장님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가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제 옆을 지나쳤지만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가 신 회장님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 어떻게든 알려져 부친의 유지를 받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김씨가 신 총괄회장을 만나려는 이유는 오직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신 회장님에게 전하라는 물건이 있습니다. 내용물은 밀봉 상태로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 유언
받들고 싶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11월 일본에 있는 가족과 지인을 만나기 위해 출국했다가 12월 귀국한 뒤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마련돼 있는 집무실 겸 숙소에 머무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편지를 수차례 보냈다고 하는데 그룹 쪽에는 관련 편지가 도착한 적이 없다"며 "또한 지난 5월 잔치에서 신 총괄회장은 차를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이동해 만일 플래카드를 들고 잔치를 찾았다면 만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 비서실에는 일주일에 몇 건씩 비슷한 내용의 전화가 온다"며 "전달할 물건을 비서실을 통해 전달하면 그룹 측에서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친 유언 따라 전해줄 물건 있다"
롯데 "비서실 통해 전달하면 조치"

신 총괄회장의 맏딸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 사장을 맡고 있다. 부산여고와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나와 신 총괄회장이 국내에 진출한 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해 1남3녀를 뒀다. 장남 재영씨는 재계에서 은둔의 재벌 3세로 통한다.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이렇다 할 그룹 경영 활동이 전혀 없다. 맏딸 혜선씨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둘째딸 선윤씨는 화장품 전문업체 블리스를 이끌고 있으며 롯데백화점 에비뉴엘관 오픈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유명하다. 막내딸 정안씨는 2004년 영국계 로펌 클리포드&챈스의 이승환 변호사와 결혼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케이블TV대구방송 회장과 영남일보 주필을 지낸 이종명씨의 아들이다.

신 이사장은 새어머니인 시게미쓰 여사와는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사이가 좋다. 친어머니 노순화 여사의 제사는 신동빈 회장이 한국에 정착한 이후 매년 꼬박꼬박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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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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