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전말' 정상헌 몰락스토리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09 10: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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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굴레에 갇힌 ‘바스켓 풍운아’

[일요시사=사회1팀]정상헌은 경복고 시절 방성윤과 라이벌 구도를 이룬 한국 농구의 간판 기대주였다. 192cm의 장신에 뛰어난 농구 센스를 발휘해 ‘농구천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고교 졸업 이후 선수 생활은 내리막의 연속이었고,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전 프로농구 선수 정상헌(31)이 살인 및 사체유기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정상헌은 지난 3일 아내의 쌍둥이 언니 최모씨(32)를 목졸라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시체를 암매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상헌은 최씨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한때 ‘농구천재’로 불리던 화려한 영광이 한줌의 재로 사라졌다.

게을렀던 ‘천재’

정상헌은 농구 명문 경복고 시절 라이벌 휘문고의 슈터였던 방성윤과 함께 쌍벽을 이룬 유망주 가드였다. 192cm의 장신 가드였던 정상헌은 탁월한 기량으로 한국 농구를 이끌 명가드로 평가받았다. 이 둘은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농구 유망주이자 라이벌로 주목받았다. 꿈 역시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허재처럼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상헌은 코트 밖에서 방탕한 행동을 반복하며 적응을 하지 못했다. 고려대 진학 후 선수단을 이탈하는 일이 잦았고, 결국 4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퇴했다. 이후 농구계를 떠나 잠적했던 정상헌은 2005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해 1라운드 8순위로 당시 대구 오리온스에 지명됐다. 하지만 정상헌은 수시로 팀을 이탈하는 등 돌출 행동으로 임의탈퇴 신분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구계는 여전히 그에게 손을 뻗쳤다. 타고난 재능과 잠재력에 대한 미련이 그를 코트로 다시 부른 것이다. 2006년 울산 모비스는 정상헌을 영입했고, 국군체육부대(상무)까지 무사히 마치며 자리를 잡는 듯 보였다. 하지만 군 제대 후 팀에 복귀한 정상헌은 잦은 음주와 팀 이탈 등 불성실한 태도로 번번이 팀 훈련에 임하지 않았고, 구단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잠적했다. 결국 정상헌은 2009년 모비스에서 방출돼 은퇴 처리됐다. 


처가살이 무시한 처형 살해후 야산암매장 
한때 유망주로 지목…농구판 떠나 생활고

이후 정상헌은 농구계를 완전히 떠났다. 수 차례 손을 뻗었던 농구계도 반복된 뒷통수에 더 이상 농구 천재에 대한 미련을 남기지 않고 포기했다. 안타깝지만 유난히 뒷말이 많았던 정상헌의 비참한 추락은 이미 예고된 비극이었는지도 모른다.

정상헌은 불성실한 태도와 나약한 정신자세로 조직생활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퇴한 이후에는 일정한 직업이나 고정 수입 없이 방황의 시간을 보냈고, 처가 쪽 식구들과의 갈등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처가살이를 하던 정씨는 “처형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화를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8일 경기경찰청은 아내의 쌍둥이 언니(처형)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정상헌을 긴급체포했다. 정상헌은 지난달 26일 오전 자신의 처형 최씨를 최씨의 집인 경기도 화성시에서 살해한 뒤 경기도 오산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씨의 미귀가 신고를 접수한 뒤 수사를 진행하다 정상헌이 처형 최씨의 승용차를 중고차로 판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정상헌을 조사한 끝에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정상헌을 긴급체포했다. 정상헌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상헌의 진술을 토대로 정상헌이 지목한 장소에서 최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정상헌은 평소 최씨가 “너같은 놈 만날 것 같아 시집을 안간다”는 등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정상헌은 처가살이를 하며 최씨와 갈등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발표를 종합해보면 정상헌은 지난달 12일 아내의 쌍둥이 언니 최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인근 야산에 사체를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살해 암매장 후 아내와 같이 미귀가 신고까지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상헌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확한 사안을 조사 중이다.

처형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전 프로농구 선수 정상헌의 사건으로 가족들은 충격에 빠졌다. 화성동부경찰서는 “체포된 정상헌은 현재 유치장에 있으며, 가족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고 “혐의 입증을 위한 추가 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안타까운 농구스타


갑작스런 정상헌의 처형 살해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 중 살해 용의자로 전락한 정상헌을 두고 “농구판 이호성(전 해태) 아닌가”라는 반응이 주목을 끈다. 전 야구선수인 이호성은 1990년, 1991년 두 시즌 연속 외야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타이거즈 전성기 시절 타자다. 통산 타율 0.272에 102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네 모녀 살해 암매장 사건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자신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한때 스포츠 스타로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정상헌, 이호성 모두 살해 용의자로 180도 인생이 바뀌었다. 누군가는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레전드의 반열에도 올라봤고, 누군가는 한국농구의 미래라고 불렸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사라진 과거의 영광과 함께 범법자라는 추악한 타이틀뿐이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한국농구에 애정을 키웠던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상처도 크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몰락한 농구 스타들
강동희…방성윤…
 
한국 농구계에 2013년은 그야말로 악몽의 연속이다. 이미 지난 3월에는 한국농구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히던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돼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현역 프로스포츠 사령탑으로 승부조작에 연루돼 구속된 것은 처음이었다. 특히,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레전드로 꼽히던 강동희라 팬들의 실망과 배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또한 방성윤도 은퇴 후 생활이 얼룩진 건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달 27일 지인의 동업자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방씨는 지난해 9월 지인의 동업자 김모씨로부터 상습 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방성윤과 정상헌은 비록 더 이상 현역 농구인은 아니지만, 대중에게 그들의 이름은 여전히 농구라는 키워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한국농구로서 그야말로 전현직 스타들이 줄줄이 ‘역대급 오명’에 연루되며 이미지에 망신살이 뻗쳤고, 농구팬들에게는 농구 역사 추억의 한 페이지가 송두리째 뜯겨져나가는 아픔의 해를 보내고 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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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