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고수익 알바 주의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02 13: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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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단골' 1박2일 여대생 서비스

[일요시사=사회팀] 방학 시즌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졌다. 이들의 관심은 단연 돈. 구인 사이트에는 "적은 시간 일하면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가 넘쳐난다. 그러나 대학생들을 유혹하는 '고소득 알바' 중에선 유난히 '수상한 알바'가 많다.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가 지갑을 꺼냈다. 지갑에는 5만원권 지폐 30장 정도가 들어있었다. 노신사는 이중 10장을 여대생에게 건넸다. 생각보다 큰 액수에 부담을 느낀 여대생은 "무슨 조건이 있는 것 아니냐"며 노신사에게 물었다. 그러자 노신사는 "나와 여행을 함께 가는 대가"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위험한 거래

여대생 A씨는 지인의 소개로 한 노신사를 소개 받았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보라는 제안이었다. 1주일에 한 번 만날 때마다 50만원, 2달이면 등록금을 다 채우고도 남았다.

A씨는 고급 외제차를 타고 노신사와 여행을 떠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여행을 가기 전에는 A씨가 제안한 조건을 붙였다. 성관계는 절대 안 되고, 스킨십은 포옹까지만 허락된다는 것. 이 둘은 가족으로 위장해 한 방에 묵었다.

A씨는 "오히려 여행을 가면 더 좋았다"고 회상했다. 여행 전 백화점에 들러 명품백 등 원하는 물건을 카드로 살 수 있었기 때문. A씨는 "처음엔 노인을 만난다는 생각에 좀 찝찝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왜 애인대행을 만나는지) 이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 재능나눔 카페에는 "데이트 재능 해 드린다. 하루 5만원이며, 결제 즉시 애인처럼 행동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른바 애인대행 아르바이트(이하 알바)였다.

해당 카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쉬운 알바'라며 ▲연애 팁 주기 ▲생일 노래불러주기 ▲하루 동안 여자친구 되어주기 등의 알바를 소개했다. 모두가 애인대행의 변형이었다.

애인대행 알바는 20대 초반 여성들이 손쉽게 돈을 벌수 있는 루트로 꼽힌다. 몇몇 '비건전' 대행 알바 사이트는 애인대행 알바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사이트 운영자에게는 '포주'라는 별칭이 따라 붙었다.

당국의 적발이 가속화된 건 지난해 무렵, 단속이 심해지자 애인대행 만남은 더욱 음성화됐다. 공공연히 여대생들을 찾던 남성들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비밀 카페나 소셜 채팅 사이트로 활동영역을 옮겼다. 한편에서는 A씨의 사례처럼 소위 '스폰서'를 주변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A씨는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여자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벌어 좋고, 할아버지(구매자) 입장에서는 외로움을 달랠 수 있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A씨의 주장처럼 구매자와 피구매자 사이의 성관계가 입증되지 않는 한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다.

주 1회 만남에 50만원 '애인대행'
시간당 4만원 데이트카페 '키스방'
스폰서 급구…사이버 포주 기승

A씨의 친구 여대생 B씨도 똑같이 "할아버지뻘을 스폰서로 소개받을 뻔 했다"고 말했다. 서울 이태원 유명 바에서 일하는 마당발 언니 덕에 부도덕한 제안도 여럿 받았다고 했다.


B씨는 "솔직히 잠깐 만나고 큰돈을 벌어 그 돈으로 방학에 여행을 갈까도 생각했었다"며 "난 인턴으로 힘들게 일해서 버는데 친구가 쉽게 돈을 벌 때면 가끔 부럽기도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현재 국내 유명 알바사이트에는 바, 유흥업소, 노래방 도우미를 구하는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통상 알바 시급이 4500∼5000원인데 비해 이들 알바는 9000원에서 많게는 4만원 이상의 시급으로 대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급여가 2배 이상 높은 것도 매력이지만 단기간 투자로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해당 모집 공고에는 '음주, 착석, 스킨십 없음' '편안한 분위기'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막상 면접을 본 사람들은 기대와 다른 업무 내용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익히 알려진 대로 바를 가장한 룸살롱이나 카페를 위장한 유사 성행위 업소는 최근 방학 시즌을 맞아 '젊은 피' 수혈에 앞장서고 있다.

여대생 C씨는 카페 알바를 구하러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처했다. 서울 동작 인근의 한 '키스방' 면접을 보게 된 것. C씨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이곳에 데이트 카페가 들어설 예정인데 다른 것 없이 손님과 대화랑 키스만 하면 된다"며 "시급은 4만원이고 터치도 없어 부담이 없다"는 얘기를 꺼냈다. 카페 알바가 아닌 키스방 알바였던 것이다.

거듭 제안을 거절하는 C씨에게 직원은 "모두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다"며 "일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어 이만한 알바가 없다"고 설득했다. 집요한 직원의 요구에 C씨는 잠시 흔들릴 뻔 했지만 다행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지금도 알바사이트에는 오픈 예정인 카페(혹은 바)라고 소개한 뒤 실제로는 유사 성행위를 종용하는 업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즉 잠재적 성범죄자를 대놓고 모집하는 것이다.

최근 수요가 증가세인 피팅모델 알바도 '위험한 알바'군으로 분류된다. 개인 사업자 중 "모델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한다"며 성추행을 시도하는 사례, 면접을 보자며 승용차 안이나 본인 소유의 오피스텔로 불러 성폭행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것.

과거 피팅모델 경험이 있는 졸업생 D씨는 "본인 스스로가 쇼핑몰 경영까지 한다면 모를까 피팅모델이라는 게 생각만큼 많은 돈을 벌어주진 않는다"며 "신생 쇼핑몰이 피팅모델을 구한다고 하면 '언제 오픈할 것인지' '입어야 될 의상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실제로는 쇼핑몰 설립 계획도 없으면서 여성을 꼬드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성범죄 온상

애인대행 알바, 유사성행위 알바, 피팅모델 알바 등은 모두 잠재적 성범죄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나 개인 대 개인 혹은 개인 대 소규모업체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관할 경찰도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여대생을 노리는 예비 성범죄자 중에는 미리 준비한 카메라 등으로 동영상을 몰래 찍는 경우가 있어 협박과 금품 갈취 등의 추가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여름 방학 알바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호기심에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며 "무작정 고수익에 끌려가기 보다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주위 지인들과 상의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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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