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고수익 알바 주의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02 13: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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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단골' 1박2일 여대생 서비스

[일요시사=사회팀] 방학 시즌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졌다. 이들의 관심은 단연 돈. 구인 사이트에는 "적은 시간 일하면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가 넘쳐난다. 그러나 대학생들을 유혹하는 '고소득 알바' 중에선 유난히 '수상한 알바'가 많다.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가 지갑을 꺼냈다. 지갑에는 5만원권 지폐 30장 정도가 들어있었다. 노신사는 이중 10장을 여대생에게 건넸다. 생각보다 큰 액수에 부담을 느낀 여대생은 "무슨 조건이 있는 것 아니냐"며 노신사에게 물었다. 그러자 노신사는 "나와 여행을 함께 가는 대가"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위험한 거래

여대생 A씨는 지인의 소개로 한 노신사를 소개 받았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보라는 제안이었다. 1주일에 한 번 만날 때마다 50만원, 2달이면 등록금을 다 채우고도 남았다.

A씨는 고급 외제차를 타고 노신사와 여행을 떠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여행을 가기 전에는 A씨가 제안한 조건을 붙였다. 성관계는 절대 안 되고, 스킨십은 포옹까지만 허락된다는 것. 이 둘은 가족으로 위장해 한 방에 묵었다.

A씨는 "오히려 여행을 가면 더 좋았다"고 회상했다. 여행 전 백화점에 들러 명품백 등 원하는 물건을 카드로 살 수 있었기 때문. A씨는 "처음엔 노인을 만난다는 생각에 좀 찝찝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왜 애인대행을 만나는지) 이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 재능나눔 카페에는 "데이트 재능 해 드린다. 하루 5만원이며, 결제 즉시 애인처럼 행동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른바 애인대행 아르바이트(이하 알바)였다.

해당 카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쉬운 알바'라며 ▲연애 팁 주기 ▲생일 노래불러주기 ▲하루 동안 여자친구 되어주기 등의 알바를 소개했다. 모두가 애인대행의 변형이었다.

애인대행 알바는 20대 초반 여성들이 손쉽게 돈을 벌수 있는 루트로 꼽힌다. 몇몇 '비건전' 대행 알바 사이트는 애인대행 알바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사이트 운영자에게는 '포주'라는 별칭이 따라 붙었다.

당국의 적발이 가속화된 건 지난해 무렵, 단속이 심해지자 애인대행 만남은 더욱 음성화됐다. 공공연히 여대생들을 찾던 남성들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비밀 카페나 소셜 채팅 사이트로 활동영역을 옮겼다. 한편에서는 A씨의 사례처럼 소위 '스폰서'를 주변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A씨는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여자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벌어 좋고, 할아버지(구매자) 입장에서는 외로움을 달랠 수 있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A씨의 주장처럼 구매자와 피구매자 사이의 성관계가 입증되지 않는 한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다.

주 1회 만남에 50만원 '애인대행'
시간당 4만원 데이트카페 '키스방'
스폰서 급구…사이버 포주 기승

A씨의 친구 여대생 B씨도 똑같이 "할아버지뻘을 스폰서로 소개받을 뻔 했다"고 말했다. 서울 이태원 유명 바에서 일하는 마당발 언니 덕에 부도덕한 제안도 여럿 받았다고 했다.


B씨는 "솔직히 잠깐 만나고 큰돈을 벌어 그 돈으로 방학에 여행을 갈까도 생각했었다"며 "난 인턴으로 힘들게 일해서 버는데 친구가 쉽게 돈을 벌 때면 가끔 부럽기도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현재 국내 유명 알바사이트에는 바, 유흥업소, 노래방 도우미를 구하는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통상 알바 시급이 4500∼5000원인데 비해 이들 알바는 9000원에서 많게는 4만원 이상의 시급으로 대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급여가 2배 이상 높은 것도 매력이지만 단기간 투자로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해당 모집 공고에는 '음주, 착석, 스킨십 없음' '편안한 분위기'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막상 면접을 본 사람들은 기대와 다른 업무 내용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익히 알려진 대로 바를 가장한 룸살롱이나 카페를 위장한 유사 성행위 업소는 최근 방학 시즌을 맞아 '젊은 피' 수혈에 앞장서고 있다.

여대생 C씨는 카페 알바를 구하러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처했다. 서울 동작 인근의 한 '키스방' 면접을 보게 된 것. C씨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이곳에 데이트 카페가 들어설 예정인데 다른 것 없이 손님과 대화랑 키스만 하면 된다"며 "시급은 4만원이고 터치도 없어 부담이 없다"는 얘기를 꺼냈다. 카페 알바가 아닌 키스방 알바였던 것이다.

거듭 제안을 거절하는 C씨에게 직원은 "모두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다"며 "일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어 이만한 알바가 없다"고 설득했다. 집요한 직원의 요구에 C씨는 잠시 흔들릴 뻔 했지만 다행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지금도 알바사이트에는 오픈 예정인 카페(혹은 바)라고 소개한 뒤 실제로는 유사 성행위를 종용하는 업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즉 잠재적 성범죄자를 대놓고 모집하는 것이다.

최근 수요가 증가세인 피팅모델 알바도 '위험한 알바'군으로 분류된다. 개인 사업자 중 "모델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한다"며 성추행을 시도하는 사례, 면접을 보자며 승용차 안이나 본인 소유의 오피스텔로 불러 성폭행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것.

과거 피팅모델 경험이 있는 졸업생 D씨는 "본인 스스로가 쇼핑몰 경영까지 한다면 모를까 피팅모델이라는 게 생각만큼 많은 돈을 벌어주진 않는다"며 "신생 쇼핑몰이 피팅모델을 구한다고 하면 '언제 오픈할 것인지' '입어야 될 의상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실제로는 쇼핑몰 설립 계획도 없으면서 여성을 꼬드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성범죄 온상

애인대행 알바, 유사성행위 알바, 피팅모델 알바 등은 모두 잠재적 성범죄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나 개인 대 개인 혹은 개인 대 소규모업체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관할 경찰도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여대생을 노리는 예비 성범죄자 중에는 미리 준비한 카메라 등으로 동영상을 몰래 찍는 경우가 있어 협박과 금품 갈취 등의 추가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여름 방학 알바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호기심에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며 "무작정 고수익에 끌려가기 보다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주위 지인들과 상의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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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