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한국축구 구세주' 홍명보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02 13: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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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축구 접고 칼패스… '코리아 플레이'로 브라질 접수한다

[일요시사=사회1팀] 고사 끝에 감독직을 수락한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 홍명보. 한국 축구에 ‘홍명보 시대’가 열렸다. 축구계와 팬들은 새롭게 출항한 ‘홍명보호’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다. 신임 감독 취임 과정에서 오해와 논란이 있었지만 홍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런던올림픽 이후 러시아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면서 축구와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대표팀 감독으로서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행복할 거라고 느꼈다"고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이끈 이후 끊임없이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돼왔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이 전격 경질된 뒤 축구협회로부터 정식으로 감독직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그때마다 "아직 때가 아니다"라며 대표팀 감독직을 계속 고사해왔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스타일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축구계 선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물러나는 가운데 그 뒤를 이어받는 게 부담스러운 건 당연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최강희 감독이 부임 당시부터 최종예선 때까지만 팀을 맡겠다며 시한부 감독을 선언한 상황에서 홍 감독은 계속 차기 감독 후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대표팀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몸을 낮췄다.

축구협회는 최 감독과의 계약이 만료된 뒤에도 홍 감독을 계속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홍 감독이 끝까지 고사하는 상황에 대비해 외국인 감독까지 차기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올려놔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장고 끝에 홍 감독은 마음을 바꿔 대표팀을 맡기로 했다. 이로써 내년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 본선은 홍명보호 체제로 새롭게 치르게 됐다.

홍 감독이 이처럼 대표팀 사령탑을 받아들이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축구협회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일찌감치 홍 감독을 ‘감독 후보 1순위’로 허정무 협회 부회장을 중심으로 영입 작업을 펼쳤다.

일부에선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실망스런 경기력이 홍 감독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사명감이 누구보다 남다른 홍 감독 입장에선 대표팀이 잇따라 몰락하는 모습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가짐의 변화가 대표팀으로 몸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 감독은 선수로서 네 차례나 월드컵에 출전한 바 있고, 코치로서도 2006 독일월드컵을 경험했다. 감독으로서도 U-20 청소년월드컵, 광저우 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를 겪는 등 40대의 젊은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경험과 지도력, 선수 시절부터 보여준 강력한 카리스마는 어려움에 빠진 대표팀의 성공적인 개혁을 이끌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실적으로 올림픽 대표 출신들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협회로서도 다른 대안은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했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순위가 결정됐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난 6월1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조별 리그 최종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하지만 우리 축구 대표팀은 4승 2무 2패, 승점 14점을 기록해 3위 우즈베키스탄에 골득실 1골 차로 A조 2위를 차지해 본선 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서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 이란, 호주가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한국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해 세계 6번째로 월드컵 진출을 많이 한 나라로 이름을 올렸지만 누리꾼들은 "월드컵 최종예선 순위, 2위로 겨우 올라갔다" "본선에 올라갔지만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한국 팀이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다" "앞으로 계속 이런 식이면 월드컵 본선은 무의미하다" "축구 볼 때 시켜먹은 치킨이 아깝다" "아시아 티켓 수를 줄여야 정신을 차린다" 등의 쓴 소리를 냈다.

특히 대표팀은 지난해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0-1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호주 평가전(1-2패)과 지난 2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0-4패)까지 3연패의 쓴 맛을 보기도 했다.
한국이 A매치에서 3연패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독일과의 준결승전(0-1 패)과 터키와의 3-4위전(2-3 패), 같은 해 11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2-3 패)까지 세 경기에서 내리 패한 이후 11년 만이다. 하락세를 거듭한 최강희 호는 11년 만의 치욕적인 3연패와 더불어 20년 만에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때까지 본선 진출을 확정하지 못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또 남겼다.

아시아의 맹주?
해볼 만한 상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통해 월드컵 무대를 처음 경험한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발점으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 7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 가운데 가장 극적인 월드컵 본선 진출의 순간은 단연 1993년 10월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펼쳐진 ‘도하의 기적’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상대인 북한을 3-0으로 꺾은 뒤 일본이 이라크와 2-2로 비기면서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신의 축복일까, 한국은 일본과 승점이 같았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며 힘겹게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이후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탄탄대로였다.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최종예선 2경기를 남기고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했다.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도 최종예선 5차전에서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해 6차전 최종 전을 여유롭게 치를 수 있었다. 또 허정무 감독이 이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최종예선을 2경기 남겨 놓은 6차전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하며 아시아의 맹주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한 경기, 한 경기, 전전긍긍하며 최종전 결과를 따져봐야 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축구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 막판까지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은 ‘도하의 기적’ 이후 20년 만이었다.

한국 대표팀 새 사령탑 홍 감독이 새겨야 할 사자성어는 전거지감(前車之鑑)이다. 전임자의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한다는 뜻이다. 조광래, 최강희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합작하는 과정에서 비난 받은 사안을 꿰고 있으면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 감독은 한국 축구 실정에 맞지 않는 패스 전술 위주의 ‘만화축구’, 최 감독은 일부 선수들의 편향적 기용과 팀 장악 실패 등 때문에 비난 여론과 마주했었다.

홍 감독이 지난 6월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한국형 전술과 팀 정신을 대표팀에 녹여낸다면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전임 감독들의 장점을 흡수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조 감독은 전술에 관한 자신의 축구 철학을 고집했다. 레바논에 충격패하는 날까지 패스 축구를 선보였다. 홍 감독이 언급한 ‘한국형 전술’의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브라질 월드컵 전까지 주변의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술적 고집을 갖고 갈 필요가 있다.

최 감독의 경우 국내파와 해외파를 두루 살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어느 한 쪽에 쏠릴 경우 열등감이 느껴져 조직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부 팬들이 우려하는 고대 라인, 해외에서 뛰는 ‘홍명보 아이들’을 애지중지하면 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 선발에 있어서도 신중해야한다.

홍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홍명보 아이들의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며 "최고의 선수들을 불러들이기 보다는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을 선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그는 "한국형 축구로 승부하겠다" "팀 플레이를 모르면 뽑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박지성 선수의 대표팀 복귀론에 대해서는 본인 의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박지성의 국가대표 복귀론에 대한 생각은 은퇴를 발표했을 때도 본인의사가 존중돼야한다"고 말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박지성의 국가대표팀 복귀를 두고 누군가는 한국축구의 퇴보라고 말 할지도 모른다. 사실 박지성 선수 본인은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싶다"라고 하지만 지금의 한국 축구를 보고 있노라면 캡틴 박이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누리꾼들도 대체적으로 박지성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눈치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가 필요하다" "대선배가 뛰는 모습을 보는 게 후배들에게는 더 큰 기회다"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전거지감'
 실패 거울삼아야

박지성의 복귀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축구의 영웅 지단도 은퇴를 했지만 이내 국가대표팀에 복귀한 사례도 있다. 특정한 계약서를 쓰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차기 사령탑 홍 감독은 과거에 박지성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그와 뛰어봤기에 박지성을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잘 안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에서 월드컵을 두 차례 연속 경험한 감독은 단 한번도 없다. 이 뿐만 아니라 월드컵 준비기간인 4년을 통째로 보장받은 감독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제 홍명보 시대를 맞이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질 시간이 찾아왔다. 눈앞에 성적만을 ?던 근시안적인 대표팀 운영에서 벗어나 더 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홍명보호'는 브라질월드컵뿐만 아니라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의 대표팀 운영이 필요하다. 대표팀은 결과만을 우선시하는 운영에서 탈피하고, 축구협회는 대표팀에 꾸준한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새 사령탑에 오른 홍 감독은 "한국형 전술을 만들어서 한국형 플레이로 이번 월드컵에 도전하고 싶다. 우리는 스페인도, 독일도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전술을 준비해서 다가오는 월드컵을 준비할 것"이라며 희망찬 다짐을 전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홍명보 신임 감독은?

▲1969년 서울 출생
▲광장초-광희중-동북고-고려대
▲대표선수 경력

이탈리아월드컵(90년)
                 미국월드컵(94년)
                 프랑스월드컵(98년)
                 한일월드컵(2002년)
                 A매치 출전 128게임
▲프로선수 경력

 92∼96년 포항체철
                 97∼98년 일본 쇼난 벨마레
                 99∼01년 일본 가시와 엔틀러스
                 02∼03년 포항제철
                 03∼04년 미국 LA 갤럭시
▲지도자 경력

05∼07년 대표팀 코치
                07∼08년 U-23 대표팀 코치
                09∼12년 올림픽 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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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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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