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전두환 비자금 '그림 세탁설'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01 11:18:44
  • 댓글 0개

"박수근·천경자…작품 보유하다 팔았다"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명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림을 보관한 수장고가 오산에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그 배경과 실체는 무엇인지 <일요시사>가 추적했다.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인 박수근의 작품이 경매에 나왔다. 작품 이름은 '빨래터'. 이른바 세기의 경매로 불렸던 지난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빨래터'는 45억2000만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만약 이런 '세기의 명화'들이 한 수장고 안에 수십점이 보관돼 있다면 그 환산가치는 얼마나 될까.

전두환의 큰아들
그림을 사랑하다

지난 6월 20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명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술계 쪽 상당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첩보"라며 재국씨의 명화 수장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미술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경기도 오산 인근에 천문학적 규모의 명화 수장고가 있다"면서 관련 내용을 증언했다. 1990년대부터 재국씨의 대리인격인 전모(55)씨와 한모(52)씨가 화랑을 돌아다니며 명화 컬렉션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해당 내용의 확인을 위해 복수 국회 관계자와 만났다. 하지만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신 의원 측도 마찬가지. 하지만 신 의원 측은 "그런 첩보가 전해 들어 온 것은 사실"이라며 수장고의 존재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재국씨의 명화 수장고 소유 여부는 미술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기자가 접촉한 한 미술계 관계자는 "수장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부터 재국씨가 어떠한 그림을 사고팔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재국씨가 그림을 비롯한 순수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는 소문이 맞다"고 확인했다.

재국씨는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러나 미국 유학 생활 당시 재국씨의 관심은 온통 미술에 쏠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대학 도서관보다 뉴욕에 있는 유명 미술관을 찾는 일이 더 잦았던 재국씨는 1980년대부터 미술 비평을 비롯한 국내외 미술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장남 재국씨 유명 작가 명작들 거액매매 의혹
국보급 문화재도?…'검은돈' 은닉 소문 파다

회화는 물론이고 순수 예술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재국씨는 군사정권의 탄압을 피해 뉴욕에 머물던 가수 겸 사진작가 한대수씨와의 친분을 쌓았다.

재국씨에 대한 한씨의 평가는 굉장히 인상적인데 한씨는 "그(재국씨)는 명백히 사회 엘리트 계층이 키워낸 인물"이라며 "세계 지도자들과 교육받은 장군들과 외교관 틈에서 자란 청년, 나는 그렇게 훌륭한 아들을 키워낸 전(전두환) 대통령이 다시 보였다"고 호평했다. 이후 한씨는 재국씨 소유 갤러리인 '아티누스'에서 2003년 11월 사진 전시회를 열어 인연을 이어갔다.

체제에 저항한 예술가와 독재자의 장손. 이 기묘한 궁합은 재국씨의 그림 수집과도 연관된다. 전 전 대통령이 금기시한 민중미술 작품을 재국씨가 사들인 것.

한 민중미술 작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990년대 민중화가들끼리 모인 술자리에서 '어떻게 그 사람에게 그림을 팔 수 있냐'고 언성을 높였던 일화가 있었다”며 "재국씨가 미술 다방면에 걸쳐 관심을 가졌던 걸로 기억한다"고 회고했다.


큐레이터 1세대
전재국과 통하다

귀국 후 재국씨가 공을 쏟은 일은 국내 미술시장을 파악하는 일이었다고 전해진다. 국내 갤러리가 밀집한 서울 강북 일대가 재국씨의 활동 무대였다.

1990년 재국씨는 그의 외삼촌 이창석씨가 운영하는 출판사에 투자하며 출판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같은 해 미술서적 출판을 주력으로 한 시공사를 설립했다.

국내 미술계에서 1990년대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전문 큐레이터(학예사)를 중심으로 한 미술 평론과 시장 구축이 본격적으로 태동됐던 시기이기 때문. 당시 재국씨는 큐레이터 1세대격인 정준모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등과 활발히 교류했다. 그리고 이때 만났던 인연이 바로 재국씨의 대리인으로 알려진 전씨와 한씨다.

전씨와 한씨는 모두 큐레이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미술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업계의 평판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한씨와 달리 전씨는 작가들 사이에서도 사생활이 베일에 싸여있다.

한씨는 경기 남부의 유명 갤러리인 H갤러리에서 1992년까지 큐레이터로 재직했다. 그리고 1999년부터 재국씨 소유 갤러리인 아티누스에서 갤러리 디렉터로 일했다. 이후 한씨는 돌연 전업 작가로 전직했다. 서양화가인 그는 지난 3월 서울 청담동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한씨는 외부 연락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렵게 접촉한 그에게서 수장고의 행방을 알아낼 수는 없었다. 한씨는 "내가 재국씨의 대리인으로 그림을 사들였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재국씨가 미술 애호가로써 그림을 사들인 건 맞지만 어떤 경로로 샀고,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대답을 피했다.

한씨는 전씨와 함께 지난 1994년 아티누스 건립의 총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한씨는 재국씨로부터 화랑 관리와 미술품 수집 등을 위임받았다. 재국씨가 본격적인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했던 것도 이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재국씨와 함께 일했던 한 내부 관계자는 "신 의원의 주장이 너무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재국씨가 대량의 미술품을 소유하게 된 배경에 다른 사연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재국씨의 그림 수집이 개인의 기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 비자금 은닉 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재국씨가 박수근·천경자 등 유명 작가들의 명화를 보유했던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유명 작가들
 작품 샀었다"

재국씨는 지난 1993년 한씨, 전씨와 함께 <아르비방>(생동하는 미술)이라는 미술 전문잡지를 준비했다. <아르비방>은 당시 젊은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됐다. 1994년 출간한 <아르비방>은 1996년까지 모두 55편이 제작됐다. 각 호마다 1명의 신진작가가 <아르비방>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었다. 자신을 다뤄준 잡지를 살 돈이 없던 작가들은 <아르비방>을 받으면서 그 대가로 자신의 그림을 재국씨에게 선물했다. 이렇게 받은 그림들이 외부로 와전이 돼 '천문학적인 명화'로 둔갑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던 작가들의 작품이 팔려봐야 얼마나 했겠냐"면서 "지금 그 작가들의 그림이 유명해졌다고 하더라도 경매가의 총합은 아마 10억원이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재국씨가 '다른 그림'을 사들인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박수근, 천경자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을 처분한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재국씨는 '권력가 2세' 컬렉터 중 1세대로 꼽힌다. 그의 그림에 대한 관심은 대체로 '순수한 취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의 미술품에 대한 수집욕은 남달라서 때때로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난 2000년 국보급 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에 조건 없이 2억원을 내밀었다는 소문은 미술판에 파다했다. 간송미술관 측은 "재국씨로부터 공식적인 제의는 없었다"며 소문을 부인했다. 2000년은 재국씨가 서울 시내 대형서점인 을지서적을 인수하는 등 자금력이 극에 달해있을 때로 알려져 있다. 이 자금 중 일부가 명화를 사들이는데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베일에 싸인 재국씨의 대리인 전씨의 행적도 의문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 청담동의 한 갤러리 대표를 지내면서 재국씨와 자주 만났다. 서울 역삼동 한 일식집에서 재국씨와 전씨가 사업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는 일화도 들렸다. 그러나 이들의 확인된 커넥션은 따로 있었다.

대리인 내세워 거래오산에 명화 수장고?
한점에 수억∼수십억…처분한 돈 어디로 갔나


재국씨와 전씨가 <아르비방>을 준비하던 1993년 3월, 전씨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 15차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전씨는 매입한 아파트를 담보로 신한은행으로부터 2억4000만원을 빌렸다.

해당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1993년 11월 시공사는 전씨의 채무를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시공사 대표인 재국씨가 전씨의 아파트를 사들인 것이다.

이 아파트는 2000년 전 전 대통령의 딸 효선씨에게 매매됐고, 시공사가 진 채무는 2006년 3월 해지됐다. 이후 효선씨는 2010년 9월, 21억2000만원에 이 아파트를 매도했다. 즉 재국씨가 전씨의 명의를 빌려 서초구 아파트를 매입하고, 이를 다시 효선씨에게 넘겼다는 의혹인 셈이다.

현재 전씨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과거 전씨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던 한 유명 작가는 "전씨와 연락이 안 된다"며 "갤러리를 하다가 갑자기 문을 닫았고, 이후로는 (내가 그린) 드로잉 한 점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최근 몇 년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에 꼽힐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전씨가 유명 작가의 그림을 몰래 빼돌린 셈이다.

수상한 오산땅
미술품 어디있나

재국씨와 친분이 있는 한 관계자는 "그림 경매가가 피크에 올랐을 때 재국씨가 명화를 다 팔았다"는 정보가 있었다며 "만약 이 매각대금을 추징금 얘기가 나온 시점인 2004년 전에 다른 경로로 보냈다면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두환 일가는 금고지기 이씨를 우회해 규모 132만㎡의 오산 땅을 소유했었다. 재국씨가 수장고를 감추기에는 충분한 규모. 기자는 경기 오산에 살고 있는 복수 미술계 관계자에게 문의, 수장고 위치를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했다.

취재를 도운 한 관계자는 "수장고라는 게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만들 수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인근 골프장 등에 숨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서울 평창동의 '시공아트스페이스'를 찾았다. 시공아트스페이스는 한국미술연구소 등이 있는 추정가 60억원가량의 복합 건물. 갤러리로 사용되던 2층에는 텅빈 박스만이 가득했다. 건물 관리인은 "이곳에는 이제 그림이 없고, 이벤트 물품만 있다"고 말했다.

재국씨의 미술 사업이 시작된 한국미술연구소에 갔다. 굳게 닫힌 철문 틈으로 수장고의 위치를 물었지만 연구소 직원은 "우리는 말할 게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비웠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재국 수상한 소포박스 보니…
'호화 골프장' 회원

재국씨가 SK그룹 계열사가 운영하는 '핀크스 골프클럽' 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는 지난 6월26일 서울 평창동 시공아트스페이스 인근에 놓여있던 뜯어진 소포박스를 발견, '핀크스 골프클럽'이 재국씨 앞으로 발송한 우편물을 확인했다. 텅빈 박스 오른쪽 하단에는 '전재국 회원님 귀하'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즉 재국씨가 해당 골프장의 회원권을 갖고 있다는 얘기.

핀크스 골프클럽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객 개인정보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통상 회원권은 2억∼3억원에 거래된다"고 밝혔다. 소포물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핀크스 골프클럽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골프장으로 SK그룹 계열사인 ㈜SK핀크스가 소유하고 있다.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무작정 버티기’에 나섰다. 내란 특검의 조사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불출석하는 것과 더불어 김건희 특검의 소환 조사와 체포 집행에도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인으로서 부끄럽다’는 의견과 ‘어차피 실익이 없으니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김건희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결국 조사하지 못했다. 조사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로 이도저도 못하게 됐다. 드러누운 법꾸라지 김건희 특검팀은 ▲통일교 청탁 의혹 ▲집사 게이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재판 청탁 의혹 ▲공천개입 등 ‘명태균 게이트’ ▲양평고속도로·양평공흥지구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 여사와 이들 의혹의 직접적인 연관고리를 밝혀내기 위해 ‘키맨’이라 불리는 여러 핵심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한 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당초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소환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전반적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를 거론하며 지난달 재구속된 이후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의 소환 조사에도 줄곧 불응해왔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 재판에도 같은 이유로 3주 연속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예상대로 윤 전 대통령은 해당 소환 조사에 불응했다. 특검 측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소환 요구 시한인 오전 10시까지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았고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의 지병인 당뇨가 악화하고 간 수치가 상승하는 등 건강이 나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주치의로부터 실명 위험 소견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상관없이 김건희 특검팀은 언론 공지를 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내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수사협조요청서를 서울구치소장에게 재차 송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소환 조사에도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상 이유로 모두 불응 속옷 차림에 부상 주장까지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아직 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어떠한 소식도 전해 들은 바 없다”며 “내란 특검에서 소환했을 때도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특검팀의 엄포에도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0일 예정된 2차 소환조사에도 불응했다. 김건희 특검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향후 조치에 관하여는 오후 브리핑 때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오후 2시12분경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반드시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게 됐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가 영장 집행을 위해 구치소로 오면 구치소 직원들을 지휘해 영장을 집행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며 “검사가 지휘하면 따라야 한다. 이는 강제조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현장에 투입된 실무자들이 집행을 거부할 우려도 있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는 세 차례 구치소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구치소 측이 “물리력 행사가 어렵다”고 호소하면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관련 혐의로 구속돼 있어 내란 특검은 별도의 체포영장 없이도 강제구인할 수 있다. 실제로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을 2차례나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저항 때문에 중단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 김건희 특검팀의 문홍주 특검보는 검사와 수사관과 함께 서울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다. 특검팀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을 찾았을 당시 그는 팬티와 메리야스(민소매 속옷 상의)만 입고 수용소 바닥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체포 집행 점입가경 특검팀은 20~30분 간격으로 총 4회에 걸쳐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요구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이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수차례 말을 끊으면서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이날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2시간여 동안의 대치는 빈손으로 끝났다. 당초 문 특검보가 서울구치소를 직접 방문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건 교도관을 지휘해 어떻게든 조사실로 데려오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속옷 차림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에 대해 “옷을 다 갖춰 입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인 접촉을 하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 예상돼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인을 위해선 옷을 입도록 해야 하는데 강제로 옷을 입히는 과정에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오 특검보는 “피의자(윤 전 대통령)에게 다음번엔 물리력 행사를 포함해 체포를 집행할 것임을 고지했다”며 “피의자는 평소 법과 원칙 및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왔다. 전직 검사·검찰총장·대통령으로서 특검의 법 집행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이 중지된 지 1시간 만에 변호인단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 이후 변호인단은 “4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 협소한 공간에서의 수용자 복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설명하며 논평하는 건 인신 모욕”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심장혈관 및 경동맥 협착의 문제, 자율신경계 손상으로 인한 체온조절 장애까지 우려돼 수사와 재판에 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 만료 시일인 지난 7일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저항으로 또다시 불발됐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서울구치소 기동순찰팀(CRPT) 요원을 포함한 교도관 10여 명이 윤 전 대통령을 붙잡고 끌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물리력을 동원한 2차 체포 집행으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특검팀은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이날 오전 9시에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다. 특검팀은 이보다 이른 오전 7시50분쯤 서울구치소에 도착했고, 윤 전 대통령 측 김홍일·배보윤·송진호 변호사도 오전 8시를 약간 넘은 시각 구치소에 도착했다. 특검 측과 변호인단은 오전 8시쯤 사랑방(휴게공간)에서 마주쳤고, 변호인단은 특검 측에 동행을 요구했으나 특검 측이 거절했다고 한다. 버티는 이유가⋯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측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오전 8시20분쯤 특검 측과 교도관들이 윤 전 대통령 측에 ‘이야기 좀 하자’고 요청했고, 윤 전 대통령은 ‘변호사를 불러준다면 가겠다’며 응했다”고 전했다. 이에 수의를 입은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위해 별도 건물에 있는 출정과장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특검 측이 주차돼 있던 차에 윤 전 대통령을 태우려 했다는 게 변호인단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반발로 양측은 출정과장실에서 마주앉았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특검 측이 윤 전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데려가려 하고, 이에 실패하자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있던 윤 전 대통령의 팔과 다리를 잡은 채 의자를 밀어서 데리고 가려 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과 문홍주 특검보 사이 통화가 이뤄졌다고도 전했다. 문 특검보는 “자발적으로 오실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불법에는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양측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바닥에 떨어졌다고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의자가 확 빠지며 윤 전 대통령이 땅에 철썩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허리를 의자 다리에 부딪혔고 팔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팔이 빠질 것 같다, 제발 좀 놔달라’고 해서 강제력에서 겨우 벗어났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50분쯤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했으나, 피의자의 완강한 거부로 부상 등의 우려가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전 9시40분 집행을 중단했다”고 공지했다. 강제 집행 이후에도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 측의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 관계자 고발을 예고했다. 변호인단은 “형사적으로 강요죄이며 그 자체로 가혹행위”라며 “변호인들은 수차례 걸쳐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하더라도 물리력과 강제력을 행사해서 인치하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리 검토를 마친 뒤 집행에 참여한 사람들을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 특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피의자가 수감된 상황까지 고려해서 집행한 상황”이라며 “적법하게 영장을 집행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오늘 변호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에 변호인 들어와 있어 그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만료 기한인 7일에도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지 못하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기 바밨고, 법조계에서는 조사가 성립되더라도 혐의를 부인할테니 다른 키맨 수사에 몰두해 확실한 증거를 잡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한 만료까지 강제 구인 못해 “어차피 진술거부권 행사할 듯”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것을 두고 “특검은 물러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전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속옷 저항으로 버티던 윤석열의 완강한 거부에 이어 부상 우려가 있다며 또다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최고위원은 “국민에 총칼을 겨눴던 자에게 부상 우려가 웬 말인가”라며 “윤석열은 대한민국 공권력이 그리 만만한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당장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고 특검에 출두하라”며 “국민과 법을 기만하는 자에게 한 치의 관용도 베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검찰총장을 지낸 전직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누워서 버티고, 특검의 체포영장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국민이 뭘 배우겠나”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의 인격 수준이나 이런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수준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7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에 소속됐던 한 변호사는 “체포영장 집행 기간이 7일까지지만, 이미 집행에는 착수한 것이고 그 이후 중지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또한 국정농단 특검 당시에도 최순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 강제 구인도 쉽지 않았지만 체포영장을 다시 받아서 결국에 강제 구인에 성공했다. 이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당시 수사 팀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김건희 특검팀이 강제구인에 성공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을) 사무실까지 끌고 올 수 있어도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과거와 같이 조서에 날인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진술을 안 하거나 거짓말을 할 거라 꼭 조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주변인 조사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형사전문 변호사도 “재판도 안 나오는 사람을 강제로 끌고 간다고 입을 열진 않을 것”이라며 “인권 측면에서 보더라도 조사받기 싫다는 사람을 수사기관에 강제로 데려간다는 것 자체가 좋은 선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2차 체포 집행이 진행되는 날에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3가지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