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원세훈 뇌관' 실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6.25 10: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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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건설 털면 정권실세 나온다

[일요시사=사회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뇌물수수와 청탁 등 이른바 '스폰서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와 관련된 개인 비리만 수십 가지나 되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스폰서 기업'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금품 로비 의혹과 관련 황보건설 전 대표 황모씨가 구속된 가운데 또 다른 건설 비리 의혹이 불거져 사정당국이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수의계약 있었나

지난 17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복수 언론은 2010년 7월 있었던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1공구 토목공사와 관련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원 전 원장이 제1공구 토목공사에도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공사에는 수도권 중소 건설업체가 참여했는데 원 전 원장은 이 건설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현재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건이라 확인해 주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당국의 첩보망에 오른 건설사는 바로 W건설이다.

W건설은 지난 1994년 10월24일 설립된 전문건설업체다. 인천 지역 대표 전문건설업체인 W건설은 지난해 3월15일 부도를 맞았고, 같은 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10년 12월 기준 자본금은 33억원, 종합신용등급과 현금흐름등급에서 각각 BBB_(양호)와 CF3(양호)으로 기준점을 넘었다.

KSICON(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W건설은 지난 3년간 하도급 공사로만 395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원도급 계약까지 합하면 4373억원에 이른다. 중소건설업체 중 이 정도의 실적을 기록하는 업체는 흔치 않다.
그러나 수주한 공사 대부분이 관급공사였다. 2010년 4월1일부터 부도 직전까지 민간공사 수주 금액은 16억원에 불과했다.


W건설은 굵직한 도로·철도 공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삼척-동해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제4공구), 호남고속철도 제5-1공구 구조물 및 터널공사(4공구), 청주내덕(율량)-청원북일(북이) 일반도로 건설공사(2공구)는 물론이고, 인천도시철도2호선 205·212공구 건설공사,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919공구 토공구조물 공사에도 참여했다. 이 밖에 KSICON에서 확인된 것만 10건이 넘었다.

무엇보다 지난 2009년 착공한 1조2000억원 규모의 경인 아라뱃길 시설공사에서 W건설은 SK건설과 공동도급사 자격으로 제6공구의 준공을 맡았다. SK건설 컨소시엄은 SK건설이 40%의 지분을 가졌으며, 태영건설이 15%, W건설이 8%의 지분으로 파트너를 구성했다. 총 공사금액은 2654억원이었다.

완공된 아라뱃길 개통이 이뤄진 건 2012년 5월24일이다. 착공으로부터 3년여가 지난 시점. 그러나 W건설은 아라뱃길 개통을 두 달 앞두고 급작스런 부도를 맞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획부도 의혹이 일었다. 전문건설업체 중 일반건설업계의 현대건설 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는 W건설은 2008년께부터 차입금을 꾸준히 늘렸고 결국 예정된 부도를 맞았다는 것이다. 2010년까지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던 기업치고는 2년 사이 허망하게 문을 닫았다는 얘기도 있었다. 현재 경인 아라뱃길 공사에 참여한 복수 하도급업체는 공사 과정에서 원도급업체와 짜고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W건설과 관련한 의혹의 키는 결국 삼척그린파워발전소가 쥐고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황보건설의 경우처럼 원 전 원장이 발주처인 한국남부발전에 압력을 행사했는지가 먼저 밝혀져야 한다는 것.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원 전 원장의 관급공사 비리와 관련 하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 이상호 현 한국남부발전 사장을 소환, 하도급업체 선정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척파워그린발전소 토목공사와 관련하여 황보건설 뿐만 아니라 W건설도 수의계약을 맺었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복수 관계자가 증언한 것이라 상당한 신빙성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즉 하도급업체 선정 과정에서 W건설에 특혜가 주어졌다는 설명이다.


당시 1공구 시공을 맡은 업체는 두산중공업이며, 하도급업체로 참여를 희망한 업체는 '구산토건' '강산건설' '성보EnC' '조운건설' 등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관급공사서 두각 "특혜 의혹" 제기
4대강 공사 끝내고 돌연 문닫아…기획부도?

이중 한 건설사 관계자는 "W건설의 입찰과 관련 '내정되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었다"며 "다만 W건설이 입찰을 전후로 무리한 수주 때문에 머지않아 문을 닫을 것이라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건설사 측도 "2011년 1월 하도급업체 경쟁입찰에 7개가 업체가 참여한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상의 정확한 내막은 우리 입장에서 알 수 없다"며 "심사방식이 중도에 변경됐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전문건설협회의 반응도 비슷했다. 한 전문가는 W건설에 관한 질문을 받자 "아마 기사를 쓰려는 것 같은데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며 "W건설은 잘 알고 있지만 당시 계약이 수의였는지 최저가였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한 대기업 건설사 임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수백억원 규모의 공사에서) 수의계약은 이뤄질 리 없다"며 "원청업체가 최저가 입찰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 손해가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W건설은 삼척그린파워발전소 1공구 하도급업체로서 또 다른 도급업체를 공사에 끌어들였다가 건설협회 측의 제지를 받은 적이 있다. 애초부터 단독으로 진행하기에는 무리한 공사가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로비설 파다

W건설 전 대표 김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린(W건설) 수의계약이 아닌 저가입찰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는데 왜 자꾸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삼척과는 인연이 있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협력사로 뒤늦게 입찰에 뛰어들어 낙찰 받았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원세훈과는 일면식도 없고, 두산중공업과는 몇 년 전부터 협력관계에 있었는데 뭐가 문제냐"고 답했다. 원 전 원장 역시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로비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사건의 정확한 전모가 밝혀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청와대 표창' W건설 왜?


외압·청탁 있었나

지난 2010년 11월21일, W건설 직원 안모씨는 '제1회 건설기능인의 날' 행사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안씨는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추천했으며, 공적개요에는 "W건설, M건설 등에 종사하며 20년간 작업반장으로 재직하면서 많은 인원을 거느리고 인명사고 한번 없이 안전시공에 기여했다"고 쓰여 있다.

W건설 직원을 추천한 건설근로자공제회 측은 "W건설이 아닌 안씨 개인에게 준 것이며, 외부 심사위원 10여명이 선정한 것이므로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부 심사위원이면 더욱 청탁 가능성이 높지 않았었겠냐'는 질문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공적개요에 쓰인 M건설은 W건설 전 대표 김모씨가 1992년 1월 설립한 업체로 W건설의 전신이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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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