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다음 타깃은?" 롯데그룹 폭풍전야 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6.19 11: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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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캐비닛 열리니…신동빈이 떨고 있다

[일요시사=경제1팀] CJ그룹은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재계는 서슬퍼런 전방위 사정에 '초긴장' 상태다. 그중 유난히 '전전긍긍'하고 있는 그룹이 있다. MB정부 최대 수혜 롯데그룹이다. 이미 사정당국의 내사가 진행 중이며 그룹 총수에 대해선 소환이 시간문제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롯데그룹은 MB정권하에서 가장 수혜를 받은 기업으로 꼽힌다. 롯데는 MB정부하에서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잠실 제2롯데월드의 건축허가. 국방부가 항공기와 건물 충돌 가능성 등 비행 안전을 이유로 반대해 지난 10여년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잠실 제2롯데월드는 MB정부의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말 한마디에 초고속 신축허가가 났다.

부산롯데타운은 시작부터 특혜의혹에 휩싸였다. 부산시장이 직접 나서 주거시설을 허용하겠다는 특혜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으며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은 필요 부지를 마련해 주기 위해 국고를 낭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의혹 속에서도 부산롯데타운 건설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롯데타운은 부산 중구 중앙동 7가 20-1번지 일원에 건립 중으로 지하 8층~지상 107층, 58만여m²의 연면적을 자랑한다. 현재 백화점과 아쿠아몰은 공사를 완료하고 사용 중에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동은 지상 8층 골조공사 중이다. 107층 타워동은 지하 8층부터 지하 1층까지 골조공사를 완료하고 지하층 마감공사를 진행 중이다.

MB 한 마디에
날개 단 롯데

맥주사업 진출도 MB정권 지지를 받았다. 2010년 국세청이 앞장서서 주류 규제 완화를 추진했고 롯데는 별 무리 없이 맥주시장에 진출했다. 정부는 세종시 일부 땅을 맥주공장으로 내준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롯데칠성은 잠실 본사에 맥주사무실을 마련하고 인력 스카웃에 나섰으며 오는 10월 맥주 병입설비가 들어오면 생산테스트를 거쳐 연말경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면세점 사업도 논란의 중심이다. 롯데호텔은 지난 2010년 면세점 운영 사업자 AK글로벌(현 롯데DF글로벌) 지분 81%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 독과점 논란을 빚었다. 롯데호텔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승인을 받았고 관세청으로부터 '면세사업권' 승계 허가를 취득했다. 이는 신라호텔의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에 대한 승계 불허와 비교되며 특혜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이밖에 경남 김해유통단지, 대전시 롯데복합테마파크, 경기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이 특혜설에 휘말리면서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MB정부와 롯데그룹의 연결 고리를 장경작 전 롯데호텔 총괄대표(현 현대아산 사장)가 담당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장 전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동기동창으로 학창시절부터 친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전 대통령, 천실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속한 '61회'라는 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다.

롯데호텔은 '제2의 청와대'로 불리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안국포럼 시절과 2008년 정권 출범 직전까지 소공동 롯데호텔을 자주 활용했으며 대통령 당선 직후 '베이스캠프'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MB정부와의 밀월 관계를 통해 무섭게 성장했다. 2007년 말 46개사에 불과했던 롯데그룹의 계열사 수는 2011년 말 76개사로 크게 늘었다. 2008년 초 43조6790억원이었던 보유 자산 총액은 2012년 초 83조3050억원으로 늘었다. 5년 새 2배가 불어난 셈이다.

MB 정부가 절정의 권력을 행사하던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성장폭은 더 크다. 2009년 계열사 54개, 자산총액 48조9000억원이었던 롯데그룹은 1년 뒤인 2010년 계열사 60개, 자산총액 67조2000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재계 순위는 6~7위권에서 단숨에 5위권으로 뛰어 올랐다.

'땅 따먹기'도 수준급이다. 롯데그룹의 2008년 토지 보유액은 10조3153억원. 2011년 말 기준으로는 13조6245억원으로 10대 기업 중 토지 보유액 1위를 차지했다. 3년 사이에 무려 32.1%가 증가한 것이다.


MB정부 때 수혜 톡톡 '승승장구'
정권 바뀌고 이상기류 '사면초가'
국세청·공정위·감사원 '정조준'

잘 나가던 롯데그룹이 발목을 잡힌 때는 공교롭게로 MB정부 시대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롯데그룹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계열사를 통해 간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지난해 7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아무 역할도 없는 계열사를 거래 중간에 끼워 넣어 중간 마진을 챙기게 하는 계열사 부당지원, 이른바 '통행세'에 대한 첫 번째 제재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은 지난 2008년 10월 CD기 위주에서 ATM기 위주로 사업 모델 변경 및 확대 계획을 롯데그룹 최고 경영진에 보고하면서 ATM기를 구매할 제조사로 네오아이씨피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보고 중에 신 회장(당시 부회장)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던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을 중간에 끼워 넣을 것을 지시했다. 보일러제조 전문 회사인 롯데기공은 금융자동화기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공정위는 ATM 사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롯데기공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게 한 것은 재무상황이 어려운 롯데기공에 수익을 창출해 주려고 했던 것이라며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했다.

롯데피에스넷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2월 ATM과 운영프로그램을 공급받던 협력업체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롯데피에스넷 김모 대표이사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소업체 A사는 롯데피에스넷과 2008년 12월부터 A사가 개발한 ATM기와 ATM 운영프로그램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로 ATM 운영프로그램을 공급하면서 시스템 유지와 보수 서비스를 제공했다.

김씨는 그러나 ATM 시스템 유지 및 보수비용으로 지불하는 금액이 만만찮다고 판단해 A사에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하라고 여러 차례 강요, A사가 이를 거부하자 김씨는 부하직원 박모씨에게 A사 핵심 프로그램 소스를 빼내오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지주회사
롯데호텔 세무조사

박씨는 롯데피에스넷에 파견근무 중인 A사 직원 노트북에서 ATM 프로그램 소스를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이용해 몰래 빼낸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부당하게 빼낸 기밀을 열 차례에 걸쳐 변형해 부정하게 사용, A사 피해 예상금액이 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8월에는 롯데닷컴이 할인율을 허위 표시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롯데닷컴은 다운점퍼와 여성구두를 판매하면서 할인율이 0%임에도 출시가격을 종전판매가격으로 표시해 마치 대폭 할인한 것처럼 허위로 표시했다.

2010년 8월 출시 당시 19만8000원에 판매됐던 다운점퍼 가격이 이후 11만5000원으로 가격이 내렸지만 홈페이지 판매가격을 출고가격으로 계속 기재해 마치 42%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속이는 방법을 썼다. 여성구두도 인하가격 15만9000원 대신 출고가격 30만9000원으로 기재해 49% 할인되는 것처럼 표시했다. 이를 통해 롯데닷컴은 약 580만원의 부당한 판매수수료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롯데닷컴에 이 같은 허위 사실을 3일간 쇼핑몰 초기화면에 게시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이와 함께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 12월에는 롯데마트가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롯데마트는 서면계약 없이 파견인력을 사용하는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되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5000만원이 부과됐다.

롯데마트는 6개 납품업체의 직원 145명을 2008년 한 해 동안 자사 점포에서 판매업무를 하도록 하면서 특정매입 계약 관계에 있는 해당 업체와 서면계약을 맺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또 32개 납품업체와 직매입 거래를 하면서 물류업무 대행의 거래조건에 관한 서면계약을, 52개 납품업체와는 기본계약서를 일정기간 늦게 교부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당국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진 모양새다. 국세청은 지난 2월21일 롯데호텔을 대상으로 정기세무조사에 착수, 사측에 2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롯데호텔 조사에는 보통 대기업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 1, 2국 요원이 아닌 국제 거래조사국 소속 요원 30여 명이 투입돼 눈길을 끌었다.

팝콘 사업 철수
'눈 가리고 아웅'

그룹 내부거래와 전산자료를 관리하는 롯데정보통신에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 요원들을 보내 롯데호텔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롯데정보통신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나이스정보통신 등 '밴(Van)'사를 압박, 부당이득을 챙기다 적발되어 공정위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통신망을 구축해 신용카드 결제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다. 밴사는 카드사로부터 카드 거래 1건당 수수료를 받아 이중 일부를 대형가맹점에 전산유지비 명목으로 지급한다.

롯데호텔은 호텔·면세점·잠실롯데월드어드벤처 테마파크·골프장 사업 등을 모두 도맡고 있으며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사실상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나 다름없다. 롯데호텔의 세무조사가 그룹 계열사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감사원은 4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배우자·자녀·손자 등이 자신들의 회사를 설립한 뒤 롯데 직영영화관 내에 수의계약을 통해 낮은 임대료로 매장을 냈다고 밝혔다. 또 총수 일가들이 수익성이 높은 영화관 매점 사업권을 따내 운영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의 현금배당과 주가상승 이익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롯데가 2∼3세들은 부모 회사의 힘을 빌려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벌이를 했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딸 장선윤씨는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을 롯데백화점 지점에 잇따라 입점하고 낮은 판매수수료를 내는 등 특혜 의혹을 받았다. 장씨는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포숑' 사업을 철수했지만 뒤이어 장씨의 남편인 양성욱씨가 지난해 독일 프리미엄 생활용품 브랜드 '포이달'을 비롯한 생활용품을 롯데백화점에 들여와 팔았다.

또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모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유원실업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 롯데시네마에서 팝콘과 음료수를 파는 매점을 독점 운영했다. 롯데시네마 수도권 점에서 팝콘 매장을 운영하는 시네마통상 최대주주는 신영자 사장(33%)이다. 신 총괄회장의 동생 경애(5.44%)·선호씨(5.44%) 지분도 있다.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는 영화관 매점사업을 운영 중인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과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 2월 서둘러 계약을 해지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27일 롯데그룹 계열 대홍기획의 남대문로 본사를 현장조사했다. 공정위는 대홍기획이 하도급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깎거나 대금을 늦게 지급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홍기획은 지난 2008년에도 광고대행사 중 처음으로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롯데는 국내 대형 유통그룹 가운데 공정거래법을 가장 많이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건수는 총 34건으로 신세계(5회)와 현대백화점(7회)보다 월등히 많았다. 공정위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그룹에 내린 제재는 시정명령 20건과 과태료·과징금 부과 12건, 고발 2건 등이다.

오너 2∼3세들 부모 회사 덕에 '훨훨'
줄줄이 대표이사 사임…소나기 피하기?

롯데그룹은 내부거래 비중도 높다. 76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롯데그룹의 일감은 오너일가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 유원실업에 몰려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최근 이들 회사와의 매점사업 계약을 해지하면서 논란은 해소됐다.

그러나 롯데상사와 롯데정보통신, 대홍기획, 롯데닷컴, 롯데후레쉬델리카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롯데그룹 계열사는 한 둘이 아니다.

롯데상사는 2011년 매출 9994억원 가운데 6510억원(65%)을 롯데쇼핑(2369억원), 롯데삼강(2003억원), 웰가(545억원), 롯데칠성음료(537억원), 롯데후레쉬델리카(271억원), 롯데제과(238억원), 롯데리아(220억원) 등에서 올렸다.

롯데정보통신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담당하면서 2011년 매출 4626억원 중 3649억원을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같은 기간 대홍기업은 2321억원 중 1550억원(67%)을, 롯데닷컴은 1746억원 중 1155억원(66%)를, 롯데후레쉬델리카는 731억원 중 685억원(95%)을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자 롯데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5월2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5월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근절하려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움직임에 대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계열사
밀고 당기고

하지만 빈말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라는 것.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월22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롯데제과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서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에서만 물러났다. 당시 업계는 정부가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쇼핑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롯데시네마 매점사업을 직영 전환한 것을 두고도 사정당국 수사에 대한 롯데의 선제 조치라는 얘기도 있다.

재계는 롯데가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해도 쉽게 믿어주지 않을 분위기다. 벼랑 끝에 몰린 롯데가 실추된 이미지 회복을 위해 어떤 행보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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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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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