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전두환 비자금' 은닉 시나리오4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6.17 12: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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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모퉁이만 뒤지면 '검은돈' 나온다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둘러싸고 국민적 공분이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그의 장남 전재국씨가 해외에 유령회사를 설립, 관련 계좌로 돈을 빼돌리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전 전 대통령의 숨겨둔 비자금을 찾기 위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이자 시공사 대표인 전재국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워 자금을 빼돌렸다는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이제 관심은 전 전 대통령의 숨겨진 비자금으로 모이고 있다.

장남 전재국
비자금 빼돌렸나

그 도화선은 <뉴스타파?가 당겼다. 비영리 독립언론인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개설한 한국인 명단을 발표했다. 그 명단에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은 모두 1672억원. 그러나 추징 시효를 불과 4개월여 남긴 지금까지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외에서 '전두환 일가'의 재산 은닉 정황이 포착됐다. 베일에 가려있던 비자금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은 '전두환 미납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발족했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를 위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4일 채동욱 검찰총장은 정례 간부회의를 통해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라"며 철저한 추징을 주문했다. 또 전담팀을 총괄하는 유승준 대검 집행과장은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국내 및 해외를 포함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최대한 추징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야말로 "신발 하나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이었다.

1672억 추징시효 4개월 남자 국민적 공분
검찰 비자금 환수 전담팀 발족 본격 수사

이틀 뒤인 6일 <뉴스타파>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장남 재국씨는 지난 2004년 7월28일 BVI에 ‘블루아도니스(Blue Adonis)’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재국씨는 블루아도니스의 단독 등기이사이자 주주로 등재됐으며 등록 주소지는 해외였다. 그러나 이사회 결의서에는 주소지가 한국으로 기재돼 있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시공사가 블루아도니스의 실주소지였던 것이다.

같은 해 재국씨는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블루아도니스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 그리고 블루아도니스의 회계 관리와 행정 업무를 싱가포르 지점에 위탁했다. 더불어 블루아도니스의 모든 내부 자료를 해당 지점에서 보관토록 조치했다. 이는 재국씨 자신이 본인의 자금 거래 내역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재국씨는 비자금 창구로 의심받고 있는 블루아도니스를 유지하기 위해 설립 대행사인 PTN에 계속해서 수수료를 지불했다. 2004년 9월 페이퍼컴퍼니 등록비용인 미화 850달러를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2월에는 PTN 명의의 은행계좌에 블루아도니스라는  이름으로 미화 1210달러를 입금했다.

이는 재국씨가 해명자료를 통해 밝혔던 내용, "1989년 미국 유학을 일시 중지하고 귀국할 당시 가지고 있던 학비와 생활비 등을 은행의 권유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해외 비밀계좌를 개설한 시점은 과거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나온 '검은돈', 73억원이 그의 동생 전재용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확인된 시기와 일치한다. 즉 국내에서 전두환 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자 이를 재국씨가 사전에 인지하고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아랍은행 서울지점으로부터 재국씨와 관련한 자료를 입수해 분석에 한창이다. 재국씨가 아버지인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아랍은행으로 송금한 경위를 조사 중인 것.

비자금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재국씨는 최소 6년 이상 블루아도니스를 소유했고, 이 회사와 연결된 싱가포르 지점 계좌를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전재용
비자금 관리했나

블루아도니스의 실주소지인 서울 서초동 시공사 사옥 역시 '전두환 비자금'이 흘러간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사옥 터인 서초동 땅 200여 평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기부를 약속했던 땅. 그러나 장남 재국씨는 이 터를 밑천 삼아 시공사를 차린 뒤 해마다 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시공사는 을지서적 등 대형 서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자금력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배경에 '전두환 비자금'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또 재국씨는 본인과 가족 명의로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휴양지 중 국내 최대 규모인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는 재국씨와 아내, 딸 이렇게 세 사람의 공동명의로 돼있다. 임진강을 끼고 있는 금싸라기 땅에 세워진 허브빌리지는 모두 5만7000여㎡ 규모로 시세는 약 200억원에 달한다.

재국씨가 땅을 매입한 2004년 당시 1평당 3762원에 거래됐던 허브빌리지는 올해 36만3000원으로 9년새 100배 가까이 땅값이 뛰었다. 현재 허브빌리지에는 객실 40개 규모의 펜션을 포함한 건물이 도합 20여 채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재국씨는 서울 평창동의 시공아트스페이스를 소유하고 있는데 추정 시세는 60억원에 이른다. 재국씨는 지난 2002년 6월부터 8월까지 인근 부지 1000여㎡를 매입해 이듬해에 리모델링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의 통장 잔액은 29만원. 그러나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시공사 지분과 부동산 등 파악된 재산만 따져도 대략 500억원을 상회한다. 재국씨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1-1번지 땅과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일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비자금 있다면 어디에…
유령법인 통해 해외로?

차남 재용씨 역시 400억원대의 재력가로 전해진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땅과 형 소유의 서초동 땅 지분 일부를 갖고 있는 재용씨는 경기도 용인과 오산 땅을 매매하면서 3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려 '비자금 편법 증여' 의혹을 샀다.

당시 재용씨는 자신의 외삼촌에게서 오산 땅을 시세보다 낮은 28억원이라는 헐값에 샀다. 그리고 이 땅을 2년 만에 A건설사에 400억원에 되팔았다. 무려 372억원의 이득을 올린 셈. 그러나 재용씨는 이중 60억원만 받고, 나머지 340억원에 대해선 A사 소유의 용인 땅에 수익권을 설정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2008년 수익권을 소유한 용인 땅이 팔리면서 재용씨는 299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앞서 재용씨에게 오산 땅을 팔았던 이창석씨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전두환 금고지기'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2004년 재용씨가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됐을 때 이씨는 A사에게서 용인 땅의 수익권을 넘겨받았다.

이 A사 역시 전두환 비자금에 연루된 기업으로 의심받고 있다. A사는 재용씨에게서 오산 땅을 사들일 당시 시세보다 100억원의 웃돈을 얻어주고 땅을 매입했다. 재용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비엘에셋' 소유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건물 3채도 가족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재용씨는 지난 2000년 외조부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국민주택채권 2771장을 받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자금추적을 통해 채권 1013장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임을 밝혀냈다. 2000년 기준 채권 1013장의 환산 가치는 약 73억원으로 추정된다.

재용씨는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채권을 두 곳의 대여금고에 타인 명의로 보관했다. 이 과정에서 재용씨는 노숙인 명의를 도용,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또 채권의 일부를 판매한 뒤 남은 차익을 사채업자들이 운영하는 7개의 차명계좌에 분산해 입금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더욱 놀라운 건 재용씨의 해명이었다. 그는 검찰에 의해 불법증여 사실이 발각되자 "외조부에게 맡겨 놨던 결혼 축의금 18억원이 불어난 것"이라며 "맡겨놨던 돈을 다시 돌려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실제 재판에서는 증여받은 2771장의 채권 중 1013장의 불법증여 사실만 인정됐다. 남은 1758장의 채권은 고스란히 재용씨의 몫으로 남았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3남 전재만씨의 재산도 형들 못지않다. 그의 재산은 1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는데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8층짜리 빌딩이 재만씨 소유로 돼있다. 이 빌딩의 시가는 현재 120억원으로 평가받는다. 또 재만씨 부인인 이윤혜씨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빌라는 2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호화빌라는 사실상 재만씨의 재산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재만씨는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진 100억원가량의 국채도 갖고 있다. 더불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1000억원 상당의 와이너리(포도 농장)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계산으로도 1245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장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 3남 재만씨의 재산을 더하면 최소 2000억원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여기에 장녀 전효선씨가 매입한 경기도 안양의 땅과 건물, 동생 전경환씨와 그의 처 손춘지씨가 숨겨둔 재산 등까지 합하면 석연찮은 재산은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

처남 이창석
비자금 알고 있나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연루된 인물은 알려진 것만 50여명.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입을 닫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남은 정확한 비자금이 얼마인지, 전 전 대통령의 차명 계좌가 얼마나 더 있는지를 추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가 대략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과거 9500억원을 조성했으니 이보다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란 계산이다. 그리고 이 비자금은 모두 전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그의 '심복들'에게 골고루 돌아갔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씨는 전두환 비자금에 깊숙이 개입된 인물로 불린다. 이른바 '비자금 관리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는 재용씨와의 땅 거래, 효선씨와의 부동산 거래 등에 관여했으며 지난 2003년에는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별채를 사들여 의혹을 샀다.

전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연희동 자택은 본채와 별채로 각각 구분돼 있다. 1987년까지 연희동 자택은 재용씨의 외조부이자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인 이 전 회장 소유였다. 그러나 1987년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그의 장인은 자신의 딸 이순자씨에게 본채를 양도했다. 또 전 전 대통령에게 별채를 양도했다. 얼마 뒤 추징금 납부를 위해 전 전 대통령 소유 별채가 경매에 나왔다.

경매가 이뤄을 당시 감정가는 7억6449만원. 하지만 이씨는 이 별채를 16억4800만원에 사들였다. 시세보다 2배는 높은 가격에 건물을 매입한 것이다. 이씨는 자신의 누나인 순자씨와 전 전 대통령이 연희동 자택에서 그대로 살 수 있도록 해당 건물을 비싼 값에 낙찰 받았다.

이씨는 지난 4월 이 별채를 3남인 재만씨 부인에게 12억원에 또 다시 매도했다. 자신이 매입했을 때보다 4억원이나 낮은 가격에 내놓은 것이다. 이 수상한 거래에 사용된 돈은 모두 '전두환 비자금'의 일부로 여겨진다. 이렇듯 이씨가 국내에서 관리하고 있는 비자금이 얼마나 더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씨가 전두환 비자금의 행방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분명하다.

아들 등 친인척에 맡겨?
측근 심복들 차명으로?
모처에 현금·금괴 매장?

이밖에도 <한겨레>가 최근 공개한 '잊지 말자 전두환 사전'에 따르면 김상구, 김승웅, 손영숙, 손영애, 오세철, 이규승, 이신자, 이정순, 장성희, 전기환, 전석규, 전순환, 전승규, 전우환, 전응규, 전재환, 전창환, 정도경, 정한진, 조일천, 진재화, 최정국, 홍순두, 홍정녀, 황흥식 등이 전 전 대통령과 친인척 관계로 비자금의 행방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친인척 외에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인물은 더 있다.

과거 재용씨와 동업 관계였던 강신학씨는 재용씨의 채권 은닉과 연관돼 있으며, 강은영씨는 전 전 대통령의 자금세탁과 관련 명의를 빌려 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경호실 출신의 김종상씨, 고양배씨. 사채업자 김명현씨, 김영복씨, 장현규씨, 김성호씨, 김승환씨 등도 배후에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한 인물로 꼽힌다.

법원에서 뇌물방조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성용욱 전 국세청장과 안무혁 전 안기부장. 재용씨를 대신해 빌라를 구입했던 류봉수씨. 지난 1996년 수사 당시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 압수수색을 받았던 청와대 재무관 출신의 김철기씨, 민정기씨, 장해석씨 등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60여억원을 현금으로 보관했으나 불기소 처분된 전례가 있다. 전 전 대통령의 개인비서관 이택수씨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었던 이학봉씨, 인터넷보안업체 웨어밸리 대표이사 손삼수씨 등도 꾸준히 비자금과 관련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안현태 전 경호실장은 비자금 가운데 30억원과 10억원을 용돈으로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인물로 지목된다.

이중 안 전 실장은 세상을 떠나 현재 국립묘지에 안장돼있다. 남은 건 '각하의 오른팔'로 불렸던 장 전 부장뿐. 그러나 그는 최소 수천억원으로 추정되는 비자금의 행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장 전 부장을 비롯한 하나회 출신 인사들은 지금도 연희동 자택에서 종종 회동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모임에 참석한 인물들 역시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자금 성격의 재산을 내려 받았을 공산이 크다. 이들의 치밀한 수법을 고려했을 때 본인 명의의 예금보다는 차명의 부동산이나 무기명 채권 등으로 재산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 관계자는 보고 있다. 

또 재만씨의 장인이자 전 전 대통령과 사돈지간인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도 요주의 인물. 이 이 회장이 전 전 대통령의 옥살이 중 비자금을 돌봐왔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전 전 대통령이 이 회장을 통해 자신의 비자금을 미리 미국 등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남은 시간 4개월
잡을테면 잡아봐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필요할 땐 압수수색도 불사하겠다며 수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압수수색 얘기가 나오자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순자씨는 2백억원을 대통령 대신 헌납한 바 있다. 자택 압수수색은 그만큼 전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이라는 설명이다.

검찰 입장에서도 전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몇 만원의 현금이라도 추징할 경우 시효는 다시 3년 연장된다. 만료 시효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압수수색 카드는 여러모로 효용성이 높다는 판단.

풍문으로는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 금괴가 있다" "차명으로 거래된 땅문서가 지하 비밀창고에 존재한다" 등의 증언이 나온다. 워낙 그 수법이 다양해 자택 안에도 비자금을 숨겨 놨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압수수색만 없다면 자택 안에 비자금을 보관하는 것만큼 안전한 대처도 없다.

결국 검찰을 비롯한 당국의 수사의지가 이번 추징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이건 그의 자택 안을 확인하자는 얘기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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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