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전두환 비자금' 은닉 시나리오4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6.17 12: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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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모퉁이만 뒤지면 '검은돈' 나온다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둘러싸고 국민적 공분이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그의 장남 전재국씨가 해외에 유령회사를 설립, 관련 계좌로 돈을 빼돌리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전 전 대통령의 숨겨둔 비자금을 찾기 위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이자 시공사 대표인 전재국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워 자금을 빼돌렸다는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이제 관심은 전 전 대통령의 숨겨진 비자금으로 모이고 있다.

장남 전재국
비자금 빼돌렸나

그 도화선은 <뉴스타파?가 당겼다. 비영리 독립언론인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개설한 한국인 명단을 발표했다. 그 명단에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은 모두 1672억원. 그러나 추징 시효를 불과 4개월여 남긴 지금까지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외에서 '전두환 일가'의 재산 은닉 정황이 포착됐다. 베일에 가려있던 비자금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은 '전두환 미납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발족했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를 위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4일 채동욱 검찰총장은 정례 간부회의를 통해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라"며 철저한 추징을 주문했다. 또 전담팀을 총괄하는 유승준 대검 집행과장은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국내 및 해외를 포함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최대한 추징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야말로 "신발 하나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이었다.

1672억 추징시효 4개월 남자 국민적 공분
검찰 비자금 환수 전담팀 발족 본격 수사

이틀 뒤인 6일 <뉴스타파>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장남 재국씨는 지난 2004년 7월28일 BVI에 ‘블루아도니스(Blue Adonis)’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재국씨는 블루아도니스의 단독 등기이사이자 주주로 등재됐으며 등록 주소지는 해외였다. 그러나 이사회 결의서에는 주소지가 한국으로 기재돼 있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시공사가 블루아도니스의 실주소지였던 것이다.

같은 해 재국씨는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블루아도니스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 그리고 블루아도니스의 회계 관리와 행정 업무를 싱가포르 지점에 위탁했다. 더불어 블루아도니스의 모든 내부 자료를 해당 지점에서 보관토록 조치했다. 이는 재국씨 자신이 본인의 자금 거래 내역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재국씨는 비자금 창구로 의심받고 있는 블루아도니스를 유지하기 위해 설립 대행사인 PTN에 계속해서 수수료를 지불했다. 2004년 9월 페이퍼컴퍼니 등록비용인 미화 850달러를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2월에는 PTN 명의의 은행계좌에 블루아도니스라는  이름으로 미화 1210달러를 입금했다.

이는 재국씨가 해명자료를 통해 밝혔던 내용, "1989년 미국 유학을 일시 중지하고 귀국할 당시 가지고 있던 학비와 생활비 등을 은행의 권유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해외 비밀계좌를 개설한 시점은 과거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나온 '검은돈', 73억원이 그의 동생 전재용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확인된 시기와 일치한다. 즉 국내에서 전두환 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자 이를 재국씨가 사전에 인지하고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아랍은행 서울지점으로부터 재국씨와 관련한 자료를 입수해 분석에 한창이다. 재국씨가 아버지인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아랍은행으로 송금한 경위를 조사 중인 것.

비자금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재국씨는 최소 6년 이상 블루아도니스를 소유했고, 이 회사와 연결된 싱가포르 지점 계좌를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전재용
비자금 관리했나

블루아도니스의 실주소지인 서울 서초동 시공사 사옥 역시 '전두환 비자금'이 흘러간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사옥 터인 서초동 땅 200여 평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기부를 약속했던 땅. 그러나 장남 재국씨는 이 터를 밑천 삼아 시공사를 차린 뒤 해마다 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시공사는 을지서적 등 대형 서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자금력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배경에 '전두환 비자금'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또 재국씨는 본인과 가족 명의로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휴양지 중 국내 최대 규모인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는 재국씨와 아내, 딸 이렇게 세 사람의 공동명의로 돼있다. 임진강을 끼고 있는 금싸라기 땅에 세워진 허브빌리지는 모두 5만7000여㎡ 규모로 시세는 약 200억원에 달한다.

재국씨가 땅을 매입한 2004년 당시 1평당 3762원에 거래됐던 허브빌리지는 올해 36만3000원으로 9년새 100배 가까이 땅값이 뛰었다. 현재 허브빌리지에는 객실 40개 규모의 펜션을 포함한 건물이 도합 20여 채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재국씨는 서울 평창동의 시공아트스페이스를 소유하고 있는데 추정 시세는 60억원에 이른다. 재국씨는 지난 2002년 6월부터 8월까지 인근 부지 1000여㎡를 매입해 이듬해에 리모델링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의 통장 잔액은 29만원. 그러나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시공사 지분과 부동산 등 파악된 재산만 따져도 대략 500억원을 상회한다. 재국씨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1-1번지 땅과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일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비자금 있다면 어디에…
유령법인 통해 해외로?

차남 재용씨 역시 400억원대의 재력가로 전해진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땅과 형 소유의 서초동 땅 지분 일부를 갖고 있는 재용씨는 경기도 용인과 오산 땅을 매매하면서 3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려 '비자금 편법 증여' 의혹을 샀다.

당시 재용씨는 자신의 외삼촌에게서 오산 땅을 시세보다 낮은 28억원이라는 헐값에 샀다. 그리고 이 땅을 2년 만에 A건설사에 400억원에 되팔았다. 무려 372억원의 이득을 올린 셈. 그러나 재용씨는 이중 60억원만 받고, 나머지 340억원에 대해선 A사 소유의 용인 땅에 수익권을 설정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2008년 수익권을 소유한 용인 땅이 팔리면서 재용씨는 299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앞서 재용씨에게 오산 땅을 팔았던 이창석씨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전두환 금고지기'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2004년 재용씨가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됐을 때 이씨는 A사에게서 용인 땅의 수익권을 넘겨받았다.

이 A사 역시 전두환 비자금에 연루된 기업으로 의심받고 있다. A사는 재용씨에게서 오산 땅을 사들일 당시 시세보다 100억원의 웃돈을 얻어주고 땅을 매입했다. 재용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비엘에셋' 소유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건물 3채도 가족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재용씨는 지난 2000년 외조부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국민주택채권 2771장을 받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자금추적을 통해 채권 1013장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임을 밝혀냈다. 2000년 기준 채권 1013장의 환산 가치는 약 73억원으로 추정된다.

재용씨는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채권을 두 곳의 대여금고에 타인 명의로 보관했다. 이 과정에서 재용씨는 노숙인 명의를 도용,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또 채권의 일부를 판매한 뒤 남은 차익을 사채업자들이 운영하는 7개의 차명계좌에 분산해 입금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더욱 놀라운 건 재용씨의 해명이었다. 그는 검찰에 의해 불법증여 사실이 발각되자 "외조부에게 맡겨 놨던 결혼 축의금 18억원이 불어난 것"이라며 "맡겨놨던 돈을 다시 돌려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실제 재판에서는 증여받은 2771장의 채권 중 1013장의 불법증여 사실만 인정됐다. 남은 1758장의 채권은 고스란히 재용씨의 몫으로 남았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3남 전재만씨의 재산도 형들 못지않다. 그의 재산은 1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는데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8층짜리 빌딩이 재만씨 소유로 돼있다. 이 빌딩의 시가는 현재 120억원으로 평가받는다. 또 재만씨 부인인 이윤혜씨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빌라는 2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호화빌라는 사실상 재만씨의 재산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재만씨는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진 100억원가량의 국채도 갖고 있다. 더불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1000억원 상당의 와이너리(포도 농장)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계산으로도 1245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장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 3남 재만씨의 재산을 더하면 최소 2000억원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여기에 장녀 전효선씨가 매입한 경기도 안양의 땅과 건물, 동생 전경환씨와 그의 처 손춘지씨가 숨겨둔 재산 등까지 합하면 석연찮은 재산은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

처남 이창석
비자금 알고 있나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연루된 인물은 알려진 것만 50여명.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입을 닫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남은 정확한 비자금이 얼마인지, 전 전 대통령의 차명 계좌가 얼마나 더 있는지를 추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가 대략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과거 9500억원을 조성했으니 이보다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란 계산이다. 그리고 이 비자금은 모두 전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그의 '심복들'에게 골고루 돌아갔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씨는 전두환 비자금에 깊숙이 개입된 인물로 불린다. 이른바 '비자금 관리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는 재용씨와의 땅 거래, 효선씨와의 부동산 거래 등에 관여했으며 지난 2003년에는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별채를 사들여 의혹을 샀다.

전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연희동 자택은 본채와 별채로 각각 구분돼 있다. 1987년까지 연희동 자택은 재용씨의 외조부이자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인 이 전 회장 소유였다. 그러나 1987년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그의 장인은 자신의 딸 이순자씨에게 본채를 양도했다. 또 전 전 대통령에게 별채를 양도했다. 얼마 뒤 추징금 납부를 위해 전 전 대통령 소유 별채가 경매에 나왔다.

경매가 이뤄을 당시 감정가는 7억6449만원. 하지만 이씨는 이 별채를 16억4800만원에 사들였다. 시세보다 2배는 높은 가격에 건물을 매입한 것이다. 이씨는 자신의 누나인 순자씨와 전 전 대통령이 연희동 자택에서 그대로 살 수 있도록 해당 건물을 비싼 값에 낙찰 받았다.

이씨는 지난 4월 이 별채를 3남인 재만씨 부인에게 12억원에 또 다시 매도했다. 자신이 매입했을 때보다 4억원이나 낮은 가격에 내놓은 것이다. 이 수상한 거래에 사용된 돈은 모두 '전두환 비자금'의 일부로 여겨진다. 이렇듯 이씨가 국내에서 관리하고 있는 비자금이 얼마나 더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씨가 전두환 비자금의 행방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분명하다.

아들 등 친인척에 맡겨?
측근 심복들 차명으로?
모처에 현금·금괴 매장?

이밖에도 <한겨레>가 최근 공개한 '잊지 말자 전두환 사전'에 따르면 김상구, 김승웅, 손영숙, 손영애, 오세철, 이규승, 이신자, 이정순, 장성희, 전기환, 전석규, 전순환, 전승규, 전우환, 전응규, 전재환, 전창환, 정도경, 정한진, 조일천, 진재화, 최정국, 홍순두, 홍정녀, 황흥식 등이 전 전 대통령과 친인척 관계로 비자금의 행방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친인척 외에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인물은 더 있다.

과거 재용씨와 동업 관계였던 강신학씨는 재용씨의 채권 은닉과 연관돼 있으며, 강은영씨는 전 전 대통령의 자금세탁과 관련 명의를 빌려 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경호실 출신의 김종상씨, 고양배씨. 사채업자 김명현씨, 김영복씨, 장현규씨, 김성호씨, 김승환씨 등도 배후에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한 인물로 꼽힌다.

법원에서 뇌물방조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성용욱 전 국세청장과 안무혁 전 안기부장. 재용씨를 대신해 빌라를 구입했던 류봉수씨. 지난 1996년 수사 당시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 압수수색을 받았던 청와대 재무관 출신의 김철기씨, 민정기씨, 장해석씨 등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60여억원을 현금으로 보관했으나 불기소 처분된 전례가 있다. 전 전 대통령의 개인비서관 이택수씨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었던 이학봉씨, 인터넷보안업체 웨어밸리 대표이사 손삼수씨 등도 꾸준히 비자금과 관련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안현태 전 경호실장은 비자금 가운데 30억원과 10억원을 용돈으로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인물로 지목된다.

이중 안 전 실장은 세상을 떠나 현재 국립묘지에 안장돼있다. 남은 건 '각하의 오른팔'로 불렸던 장 전 부장뿐. 그러나 그는 최소 수천억원으로 추정되는 비자금의 행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장 전 부장을 비롯한 하나회 출신 인사들은 지금도 연희동 자택에서 종종 회동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모임에 참석한 인물들 역시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자금 성격의 재산을 내려 받았을 공산이 크다. 이들의 치밀한 수법을 고려했을 때 본인 명의의 예금보다는 차명의 부동산이나 무기명 채권 등으로 재산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 관계자는 보고 있다. 

또 재만씨의 장인이자 전 전 대통령과 사돈지간인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도 요주의 인물. 이 이 회장이 전 전 대통령의 옥살이 중 비자금을 돌봐왔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전 전 대통령이 이 회장을 통해 자신의 비자금을 미리 미국 등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남은 시간 4개월
잡을테면 잡아봐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필요할 땐 압수수색도 불사하겠다며 수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압수수색 얘기가 나오자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순자씨는 2백억원을 대통령 대신 헌납한 바 있다. 자택 압수수색은 그만큼 전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이라는 설명이다.

검찰 입장에서도 전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몇 만원의 현금이라도 추징할 경우 시효는 다시 3년 연장된다. 만료 시효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압수수색 카드는 여러모로 효용성이 높다는 판단.

풍문으로는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 금괴가 있다" "차명으로 거래된 땅문서가 지하 비밀창고에 존재한다" 등의 증언이 나온다. 워낙 그 수법이 다양해 자택 안에도 비자금을 숨겨 놨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압수수색만 없다면 자택 안에 비자금을 보관하는 것만큼 안전한 대처도 없다.

결국 검찰을 비롯한 당국의 수사의지가 이번 추징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이건 그의 자택 안을 확인하자는 얘기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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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