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전두환 비자금' 은닉 시나리오4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6.17 12: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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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모퉁이만 뒤지면 '검은돈' 나온다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둘러싸고 국민적 공분이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그의 장남 전재국씨가 해외에 유령회사를 설립, 관련 계좌로 돈을 빼돌리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전 전 대통령의 숨겨둔 비자금을 찾기 위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이자 시공사 대표인 전재국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워 자금을 빼돌렸다는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이제 관심은 전 전 대통령의 숨겨진 비자금으로 모이고 있다.

장남 전재국
비자금 빼돌렸나

그 도화선은 <뉴스타파?가 당겼다. 비영리 독립언론인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개설한 한국인 명단을 발표했다. 그 명단에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은 모두 1672억원. 그러나 추징 시효를 불과 4개월여 남긴 지금까지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외에서 '전두환 일가'의 재산 은닉 정황이 포착됐다. 베일에 가려있던 비자금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은 '전두환 미납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발족했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를 위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4일 채동욱 검찰총장은 정례 간부회의를 통해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라"며 철저한 추징을 주문했다. 또 전담팀을 총괄하는 유승준 대검 집행과장은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국내 및 해외를 포함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최대한 추징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야말로 "신발 하나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이었다.

1672억 추징시효 4개월 남자 국민적 공분
검찰 비자금 환수 전담팀 발족 본격 수사

이틀 뒤인 6일 <뉴스타파>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장남 재국씨는 지난 2004년 7월28일 BVI에 ‘블루아도니스(Blue Adonis)’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재국씨는 블루아도니스의 단독 등기이사이자 주주로 등재됐으며 등록 주소지는 해외였다. 그러나 이사회 결의서에는 주소지가 한국으로 기재돼 있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시공사가 블루아도니스의 실주소지였던 것이다.

같은 해 재국씨는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블루아도니스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 그리고 블루아도니스의 회계 관리와 행정 업무를 싱가포르 지점에 위탁했다. 더불어 블루아도니스의 모든 내부 자료를 해당 지점에서 보관토록 조치했다. 이는 재국씨 자신이 본인의 자금 거래 내역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재국씨는 비자금 창구로 의심받고 있는 블루아도니스를 유지하기 위해 설립 대행사인 PTN에 계속해서 수수료를 지불했다. 2004년 9월 페이퍼컴퍼니 등록비용인 미화 850달러를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2월에는 PTN 명의의 은행계좌에 블루아도니스라는  이름으로 미화 1210달러를 입금했다.

이는 재국씨가 해명자료를 통해 밝혔던 내용, "1989년 미국 유학을 일시 중지하고 귀국할 당시 가지고 있던 학비와 생활비 등을 은행의 권유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해외 비밀계좌를 개설한 시점은 과거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나온 '검은돈', 73억원이 그의 동생 전재용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확인된 시기와 일치한다. 즉 국내에서 전두환 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자 이를 재국씨가 사전에 인지하고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아랍은행 서울지점으로부터 재국씨와 관련한 자료를 입수해 분석에 한창이다. 재국씨가 아버지인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아랍은행으로 송금한 경위를 조사 중인 것.

비자금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재국씨는 최소 6년 이상 블루아도니스를 소유했고, 이 회사와 연결된 싱가포르 지점 계좌를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전재용
비자금 관리했나

블루아도니스의 실주소지인 서울 서초동 시공사 사옥 역시 '전두환 비자금'이 흘러간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사옥 터인 서초동 땅 200여 평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기부를 약속했던 땅. 그러나 장남 재국씨는 이 터를 밑천 삼아 시공사를 차린 뒤 해마다 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시공사는 을지서적 등 대형 서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자금력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배경에 '전두환 비자금'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또 재국씨는 본인과 가족 명의로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휴양지 중 국내 최대 규모인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는 재국씨와 아내, 딸 이렇게 세 사람의 공동명의로 돼있다. 임진강을 끼고 있는 금싸라기 땅에 세워진 허브빌리지는 모두 5만7000여㎡ 규모로 시세는 약 200억원에 달한다.

재국씨가 땅을 매입한 2004년 당시 1평당 3762원에 거래됐던 허브빌리지는 올해 36만3000원으로 9년새 100배 가까이 땅값이 뛰었다. 현재 허브빌리지에는 객실 40개 규모의 펜션을 포함한 건물이 도합 20여 채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재국씨는 서울 평창동의 시공아트스페이스를 소유하고 있는데 추정 시세는 60억원에 이른다. 재국씨는 지난 2002년 6월부터 8월까지 인근 부지 1000여㎡를 매입해 이듬해에 리모델링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의 통장 잔액은 29만원. 그러나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시공사 지분과 부동산 등 파악된 재산만 따져도 대략 500억원을 상회한다. 재국씨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1-1번지 땅과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일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비자금 있다면 어디에…
유령법인 통해 해외로?

차남 재용씨 역시 400억원대의 재력가로 전해진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땅과 형 소유의 서초동 땅 지분 일부를 갖고 있는 재용씨는 경기도 용인과 오산 땅을 매매하면서 3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려 '비자금 편법 증여' 의혹을 샀다.

당시 재용씨는 자신의 외삼촌에게서 오산 땅을 시세보다 낮은 28억원이라는 헐값에 샀다. 그리고 이 땅을 2년 만에 A건설사에 400억원에 되팔았다. 무려 372억원의 이득을 올린 셈. 그러나 재용씨는 이중 60억원만 받고, 나머지 340억원에 대해선 A사 소유의 용인 땅에 수익권을 설정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2008년 수익권을 소유한 용인 땅이 팔리면서 재용씨는 299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앞서 재용씨에게 오산 땅을 팔았던 이창석씨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전두환 금고지기'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2004년 재용씨가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됐을 때 이씨는 A사에게서 용인 땅의 수익권을 넘겨받았다.

이 A사 역시 전두환 비자금에 연루된 기업으로 의심받고 있다. A사는 재용씨에게서 오산 땅을 사들일 당시 시세보다 100억원의 웃돈을 얻어주고 땅을 매입했다. 재용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비엘에셋' 소유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건물 3채도 가족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재용씨는 지난 2000년 외조부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국민주택채권 2771장을 받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자금추적을 통해 채권 1013장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임을 밝혀냈다. 2000년 기준 채권 1013장의 환산 가치는 약 73억원으로 추정된다.

재용씨는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채권을 두 곳의 대여금고에 타인 명의로 보관했다. 이 과정에서 재용씨는 노숙인 명의를 도용,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또 채권의 일부를 판매한 뒤 남은 차익을 사채업자들이 운영하는 7개의 차명계좌에 분산해 입금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더욱 놀라운 건 재용씨의 해명이었다. 그는 검찰에 의해 불법증여 사실이 발각되자 "외조부에게 맡겨 놨던 결혼 축의금 18억원이 불어난 것"이라며 "맡겨놨던 돈을 다시 돌려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실제 재판에서는 증여받은 2771장의 채권 중 1013장의 불법증여 사실만 인정됐다. 남은 1758장의 채권은 고스란히 재용씨의 몫으로 남았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3남 전재만씨의 재산도 형들 못지않다. 그의 재산은 1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는데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8층짜리 빌딩이 재만씨 소유로 돼있다. 이 빌딩의 시가는 현재 120억원으로 평가받는다. 또 재만씨 부인인 이윤혜씨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빌라는 2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호화빌라는 사실상 재만씨의 재산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재만씨는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진 100억원가량의 국채도 갖고 있다. 더불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1000억원 상당의 와이너리(포도 농장)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계산으로도 1245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장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 3남 재만씨의 재산을 더하면 최소 2000억원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여기에 장녀 전효선씨가 매입한 경기도 안양의 땅과 건물, 동생 전경환씨와 그의 처 손춘지씨가 숨겨둔 재산 등까지 합하면 석연찮은 재산은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

처남 이창석
비자금 알고 있나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연루된 인물은 알려진 것만 50여명.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입을 닫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남은 정확한 비자금이 얼마인지, 전 전 대통령의 차명 계좌가 얼마나 더 있는지를 추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가 대략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과거 9500억원을 조성했으니 이보다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란 계산이다. 그리고 이 비자금은 모두 전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그의 '심복들'에게 골고루 돌아갔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씨는 전두환 비자금에 깊숙이 개입된 인물로 불린다. 이른바 '비자금 관리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는 재용씨와의 땅 거래, 효선씨와의 부동산 거래 등에 관여했으며 지난 2003년에는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별채를 사들여 의혹을 샀다.

전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연희동 자택은 본채와 별채로 각각 구분돼 있다. 1987년까지 연희동 자택은 재용씨의 외조부이자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인 이 전 회장 소유였다. 그러나 1987년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그의 장인은 자신의 딸 이순자씨에게 본채를 양도했다. 또 전 전 대통령에게 별채를 양도했다. 얼마 뒤 추징금 납부를 위해 전 전 대통령 소유 별채가 경매에 나왔다.

경매가 이뤄을 당시 감정가는 7억6449만원. 하지만 이씨는 이 별채를 16억4800만원에 사들였다. 시세보다 2배는 높은 가격에 건물을 매입한 것이다. 이씨는 자신의 누나인 순자씨와 전 전 대통령이 연희동 자택에서 그대로 살 수 있도록 해당 건물을 비싼 값에 낙찰 받았다.

이씨는 지난 4월 이 별채를 3남인 재만씨 부인에게 12억원에 또 다시 매도했다. 자신이 매입했을 때보다 4억원이나 낮은 가격에 내놓은 것이다. 이 수상한 거래에 사용된 돈은 모두 '전두환 비자금'의 일부로 여겨진다. 이렇듯 이씨가 국내에서 관리하고 있는 비자금이 얼마나 더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씨가 전두환 비자금의 행방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분명하다.

아들 등 친인척에 맡겨?
측근 심복들 차명으로?
모처에 현금·금괴 매장?

이밖에도 <한겨레>가 최근 공개한 '잊지 말자 전두환 사전'에 따르면 김상구, 김승웅, 손영숙, 손영애, 오세철, 이규승, 이신자, 이정순, 장성희, 전기환, 전석규, 전순환, 전승규, 전우환, 전응규, 전재환, 전창환, 정도경, 정한진, 조일천, 진재화, 최정국, 홍순두, 홍정녀, 황흥식 등이 전 전 대통령과 친인척 관계로 비자금의 행방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친인척 외에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인물은 더 있다.

과거 재용씨와 동업 관계였던 강신학씨는 재용씨의 채권 은닉과 연관돼 있으며, 강은영씨는 전 전 대통령의 자금세탁과 관련 명의를 빌려 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경호실 출신의 김종상씨, 고양배씨. 사채업자 김명현씨, 김영복씨, 장현규씨, 김성호씨, 김승환씨 등도 배후에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한 인물로 꼽힌다.

법원에서 뇌물방조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성용욱 전 국세청장과 안무혁 전 안기부장. 재용씨를 대신해 빌라를 구입했던 류봉수씨. 지난 1996년 수사 당시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 압수수색을 받았던 청와대 재무관 출신의 김철기씨, 민정기씨, 장해석씨 등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60여억원을 현금으로 보관했으나 불기소 처분된 전례가 있다. 전 전 대통령의 개인비서관 이택수씨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었던 이학봉씨, 인터넷보안업체 웨어밸리 대표이사 손삼수씨 등도 꾸준히 비자금과 관련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안현태 전 경호실장은 비자금 가운데 30억원과 10억원을 용돈으로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인물로 지목된다.

이중 안 전 실장은 세상을 떠나 현재 국립묘지에 안장돼있다. 남은 건 '각하의 오른팔'로 불렸던 장 전 부장뿐. 그러나 그는 최소 수천억원으로 추정되는 비자금의 행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장 전 부장을 비롯한 하나회 출신 인사들은 지금도 연희동 자택에서 종종 회동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모임에 참석한 인물들 역시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자금 성격의 재산을 내려 받았을 공산이 크다. 이들의 치밀한 수법을 고려했을 때 본인 명의의 예금보다는 차명의 부동산이나 무기명 채권 등으로 재산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 관계자는 보고 있다. 

또 재만씨의 장인이자 전 전 대통령과 사돈지간인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도 요주의 인물. 이 이 회장이 전 전 대통령의 옥살이 중 비자금을 돌봐왔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전 전 대통령이 이 회장을 통해 자신의 비자금을 미리 미국 등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남은 시간 4개월
잡을테면 잡아봐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필요할 땐 압수수색도 불사하겠다며 수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압수수색 얘기가 나오자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순자씨는 2백억원을 대통령 대신 헌납한 바 있다. 자택 압수수색은 그만큼 전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이라는 설명이다.

검찰 입장에서도 전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몇 만원의 현금이라도 추징할 경우 시효는 다시 3년 연장된다. 만료 시효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압수수색 카드는 여러모로 효용성이 높다는 판단.

풍문으로는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 금괴가 있다" "차명으로 거래된 땅문서가 지하 비밀창고에 존재한다" 등의 증언이 나온다. 워낙 그 수법이 다양해 자택 안에도 비자금을 숨겨 놨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압수수색만 없다면 자택 안에 비자금을 보관하는 것만큼 안전한 대처도 없다.

결국 검찰을 비롯한 당국의 수사의지가 이번 추징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이건 그의 자택 안을 확인하자는 얘기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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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