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전두환 비자금' 은닉 시나리오4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6.17 12: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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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모퉁이만 뒤지면 '검은돈' 나온다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둘러싸고 국민적 공분이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그의 장남 전재국씨가 해외에 유령회사를 설립, 관련 계좌로 돈을 빼돌리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전 전 대통령의 숨겨둔 비자금을 찾기 위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이자 시공사 대표인 전재국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워 자금을 빼돌렸다는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이제 관심은 전 전 대통령의 숨겨진 비자금으로 모이고 있다.

장남 전재국
비자금 빼돌렸나

그 도화선은 <뉴스타파?가 당겼다. 비영리 독립언론인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개설한 한국인 명단을 발표했다. 그 명단에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은 모두 1672억원. 그러나 추징 시효를 불과 4개월여 남긴 지금까지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외에서 '전두환 일가'의 재산 은닉 정황이 포착됐다. 베일에 가려있던 비자금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은 '전두환 미납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발족했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를 위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4일 채동욱 검찰총장은 정례 간부회의를 통해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라"며 철저한 추징을 주문했다. 또 전담팀을 총괄하는 유승준 대검 집행과장은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국내 및 해외를 포함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최대한 추징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야말로 "신발 하나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이었다.

1672억 추징시효 4개월 남자 국민적 공분
검찰 비자금 환수 전담팀 발족 본격 수사

이틀 뒤인 6일 <뉴스타파>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장남 재국씨는 지난 2004년 7월28일 BVI에 ‘블루아도니스(Blue Adonis)’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재국씨는 블루아도니스의 단독 등기이사이자 주주로 등재됐으며 등록 주소지는 해외였다. 그러나 이사회 결의서에는 주소지가 한국으로 기재돼 있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시공사가 블루아도니스의 실주소지였던 것이다.

같은 해 재국씨는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블루아도니스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 그리고 블루아도니스의 회계 관리와 행정 업무를 싱가포르 지점에 위탁했다. 더불어 블루아도니스의 모든 내부 자료를 해당 지점에서 보관토록 조치했다. 이는 재국씨 자신이 본인의 자금 거래 내역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재국씨는 비자금 창구로 의심받고 있는 블루아도니스를 유지하기 위해 설립 대행사인 PTN에 계속해서 수수료를 지불했다. 2004년 9월 페이퍼컴퍼니 등록비용인 미화 850달러를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2월에는 PTN 명의의 은행계좌에 블루아도니스라는  이름으로 미화 1210달러를 입금했다.

이는 재국씨가 해명자료를 통해 밝혔던 내용, "1989년 미국 유학을 일시 중지하고 귀국할 당시 가지고 있던 학비와 생활비 등을 은행의 권유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해외 비밀계좌를 개설한 시점은 과거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나온 '검은돈', 73억원이 그의 동생 전재용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확인된 시기와 일치한다. 즉 국내에서 전두환 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자 이를 재국씨가 사전에 인지하고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아랍은행 서울지점으로부터 재국씨와 관련한 자료를 입수해 분석에 한창이다. 재국씨가 아버지인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아랍은행으로 송금한 경위를 조사 중인 것.

비자금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재국씨는 최소 6년 이상 블루아도니스를 소유했고, 이 회사와 연결된 싱가포르 지점 계좌를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전재용
비자금 관리했나

블루아도니스의 실주소지인 서울 서초동 시공사 사옥 역시 '전두환 비자금'이 흘러간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사옥 터인 서초동 땅 200여 평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기부를 약속했던 땅. 그러나 장남 재국씨는 이 터를 밑천 삼아 시공사를 차린 뒤 해마다 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시공사는 을지서적 등 대형 서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자금력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배경에 '전두환 비자금'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또 재국씨는 본인과 가족 명의로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휴양지 중 국내 최대 규모인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는 재국씨와 아내, 딸 이렇게 세 사람의 공동명의로 돼있다. 임진강을 끼고 있는 금싸라기 땅에 세워진 허브빌리지는 모두 5만7000여㎡ 규모로 시세는 약 200억원에 달한다.

재국씨가 땅을 매입한 2004년 당시 1평당 3762원에 거래됐던 허브빌리지는 올해 36만3000원으로 9년새 100배 가까이 땅값이 뛰었다. 현재 허브빌리지에는 객실 40개 규모의 펜션을 포함한 건물이 도합 20여 채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재국씨는 서울 평창동의 시공아트스페이스를 소유하고 있는데 추정 시세는 60억원에 이른다. 재국씨는 지난 2002년 6월부터 8월까지 인근 부지 1000여㎡를 매입해 이듬해에 리모델링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의 통장 잔액은 29만원. 그러나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시공사 지분과 부동산 등 파악된 재산만 따져도 대략 500억원을 상회한다. 재국씨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1-1번지 땅과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일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비자금 있다면 어디에…
유령법인 통해 해외로?

차남 재용씨 역시 400억원대의 재력가로 전해진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땅과 형 소유의 서초동 땅 지분 일부를 갖고 있는 재용씨는 경기도 용인과 오산 땅을 매매하면서 3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려 '비자금 편법 증여' 의혹을 샀다.

당시 재용씨는 자신의 외삼촌에게서 오산 땅을 시세보다 낮은 28억원이라는 헐값에 샀다. 그리고 이 땅을 2년 만에 A건설사에 400억원에 되팔았다. 무려 372억원의 이득을 올린 셈. 그러나 재용씨는 이중 60억원만 받고, 나머지 340억원에 대해선 A사 소유의 용인 땅에 수익권을 설정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2008년 수익권을 소유한 용인 땅이 팔리면서 재용씨는 299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앞서 재용씨에게 오산 땅을 팔았던 이창석씨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전두환 금고지기'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2004년 재용씨가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됐을 때 이씨는 A사에게서 용인 땅의 수익권을 넘겨받았다.

이 A사 역시 전두환 비자금에 연루된 기업으로 의심받고 있다. A사는 재용씨에게서 오산 땅을 사들일 당시 시세보다 100억원의 웃돈을 얻어주고 땅을 매입했다. 재용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비엘에셋' 소유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건물 3채도 가족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재용씨는 지난 2000년 외조부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국민주택채권 2771장을 받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자금추적을 통해 채권 1013장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임을 밝혀냈다. 2000년 기준 채권 1013장의 환산 가치는 약 73억원으로 추정된다.

재용씨는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채권을 두 곳의 대여금고에 타인 명의로 보관했다. 이 과정에서 재용씨는 노숙인 명의를 도용,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또 채권의 일부를 판매한 뒤 남은 차익을 사채업자들이 운영하는 7개의 차명계좌에 분산해 입금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더욱 놀라운 건 재용씨의 해명이었다. 그는 검찰에 의해 불법증여 사실이 발각되자 "외조부에게 맡겨 놨던 결혼 축의금 18억원이 불어난 것"이라며 "맡겨놨던 돈을 다시 돌려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실제 재판에서는 증여받은 2771장의 채권 중 1013장의 불법증여 사실만 인정됐다. 남은 1758장의 채권은 고스란히 재용씨의 몫으로 남았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3남 전재만씨의 재산도 형들 못지않다. 그의 재산은 1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는데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8층짜리 빌딩이 재만씨 소유로 돼있다. 이 빌딩의 시가는 현재 120억원으로 평가받는다. 또 재만씨 부인인 이윤혜씨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빌라는 2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호화빌라는 사실상 재만씨의 재산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재만씨는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진 100억원가량의 국채도 갖고 있다. 더불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1000억원 상당의 와이너리(포도 농장)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계산으로도 1245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장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 3남 재만씨의 재산을 더하면 최소 2000억원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여기에 장녀 전효선씨가 매입한 경기도 안양의 땅과 건물, 동생 전경환씨와 그의 처 손춘지씨가 숨겨둔 재산 등까지 합하면 석연찮은 재산은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

처남 이창석
비자금 알고 있나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연루된 인물은 알려진 것만 50여명.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입을 닫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남은 정확한 비자금이 얼마인지, 전 전 대통령의 차명 계좌가 얼마나 더 있는지를 추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가 대략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과거 9500억원을 조성했으니 이보다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란 계산이다. 그리고 이 비자금은 모두 전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그의 '심복들'에게 골고루 돌아갔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씨는 전두환 비자금에 깊숙이 개입된 인물로 불린다. 이른바 '비자금 관리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는 재용씨와의 땅 거래, 효선씨와의 부동산 거래 등에 관여했으며 지난 2003년에는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별채를 사들여 의혹을 샀다.

전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연희동 자택은 본채와 별채로 각각 구분돼 있다. 1987년까지 연희동 자택은 재용씨의 외조부이자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인 이 전 회장 소유였다. 그러나 1987년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그의 장인은 자신의 딸 이순자씨에게 본채를 양도했다. 또 전 전 대통령에게 별채를 양도했다. 얼마 뒤 추징금 납부를 위해 전 전 대통령 소유 별채가 경매에 나왔다.

경매가 이뤄을 당시 감정가는 7억6449만원. 하지만 이씨는 이 별채를 16억4800만원에 사들였다. 시세보다 2배는 높은 가격에 건물을 매입한 것이다. 이씨는 자신의 누나인 순자씨와 전 전 대통령이 연희동 자택에서 그대로 살 수 있도록 해당 건물을 비싼 값에 낙찰 받았다.

이씨는 지난 4월 이 별채를 3남인 재만씨 부인에게 12억원에 또 다시 매도했다. 자신이 매입했을 때보다 4억원이나 낮은 가격에 내놓은 것이다. 이 수상한 거래에 사용된 돈은 모두 '전두환 비자금'의 일부로 여겨진다. 이렇듯 이씨가 국내에서 관리하고 있는 비자금이 얼마나 더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씨가 전두환 비자금의 행방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분명하다.

아들 등 친인척에 맡겨?
측근 심복들 차명으로?
모처에 현금·금괴 매장?

이밖에도 <한겨레>가 최근 공개한 '잊지 말자 전두환 사전'에 따르면 김상구, 김승웅, 손영숙, 손영애, 오세철, 이규승, 이신자, 이정순, 장성희, 전기환, 전석규, 전순환, 전승규, 전우환, 전응규, 전재환, 전창환, 정도경, 정한진, 조일천, 진재화, 최정국, 홍순두, 홍정녀, 황흥식 등이 전 전 대통령과 친인척 관계로 비자금의 행방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친인척 외에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인물은 더 있다.

과거 재용씨와 동업 관계였던 강신학씨는 재용씨의 채권 은닉과 연관돼 있으며, 강은영씨는 전 전 대통령의 자금세탁과 관련 명의를 빌려 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경호실 출신의 김종상씨, 고양배씨. 사채업자 김명현씨, 김영복씨, 장현규씨, 김성호씨, 김승환씨 등도 배후에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한 인물로 꼽힌다.

법원에서 뇌물방조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성용욱 전 국세청장과 안무혁 전 안기부장. 재용씨를 대신해 빌라를 구입했던 류봉수씨. 지난 1996년 수사 당시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 압수수색을 받았던 청와대 재무관 출신의 김철기씨, 민정기씨, 장해석씨 등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60여억원을 현금으로 보관했으나 불기소 처분된 전례가 있다. 전 전 대통령의 개인비서관 이택수씨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었던 이학봉씨, 인터넷보안업체 웨어밸리 대표이사 손삼수씨 등도 꾸준히 비자금과 관련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안현태 전 경호실장은 비자금 가운데 30억원과 10억원을 용돈으로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인물로 지목된다.

이중 안 전 실장은 세상을 떠나 현재 국립묘지에 안장돼있다. 남은 건 '각하의 오른팔'로 불렸던 장 전 부장뿐. 그러나 그는 최소 수천억원으로 추정되는 비자금의 행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장 전 부장을 비롯한 하나회 출신 인사들은 지금도 연희동 자택에서 종종 회동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모임에 참석한 인물들 역시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자금 성격의 재산을 내려 받았을 공산이 크다. 이들의 치밀한 수법을 고려했을 때 본인 명의의 예금보다는 차명의 부동산이나 무기명 채권 등으로 재산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 관계자는 보고 있다. 

또 재만씨의 장인이자 전 전 대통령과 사돈지간인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도 요주의 인물. 이 이 회장이 전 전 대통령의 옥살이 중 비자금을 돌봐왔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전 전 대통령이 이 회장을 통해 자신의 비자금을 미리 미국 등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남은 시간 4개월
잡을테면 잡아봐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필요할 땐 압수수색도 불사하겠다며 수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압수수색 얘기가 나오자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순자씨는 2백억원을 대통령 대신 헌납한 바 있다. 자택 압수수색은 그만큼 전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이라는 설명이다.

검찰 입장에서도 전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몇 만원의 현금이라도 추징할 경우 시효는 다시 3년 연장된다. 만료 시효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압수수색 카드는 여러모로 효용성이 높다는 판단.

풍문으로는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 금괴가 있다" "차명으로 거래된 땅문서가 지하 비밀창고에 존재한다" 등의 증언이 나온다. 워낙 그 수법이 다양해 자택 안에도 비자금을 숨겨 놨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압수수색만 없다면 자택 안에 비자금을 보관하는 것만큼 안전한 대처도 없다.

결국 검찰을 비롯한 당국의 수사의지가 이번 추징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이건 그의 자택 안을 확인하자는 얘기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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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