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군인공제회 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10 15: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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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뜯는 공룡 ‘아, 옛날이여’

[일요시사=사회팀] 17만 군인과 군무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군인공제회. 군조직의 특성상 그 운영실태가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던 공제회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전 이사장의 비리 사건 이후 툭하면 간부급의 부당거래가 들통 나고 있는데다 손대는 사업마다 줄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군인공제회를 들여다봤다. 


김진훈 군인공제회 이사장이 지난해 해외 출장 시 부인과 동행하면서 직무관련성이 있는 업체로부터 금품을 지원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공제회 자산운용 책임자는 보유 주식을 헐값에 넘기는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는 등 공제회 자산을 마음대로 운용하다 적발됐다.

수익률 저하

감사원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영국 출장 당시 업무와 관련이 없는 부인과 동행했다. 호주계 투자은행(IB)인 맥쿼리그룹은 김 이사장 부인을 위해 비즈니스석 항공권(798만 원)과 최고급 호텔 3박 숙박비(267만 원)를 대신 내 줬으며 현지 관광도 지원했다. 공제회가 맥쿼리펀드를 통해 영국 상하수도 업체에 3000억 원을 투자한 것과 관련해 맥쿼리 측이 편의를 제공한 것이다.

군인공제회는 “출장비 정산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 관련 업체에서 경비를 계산한 것을 뒤늦게 발견해 다시 조치를 취했고, 실무선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이지 이사장이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국방부 장관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김 이사장에 대해 주의 등 적정한 인사 조치를 취할 것을 통보했다.


증권운용본부장 직무대리로 공제회의 자산운용을 담당했던 김모씨는 부당거래로 공제회에 약 80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공제회가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 25만주를 상장 직전 헐값에 매각한 뒤, 주식을 산 업체 측으로부터 자문계약 형식으로 2년 동안 매월 500만원씩 모두 1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2010년부터 6차례 해외 출장을 가면서 맥쿼리 그룹으로부터 항공기 좌석 등급 업그레이드 비용과 호텔 숙박비 등으로 4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지원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공제회에 김씨를 파면하라고 통보하고 검찰에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툭하면 간부 비리 “부실투자에 뇌물수수”
전현직 이사장도 구설…벌인 사업은 고전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는 “김씨가 이사장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하는 등 나름 내부 결재 과정을 거쳤다”면서도 “그러나 해당 회사에서 금품을 받은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아 현재 대기 발령을 내린 상태”라고 밝혔다.

굴리는 돈이 많은 군인공제회는 잊을만하면 각종 감사에서 비리와 전횡이 드러난다. 지난 2008년 9월에는 김승광 전 이사장이 군인공제회 전·현직 이사장 중 처음으로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지난 2004년 3월께 에너지절약 전문기업인 케너텍으로부터 군인공제회의 자금투자 및 군 시설 내 소형 열병합 발전설비 수주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모두 3만주의 차명 주식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았다. 김 전 이사장은 주가가 급등하자 2006년 9월 2억4000만원에 이 주식을 매도, 총 4억원 정도의 부당한 차익을 올렸다고 검찰은 밝혔다.

실제로 군인공제회는 이사회를 거쳐 2004년 4월부터 케너텍의 주식매입에 모두 54억원을 투자했으며 2006년 11월까지 보유한 주식을 모두 매각했는데 수익률이 9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또 주식과 별개로 군인공제회가 대구의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사업에 투자했던 지난 2005년 김 전 이사장의 지인이 시행사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과, 구 여권의 유력인사 측근도 이 시행사 대표에게서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두 달 뒤 재판부는 “군인공제회와 케너텍이 추진한 열병합발전 공사는 어느 한쪽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어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임수죄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간부급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잇따르는 동안 군인공제회는 부실 투자로 수천억 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건설, 대체투자 등 위험성이 높은 자산에 집중 투자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지난 2010년과 2011년 수익률이 급감하면서 각각 2428억원과 3536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군인공제회는 늘어나는 적자를 회원 이익잉여금(이자 지급 및 배당 후 남은 돈)으로 메워왔다. 회원기금 확보율(지급준비율)은 2007년 123%에서 2011년 103%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퇴직급여 적립 안정기금도 급감해 지난 2007년 8956억원에 이르던 기금이 2011년에는 1717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관련법에 의거 향후 퇴직급여 원리금을 정부에서 보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또 군인공제회의 단기여유자금 운용부실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군인공제회는 여유자금을 단기금융상품으로 운용하면서 수익률이 0.21∼0.60%p 더 높은 ‘머니마켓랩(MMW)’ 등 단기금융상품을 운용하는 증권사는 제외한 채 일부 은행에만 단기금융상품을 제안하도록 요청해 운용기관을 선정하고 자금을 배분했다.

수천억 손실

금리를 제안한 은행 중에도 낮은 금리를 제공한 탓에 단기자금을 배분받을 수 없는 은행에 단기자금을 맡겨 고금리를 제시한 은행에 순차적으로 배분했을 때보다 1300만원의 수익을 추가로 얻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군인공제회의 투자 실패는 곧 회원들의 수익률 저하, 신인도 하락, 회원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금운용 관리 등을 공개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큰손’ 군인공제회는?


군인공제회는 군인공제회법에 따라 ‘직업군인의 전역 후 생활안정을 돕기 위해’ 1984년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부사관 이상의 현역 군인과 군무원 등 회원 17만명이 1계좌당 5000원씩 10개, 20개 하는 식으로 계좌 수를 정해 매월 내는 장기저금격인 ‘회원급여저축’ 납입금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군인공제회는 재계에서 ‘숨은 실력자’로 통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운용 자산은 8조6000억원으로 건설, 할부금융, 식품업종, 골프장 등의 업체를 거느린 ‘중견 재벌’ 급이다. 공제회는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앞세워 부동산과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투자해 왔다. 

2004년에는 종로의 ‘경희궁의 아침’ 등 주상복합아파트로 대박을 터뜨렸고, 문학터널 건설 같은 사회간접자본 분야에도 진출했다. 1987년 덕평CC 인수를 시작으로 분야를 확대해 왔다. 2001년 한국캐피탈을 설립했고 2003년엔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바 있다. 최근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설립하는 을지로 비즈니스호텔 부동산펀드에 281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군인공제회는 방만하게 기업을 운영한다는 지적을 국정감사 때마다 받았다. 국방부와 감사원 감사 역시 미흡하다는 비판도 간간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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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