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색 드러낸' 홍준표 경남도지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6.05 17: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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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공공의 적 '오세훈 아른아른'

[일요시사=경제1팀] 여의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끝내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야당 곳곳은 '홍준표 성토장'이 됐고 여당은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이다. '독불장군'홍준표 지사의 노림수는 뭘까.



진주의료원은 1910년 9월 진주시 중앙동에서 관립 자혜의원으로 출발했다. 82년 6월 옛 건물을 철거하고 지하 1층~지상 5층 6638㎡의 새 건물을 신축하고 의료진과 의료 장비를 확충, 현대식 의료기관으로 탈바꿈했다. 이듬해 7월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지방공사 경남도 진주의료원'으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이후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면서 종합병원의 면모를 갖추고 진주시를 중심으로 사천시, 거창군, 산청군, 하동군 등 경남 서부지역의 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해왔다.

103년 공공의료
결국 강제퇴장

2002년 김혁규 당시 경남도지사가 확장 이전을 약속, 2008년 5월 초전동으로 이사했다. 총 534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8층의 현대식 건물에 80실 325병상을 갖췄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2월26일 만성적자와 부채 누적을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전격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진주의료원 노조와 야권 도의원들이 강력하게 저항하고 정부와 국회까지 만류에 나섰지만 경남도는 45일 뒤인 4월11일에야 노사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화에 임하는 경남도는 항상 귀를 막고 있었다. 노조는 진주의료원의 정상화를 위해 직원을 축소하고 인건비 비율도 낮추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경남도는 아무 대안도 내놓지 않고 오히려 진주의료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지난 5월29일 폐업을 발표했다.

박권범 진주의료원 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5월29일 창원 경남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경상남도와 도의회에서 수십차례 경영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자구노력은 전혀 없이 기득권만 유지하고자 하는 노조원들의 모습에서 진주의료원의 회생 가능성을 발견 할 수가 없었기에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폐업을 공식 발표했다.

박 직무대행은 "공공의료는 하나의 빌미일 뿐 노조원들에게 신의직장이 된 의료원을 폐업하는 것이 도민 여러분의 혈세를 아끼고 세금의 누수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도 "십 수 년간 도와 도의회에서 47회에 걸쳐 경영개선과 구조조정을 요구했지만 노조에 의해 모두 거부됐고 그 결과는 279억원의 누적부채로 돌아왔다"며 "도의 부채가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사상 초유의 재정위기 속에서 진주의료원을 폐업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도민 여러분께서 깊이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는 "진주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라 강성귀족노조의 해방구"라며 노조를 공격했다.

사실상 모든 책임을 노조에 떠넘긴 것이다.

진주의료원 결국 폐업 강행…논란 더 거세져
야당 강력 반발…청문회·국정조사 '급물살'

진주시민대책위는 이날 오후 2시 진주의료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폐업 철회를 위한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진주의료원 본관 앞에는 경남과 진주지역 시민대책위, 야당 관계자,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노조원 등 10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홍준표 지사가 끝끝내 폐업하겠다고 일방 선언한 데 대해 충격과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즉각 철회, 진주보건소의 진주의료원 폐업 신고서 즉각 반려, 대통령·정부·여당의 진주의료원 정상화 노력,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도 도청 현관 앞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홍 지사에 대해 '역사에서 공공병원을 처음 강제 폐업시킨 도지사' '국회의 정상화 촉구 결의조차 무시하고 보건복지부 권고도 외면한 도지사' '경남도 부채해결을 위해 공공병원을 팔아먹은 도지사' 등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등 야당도 혼 지사에 대한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진주의료원 문제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공공의료원 문제의 정상화를 위해 국정조사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진주의료원 사태를 비롯한 홍준표 도지사의 만행과 작태에 대해 확실한 검증과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겠다고 결정하는 홍 지사는 어느 당 소속인지 어떤 분인지 정말 알 수 없다"며 "새누리당 소속 도지사의 폐업 결정을 새누리당은 강 건너 불구여하면 안 되고 책임감을 갖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한길 대표는 "공공의료 확대를 국민에게 공약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서 국민에게 주는 선물이 진주의료원 폐업이라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사회단체
폐업 비난 봇물

민주당 진주의료원 대책위의 김용익 위원장과 박용진 대변인,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홍 지사의 독선 행정을 비판했다.

통합진보당은 홍 지사를 '공공의료 파괴범'으로 규정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5월29일은 한국 공공의료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치욕의 날"이라며 "앞으로 통합진보당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반대하는 모든 국민들,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공공의료 파괴범 홍준표씨를 국회청문회와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반드시 세워서 이번 사태의 진실과 전모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눈 감고 귀 닫고…진짜 노림수는?
내년 재선 안착후 대선까지 노리나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긴급 개최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요청했다.

안 의원은 "진주의료원 폐업은 환자의 생명을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보건의료 정책은 단순히 효율성만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즉시 진주의료원을 바로 세울 방법을 논의할 장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를 우려하면서도 지방자치단체 소관 사안이어서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여권 전체가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 전전긍긍하고 있다.

차기 대권 포석
노이즈 마케팅?

일단 야당의 청문회와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보건의료노조와의 면담 자리에서 "야당은 청문회, 국정조사를 얘기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특정 지방자치단체 문제에 대해 국회가 개입하는 건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진주의료원이 폐업까지 간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마침 6월 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충분히 야당과 논의해 가면서 큰 틀 안에서 머리를 맞대보겠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왜 이렇게까지 독선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한 걸까?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도민 담화문을 통해 "저도 여러분의 표를 받아 당선된 도지사입니다. 1년 뒤에 다시 선거를 통해 여러분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표만 의식한다면 저 또한 모른 척 지나가면 될 일입니다. 도민 여러분의 혈세로 가리고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치적 쌓기나 하면 될 일입니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폐업을 단행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계에서는 홍 지사가 이번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으로 손해보다는 이득을 더 많이 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홍 지사는 오는 2017년까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경남도의 부채를 6600억원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한 2년 안에 진주 지역에 경남도 제2청사를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진주의료원 건물과 부지를 매각해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하거나 그 건물을 리모델링해 2청사를 건립할 수도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통해 홍 지사가 부채 감소 공약 이행과 2청사 건립 비용 절감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기존 홍 지사 지지자들의 결집도 이끌어 냈다. 진주의료원 폐업발표 후 경남도는 이례적으로 '네티즌 여론, 진주의료원 폐업 찬성 압도적!-폐업 보도기사에 찬성 공감 의견 90% 이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도청 브리핑룸에 배포했다.

도는 이와 함께 "나이롱 환자 데리고 세금 빼먹더니 이런 게 사필귀정 이라는 거다" "진주의료원 폐업 만큼은 진짜 잘했다. 속이 시원하다" "강성노조들의 만행이 없어 졌다. 홍 도지사 파이팅" 등 찬성 댓글을 소개했다.

지사님의 승부수
묘수? 악수? 꼼수?


경남도의 '언론플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홍 지사가 이번 사태를 통해 전국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불통' 이미지는 더욱 굳어졌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트러블 메이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홍 지사가 대도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 웃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되자 각종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는 비판적인 내용의 댓글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

정치적 노림수라는 의혹도 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지난 5월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과정에서 홍 지사가 강단 있는 보수정치인으로 이미지를 형성해 '다음(내년 지방선거 등)을 노리기 위한 노림수'라는 언론의 분석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무모한 투기가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어 "홍 지사가 여야는 물론 시민사회계 등의 중재에도 불구,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독선과 오만으로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이런 무모한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어떻게 심판받는가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례가 잘 보여준 바 있다"고 일갈했다.

차기대권을 포석으로 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국사회보험노조는 "그의 행보는 변방에서 잊히지 않으려는 몸부림, 강경 보수 이미지 부각 등으로 차기대권의 포석으로 진주의료원에 대한 무리한 노이즈마케팅을 강행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도 남는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그간 숱한 논란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를 지원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식사 했어요?"라는 말로 회피해 '식사 준표'라는 별명을 갖게 됐고, 2008년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 사저는 '아방궁'으로 지칭해 지탄을 받았다.

집요하게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맞는 수가 있다. 진짜 나한테 이러기야?"라는 폭언을 퍼부었고 새누리당 소장파 의원을 지칭해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는 등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입만 열었다 하면
'트러블 메이커'

경남 창녕 출신의 홍 지사는 1977년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 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 중이던 93년,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면서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등 권력 실세들을 구속 기소해 명성을 얻었고 슬롯머신 사건은 드라마 소재가 되어 홍 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게 됐다.

95년 검사를 사직한 뒤 96년 신한국당에 입당,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홍 지사는 이후 내리 4선을 지내며 이름을 알렸고,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 위원장을 지냈다.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홍 지사는 2011년에는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됐다. 대표 선출 뒤 홍 지사는 총선과 대선에서의 압승을 자신했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결국 물러났다. 지난해 19대 총선 때는 지역구에서조차 낙선해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던 홍 지사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사퇴로 지난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기사 회생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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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