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색 드러낸' 홍준표 경남도지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6.05 17: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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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공공의 적 '오세훈 아른아른'

[일요시사=경제1팀] 여의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끝내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야당 곳곳은 '홍준표 성토장'이 됐고 여당은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이다. '독불장군'홍준표 지사의 노림수는 뭘까.



진주의료원은 1910년 9월 진주시 중앙동에서 관립 자혜의원으로 출발했다. 82년 6월 옛 건물을 철거하고 지하 1층~지상 5층 6638㎡의 새 건물을 신축하고 의료진과 의료 장비를 확충, 현대식 의료기관으로 탈바꿈했다. 이듬해 7월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지방공사 경남도 진주의료원'으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이후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면서 종합병원의 면모를 갖추고 진주시를 중심으로 사천시, 거창군, 산청군, 하동군 등 경남 서부지역의 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해왔다.

103년 공공의료
결국 강제퇴장

2002년 김혁규 당시 경남도지사가 확장 이전을 약속, 2008년 5월 초전동으로 이사했다. 총 534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8층의 현대식 건물에 80실 325병상을 갖췄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2월26일 만성적자와 부채 누적을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전격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진주의료원 노조와 야권 도의원들이 강력하게 저항하고 정부와 국회까지 만류에 나섰지만 경남도는 45일 뒤인 4월11일에야 노사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화에 임하는 경남도는 항상 귀를 막고 있었다. 노조는 진주의료원의 정상화를 위해 직원을 축소하고 인건비 비율도 낮추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경남도는 아무 대안도 내놓지 않고 오히려 진주의료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지난 5월29일 폐업을 발표했다.

박권범 진주의료원 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5월29일 창원 경남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경상남도와 도의회에서 수십차례 경영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자구노력은 전혀 없이 기득권만 유지하고자 하는 노조원들의 모습에서 진주의료원의 회생 가능성을 발견 할 수가 없었기에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폐업을 공식 발표했다.

박 직무대행은 "공공의료는 하나의 빌미일 뿐 노조원들에게 신의직장이 된 의료원을 폐업하는 것이 도민 여러분의 혈세를 아끼고 세금의 누수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도 "십 수 년간 도와 도의회에서 47회에 걸쳐 경영개선과 구조조정을 요구했지만 노조에 의해 모두 거부됐고 그 결과는 279억원의 누적부채로 돌아왔다"며 "도의 부채가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사상 초유의 재정위기 속에서 진주의료원을 폐업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도민 여러분께서 깊이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는 "진주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라 강성귀족노조의 해방구"라며 노조를 공격했다.

사실상 모든 책임을 노조에 떠넘긴 것이다.

진주의료원 결국 폐업 강행…논란 더 거세져
야당 강력 반발…청문회·국정조사 '급물살'

진주시민대책위는 이날 오후 2시 진주의료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폐업 철회를 위한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진주의료원 본관 앞에는 경남과 진주지역 시민대책위, 야당 관계자,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노조원 등 10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홍준표 지사가 끝끝내 폐업하겠다고 일방 선언한 데 대해 충격과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즉각 철회, 진주보건소의 진주의료원 폐업 신고서 즉각 반려, 대통령·정부·여당의 진주의료원 정상화 노력,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도 도청 현관 앞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홍 지사에 대해 '역사에서 공공병원을 처음 강제 폐업시킨 도지사' '국회의 정상화 촉구 결의조차 무시하고 보건복지부 권고도 외면한 도지사' '경남도 부채해결을 위해 공공병원을 팔아먹은 도지사' 등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등 야당도 혼 지사에 대한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진주의료원 문제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공공의료원 문제의 정상화를 위해 국정조사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진주의료원 사태를 비롯한 홍준표 도지사의 만행과 작태에 대해 확실한 검증과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겠다고 결정하는 홍 지사는 어느 당 소속인지 어떤 분인지 정말 알 수 없다"며 "새누리당 소속 도지사의 폐업 결정을 새누리당은 강 건너 불구여하면 안 되고 책임감을 갖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한길 대표는 "공공의료 확대를 국민에게 공약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서 국민에게 주는 선물이 진주의료원 폐업이라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사회단체
폐업 비난 봇물

민주당 진주의료원 대책위의 김용익 위원장과 박용진 대변인,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홍 지사의 독선 행정을 비판했다.

통합진보당은 홍 지사를 '공공의료 파괴범'으로 규정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5월29일은 한국 공공의료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치욕의 날"이라며 "앞으로 통합진보당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반대하는 모든 국민들,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공공의료 파괴범 홍준표씨를 국회청문회와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반드시 세워서 이번 사태의 진실과 전모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눈 감고 귀 닫고…진짜 노림수는?
내년 재선 안착후 대선까지 노리나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긴급 개최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요청했다.

안 의원은 "진주의료원 폐업은 환자의 생명을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보건의료 정책은 단순히 효율성만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즉시 진주의료원을 바로 세울 방법을 논의할 장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를 우려하면서도 지방자치단체 소관 사안이어서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여권 전체가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 전전긍긍하고 있다.

차기 대권 포석
노이즈 마케팅?

일단 야당의 청문회와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보건의료노조와의 면담 자리에서 "야당은 청문회, 국정조사를 얘기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특정 지방자치단체 문제에 대해 국회가 개입하는 건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진주의료원이 폐업까지 간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마침 6월 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충분히 야당과 논의해 가면서 큰 틀 안에서 머리를 맞대보겠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왜 이렇게까지 독선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한 걸까?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도민 담화문을 통해 "저도 여러분의 표를 받아 당선된 도지사입니다. 1년 뒤에 다시 선거를 통해 여러분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표만 의식한다면 저 또한 모른 척 지나가면 될 일입니다. 도민 여러분의 혈세로 가리고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치적 쌓기나 하면 될 일입니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폐업을 단행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계에서는 홍 지사가 이번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으로 손해보다는 이득을 더 많이 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홍 지사는 오는 2017년까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경남도의 부채를 6600억원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한 2년 안에 진주 지역에 경남도 제2청사를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진주의료원 건물과 부지를 매각해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하거나 그 건물을 리모델링해 2청사를 건립할 수도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통해 홍 지사가 부채 감소 공약 이행과 2청사 건립 비용 절감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기존 홍 지사 지지자들의 결집도 이끌어 냈다. 진주의료원 폐업발표 후 경남도는 이례적으로 '네티즌 여론, 진주의료원 폐업 찬성 압도적!-폐업 보도기사에 찬성 공감 의견 90% 이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도청 브리핑룸에 배포했다.

도는 이와 함께 "나이롱 환자 데리고 세금 빼먹더니 이런 게 사필귀정 이라는 거다" "진주의료원 폐업 만큼은 진짜 잘했다. 속이 시원하다" "강성노조들의 만행이 없어 졌다. 홍 도지사 파이팅" 등 찬성 댓글을 소개했다.

지사님의 승부수
묘수? 악수? 꼼수?


경남도의 '언론플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홍 지사가 이번 사태를 통해 전국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불통' 이미지는 더욱 굳어졌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트러블 메이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홍 지사가 대도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 웃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되자 각종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는 비판적인 내용의 댓글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

정치적 노림수라는 의혹도 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지난 5월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과정에서 홍 지사가 강단 있는 보수정치인으로 이미지를 형성해 '다음(내년 지방선거 등)을 노리기 위한 노림수'라는 언론의 분석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무모한 투기가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어 "홍 지사가 여야는 물론 시민사회계 등의 중재에도 불구,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독선과 오만으로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이런 무모한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어떻게 심판받는가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례가 잘 보여준 바 있다"고 일갈했다.

차기대권을 포석으로 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국사회보험노조는 "그의 행보는 변방에서 잊히지 않으려는 몸부림, 강경 보수 이미지 부각 등으로 차기대권의 포석으로 진주의료원에 대한 무리한 노이즈마케팅을 강행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도 남는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그간 숱한 논란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를 지원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식사 했어요?"라는 말로 회피해 '식사 준표'라는 별명을 갖게 됐고, 2008년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 사저는 '아방궁'으로 지칭해 지탄을 받았다.

집요하게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맞는 수가 있다. 진짜 나한테 이러기야?"라는 폭언을 퍼부었고 새누리당 소장파 의원을 지칭해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는 등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입만 열었다 하면
'트러블 메이커'

경남 창녕 출신의 홍 지사는 1977년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 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 중이던 93년,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면서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등 권력 실세들을 구속 기소해 명성을 얻었고 슬롯머신 사건은 드라마 소재가 되어 홍 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게 됐다.

95년 검사를 사직한 뒤 96년 신한국당에 입당,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홍 지사는 이후 내리 4선을 지내며 이름을 알렸고,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 위원장을 지냈다.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홍 지사는 2011년에는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됐다. 대표 선출 뒤 홍 지사는 총선과 대선에서의 압승을 자신했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결국 물러났다. 지난해 19대 총선 때는 지역구에서조차 낙선해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던 홍 지사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사퇴로 지난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기사 회생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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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