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리쌍과 싸우는' 임차인 서윤수씨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04 11: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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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 장사하면 서민 아닙니까?”

[일요시사=사회팀] 인기 힙합그룹 ‘리쌍’이 건물을 사들인 뒤 임차인과 법적분쟁 중이다. 한쪽은 계약기간이 만료했으니 건물에서 나가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이렇게 나가는 건 억울하다고 한다. ‘갑의 횡포’와 ‘을의 땡깡’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임차인 서윤수씨가 입을 열었다. 지난달 28일 참여연대에서 그를 만났다.



‘리쌍’의 멤버인 가수 길(본명 길성준)과 개리(본명 강희건)는 지난해 5월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의 지하1층 지상 3층의 건물을 샀다. 매입가는 약 53억원. 이들은 이후 이 건물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임차인 서윤수(우장창창 곱창집 대표)씨에게 ‘계약 만료’ 이유를 들어 퇴거 통보를 했다. 재계약을 연장 하지 않고 도의적인 차원에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리쌍은 임차인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진행 중이다.

‘을’의 땡깡?

서씨는 지난 2010년 10월 권리금 2억7500만원, 시설비 1억여원을 들여 곱창집을 창업했다. 임대차 내용은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3백만원으로 2년 계약이었다.

계약 당시 서씨는 큰 비용이 들어간 터라 5년 계약을 요구했으나, 임대인은 구두로 5년을 약속하는 대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 범위로 다운계약서(보증금 4000만원, 월세 200만원)를 작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 1년 반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세금계산서상 월세를 200-250-300만원으로 조정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로 인해 보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 범위인 환산보증금 3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기간을 5년으로 정해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환산 보증금이 3억원 이하에서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서씨는 환산보증금이 보호 금액보다 4000만원이 많은 3억4000만원으로, 현행법대로라면 리쌍 측의 요구에 따라 건물을 비워줘야 한다.  

서씨는 “혹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때문이라면 공사에 적극 협조하겠고, 공사 시작하기 전날까지 공사가 끝난 뒤 다시 들어와서 그에 상응하는 임대료를 내고 장사를 계속하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나가라는 말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서씨는 보상금은 필요 없으니 애초 임대인과 구두 약속했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명시된 5년간의 계약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5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2조(적용범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 리쌍이 ‘갑의 횡포’를 부린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이후 리쌍 측이 트위터를 통해 적극 해명하자, 서씨는 여론으로부터 역화살을 맞았다. 오히려 임차인 서씨가 보상금을 더 타내기 위해 ‘을의 횡포’를 부린다는 것이었다. 

서씨는 “내 사연이 나간 이후에 ‘을의 땡깡’이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라며 “나 자신을 다시 뒤돌아 봤는데, 억울한 것은 최소한을 요구했다고 생각했는데 가진 사람들한테는 제가 욕심을 부리는 걸로 보이는구나라고 생각돼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방송을 탄 이후에는 평소에 걱정 많이 해주고 지지해주던 주변 상인들조차 우리 가게에 찾아오지 않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길·개리, 53억 건물 매입후 임차인 내쫓아?
세금계산서상 월세 조정 화근…법적 분쟁중

이어 서씨는 “앞으로 2년 반,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말하는 5년, 그것도 짧지만 그것만 지켜주면 그 이후에는 권리금 한 푼도 안 받고 나가겠다. 최소한의 요구였는데, 여론은 ‘계약이 끝났으면 나가는 게 맞는 것 아니냐’ ‘왜 땡깡 부리며 안 나가고 있느냐’라고 한다”며 “ 내가 이대로 물러나면 신사동 임대인들은 ‘저 옆에 리쌍이라는 건물주는 2년 밖에 안됐는데 임차인 쫓아내도 아무 문제없지 않냐? 너희는 내가 4∼5년 장사하게 해줬으니까 나가라’고 하면 내 주변 상인들은 아무 소리 못하고 나가야 한다. 그런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 포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씨는 “강남에서 장사하고 있으면 그게 서민이냐”는 오해에 대해서도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서씨 주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최소 12시간 자기 노동력 들여서 일하고, 십 수년 다니던 회사의 퇴직금에 사돈에 팔촌까지 가족들의 차입금, 집 담보 대출 등을 받아서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서씨는 “예전에 다니던 건설회사 동료들이 가끔 술 먹고 전화한다. 언제 정리해고 당할지 몰라 ‘장사는 잘 되니?’ 라고 물어온다”며 “그들도 언젠가는 자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물어보는데, 예전에는 ‘힘은 진짜 드는데 희망이 있고 열심히 하다 보면 평생 직장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그 말 못하겠다”고 말했다.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이대로라면 살아남기도, 경쟁해서 이익을 얻는 것도 힘든데, 이익을 얻어 봤자 그 이익을 돈 많은 임대인들이 이런 형태로 뺏어가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는 게 현실이라면 웬만하면 회사를 끝까지 다니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리쌍과 서씨의 사례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건물주와 임차인이 벌이는 분쟁의 전형이다. 이럴 경우 건물주들은 부동산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도 임차인이 나가지 않고 버틴다면 명도소송을 제기한다. 명도소송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 걸리기도 하고, 법적인 문제가 없어도 이사비용과 권리금을 요구하는 임차인이 많아 건물주 입장에선 골칫거리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인 권리금을 영업권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건물주가 야속하고, 법 조차 현실과도 동떨어져 보호를 받기 힘들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환산보증금 3억원이 넘는 곳은 임차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내쫓길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 개정’필요

판사출신인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은 “판사시절에 이러한 건물 명도사건들을 많이 접해봤는데 마음의 빚이 있다”며 “상가 임대차 보호법이 사실상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돼 있기 때문에 재판으로 가는 것 보다는 조정으로 많이 해결하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판사들은 많은 사건을 처리해야하는 부담이 있어 사건처리속도에 연연하게 되고, 건물명도사건의 경우는 신속하게 처리해야한다는 법원내의 불문율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제일 먼저 법 개정을 추진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상가 임대차 보호법”이라며 “참여연대와 공동 작업으로 작년에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보증금 상환선을 폐지하고 재건축, 리모델링 사유 등을 예외로 삼아 건물주가 임차인을 ?아내는데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6월 임시 국회에서는 이 법이 꼭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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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