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희 방지법’ 뭐 있나 보니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04 12: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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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력의 ‘만사올통’ 막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권이 들어서기 전, 일찌감치 정가에 나도는 소리가 하나 있었다. 이른바 ‘만사올통’이다. 이명박정권에서 ‘형님’을 통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던 ‘만사형(兄)통’이란 말과 같은 뜻이다. 형이 ‘올케’로만 변했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5년간 난 올케가 없다”라고 선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집권도 하기 전에 정치권의 이목은 박 대통령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에 쏠렸다. 박 대통령의 유일한 남동생인 지만씨의 부인이다. 안대희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서향희를 빼면 문제 될 사람이 많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남기춘 클린정치위원장은 “(서 변호사가) 그냥 집에 박혀있는 게 났다”고까지 말했다. 한순간에 국정지지율을 반 토막 낼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말이 바로 만사올통이다. 그리고 얼마 전 만사올통을 저지할 두 번째 ‘서향희 방지법’이 발의됐다.



서향희 변호사는 미혼의 대통령 시누이를 둔 사람이다. 청와대에 살았던 ‘백마 탄 왕자’를 만난 서 변호사는 결혼 8개월 만에 아들 세현이를 낳았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서 변호사를 통해 귀하디귀한(?) 가문의 대를 잇게 된 셈이다.

박 대통령은 “가문에 귀한 아이가 태어나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올케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한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박 대통령의 끔찍한 ‘조카사랑’은 서 변호사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주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서 변호사는 과연 ‘권력의 핵’으로 불릴 만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 두 번째 ‘서향희 방지법’이 발의된 것도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익히 가늠케 한다.

고문변호사 현황 공개토록

“‘만사휴의’ 되도록”

작년 대선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올케 서 변호사의 영향력이 발휘된 곳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였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LH 국정감사에서 “2010년 서 변호사와 LH 법률고문 위촉과 재위촉 과정에 특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LH가 2010년 통합 이후 최초 위촉한 법률고문 28명의 경우 사시합격연도를 기준으로 평균 법조경력은 26년, 평균 연령은 57세로 조사됐다. 서 변호사가 2010년 당시 만 36세로 법조경력이 8년에 불과했던 것을 보면 특혜 의혹이 불거질만한 배경이다.


박 의원은 “서 변호사는 당시 유일한 30대 변호사로, 다른 법률고문처럼 판검사 등 특별한 공직경험이 있거나 유명 로펌 출신으로서 법조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도 아니었다”며 “LH의 주요 소송과 관련해 전문성이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법률고문으로 위촉한 것은 다른 배경이 작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서 변호사의 법률고문 재위촉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LH의 법률고문 위촉 임기는 1년이다. 서 변호사는 2010년 이후에도 2011년과 2012년 두 번에 걸쳐 재위촉됐다. 재위촉 여부는 위촉만료일에 소송수행실적, 승소율 등을 고려해 재위촉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 변호사의 소송수행실적은 재위촉을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서 변호사는 2010년 법무법인 주원의 명의로 4건, 2011년과 2012년에 본인 명의로 각각 5건과 1건의 소송을 진행했으며, 이 가운데 승소한 소송은 1건에 불과하다. 

박 의원은 “법무법인 소속을 제외한 개인 변호사의 평균 소송수행실적이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6.38건, 6.14건인 것을 고려하면 서 변호사의 수행실적은 평균에도 못 미친다”라며 “소송수행실적, 승소율 등 재위촉 기준에 미달하는 서 변호사가 두 번에 걸쳐 재위촉된 것은 석연찮다”고 말했다.

평균에 못 미치는 소송수행 실적에도 고문변호사 꿰차
저축은행 로비 연루되자 대통령 친인척 재산공개 논의

서 변호사는 법률고문과 관련한 특혜 논란이 일자 얼마 후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 LH관계자는 당시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LH 통합 전인 2009년부터 LH의 법률고문으로 활동했고, 이후에도 위촉 기준에 따라 재위촉했다”면서 “부당하게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서 변호사의 법률고문 위촉 특혜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 공공기관 법률고문 선임과정을 고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공공기관의 장이 소송대리인을 선임하거나 고문변호사를 위촉할 경우 소송현황, 법률자문현황, 소송대리인 및 고문변호사 현황 등을 해당기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했다. 다만 국가의 안전보장, 개인의 명예 또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필요하거나 다른 법률에 따라 공개가 제한된 사항은 공개치 않도록 했다.

전 의원은 “공공기관이 해당기관의 업무와 관련해 고문변호사를 위촉하거나 소송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 소송사건의 대리인 선정방식, 기준 등이 없어 소수 특정변호사에게 소송사건이 편중된다는 특혜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서향희 방지법 제1호는 작년에 있었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대통령 및 대통령 후보자의 재산공개 범위를 형제·자매 및 그 배우자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윤리법 및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에는 대통령의 경우 배우자의 직계존속, 본인·배우자의 형제자매 및 그 배우자까지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조항을 신설토록 했다. 대통령선거 출마자의 경우도 이 같은 신설 조항을 적용해 후보자 등록 시 재산을 공개하도록 했다. 이는 민주당이 대선 당시 저축은행 로비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던 서 변호사를 겨냥한 것으로 정가는 풀이했다. 

개정안은 또 직계 존비속 중 재산공개 제외 대상 가운데 ‘혼인한 직계비속인 여성(결혼한 딸 등)’을 삭제하도록 해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이와 함께 재산공개 대상 가운데 피부양자가 아닌 사람은 재산신고 고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진 의원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만사형통(萬事兄通)’에 이어 박근혜 후보의 올케에겐 ‘만사올통’이 아닌 만사휴의(萬事休矣)가 되도록 법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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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