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백년전쟁>에 담지 못한 비화 전격공개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03 14:10:34
  • 댓글 0개

이승만-노디김 ‘미스터리’ 3박4일…‘기차 안 침대에선…’

[일요시사=정치팀]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 했다. 왜곡된 과거는 왜곡된 미래를 부른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 알리겠다는 취지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바로 <백년전쟁>과 <프레이저보고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김지영 감독과 손을 잡고 대한민국 역사의 비스토리를 영상에 담았다. 반세기 넘게 빛을 보지 못한 역사는 몹시도 치열한 태동을 거쳐 김 감독의 손에 의해 재탄생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민족문제연구소가 과거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호기롭게 골리앗을 향해 돌을 던진 다윗 김지영 감독은 지금 ‘태풍의 눈’ 중심에 있다. <일요시사>가 김 감독을 만나 <백년전쟁>에 다 담지 못한 비화들을 들어봤다.




<백년전쟁-이승만의 두 얼굴>을 반박하는 내용에 재반격을 가할 대응영상을 만드느라 김지영 감독은 밤낮이 바뀐 지 오래다. 김 감독은 제작 중인 대응영상을 <백년전쟁 팬서비스 에디션>이라고 취재기자에게 소개했다.

김 감독은 “자료 제시하며 유쾌하게, 가능한 관객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요. 물론 당하는 쪽은 유쾌하지 않겠지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백년전쟁> 2부도 기획하고 있는데 관심 가져주시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분(유족)들까지 보라는 건 아니지만, 봐주면 더 좋고…. 이승만 대통령이 워낙 인기 없는 캐릭터라 많이 볼 거 같지는 않아요”라며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씨가 민족문제연구소와 김지영 감독을 상대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탓에 금년 ‘개봉박두’가 예고된 <백년전쟁2>과 <프레이저보고서2>는 지금 상황만 봐서는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달 21일 이인수씨와 함께 검찰에서 13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는 ‘이승만기념사업회’의 김일주 사무총장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천인공노할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건국 대통령을 돈과 여자문제로 엮어서 망가뜨리려고 해요. 이건 분명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거지요”라고 말하며 목소리를 떨었다. 


이승만 유족 고소 “싸움에서 졌다”

“어렵지만 낙관적” 6월10일쯤 영상 공개

“졌어요, 싸움에서.”

소송은 진행 중에 있고 대응 영상은 아직 나오지도 않은 시점에서, 김 감독에게 나온 첫 마디는 예상을 뛰어 넘었다. 하지만 무심한 듯 그같은 말을 내뱉는 김 감독에게 패자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자료 하나 내밀지 못하고 미디어로 밀어붙이는 그들을 보면서 새끼손가락으로도 제압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그렇게 <백년전쟁>의 열두 가지 쟁점에 대해 하나하나 자료를 내밀며 반박하고 있었어요.”

현재 민족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백년전쟁>이 조작이라는 주장에 대해 근거자료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의 프레젠테이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의 김 총장도 기자회견 영상을 봤다고 했다. 김 총장은 “어떻게든 흠 잡으려고 하는데 비겁하고 당당하지 못했어요”라고 비난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전투에서 이겼는데 그들은 전쟁에서 이겼어요”라고 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경제개발 이면의 진실이 담긴 <프레이저보고서>가 이전처럼 조명을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달려든 사람들은 희생타였던 거예요. 계속 싸움을 걸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죠. <프레이저보고서>가 사라지고 박정희도 함께 사라졌어요. 박정희 세력이 얼마나 센가요. 정작 박정희 유족들은 가만히 있잖아요. 보수가 여자 엉덩이나 만지고 헐렁한 거 같지만, 통치집단의 힘이 이거구나 했죠. 그들을 큰판을 보는 거예요.”

5월21일 다큐영상 고소인 13시간 검찰조사 “천인공노할 거짓말”
사라진 박정희의 <프레이저보고서>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져”

그는 <백년전쟁>이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진실이 그늘에 가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처음엔 겁이 없었어요.”

김 감독은 <백년전쟁>으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럴 만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대중이 인터넷을 통해 해당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모든 과정은 자료에 근거해 진행됐다고 공언했다. 조작이라는 주장에 대해 얼마든지 대응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로서는 겁먹을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말려 죽일 건가 봐요. 연구소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김 감독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족문제연구소 구성원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

“저는 낙관적으로 봐요. 친일인명사전을 만들 때도 연구소 사람들은 소송에 걸리고 공격을 당했어요. 그럼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던 걸 보면 만만한 조직은 아니란 얘기죠.”

<백년전쟁> 팬서비스 영상은 당초 지난 5월30일에 완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 고문변호인단의 법적검토를 거치기로 하면서 ‘출시’가 늦어졌다.

김 감독은 오는 6월10일을 전후해 다큐멘터리가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맨법(Mann Act)' 위반 사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가 전말을 밝혀냈다며 ‘예고편’이나 다름없는 내용을 취재기자에게 귀띔했다.

‘성문란 단속법’ 위반 혐의
사건의 핵심 ‘침대차’

“윗분들(민족문제연구소)이 싫어하실 텐데…. 연구소의 점잖음이 맘에 안 들어요”라고 눈살을 찌푸리던 김 감독은 조심스럽게 “사실 이건 백년전쟁에 안 넣었어요. 남녀문제를 깊이 다루면 주제가 흐려지기 때문이에요. 감독으로서 원래 표현하고 싶었던 건 독립운동가와 사익추구세력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제목도 대중적으로 ‘갱스터와 혁명가들’로 가려고 했죠. 이승만 다큐가 아니었어요. 그런 사람의 삶을 주인공으로 쓰는 게 싫었죠. 이승만이 어떤 인간인지는 이해하게 됐지만…”이라며 다큐멘터리 제목에 얽힌 사연을 전했다.


“제가 대방출할게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준비한 자료를 찾는 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김 감독은 위아래 침대가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을 취재기자에게 보여줬다.

“혹시 침대 기차 타보셨어요? 이승만은 3박4일 동안 노디김과 이 기차를 탔어요. 낮에는 좌석인데, 밤이 되면 침실로 변해요. 그리고 커튼을 닫아줍니다.”

김 감독은 미국 철도박물관에 문의해 당시 운행된 침대차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다.

노디김은 ‘이승만의 여자’로 거론된 여대생이다. 이 전 대통령이 노디김과 미국 대륙을 횡단하다가 수사관에 잡힌 사실이 <백년전쟁>에 소개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이 부분에 비난의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통령이 '부도덕한 성관계를 위해 주 경계를 넘은 혐의'로 고발된 저간의 배경을 둘러싸고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


“1편에서 디테일한 부분은 뺐었죠.”

김 감독은 이 전 대통령과 노디김의 맨법 위반에 관한 내용을 대응 영상에서 더욱 자세하게 다룰 것이라고 했다.

맨법은 1920년대 미국의 ‘성문란 단속법’이라고 김 감독은 소개했다. 당시 미국은 청교도적인 부부관계가 요구됐는데, ‘유부남이 아내가 아닌 여자와 주를 넘는 행위를 1박으로 간주해 이를 단속해야 한다’는 미국사회의 요구로 만들어진 법이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주를 건널 때 맨법 위반이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보수통치집단의 힘은 큰판을 보는 것, 바로 이거구나 했다”
‘맨액트’ 위반 진실 쥐고 있는 ‘고데트 부인’ 여권신청서 찾아내

김 감독은 이 전 대통령이 이민국 조사과정에서 위증을 공모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민국은 국내 사법부와 마찬가지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김 감독이 펜으로 하나하나 짚으며 읽어 내려간 1920년 노디김의 서약진술서 내용은 이랬다.

경찰이 물었다. "당신은 이승만과 침대차에 탔습니까?"

노디 김이 대답했다. "이 박사는 위층 침대에서 나는 다른 위층 침대에서 잤어요. 우리는 다른 섹션에 있었어요."

김 감독은 “성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진술이에요”라고 말한 후 계속 읽었다.

"이 박사의 아래쪽 침대에서 잤던 여자를 알아요. 이름은 H.M 고데트 부인. 주소는 워싱턴DC 북서쪽 11번가 1226번지예요."

노디김의 진술이다.

“수사관 조사의 핵심은 ‘이승만과 노디김이 성행위를 할 수 있는 공간에서 같이 여행했는가’였어요. 노디김의 진술이 고데트 부인에 의해 알리바이가 맞아떨어지면서 두 사람은 풀려날 수 있었죠.” 

그리고 김 감독은 “이걸 조사했어요. 지금으로부터 93년 전으로 돌아가서 다 파헤쳤어요”라고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 감독은 고데트 부인의 행적을 찾기 위해 이른바 탐사보도를 했다. 고데트의 행적을 찾는 과정이 영상에 담긴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고데트는 이 전 대통령과 한 섹션에 없었어요.”

김 감독이 제시한 자료는 여행을 마친 고데트 부인이 1921년 작성한 여권신청서였다.

알리바이 제공한 ‘제3자’
같은 기차 탄 적 없어

“고데트는 5월부터 7월까지 프랑스 파리에 있었어요. 이승만과 노디김이 여행을 한 건 6월16일부터예요.”
김 감독은 이같은 자료들이 1920년 당시 미국 수사관의 조사에 의해 나타났다면, 이 전 대통령은 위증죄로 재판에 회부된 후 징역을 살고, 이민법에 의해 추가재판을 받고 미국에서 추방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상대측은 다큐멘터리 전체를 조작으로 몰며 이것을 쟁점으로 만드려고 해요. '이것이 조작이니 나머지도 조작'이라는 논리죠. 역사적으로 중요한 부분도 아니고, 불가피하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커지고 있어요"라고 강조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김 감독이 대응영상을 제작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양측이 한동안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진실을 둘러싼 싸움에 김 감독은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자신이 전쟁의 패자라고 말하면서도 치열한 전투를 계속하고 있는 김지영 감독.  그가 과연 역사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앞으로 펼쳐질 진실게임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승만기념사업회 김일주 사무총장 한마디

“이승만과 노디김 아무 관계도 없다”

이승만기념사업회의 김일주 사무총장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장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맨법 위반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백년전쟁은 이 전 대통령이 맨법 위반으로 기소를 당했다고 했어요. 기소를 당한 사람은 피고인으로 피의자 또는 참고인 자격과 하늘과 땅 차이예요”라며 “미국 수사관이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고 단정을 지어 놓고 패러디라는 핑계로 엉뚱한 사례를 붙여서 방어를 하고 있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장은 민족문제연구소의 반박 자료에 대해서도 “답답한 게 자료 하나라도 더 잡아서 이승만의 도덕성을 허물려고 한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한 “민족문제연구소가 위증을 했다고 주장하는 고데트 부인에 대해 엉뚱하게 무슨 썸씽이 있다고 발표할까 봐 예의주시하고 있었어요”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어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서 1920년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1919년에 3·1운동이 있었잖아요. 임시정부가 한성과 상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었어요. 그중 한성 임시정부가 전통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9월6일에 상해로 임시정부가 통합됐어요”라면서 “이때 이 전 대통령이 상해로 가야 했는데 일본에 의해 현상금 30만 불이 걸린 상태였어요. 이승만은 대한민국 임시 정부 대통령으로 상해에 가지도 못하고 일본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독립운동 규합에만 힘을 쓰고 있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김 총장은 “상식적으로 이 전 대통령이 그런 상황에서 어린 여대생과 노닥거린다는 게 말이 안돼요.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이 전 대통령과 노디김의 관계를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김 총장은 “이 전 대통령은 1920년 상해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어요. 시체를 이송하는 배였는데, 아래쪽 관에 들어가 발견됐어요. 이게 진짜 이야기예요”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김 총장은 “검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씨가 조사받으면서 두 손을 떨면서 너무 억울해했어요. 얼마나 격앙되셨으면 그랬겠어요. 그분 나이가 여든이 넘었어요. 너무도 민망하고 황당한 일이죠”라고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조>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