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홈플러스 속보이는 보도자료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5.28 11:54:38
  • 댓글 0개

윗사람 부인까지 챙기는 '충성 오지랖'

[일요시사=경제1팀] '잉꼬부부'로 소문난 회장 부부가 있다. 결혼한 지 39년이 지난 60대 부부지만 아직도 깜짝 이벤트와 연애편지를 교환하는 '닭살 커플'로 유명하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부부 얘기다. 얼마 전 일선에서 물러난 이 회장이 부인에게 마지막 선물을 남겼다. 그런데 이를 두고 말이 많다.



최근 홈플러스가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의 아내 엄정희 교수가 <오리의 일기>라는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메일에는 <오리의 일기>를 소개하는 워드문서와 보도자료 하나 그리고 사진 5장이 첨부됐다. 하루에도 수십통씩 보도자료가 도착하는 지라 해당 이메일도 '그와 비슷하겠거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마지막 선물?

"안녕하십니까. 홈플러스 ○○○입니다. 이승한 회장의 아내 엄정희 한국사이버대학 가족상담학과 교수가 지난 48년간의 일기를 바탕으로 힐링 에세이 <오리의 일기>를 출간했습니다.(중략) 5월 CEO 직무인계를 앞둔 이승한 회장이나 엄정희 교수와 같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중년층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지침서도 될 수 있겠습니다. 모쪼록 적극 검토 부탁 드리겠사옵니다."

이메일 첫 문장이다. 그리고 몇 분 뒤 도착한 같은 제목의 이메일에는 "엄정희 교수 현 직책은 한국사이버대학이 아닌 ‘서울사이버대학’ 교수입니다. 수정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오리'는 저자 엄 교수가 신혼시절 삐칠 때면 입을 쭉 내미는 모습이 월트 디즈니 만화영화에 나오는 오리와 똑같다고 해서 남편 이 회장이 붙여준 별명이다.

보도자료는 이 회장을 '국내 유통업계 대부 격으로 정평이 나있는 최장수 CEO'로, 엄 교수는 바쁜 기업가의 아내로 현명하게 남편을 내조함으로써 홈플러스가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소개했다.


평소 같았으면 출판사 혹은 홍보대행사에서 보낸 것으로 파악, 간단한 '출판소식'으로 다루면 될 일이었다. 국내 언론사들도 하나 둘씩 엄 교수의 출간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발신인이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곳은 출판사도 홍보대행사도 아닌 홈플러스였다. 발신인의 메일주소는 xxxxx@homeplus.co.kr. 홈플러스가 평소 보도자료를 보내던 주소와 일치했다.

엄 교수는 학문과 일상, 개인적으로 느낀 부부생활에 대한 지침을 담은 저서 <17일간의 부부 항해 내비게이터>, 한국장학재단 대학생 멘토로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청춘지침서 <청춘을 디자인하다> 등을 집필했으며 현재 서울사이버대학 가족 상담학과 교수, 백석대학 상담대학원 외래 교수, 한국 가족상담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승한 회장 아내 에세이 출간 홍보
'그렇게 할 일이…' 윗선서 지시했나

이 같은 사실을 비추어 봤을 때 엄 교수는 이 회장의 부인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홈플러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오리의 일기>를 펴낸 출판사 '서로가꿈'도 홈플러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다.

회가가 오너 부인의 책 출간 소식을 보도자료를 통해 각 언론사에 전달한 일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퇴임을 앞두고 말이다.

보도자료가 뿌려지고 한 달 뒤 이 회장은 홈플러스 공동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이 회장은 현역은퇴를 발표한 바 있다. 마지막 선물이었던 걸까?


출간 소식이 전해진 지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이상한 보도자료'에 대해 말들이 많다. '회장님'의 직접적인 지시 없이는 불가능 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기업들은 회장 일가와 관련된 사건이 터지면 항상 '개인적인 일이라 사측에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해 왔다"며 "부인이 책을 출간했다고 해서 회사에서 발 벗고 나서서 홍보를 했다는 것은 회장의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힐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퇴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지시를 했다는 것은 빼먹을 것 다 빼먹고 떠나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뛰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엄 교수가 출간한 책이 지침서 형태로 중년층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좋은 뜻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게시를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며 "이승한 회장이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당 보도자료는 출판사에서 작성된 것으로 홈플러스는 배포만 담당했다"고 덧붙였다.

자화자찬 진수

이 회장은 지난 2월 현역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공동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국내 유통업계 최장수 CEO가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이 회장 자리에는 도성환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홈플러스는 이 회장과 설도원 부사장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도성환 단일 대표이사 체제로 바꿨다.

회사 측은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그룹 회장직과 e파란재단 이사장, 테스코 홈플러스 아카데미 회장 겸 석좌교수, 필립 클락 테스코그룹 총괄회장 경영자문역 등은 계속해서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홈플러스 속보이는 사과문

도성환<홈플러스 신임 사장> 호된 신고식 '진땀'

도성환 홈플러스 신임 사장이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사진이 노출되면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

지난 19일 홈플러스 대구 칠곡점에 입점해 있는 이동통신 3사 판매코너 내 스마트 TV화면에 고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화한 사진이 노출됐다. 화면에는 노 전 대통령과 또래오래 치킨 캐릭터를 합성한 이른바 '노래오래'사진이 걸렸다. 사진은 급속도로 유포됐고 홈플러스는 사진을 삭제하고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결과 입점 통신사 판매점 소속 판매사원이 합성사진을 스마트 TV화면에 게재한 후 본인이 직접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판매사원은 '일베저장소' 사이트에 소위 '인증샷'을 유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희화화' 비난 여론 확산

같은 날 오후 구미점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일 홈플러스 측은 "칠곡점의 인증샷이 올라간 사이트 소속 회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구미점 가전매장 고객시연용 노트북 컴퓨터 화면에 고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화한 합성사진을 게재했다"며 "이후 인증샷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정황이 포착됐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논란이 지속되자 홈플러스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진화에 나섰다. 사과문을 통해 홈플러스는 "논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고인과 유가족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매장 및 입점업체 직원 교육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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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