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날 없는’ 현대가 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28 10: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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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에 취한 ‘왕회장’ 손자손녀

[일요시사=경제1팀] 범현대가가 3세의 ‘대마 흡연’으로 또 시끄럽다. 지난 2009년, 2012년 이후 벌써 세 번째다. ‘귀한 자식’들의 잦은 말썽으로 덩달아 집안 전체가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물보다 진한 피’ 때문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자식들까지 껴안아야 하는 2세들은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대가의 3세 정모(28)씨가 대마초를 수차례 흡입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씨는 정몽훈 성우효광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주식회사 성우효광의 대주주(50%)다. 정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 정순영 성우그룹 회장의 3남이다.

‘현대가=대마?’

소문날라 ‘쉬쉬’

정씨는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그간 성우효광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지난 2010년부터 공연기획사 대표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 강력부(정진기 부장검사)는 정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9월 경기 오산시 미군 공군기지 소속 주한미군 군인이 군사우편을 통해 특송화물로 밀반입한 대마초를 브로커로부터 건네받아 수 차례 흡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주한미군 군인이 2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인 대마초 944g의 국내 유통경로를 확인하다 이 같은 혐의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미군 병사가 밀반입한 대마초가 정씨 이외의 다른 재벌가 자제들에게도 전달됐다는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씨는 일부 재벌가 자제들과 정기적인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해당 모임엔 D그룹을 포함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들 자제 4∼5명이 포함돼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친족의 ‘대마 비행’이 또 다시 수면에 오르면서 현대가 전체에 대한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가가 마약천국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가 3세의 대마초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고 정 명예회장의 손녀 정모(22)씨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정씨는 정 명예회장의 8남인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의 딸이다.

정씨는 지난해 8월 말 자택이 있는 성북구 성북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한 외국인 남성으로부터 대마초를 넘겨받아 인근에 주차해 둔 차량 안에서 다른 유학생들과 함께 피운 혐의를 받았다. 정씨는 대마초를 피운 며칠 뒤 국외로 출국했지만, 보름 뒤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체포 직후 정씨의 머리카락과 소변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약물 분석 감정을 의뢰했고, 그 결과 대마초 양성반응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말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된 이 사건은 지난 4월 법원이 정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며 마무리됐다.

정몽훈 장남 대마 혐의 구속 ‘집안 망신’
정몽용 장남·정몽일 딸 이어 3번째 적발


지난 2009년에도 부유층 자녀들의 ‘대마파티’에 현대가 3세가 연루 돼 파문이 일었다. 재벌가 3세와 대기업 CEO 자녀 등 3명 가운데, 현대가 2세 정몽용 성우오토모티브 회장의 장남이 포함된 것이다. 정 회장은 정순영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세 차례에 걸쳐 각각 대마 1g을 종이에 말아 대마초를 만들어 흡입한 혐의를 받았다. 미국의 모 고교 동문 선후배 관계로 모두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이던 이들은 한국에 왔을 때 이태원 클럽 등에서 함께 어울렸던 동년배의 제보로 범행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당시 20살이던 정 회장의 아들 정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벌이 2세, 3세로 승계되다 보니 방계 가족들이 늘어나게 되고, 그 중에 이런저런 사고나 스캔들에 연루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지만 잇단 현대가 3세의 대마초 파문으로 ‘왕회장’ 으로 더 유명한 정 명예회장이 일궈내 온 신화에 먹칠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의 한 관계자도 “사회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과 같은 대기업 재벌가 3세와 관련한 사건·사고 소식은 대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 인식을 더욱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재벌가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오르기 전에 그들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제들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 지금의 현대그룹을 탄생시킨 정 명예회장은 슬하에 6남1녀의 자녀와 30명에 달하는 손자 손녀를 둔 다복한 대가족의 가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이 겼었다. ‘가지 많은 나무엔 바람 잘날 없다’는 옛 속담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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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