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00호 특집①>전두환 일가 수백억 ‘땅 대박’ 사연



장남 재국씨 조성 베일 속 ‘무릉도원’ 실체 드러나
1만7천평 꽃동산…자금출처·투기 의혹 여전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돈방석’에 앉았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수십억원을 들여 대거 매입한 땅이 대박을 터뜨린 것.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경기 연천군 소재 ‘허브빌리지’가 그곳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연천 별천지’라 불리는 이곳은 재국씨가 지난 5년간 공들여 조성한 대규모 농원.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재국씨 땅은 물론 주변의 땅값까지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뒤흔든 연천 지역을 가봤다.

지난 2일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유명한 태풍전망대(휴전선까지 800m)를 목전에 둔 이곳은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상황이라 유독 을씨년스런 기운이 가득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 이내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변덕스런 날씨 속에서 간간이 인근 부대에서 총성이 들렸고, 어디론가 바삐 이동하는 군인들의 행렬과 시꺼먼 매연을 뿜어대며 내달리는 군용 트럭들은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임진강 기암절벽
능선 안쪽에 자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심상치 않은 남북 난기류를 뚫고 도착한 곳은 북삼리에 위치한 ‘허브빌리지’. 임진강을 끼고 깎아내린 기암절벽의 완만한 능선이 감싸 안은 형상은 “그림 같다”는 탄성을 절로 자아냈다.
심란한 마을 분위기를 달래듯 입구에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성인 6000원)을 끊고 들어간 그곳은 마치 지중해 휴양지를 연상케 하는 한마디로 ‘별천지’였다. 고요하고 인적이 드문 최전방에 숨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5만7000여㎡(약 1만7000평) 규모의 허브빌리지는 1만3200㎡(약 4000평)의 국내 최대 라벤더 꽃밭과 100여 종의 허브가 심어있는 허브가든, 80여 종의 야생화 군락지인 들꽃동산 등으로 꾸며져 있다.
또 밤나무동산, 솟대동산, 문가든, 화이트가든, 시인의 길, 포도터널 등 각 테마별로 구성된 산책로와 이탈리아 요리와 커피, 허브차 등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는 레스토랑, 도자제품을 직접 제작·판매하는 도예공방,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등도 자리 잡고 있다.
2006년 6월 주요 시설은 이미 완성해 외부에 공개되고 있지만 펜션 등 부대시설과 주변 정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허브빌리지 관계자는 “올가을까지 마무리 작업을 끝낼 예정”이라며 안내 책자를 건넸다. 여기엔 남녘의 강물과 북녘의 강물이 섞이는 ‘화합의 땅’, 남녘의 산과 북녘의 산이 만나는 ‘평화의 땅’이라고 소개돼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연천의 명소로 떠오른 이곳의 주인은 다름 아닌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는 자신과 부인, 자녀의 명의로 이 땅을 매입해 대규모 농원을 조성했다.
재국씨가 집중적으로 연천 일대 땅을 사들인 것은 2004년 3월부터다. 해당 토지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당시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 산 66번지 임야와 밭 등 8필지 2만5000여㎡(약 7500평)가 재국씨 부인 정모씨 명의로, 같은 해 5월 북삼리 222번지 6필지 1만5000여㎡(약 4500평)는 재국씨 딸 전모양 명의로 등기가 됐다. 올해 24세인 전양은 같은 시기 인터넷 홈피에 ‘우리나라가 제일 구리다’는 내용의 한국 비하 글을 올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듬해 3월엔 북삼리 221번지 임야 1필지 1만3000여㎡(약 3900평)가 재국씨 명의로 이전등기가 완료됐다. 재국씨는 토지 외에도 222번지에 있는 3층짜리 건물 2채(1320여㎡·약 400평)를 2004년 5월 전양 명의로 매입했고 곧바로 자신을 포함해 가족들의 주소지를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이어 매입한 토지 가운데 건물이 있는 이 일대 임야 1만3000여㎡를 부인과 딸 명의로 산지전용허가를 받아 첫 삽을 떴고, 완공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이다.
재국씨가 부지를 처음 매입할 때만 해도 자금 출처에 관심이 집중됐다. 무슨 돈으로 땅을 샀냐는 의문이다. 혹시 ‘가난한 아버지’전 전 대통령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허브빌리지를 조성하지 않았냐는 것. 이 부분은 지금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대목으로 남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밝힌 전 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무일푼이다. 국가에 납부해야 할 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2월 비자금 조성 혐의로 선고받은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검찰이 강제 집행한 재산 등 납부한 532억원을 제외하고 1673억원을 지금껏 내지 않고 있다.
그는 2003년 4월 법원의 재산명시 심리에서 “전 재산이 예금 29만1000원뿐”이라고 밝힌 뒤 ‘전 재산’마저 추징금으로 납부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숨겨진 재산을 끝까지 찾아내 모두 추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2006년 6월 서울 서초동 땅 추징을 마지막으로 3년이 넘도록 추가 추징이나 납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서울 ‘금싸라기 땅’팔아
연천 땅 사들여

그동안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해 재국씨도 여러 번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덫에 걸리지 않았다. 재국씨가 경영하는 ㈜시공사가 단순 출판사에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종합미디어그룹으로 발돋움한 ‘문어발 확장’배경이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매출 500억원에 이르는 굴지의 출판업체 ㈜시공사는 허브빌리지의 모회사 격이다.
재국씨는 딸이 소유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부동산(당시 시가 30억원 상당)과 부인과 아들의 공동명의였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 부지(당시 시가 10억원 상당) 등 도심의 ‘금싸라기 땅’을 팔아 연천 땅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한 측근은 “재국씨 가족의 재산은 전 전 대통령과 무관하다”며 “논현동과 서교동 땅은 재국씨의 장인이 딸과 외손자들에게 상속해 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재국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천 땅을 타인 명의로 몰래 산 것도 아니고 나쁜 일을 하려고 산 것도 아니다”라며 “허브 농원을 건설해 출판사와 독자를 잇는 소통의 현장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재국씨가 땅을 매입하자 일각에선 투기 의혹도 불거졌다. 허브빌리지는 물론 주변의 땅값까지 들썩인 이유에서다.
실제 <일요시사>의 확인 결과 재국씨 가족은 연천 땅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재국씨 소유의 북삼리 221번지 공시지가는 2005년 ㎡당 5770원에서 2006년 3만8800원, 2007년 13만7000원, 지난해 14만8000원으로 폭등했다. 올해 상승세가 약간 주춤해 12만2000원을 기록했지만 구입 당시에 비해 5년 새 무려 20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재국씨 부인 소유의 북삼리 산 66번지는 매입한 2004년 1100원에서 올해 4410원으로 4배 정도 올랐다. 딸 소유의 북삼리 222번지는 2004년 3만3200원에서 올해 12만2000원으로 역시 4배가량 상승했다.
현지 한 부동산 중개인은 “최전방 지역 가운데 연천이, 그중에서도 허브빌리지 라인이 임진강에 접한 데다 도로를 바로 끼고 있어 일대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곳으로 꼽힌다”며 “2000년만 해도 연천에서 평당 몇 백원에 거래되던 땅들이 이젠 실거래가로 보통 20∼30만원, 많게는 100만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연천을 비롯해 휴전선 접경지역 일대에 땅 투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여기에 2004년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이 생산되고 아테네올림픽 남북한 선수단의 공동입장, 북한 용천역 사고로 인한 대북구호지원 등 남북관계 호재가 맞물리면서 훈풍이 불더니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뒤 열풍이 불어 닥쳤다. 그동안 대북 위기도 수차례 있었지만 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특히 2004년부터 본격 개발된 파주 LCD 산업단지 조성으로 대토를 원하는 주민들이 토지를 매입하면서 재국씨 땅은 물론 주변의 땅값까지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연천은 2005년 100%에 가까운 공시지가 상승률을 기록,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땅값이 뛰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자 이 일대의 토지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수십∼수백 배 비싼 가격으로 흥정되는 실정이다. 재국씨 가족이 연천 땅을 매입한 2004년만 해도 실거래가로 보통 임야가 평당 5만원, 대지가 10만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거의 대부분 10배 이상 올랐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그나마 허브빌리지 근처의 주민들은 평당 100만원을 줘도 안 판다고 한다. 결국 수십억원에 매입한 재국씨 가족의 땅들이 현재 수백억원을 호가한다는 계산이다.

가족 주소지도 이전
평당 5천원→12만원


한 주민은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허브빌리지가 들어선 뒤 인근의 땅값이 몇 십배나 올랐기 때문에 ‘전두환 가족’을 땅값을 올려준 ‘반가운 손님’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지역의 유지들 사이에서 ‘전두환 일가가 그냥 땅을 사고 개발할 리 없다’ ‘대규모 관광단지나 휴양시설이 들어서는 것 아니냐’란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당분간 개집도 안 판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 전 전 대통령은 연천, 파주 등 휴전선 서부 접경지와 인연이 적지 않다. 전 전 대통령은 1978년 제1사단장을 지냈는데 1사단 주둔지가 바로 파주 지역이다.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는 2007년 탤런트 박상아씨와 파주 헤이리 한 화랑에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으며 같은 해 재국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시공사는 파주 문발리에 ‘파주 사옥’을 세우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의 5공화국 시절 주도세력에 의해 정치권에 발탁된 이한동 전 총리는 1981년 11대 총선 때 연천·포천 지역구에서 당선된 이후 불출마한 2004년 17대 총선까지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6선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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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