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노무현 쇼크② 궁지 몰린 MB 위기 타개책



검찰 수사 비판 여론, MB 향한 날선 칼날로 탈바꿈
“촛불집회 막겠다” 경찰 투입 ‘악수’ 집권 최대위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 대통령이 위기를 타개할 패를 고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검찰과 이러한 ‘전 정권 죽이기’ 수사의 배후에 서 있는 현 정권에게로 몰리면서 국민적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정부를 향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지 않지만 자칫 안으로 곪은 상처가 촛불집회로 터져 나올 경우 정권 퇴진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여권은 4월 재보선 수습책으로 논의해온 ‘개각’을 민심수습책으로 꺼내드는 한편 직접적인 비난 여론에 노출된 검찰의 ‘물갈이’를 고려하고 있다. 이 대통령을 구할 위기 타개책이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원인으로 무리한 검찰 수사가 지적되면서 청와대도 책임을 면키 어려워졌다. ‘죽은 권력’에 대한 ‘살아있는 권력’의 정치 보복이었다는 주장이 날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막아서는 등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촛불집회를 타고 청와대를 불태우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국정 마비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불렀던 촛불집회가 다시 한 번 재현될 경우 현 정부가 그 파장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각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노 서거는 일종의 고문치사”
‘탄핵’ 불 지피는 야권

그러나 경찰력을 투입해 ‘촛불’을 막으려는 모습은 도리어 ‘과도한 견제’라는 비판을 불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촛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지만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발길을 막는 공권력 앞에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민주당 등 야권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권 퇴진운동’의 불을 지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시민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앞두고 “정권과 검권과 언권에 서거 당한 대통령의 영결식”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검찰, 언론에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현 정부에 의한 일종의 고문치사”라고 주장했다.

송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현 정권의 권력남용과 정치보복에 따른 것 때문이라는 것이 모든 국민의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예로 들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잘못된 수사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그는 “증거도 없이 특정 한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해서 2개월 동안 발가벗겨 사실상 고문을 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일종의 고문치사와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비판하면서 “이런 검찰 수사에 대해서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70여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도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거대한 애도의 물결엔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내몬 현 정권에 대한 분노가 녹아 있다”며 “피의사실을 사전에 낱낱이 언론에 흘리는 방식의 검찰 수사는 누가 봐도 명백한 정치보복성 표적수사였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공권력을 동원해 수천 명의 경찰이 조문객을 막고 시청 앞 광장을 원천봉쇄했지만 조문객의 수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고 촛불의 숫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며 “이미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와 저항의 불길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도 “촛불을 견제하고 서울시 광장을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을 보면 정치적, 반민주적 공안권력의 강화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 대통령에게 “이번 조문행렬에서 나타나는 민심의 향방과 성격을, 그들의 분노한 눈물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없는 야권의 공세에서 이 대통령을 구한 것은 뜻밖에도 북한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중 북한은 핵실험에 이어 연거푸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 한반도를 긴장케 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강경대응으로 맞받아치면서 남북의 긴장관계는 높아만 갔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국민적 관심도 남북관계로 시선을 돌렸으며 이명박 정부의 굳건한 버팀목인 보수세력의 결집 계기로 작용하는 효과를 낳았다. 취임 후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북한이 이 대통령을 집권 후 최대 위기 상황에서 구해준 셈이 된 것.

그러나 정치분석가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국민적 쇼크 상황은 이 대통령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과의 문제로 시선이 분산되기는 했지만 그뿐이다. 대북문제로의 물타기만으로는 야권의 공세를 막고 전세를 뒤엎기에는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3일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3.2%로 지난 1월9일(22.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는 69.4%에 달했다.
이 대통령이 꺼내들 수 있는 타개책은 무엇일까. 이 대통령은 우선 전 대통령에 대한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그 첫 발을 뗐다.

MB정권 구한 북풍
오래된 경색에 약발 ‘뚝’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국민 모두 함께 애도해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조문을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전문제 등을 고려, 봉하마을 빈소를 방문하려던 계획을 변경하기는 했지만 ‘할 도리’는 다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서울 경복궁에서 거행된 영결식에 참석, 노 전 대통령을 조문했다.

또한 ‘책임론’이 인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임채진 검찰총장이 경질될 수 있다.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인간적인 고뇌 때문”이라는 짧은 말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사태 해결이 우선”이라며 사표를 반려했다.

하지만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데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대검 중수부장, 중수1과장 등 핵심 수사 책임자들을 해임시키고 피의사실공표죄 등에 대해 사법처리까지 해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비장의 카드 빼드는 MB
검찰청장 경질하면 살까

때문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 종료 이후 임 총장을 경질시키고 이인규 대검찰청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 우병우 중수1과장 등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해 온 수사팀을 대폭 교체하는 방안이 이야기되고 있다.

또한 김경한 장관의 교체설도 청와대와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 장관이 현 중수부 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개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물러난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임 총장이 임기를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어 사표 제출을 거부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임 총장의 사표 제출에 적지 않은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 종료 후 임 총장이 경질되고 이인규 대검찰청 중수부장과 우병우 중수1과장은 전보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 권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짐에 따라 향후 개각과 조직개편 등에서 검찰의 권력을 일부 줄이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신 경찰력이 강화된다는 것. 이로 인해 검찰과 경찰이 오랫동안 대립각을 세워온 기소권 및 수사권 배분 문제가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 주변에서는 ‘6월 개각설’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4월 재보선 패배 후 “당도 그렇고 청와대나 정부 내각도 정비가 이뤄졌으면 한다”는 쇄신의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6월 정계개편을 통해 분위기를 일신하자는 것이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다 6월이면 윤진식 경제수석을 제외한 대부분의 청와대 수석들이 1년 임기를 채우게 돼 인사 단행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정기관들도 장·차관 등에 대한 스크린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각에서는 비경제부처 장·차관들의 교체가 거론되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 등을 이유로 외교 안보라인이 바뀔 것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비상시국이 된 이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일부 사회부처 장관들과 여성부 등이 교체 대상이라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6개월 이상은 곁에 두는 이 대통령의 인사 흐름을 볼 때 급격한 진용개편보다 6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개혁법안이 처리된 뒤 7~8월께 내각과 청와대에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6월보다는 7월 개각설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정치권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가 된 이상 6월 국회에서의 주요 법안 처리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정치권 대다수의 전언이다.

이들은 차라리 국정 쇄신을 통해 법안처리의 탄력을 얻고자 하는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 쇄신특위의 쇄신안과 개각이 함께 진행되면서 당정청을 망라한 대대적인 물갈이와 조직개편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국정동력을 얻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쇄신안 타고
‘6월 개각설’ 모락모락

장관급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비경제부처의 장·차관급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낙마 후 공석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국세청장 인선까지 해결될 수 있어 6월 중 중폭 이상의 개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미 청와대 참모진과 일부 장관을 교체할 것이라는 조기개각설이나 당 쇄신안에 대한 주장을 이 대통령이 모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방안에 이 대통령에 실망하고 있는 이들에게 다시 신뢰를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는지, 노 전 대통령을 잃고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을 아우를 ‘화합책’이 들어가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정말 실행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진정성’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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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