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의 ‘역발상 경영’ 화제

“메이저대회 최고의 권위는 우리 스스로”

매년 4월 초 전 세계의 골프 마니아들을 TV 앞에 붙들어 놓는 마스터스.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가장 역사가 짧고 자금력이나 탄탄한 조직력도 없는 일개 골프장에서 시작한 대회가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돈보다는 명예 “후원금은 일절 사절”
중계권료·입장권 판매·영업 무관심

마스터스는 다른 메이저대회와는 달리 기업들의 후원금을 일절 받지 않는다. 엄청난 수입을 보장하는 TV 중계권료나 입장권 판매, 골프장 영업 등에도 무관심하다. 세속적인 가치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돈 보기를 돌같이’하는 마스터스의 ‘경영 비법’이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1등 대회를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돈 보기를 돌같이’
1등 대회 비법


마스터스는 77년간 타이틀 스폰서를 허용하지 않았다. AT&T, IBM, 엑슨모빌, 롤렉스 등 4개의 기업을 후원사로 선정했으나 이들은 후원금이 아니라 물품 공급 후원 계약만 맺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 내 어떤 기업 로고도 노출되지 않는다.

다른 메이저대회인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도 타이틀 스폰서를 두지 않고 있지만 대신 공식후원사라는 창구를 통해 여러 기업에서 연간 수천만달러의 후원금을 받고 있다. US오픈을 여는 미국골프협회는 마스터스처럼 기업 후원을 받지 않다가 2006년부터 셰브론, 롤렉스, IBM, 렉서스, 아멕스카드 등 5개 기업 파트너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PGA챔피언십을 주최하는 PGA오브아메리카는 ‘패트론(후원자) 스폰서’라는 이름으로 아멕스카드, 내셔널렌터카, 로열뱅크오브캐나다, 메르세데스벤츠, 오메가 등의 후원을 받는 것도 모자라 대회 로고 사용 대가로 25개 기업으로부터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 등 ‘수익사업’에 열을 올린다.

브리티시오픈을 주관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1978년 롤렉스를 시작으로 니콘, 메르세데스벤츠, HSBC, 두산 등의 후원을 받았으며 최근 마스터카드, 랄프로렌을 추가하는 등 후원금에 익숙해졌다.

마스터스는 사실상 중계권료가 없다. 매년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지금까지 CBS가 독점하고 있다. CBS가 중계권료로 지급하는 금액은 다른 대회에 비해 매우 싼 300만달러다.

미국 PGA투어는 CBS와 NBC 두 방송사로부터 10년간 28억달러 이상을 중계권료로 받는다. 연간 2억8000만달러를 대회 수 40개(메이저대회 제외)로 나누면 대회당 700만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메이저대회는 일반 대회보다 몇 배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US오픈 테니스대회는 2008~2011년 중계권료로 CBS에서 1억4500만달러(연간 3625만달러)를 받았다. 마스터스는 최소한 중계권료로 연간 3000만~5000만달러 이상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오거스타는 중계권을 포기하는 대신 대회 도중 1시간 동안 4분만 광고를 하도록 하고 하루 총 16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해 상업성을 배제하는 데 성공했다.


마스터스는 입장권 수입에도 큰 관심이 없다. ‘패트론’이라고 부르는 4만 명에게 평생 볼 수 있는 권한을 이미 넘겨버렸다. 이들은 대회 기간에 1인당 200달러(1일 62.50달러)만 내면 된다. 하지만 이 입장권은 시장에서 수십 배로 폭등한다. 연습라운드 관람 티켓만 1000달러가 넘고 4일짜리 티켓은 7000달러를 웃돈다.

US오픈의 하루 입장료는 가장 싼 것이 250~385달러며 1주일짜리 패키지는 1875달러다. 브리티시오픈은 하루에 90파운드부터, 7일은 240파운드부터 판다. 메이저대회 중 가장 인기가 떨어지는 PGA챔피언십은 1일에
75~85달러, 1주일에 285~550달러다.

더 큰 입장료 수입은 기업 고객을 위한 VIP용 티켓이다. 브리티시오픈의 ‘프리미어 스위트’는 30명 수용에 1만6500파운드(약 2800만원)부터 시작한다. PGA챔피언십은 코스 내에 VIP석을 마련해놓고 50석은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 150석은 42만5000달러(약 4억8000만원)를 받고 있다. US오픈 13만5000달러(약 1억5000만원)와 21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짜리 패키지가 있다.

오거스타는 대회를 마치고 나면 코스 관리를 이유로 5개월간 휴장에 들어간다. 다른 코스들이 메이저대회 개최를 이유로 그린피를 올리는 등 영업 활동을 벌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회 기간 나타나는
‘마스터스 메뉴판’

마스터스는 기업들의 후원과 TV 중계권료 대신 대회 기간에만 판매하는 기념품 판매 수입(3000만~4000만달러)과 패트론 입장권 판매 수입(1000만달러), 식음료비 등으로 대회 상금과 경비를 충당한다. 대략 60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려 매년 1000만달러의 수익을 남긴다. 이 돈마저 아마추어 골퍼를 후원하는데 사용한다.

마스터스는 돈을 포기했지만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지역에 어마어마한 경제효과를 안겨줬다. 영국 BBC는 마스터스 주최로 조지아주에 50억달러의 경제효과가 발생하고 일자리 6만 개를 창출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다른 메이저 대회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지만 이들 대회는 세계 각국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140∼150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반면 마스터스는 출전 자격부터 다른 메이저 대회와 차별화하고 있다. 엄격한 출전 자격 조건을 충족시킨 100명 내외의 선수들만 추려 우승자를 가린다.

출전 자격 100명 내외, 다른 메이저는 140~150명
골프장 밖 식당 음식 값 껑충, 갤러리는 월마트 수준


올해 마스터스 출전 선수는 93명이었다. 역대 마스터스 우승자, 지난 5년간 메이저 대회 우승자, 작년 마스터스 공동 16위 이내 입상자, 2012시즌 PGA 상금 랭킹 30위, 2012년 세계 랭킹 50위, 올 3월31일자 세계 골프랭킹 50위, 작년 마스터스 이후 PGA 우승자, 지난해 US아마추어 챔피언 등이 이번 대회에 출전 자격을 얻었다.

외국인 초청선수는 이시카와 료(일본), 타워른 위랏찬트(태국) 등 2명뿐이었다. 이로 인해 ‘명인들의 열전’에 초대된 선수들은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을 입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생각한다.
올해도 이틀간 1, 2라운드를 치른 뒤 공동 60위 이내와 2라운드 선두와 10타 차 이내의 선수들만을 가려 3, 4라운드를 치렀다.

‘마스터스 메뉴판’은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 담장 하나 사이로 안과 밖이 매우 다르다. 골프장 담장 바로 앞 워싱턴로드 대로변에는 식당과 술집, 모텔, 주차장이 즐비하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4월 둘째 주 한 주 동안 이곳의 메뉴판은 평소와 다르다. 평소 20∼30달러이던 스테이크하우스는 ‘마스터스 위크’에는 50∼100달러짜리 메뉴판을 손님들에게 내민다.

그럼에도 이곳은 물론 주변 식당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후터스’란 바 역시 해떨어지기 무섭게 만원사례다. 두 시간을 기다려도 테이블 하나 얻기 힘들다. 인근 술집들도 마찬가지이며 능력있는 웨이트리스는 하루에 버는 팁만 1만달러에 달했다는 지역신문 보도도 있었다.

외지인만 10만 명이 찾다보니 초절정 성수기를 맞은 모텔은 평소 20∼30달러하던 하루 요금이 매년 오르더니 올해는 200∼300달러로 폭등했다. 이런 게 싫어 ‘패트론’들은 집 한 채를 통째로 빌려 인터넷을 통해 모인 이들과 숙박비를 분담하며 ‘1주일간 동거’를 하기도 한다. 평소 무료주차 지역이던 상가 주차장이 20∼40달러까지 받는 것은 애교에 불과하다.


갤러리는 돈벌이
수단 아니야

‘마스터스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골프장 담장 안은 어떨까. 마스터스 관람 티켓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입장하면 담장 밖 세상과 딴판이다. 골프장 측은 하루 수만의 갤러리가 몰리는 이곳에서 먹거리도 팔지만 가격은 가장 싸게 판다는 ‘월마트’ 수준이다. 물과 콜라, 스낵류는 1달러, 칠면조·치킨 샌드위치가 1.5달러, 맥주가 4달러 선이다.

골프장 측은 그래도 남는 장사라며 10년 전 가격 그대로 받고 있다. 기념품 역시 올해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골프장은 돈을 벌기 위해 갤러리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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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