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떠나는 세상 여행

교통카드 한 장 달랑 들고 여행을 떠나요!


지하철은 정확한 이동 수단인 동시에 저렴한 여행 수단이기도 하다. 런던, 파리, 도쿄, 홍콩 등 지하철이 발달한 도시에서는 매년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어 지하철을 이용해 자유 여행을 즐기고 있다. 이들 유명 도시 못지 않게 서울 지하철도 일찌감치 유용한 여행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교통체증 걱정도, 기름값 걱정도 없이 지하철 노선도만 있으면 어디든 찾아갈 수 있는 ‘지하철로 떠나는 여행’을 구석구석 살펴봤다.

용산역 ‘이벤트광장’·서울역 ‘열린콘서트홀’ 등 관람
경복궁·한옥마을 등 역사기행·맛집 찾는 재미도 쏠쏠
시민들 호응 커 지역 문화공간으로 거듭나
청계천·습지공원 등 휴식공간으로 다양화


■문화·예술이 흐르는 지하철

1호선 용산역 ‘이벤트광장’과 서울역 ‘열린콘서트홀’에서는 1년 내내 클래식이나 오케스트라 공연, 뮤지컬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진다. 공간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을지로입구역, 사당역, 서울대역, 선릉역 등 지하철 역사 7곳에도 상설 문화예술 공간이 자리잡아 시민이 참여하는 쌍방향 문화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있다. 재즈연주자, 국악연주자, 포크송 가수, 오카리나 연주자, 마술 공연, 어린이 밸리댄스단 등 다양한 예술인들이 지하철 예술 무대에 올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5호선 광화문과 공덕역 등에 자리한 상설 공연장에서도 포크송 라이브 공연과 연극, 노래,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연이 선보인다.
3호선 남부터미널역은 과거 화물 터미널로 사용됐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예술의전당과 가까운 역’이라는 점을 강조해 벽화에 ‘문화와 예술’을 담았다. 우리 민족 춤과 국악 연주를 표현한 ‘국악 연주도’와 ‘민속춤’을 타일로 표현했다.

2호선과 3호선이 교차하는 을지로3가역은 과거 고구려 명장 을지문덕의 성을 따서 역 이름을 지었다. 2호선과 3호선을 갈아타는 길목에는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도’를 커다랗게 그려 넣어 웅장한 기운을 느끼게 해 준다.
4호선 미아삼거리역은 원래 장위동과 종암동, 돈암동 세 방면으로 갈라지는 지형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밤나무가 많아 ‘밤나무골’로 불리기도 했다. 과거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승강장 벽면에는 색유리로 화려하고 추상적인 ‘밤나무골’을 그린 벽화가 있다.
3호선 교대역은 인근에 서울교육대학교가 있어 ‘교대역’으로 불린다. ‘교육의 중심지’라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이 역에는 ‘훈민정음’과 ‘서당풍경’이 벽화로 표현돼 있다. 

5호선 김포공항역 에스컬레이터 옆 노란 벽면의 ‘직녀가 꿈에서 본 그림들’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전승 놀이인 칠교판 놀이를 형상화한 것이다.
6호선 동묘역은 천장에 수 십개 연이 매달려 있다. ‘연’이라는 주제의 작품으로 대보름 연 놀이를 통한 무한한 꿈과 이상을 표현한 것이다.
5호선 왕십리역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달픈 삶과 희망을 엇갈린 명암으로 표현한 ‘노래하는 색’을 벽면에 전시했다.

■역사기행

1호선과 3호선, 5호선이 연결되는 종로3가역에는 종묘와 창경궁이 자리한다. 그리스 아테네에 파르테논 신전이 있다면 대한민국 서울에는 종묘가 있다. 이 두 건축물은 모두 신(神)을 기리는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는 조선왕조 역대 및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유교 사당이다. 조선왕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태조 3년(1394) 12월에 착공, 이듬해 9월 완공됐다. 완공 직후 태조의 4대조인 목조, 익조, 도조, 환조의 신주를 모셨다. 창경궁은 15세기 성종때 3명의 대비(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를 모시기 위해 세운 궁궐로 종묘와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

충무로역(3호선과 4호선 교차)에 내리면 남산골한옥마을과 남산을 구경할 수 있다. 남산골한옥마을은 조선시대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한양 5경’으로 불렸던 곳으로 정자와 연못, 나무로 꾸며진 전통 정원에 한국의 전통가옥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서울의 랜드마크인 남산은 서울의 중심에 위치하면서도 각종 동식물이 살고 있는 생태 공원으로 충무로역에서 내려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3호선 안국역에서는 운현궁, 북촌한옥마을, 창덕궁을 모두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운현궁은 조선 고종의 잠저(潛邸: 왕이 되기 전에 살던 곳)인 동시에 흥선대원군의 정치 활동 근거지였다.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북촌은 조선시대에 왕족이나 고관대작이 거주했으며 860채의 한옥이 밀집된 고급 주거지였다. 지금의 북촌은 도심 주거에 맞게 개량된 한옥들과 박물관, 공방 등이 모여 있다. 부적과 민화를 볼 수 있는 ‘가회박물관’, 북촌에서 수집한 근대의 생활물건을 전시한 ‘북촌생활사박물관’ 외에도 ‘세계장신구박물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3호선 경복궁역은 역 이름처럼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 유적지를 볼 수 있다. 경복궁은 1395년 태조 이성계가 세운 조선왕조의 법궁(法宮)으로 북쪽으로는 북악산이 둘러싸고 정문인 광화문 앞으로는 넓은 육조거리가 펼쳐져 있다.
1호선 구리역에서 마을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는 동구릉은 1408년 조선 태조의 건원릉터로 쓰인 이후 9기(基) 17위(位)의 왕과 왕비를 안장한 곳이다. 건원릉, 현릉(문종과 비 현덕왕후), 목릉(선조와 비 의인왕후), 휘릉(인조의 계비 장령왕후), 원릉(영조와 계비 정순왕후), 유릉(익종과 신정황후) 등 9개의 능이 있다.

■지하철역 인근 휴식 공간

5호선 광화문역에서 만날 수 있는 청계천은 서울 강북의 중심가를 흐르는 10.92㎞의 하천이다. 지난 2005년 복원 공사를 마친 후 물길이 다시 열려 지금까지 7600만 명의 관광객과 시민이 찾았다. 시작점인 청계광장에서 4m 높이의 2단 폭포를 따라 내려가면 저마다 사연을 가진 다양한 다리와 조형물이 가득하다.

2호선 당산역의 ‘선유도 공원’은 정수장 건축물을 재활용해 국내 최초로 조성된 환경재생 생태공원이자 ‘물 공원’이다. 선유도 일대 11만407㎡의 부지에 수생식물원, 환경놀이터 등을 조성해 다양한 수생식물과 생태 숲을 감상할 수 있다. 양화지구와 연결된 선유교, 안개분수, 월드컵 분수 등 아름다운 한강의 모습이 보인다.

2호선 뚝섬역의 서울숲은 서울의 센트럴파크 같은 곳이다. 동물이 서식하는 생태숲, 잔디밭, 곤충식물원 등이 있으며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돼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
5호선 방화역의 ‘강서습지 생태공원’은 한강변 생물들의 서식처를 보존해 동식물의 모습을 관찰, 학습하도록 조성된 공원이다.
한때 쓰레기더미의 대명사였던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난지도는 10여 년의 복원 작업을 통해 지난 2002년 생태공원으로 거듭나 현재 ‘하늘공원’과 ‘하늘다리’ 등 다양한 휴식 공간을 갖추고 있다.

지하철에도 아름다운 휴식 공간이 있다. 6호선 녹사평역은 돔 형태의 유리 지붕으로부터 지하 공간까지 눈부신 자연 채광이 쏟아져내려 마치 유리 궁전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건축물이 아름다워서 역사 내에 자리잡은 넓은 홀은 결혼식장으로도 사용된 전례가 있을 정도다. 영화 <말아톤>이나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장으로도 활용됐던 이곳은 독서마당, 수족관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3호선 옥수역도 내부 구조가 아름다워 드라마나 한강의 촬영지로 자주 소개된 곳이다.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도 옥수역의 매력 포인트. 특히 밤에 찾으면 한강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끽할 수 있어 사진 작가들의 촬영 포인트로도 인기가 높다.

■지하철 이용한 골목 구경

3호선 안국역 근처의 가회동 31번지 북촌한옥마을. 한옥들이 지붕 처마를 맞대고 있는 풍경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 준다. 좁아졌다 넓어지고 다시 좁아지기를 반복하는 골목의 연결을 따라 떠나는 여행은 서울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1, 2호선 시청역에서 가까운 정동 돌담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던 곳이다. 번화한 도심아 생겨나고 대로가 만들어져도 이곳 돌담길이 주는 추억은 더 없이 소중하다. 인근에 정동극장과 정동교회, 구 러시아공관 터, 시립미술관 등 문화와 역사가 깃든 곳들이 많다.

4호선 회현역에서 내리면 온갖 물건들로 가득찬 남대문 시장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상품 말고도 남대문 갈치조림 골목이 있다. 10여 군데 갈치조림 식당이 성업 중이며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희락’과 후발 주자로 단골들을 두고 있는 ‘내고향 식당’이 특히 유명하다. 골목은 좁고 지저분하지만 서민의 애환이 묻어나는 대표적인 맛 골목이다.


■지하철 타고 만나는 자연

1호선 오산대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물향기 수목원’은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연면적 33만㎡ 규모의 대단지에 수생식물 1600여 종류를 조성한 곳이다. 도심지에서 보기 드물게 자연 생태계가 숨 쉬는 습지 생태원 등이 자리해 수도권 시민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앙선 양수역에서 도보 5분인 세미원은 물과 꽃의 동산이다. 장자의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觀花美心: 물을 보면서 마음을 깨끗이 씻고, 꽃을 보면서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에서 이름을 따온 세미원은 연못마다 아름다운 연과 부들, 창포가 가득하며 실내 온실 ‘석창원’에서는 연중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중앙선 끝자락에 위치한 국수역에서 택시로 5분 거리에 있는 들꽃 수목원은 남한 강변에 자리한 국내 유일의 강변 수목원이다. 야생화 단지, 허브 정원, 자연 생태 박물관, 식물원 등 다양한 자연 체험 공간이 조성돼 있다.
4호선 오이도역에서 버스로 10분 정도 가면 시화호에 도착한다. 시화호는 한때 ‘죽음의 호수’로 기피 대상이었지만 갯벌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생명의 호수’로 재탄생했다.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화성군 2개 시와 1개 군에 걸친 넓은 갯벌 지대의 탁 트인 전경은 일품이다.

1호선 인천역에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월미도는 1989년 7월 문화의 거리가 조성된 이후 문화예술의 장, 공연놀이 마당 등으로 탈바꿈했다. 카페, 회 센터 등이 바닷가를 중심으로 늘어서 있어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찾는 이들이 많다. 월미도 관광용 모노레일(일명 ‘월미 운하레일’)이 예정대로 오는 7월 개통하면 지하철을 이용한 인천 여행은 보다 즐거워질 전망이다. 모노레일은 인천역 주변에서 출발해 월미도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인천역으로 돌아오는 6.3㎞의 순환 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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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