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황당한 '개 재판' 설왕설래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03 18: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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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갇힌 개 꺼냈다 '날벼락'

[일요시사=사회팀] 애견인구 1000만 시대.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개들은 아직도 학대받고 있다. 10년 전부터 동물운동가로 활동했던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얼마 전 개를 구조했다가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이른바 '개 재판'에 애견인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사육장 잠금 시설을 절단하고 그 안에 있던 개 등을 빼돌린 혐의(특수절도)로 기소된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구조냐 절도냐

징역형을 선고받은 박 대표는 지난 2011년 11월 경기 과천시 소재 주말농장 인근에서 절단기를 이용해 우리 안에 있던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빼낸 혐의로 기소됐다. 박 대표는 "우리 안에 있던 동물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며 "절도가 아닌 구조였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개와 닭을 빼낸 직후 경기 포천에 있는 한 동물보호소로 구조한 동물들을 옮겼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동물 소유자에게 시정을 요구하거나 관계 규정에 따라 신고하려는 노력 없이 주인 몰래 동물을 꺼낸 간 것은 불법행위"라며 박 대표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이날 대법원 역시 "열악한 상태의 동물들을 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동물들의 건강상태 등에 비춰보면 동물을 무단으로 빼내올 만한 긴급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유죄 판결을 내린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른바 '개 재판'이라 불렸던 이 사건은 동물애호가들을 비롯한 많은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물을 구조해야 할 생명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개인 소유의 재산으로 볼 것이냐'는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닉네임 임**은 "아무리 급했어도 동물을 몰래 빼간 건 아닌 것 같다"며 "동물도 생명이라 그런 건 알겠지만 정당한 절차를 밟았다면 좋았을 것을"이라며 법원 판결이 정당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닉네임 주완**은 "현행법상 엄연히 절도죄가 성립함으로 당연히 죗값을 받아야 한다"며 "동물보호협회라면 적법한 구조 방법을 생각해야지 말 안 듣는다고 구조를 핑계로 남의 재산 강탈하면 깡패랑 뭐가 다릅니까"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닉네임 SU**는 "아니 그럼 감금된 동물을 어떻게 구출합니까? 참 어이가 없네"라면서 "주인한테 이야기하면 협조를 안 해주는데 저 사람들도 오죽했으면 저랬겠습니까"라고 박 대표의 행동을 옹호했다.

또 닉네임 생선**은 "개도둑은 인정, 대신 학대 가해자는 도둑보다 더 엄한 판결을 받아야 한다"면서 관계 법령의 개정을 촉구했다.

닉네임 대한**도 "난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저들이 동물에게 한 행동을 볼 때 절도라고 보긴 힘들 것 같다"며 "학대 받고 굶고 있는 아이를 데려다 밥 먹이고 보호소로  보냈더니 납치범으로 구속한 것과 뭐가 다르냐"고 비유했다.

하지만 닉네임 미*는 "자기들 생각에 남이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면 그 사람 돈은 다 자기 마음대로 뺏어도 된다는 식의 사고는 정말 위험하다"며 "의도만 좋다고 모든 행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사육장 잠금 시설 절단…불법구조 논란
특수절도 혐의로 집유형 '개도둑 멍에'


'개 재판’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온라인에서 계속된 가운데 박 대표가 속한 동물사랑실천협회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번 판결에 대한 항의글을 남겼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최소한 동물구조와 도둑은 구별되는 게 정의로운 법질서라고 사료된다"며 "학대받는 동물에 대해 관계당국의 압수권이나 피난권이 인정됐다면 동물운동가에게 개도둑이라는 멍에가 씌워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동물구조가 절도가 아닌 영웅적 행동이 될 수 있도록 동물학대에 계속 저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닉네임 유**는 "사람 구하는 건 구출이고 동물 구하는 건 도둑입니까?"라며 "법원이 동물이라고 업신여기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고 쌓였던 분노를 표출했다.

닉네임 이** 역시 "같은 지구아래 살면서 인간이란 이유로 다른 생명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누가 가르쳤냐"면서 "대한민국 법은 늘 가진 자를 위한 법, 강자만을 위한 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반면 닉네임 Gra***는 "동물 권익을 위한 단체라면서… 무려 인권 수준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동물소유주의 권리는 왜 침해하는지 모르겠다"며 "실은 동물애호가들도 자신의 반려동물을 다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닉네임 강등***은 "개를 좋아하는 건 취향이지만 이건 거의 신앙 수준이 돼서 마치 사람 위에 개가 있는 것 같다"며 "나도 개는 좋아하지만 '개빠'들은 그냥 답이 없다"고 비꼬았다.

생명이냐 재산이냐

동물구조가 주로 개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애견인들을 향한 비난 여론도 점차 확장되는 모양새다.

먼저 닉네임 chjet****는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당신(애견인)들도 육견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며 비아냥댔고, 닉네임 보편적**은 "박 대표의 주장은 늘 동물 사랑보다는 개에 대한 사랑에 가깝게 느껴진다"고 거들었다.

또한 닉네임 김**은 "인간 위에 인간이 없듯 동물 위에 동물은 없다"며 "잘못된 선민의식처럼 개에만 편중된 동물 구조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닉네임 메롱**은 "동물을 돕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이해하지만 인간에 의해 고통 받는 동물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 건 오히려 인간의 야만 아니겠냐"며 "박 대표가 개만 구한 것도 아닌데 동물구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남겼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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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