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시대' 현대차그룹 동반성장 프로그램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5.01 15: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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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가족처럼…"어려울수록 끌어안는다"

[일요시사=경제1팀] '동반성장.' 새 정부가 주도하는 창조경제의 중요한 과제다. 기업들이 동반성장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장님'까지 두 팔을 걷어 올렸다. 그중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돋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3년 신년사에서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을 위해 '모범적인 기업'으로서의 역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며 그 일환으로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그 자리에서 정 회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소외된 계층을 보살피며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에도 적극 앞장서 달라"고 피력했다.

일자리 창출
청년실업 해소

실제로 현대차의 협력사 동반성장을 위한 꾸준한 노력으로 330여 개 1차 협력업체가 지난 한 해 동안 1만5000명의 인력을 신규채용했다. 이는 협력업체들의 지난해 연초 채용계획 1만 명을 50% 가량 웃도는 규모로 1차 협력업체들의 2012년 말 총 고용인원이 14만3000명임을 감안할 때, 지난 한 해 10%가 넘는 인력을 신규 채용한 것이다. 5000여개에 달하는 2·3차 협력업체의 채용 규모까지 포함할 경우 현대차 전체 협력업체들의 지난해 고용 인원은 훨씬 늘어난다.

현대차는 작년 현대차, 기아차 등 그룹 내 11개 계열사가 2560여 개 중소 협력사와 함께 2011년 보다 강화된 '2012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하고 전체 협력사들의 지속성장을 위한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작년 협약에 참여한 협력사는 2011년 2200여 개 대비 16%가 증가한 2560여 개로 대폭 확대됐으며 특히 협력사의 운영자금 대출,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지원 등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

'2012 협력사 채용박람회'는 우수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사들의 인재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시작 전부터 협력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현대차는 협력사들이 인재 확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비용 부담은 물론 행사 기획, 운영, 홍보까지 전 부문을 총괄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대규모 고용창출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청년 실업 해소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올해에도 지난 3월14일부터 3월29일까지 '2013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행사에 참가한 한 협력사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었는데 현대차의 핵심 협력사로 소개되는 이번 행사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제대로 알릴 수 있어 채용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패러다임 제시
채용박람회·문화나눔 등 다양한 지원

올해 이들 협력사는 이번 채용박람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상반기에 대졸 및 고졸 사무직 3000명을 채용하는 등 올 한 해 생산직까지 포함해 총 1만여 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의 동반성장을 위한 손길은 협력사뿐만아니라 협력사 임직원들의 가족에게까지 닿았다. 현대차는 지난 2011년 8월 '문화를 통한 동반성장'을 주제로 협력사 임직원과 가족 등 총 2만 명을 초청해 문화공연 관람기회를 제공하는 '협력사 H-Festival'을 시작으로 지난해 8월 '2012 현대차 협력사 임직원 자녀 여름 영어캠프'를 개최하는 등 동반성장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협력사 H-Festival'은 현대차가 주관해 경기, 인천/안산, 중부, 대구/경북, 부산/경남, 전주/호남, 울산/경주 등 전국 7개 지역 대표 공연장에서 개최됐으며 협력사 임직원 및 가족 외에도 다문화가정 지역아동센터 등 현대차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문화소외계층 주민들도 공연에 함께 초청해 즐거움을 나누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협력사 임직원 자녀 영어캠프'는 현대차가 동반성장을 위해 시도한 것으로 2008년부터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하고 있으며 1·2차 부품 협력사 임직원 자녀에게 영어권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회화실력 향상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노하우 전수하고
인력·교육 지원

특히 이 프로그램에 대한 협력사의 호응이 매우 크고 참여율도 높아 올해부턴 지원 규모를 두 배로 확대에 운영 중이다. 지난해 여름 영어캠프에는 200여 명의 협력사 임직원 초등학생 자녀가 참여했으며 이들은 영화를 활용해 영어를 공부하는 무비캠프, 다양한 가상 경제활동을 통해 영어도 배우고 경제생활도 체험하는 경제사고력 향상 캠프 등에 참여했다.


현대차는 협력사의 기술 향상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차가 남양연구소에서 협력사 기술개발 지원을 위한 신기술 전시와 세미나 개최, 세계 유수의 명차 비교 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을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은 ▲협력사에서 개발한 신기술을 홍보하는 'R&D 협력사 테크데이'와 ▲주요 경쟁차 비교 분석 전시회인 'R&D 모터쇼' 등 매년 진행해왔던 기존 프로그램을 통합해 보다 많은 협력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했다.

작년 7회째를 맞은 'R&D 협력사 테크데이'에서는 파워트레인, 차체, 전장 등의 분야에서 28개 협력사가 참여해 세계 최초 신기술 23건, 국내 최초 신기술 42건 등 총 73건의 신기술을 전시하고 신기술 개발 관련 기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특히 우수 기술개발 협력사를 선정해 포상하는 등 보다 많은 1·2차 협력사들이 우수한 신기술을 알리고 기술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9회를 맞이한 'R&D 모터쇼'는 현대·기아차 23대, 국내외 경쟁차 65대 등 완성차 88대와 내부 구조를 볼 수 있는 절개차 4대, 차체골격 5대를 비롯해 액티브 후드 시스템 등 분야별 신기술 25건이 전시됐다. 특히 기아차의 대형 신차 K9을 분해해 주요 부품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해 협력사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협력사를 직접 찾아가 기술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하고 있다. 현대차의 협력사 R&D 기술지원단(이하 기술지원단)은 2011년부터 협력사 기술 지원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기술지원단은 협력사로 직접 찾아가 설계·해석·시험 등 R&D 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소규모 부품사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시험이나 평가를 도와줄 뿐 아니라 설계·재료·소재 기술 등을 교육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담 조직을 포함해 총 300여 명으로 구성된 기술지원단은 샤시, 의장, 차체, 전자, 파워트레인 등 모두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최고의 전문 R&D 인력으로 다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전수하고 있다.

11개 계열사 2560개 업체와 협약 체결
지속성장 약속 "임직원 가족도 챙긴다"

또한 현대·기아차 연구소에서 협력사 R&D 인력들과 신차 개발 업무를 공동 수행하는 '게스트엔지니어 제도'는 설계단계부터 협력사들이 참여함으로써 차량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부품의 품질을 확보하는 한편, 협력사 R&D기술력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협력사들은 설계에 공동 참여함으로써 현대·기아차로부터 설계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고 실차 조립을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를 조기에 개선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협력사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인력 및 교육훈련에 대한 지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 분야에서 현대·기아차는 ▲노동부 및 협력사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교육과 사이버교육 등을 실시하는 '직업훈련 컨소시엄' ▲1·2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50여 개의 소그룹을 구성해 구매, 품질관리, 생산기술 등에 대한 합동 교육을 실시하는 '업종별 소그룹 교육' ▲품질 및 기술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을 통해 운영하는 '품질학교'와 '기술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현대·기아차는 1차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결과물이 상대적으로 영세한 2차 협력사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2500여 개 2차 협력사를 직접 방문해 다양한 현장 지원활동을 펼치는 '2차 협력사 품질 및 기술 현장지도'를 비롯해 다양한 포상과 업체평가 인센티브를 통한 1차 협력사의 실질적인 지원을 유도하고, 1·2차 협력사 간 우수 동반성장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혜택을 제공하는 등 2차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한 다방면의 활동을 펼친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등 해외 현지공장 건설 시 글로벌소싱이 아닌 협력사와 동반진출하는 방식을 선택해 동반 진출한 협력사들은 해외매출 확대는 물론 글로벌 인지도가 향상돼 여타 해외 완성차 메이커에도 납품하는 등 글로벌 부품메이커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또한 최근 기술 관련 분쟁이 증가하고 특허 기술 확보의 중요성이 점점 커짐에 따라 ▲협력사 특허 출원 지원 ▲당사 특허권을 협력사 무상 제공 ▲특허 공동 출원 등 협력사의 기술력 보호 및 기술 개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반성장지수
최고등급 평가

이러한 노력의 성과를 인정받아 작년 5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최고등급인 '우수' 등급을 획득해 국내를 대표하는 동반성장 모범기업으로 인정받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부품 협력사를 포함한 기업 생태계 간 경쟁이기 때문에 협력사와의 동반자 의식은 현대차그룹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다른 대기업들이 시행 중인 협력사 자금 및 경영지원활동 외에도 해외동반진출, 협력사 채용박람회 등 다양한 동반성장모델 발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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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