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박근혜정부 '금융사단' 로드맵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22 14: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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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4대 천왕 시대… MB맨 가고 GH맨 온다

[일요시사=경제1팀] 금융 '4대 천왕'시대가 막을 내렸다. 정부의 금융권 '새판짜기'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동안 '떠날 사람'에 관심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올 사람'이 초미의 관심사다. '서강학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MB맨'이 가니 'GH맨'이 오는 꼴이다.


정부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아온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4일 결국 사임을 선택했다. 이 회장은 이날 "회장 취임 이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차례에 걸쳐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를 최초로 시도했으나 무산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민영화가 조기에 이뤄지기를 기원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사퇴압박 이팔성
씁쓸한 퇴장

이에 앞서 강만수 KDB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4일 물러났으며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2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금융 4대 천왕'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윤대 KB금융지주회장도 7월12일이 임기 만료일이다. 이에 따라 'MB맨'으로 불리던 '김승유·강만수·어윤대·이팔성' 등 금융 4대 천왕 시대가 비로소 막을 내리게 됐다.

4대 천왕 가운데 강 전 회장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이다.

가장 먼저 일선에서 물러난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대학 61학번 동기로 이 전 대통령의 금융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 2월에는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마저 내려놓으면서 김 전 회장은 하나금융이 설립한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직만 맡게 됐다. 업계에서는 김 전 회장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낙하산 인사'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리 이사장직에서 내려온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강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동문은 아니지만 MB정부 최고 실세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 정부에서 경제 정책과 관련해 가장 많은 화제와 비판, 그리고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2007년 이 전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할 때 참모로서 이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MB노믹스'를 입안했다.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배경으로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를 맡았으며 2011년 초에는 산은금융 회장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자 서울시 인맥으로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에는 서울시향 대표를 맡았다. 2007년 대선캠프에서 경제특보까지 지낸 이 회장은 2008년 6월 우리금융 회장직에 올랐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며 줄곧 호실적을 달성해 왔지만 지주의 굵직한 사안이었던 우리금융 민영화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줄곧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마지막으로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고려대 총장과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친 어 회장은 남은 임기를 채우고 연임에는 도전하지 않기로 금융당국과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부 금융실세들의 퇴진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이에 따라 관전 포인트는 '누가 내려오느냐'에서 이제 그 자리에 '누가 앉느냐'로 옮겨지고 있다.

먼저 청와대는 강 전 회장의 자리에 중앙대 교수 출신인 홍기택 회장을 임명했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홍 회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경제 1분과 인수위원을 맡았을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평가받는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새정부 줄사퇴 금융권 새판짜기 본격화
서강학파·인수위 출신 인사들 하마평

금융위는 홍 회장 임명에 대해 "(홍 회장은) 국제금융, 거시경제 분야의 학계 전문가이며 금융회사 사외이사 및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경력과 능력을 보유했다"며 "정책금융체계 개편과 창조금융을 통한 실물 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행법규상 산업은행장 및 산은금융 회장은 금융위원회장의 임명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으로 진행된다. 산업은행법 부칙 5조에 따르면 산은금융 대표이사(회장)는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대표이사를 제외한 그 밖의 임원은 대표이사의 제청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다른 금융그룹 및 공기업은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의 방식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그룹 회장의 경우 취임 2∼3개월 전 회추위가 열리고 복수의 후보군을 검증하게 된다. 헤드헌팅 회사로부터 인력 데이터베이스를 제공 받고 회장 후보들을 공개모집한다. 사외이사 및 이사회 멤버와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회추위는 최소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인력에 대해 일일이 자질을 검증하고 수차례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산업은행은 이같은 절차 없이 금융위원회가 단독으로 제청한 뒤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따른다. 회장 후보에 대한 자질을 검증할 만한 기회조차 없는 셈이다.

홍 회장은 강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불과 5일 만에 회장에 임명됐다. 특히 그는 한국국제경제학회 사무국장,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겸 이사회의장을 맡아본 적은 있지만 금융업무나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은 거의 없다.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간 서강대 출신 인사들은 청와대와 정부 인선에서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수혜를 입지 못했다. 국무총리와 청와대·비서실장은 성균관대 출신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단번에 주목을 받았지만 서강대 출신들 사이에서는 '죽 쒀서 남한테 준 꼴'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 주요직에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서강대 출신이 다수다. 우리금융 회장직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후임자가 결정되는 대로 회장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내부적으로 후임 인선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의장인 이 회장과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는 조만간 회추위를 열고 회장 후보자 추천 및 선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회추위 운영은 이사회의 독립적인 권한으로 향후 세부적인 선임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써 후임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는 그 직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윤대 임기 보장
연임여부 불투명

우리금융은 정부가 지분 57%를 가지고 있어 회장 선출시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왔다. 이번에도 역시 정부는 후보군 별로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우리금융 내부 출신으로는 이종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과 이순우 현 행장 등의 이름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이 위원장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우리은행 수석부행장과 은행장을 지내 우리금융 내부 사정을 잘 안다. 또한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국민행복기금 등 박 대통령의 금융 관련 국정철학도 가장 잘 추진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현 행장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대내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평이다. 특히 자율성을 갖고 업무를 추진하는 화경을 만들어주는 리더십의 소유자이자 만년 꼴찌였던 우리은행 여자 농구단을 우승팀으로 바꿔놓을 정도로 추진력이 있다.

그러나 유력한 후보들은 따로 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민유성 티스톤 회장, 이덕훈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 대표가 그들이다.

김 원장은 박 대통령의 경제분야 공약 설계를 진두지휘하며 박 대통령의 경제 구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끌고 있으며 박 대통령의 서강대 동문이자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낸 대표적인 '서강학파'다.

박 대통령의 또 다른 서강대 동문이자 서강바른금융인포럼 회원인 민 회장은 우리금융 부회장과 산업은행장을 역임했다.


이 대표 역시 서강대 수학과를 나왔으며 한빛은행장을 거쳐 2004년에는 우리은행장을 맡은 바 있다. 서강바른포럼 주축 멤버로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지지 금융인(1365명) 선언'을 이끌어냈다.

우리금융은 이사회 운영위원회가 선임하는 사외이사 3명과 주주대표 1명, 외부 전문가 3명 등 모두 7명으로 회추위를 구성해 후보접수 및 심사를 거쳐 내달 중 최종후보를 추천, 오는 6월10일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후임 인선 착수
정부 입김 작용?

지난달 ISS 보고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KB금융은 어 회장이 물러난 후 지배구조에 대한 개편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KB금융은 26일께 이사회를 열고 회추위 가동에 들어간다. 사외이사 9명 전원이 회추위에 포함되지만 경영진은 제외된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인사 개입 입김은 다른 지주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사외 이사들과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이미 KB금융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에 대한 인사 검증 자료를 수집해 놨다. 한 인사는 "정부에서 최근 신상 명세와 경력 등을 포함한 기초 자료를 요구해서 넘겨 줬다"고 말했다.


차기 금융지주 회장 누가 오르내리나
이팔성 후임에 김광두·민유성·이덕훈
KB금융지주·미소금융재단 인사도 관심

어 회장 후임 후보로는 산은금융 회장 하마평에 올랐던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과 임종룔 전 국무총리실장,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우리금융 회장 후보에 오른 민 회장과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서강대 67학번으로 금융계 서강대 인맥의 중심으로 알려진 이덕훈 키스톤 대표 등이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특히 이 대표는 산은금융 회장 인선 때도 유력한 후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검증까지 통과한 상태에서 최종 낙점만 기다리고 있었으나 막판에 '친박계' 금융권 실세인 홍 회장에게 밀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한 달 넘게 공석 상태인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자리에서는 금융원로 3명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어 회장 후임 후보로 거론되는 이 대표와 류시열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대행, 윤병철 한국 파이낸셜 플래너 협회장이 그들이다.

산은·우리·KB
이덕훈 '주목'

류 전 회장 대행은 1961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부총재까지 지내다 이후 제일은행 은행장과 은행연합회 회장 등을 지냈다. 신한 사태가 있었던 지난 2010년 11월부터 4개월 간 신한금융 회장 대행직을 수행했다.

윤 협회장은 1960년 농협은행에 입행해 한국개발금융 부사장과 한국투자금융 대표이사 사장 및 회장, 하나은행장과 회장을 지냈다. 이 세 후보는 모두 금융계에서는 덕망 있는 원로로 꼽히는 인물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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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